비즈니스 디벨로퍼 - 안주와 불안에서 벗어나라
구정웅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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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시각이 다르게 급변하며 비즈니스의 현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종래의 법칙이나 관행에 안주하는 사업가는 반드시 도태되며, 그렇다고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며 마냥 좌불안석하는 태도 역시 뱌람직하지 못합니다. 게임의 룰과 성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냉철히 살펴야 하며, 이를 통해 성공적인 사업 계획을 개발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습니다. 


저자는 케빈 스페이시 주연의 영화 <마진 콜>을 예로 듭니다. 아무리 유망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업이라고 해도 그 합리성, 이윤의 전망만으로는 많은 사람들을 내 편으로 끌어들일 수 없습니다. 그저 경제성만 보고 진행할 듯한 사업이라고 해도 어떤 도덕적 명분이 필요한데, 영화에서도 그것 관련한 부분이 나옵니다. 그보다 훨씬 앞선 시기에 진행된 철도 사업 같은 걸 보면, 진행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소농, 서민들의 이익이 희생된 바 없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도는 대륙을 가로질러 놓였으며, 이는 미국뿐 아니라 광활한 영토를 지닌 러시아의 시베리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인프라라는 건 일단 한번 만들어지기만 하면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며, 성공적인 비즈니스의 디벨롭먼트라는 건 결국 사람들로부터 이런 심정적 동조 같은 걸 끌어낼 줄도 알아야 합니다. 


"태양 아래 새로운 건 없다." 어떤 성공한 사업가에게 그 비결을 물어 봐도 대체로 나오는 답들은 뻔합니다. 이런 뻔한 원칙으로, 어떻게 남들과는 다른 차별되는 결과를 그들은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요? 저자는 일단 그들은 말에 그치지 않고 어떤 실천이라는 요소를 품고 진행하는 끈기, 집착 같은 게 있었으며, 다음으로는 그런 뻔한 요소들에 자신만의 기준을 접목할 줄 알았다고 합니다. 저는 이 점에 주목했습니다. 세상 일이란 일단 성공을 하고 못 하고를 떠나, 그 일의 진행과 과정에 자신만의 컬러릃 입힐 줄 아는 능력, 또 사람들과의 진정어린 소통을 행하는 능력 같은 게 중요하다는 점을 말입니다. 


어떤 회사들은 왜 영업이 부진할까요? 저자는 이에 대해 전략의 부재, 차별화 지점의 결여 같은 이유를 꼽습니다. 영업은 그저 싸게 사서 비싸게 남에게 넘긴다는 뻔한 패턴을 극복할 줄 알아야 합니다. "고객의 문제, 심지어는 고통 같은 걸 같이 해결하며 넘기게 돕는다"는 절실한 마음가짐이 없다면 이 회사는 비슷비슷한 다른 회사들 사이에서 전혀 차별 포인트를 남기지 못하고 사멸의 초입으로 들어가고 만다는 거죠. 


현대 사회는 기업에 대해 갖가지 규제를 부과합니다. 그 중에는 환경에 관련된 것들이 많습니다. 아무리 많은 이들에게 전망이 창창한 사업을 제시해도 이것이 환경 관련해서 뭔가 유해한 느낌을 준다거나 인류가 보편적으로 동의해 온 가치에 베치된다는 인상을 남기면 그 기업은 결국 시장에서 환영 받지 못합니다. 


사업가는 만약의 상황에 대처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이른바 컨틴전시 플랜이라는 건데 그저 최초에 세워 둔 가장 좋은 비전 하나에만 맞춰 모든 진행 상황을 예단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사업가는 환경의 변화, 대중의 반응을 두루 살피면서도 자신이 애초에 목표했던 바를 놓치지 않고 열정으로 비전을 선취할 줄 알아야 하며 이것이 자신의 기업을 타 경쟁자들과 차별화하는 본질적 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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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 - 이병철 회장의 24가지 질문에 답하다 이어령 대화록 1
이어령 지음, 김태완 엮음 / 열림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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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선생은 해방 후 우리 한국의 문화사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치신 거인입니다. 불행하게도 그의 유작이 된 이 책에는, 언젠가는 반드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우리 인간들이, 어떤 태도로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할지 선생이 담담한 어조로 표현한 바가 세세히, 그러면서도 엄숙하고 장중한 필치로 잘 나와 있습니다. 


"종교란 무엇인가요? 왜 인간에게 필요한가요?" 이에 대해 몇 세기 전 프랑스의 수학자 파스칼은 대단히 실용적인 이유를 들며 "믿는 편이 낫다"는 결론을 내린 적 있고, 1990년 코폴라의 영화 <대부 3>에서 어느 추기경이 "당신은 실용적인 사람인데, 그냥 해 보시는 게 어떻소?"라는 제안을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이어령 선생은 "한국에서 이병철 회장만큼 크게 기업으로 성공한 사람이 없는데, 그 역시도 같은 결론이었다"고 합니다. 또 선생은 "무신론자라고 해도, 인간이 신을 만들어낼 어떤 필요성 같은 건 인정하기도 한다"는 말도 합니다. 이 대목에서 유의할 건, 선생이 말년에 이르러 <지성에서 영성으로> 같은 책을 펴낼 정도로 신앙에 깊이 천착했지만, 우리 독자들더러는 그리 강한 어조로 권하지는 않으신다는 겁니다. 그저 제안하는 정도인 거죠. 이 대목에서도 선생 특유의 온화하고 무리하지 않는 성정이 잘 드러납니다. 


"지성이란, 낙타냐 바늘이냐를 따지다가 정작 본질을 놓치는 경향이 있다"고 선생은 말합니다. 뭐 불교에서 말하는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본다"는 것과 뜻이 통한다고 하겠습니다. 사실 우리가 경계헤야 할 건, 디테일을 모르고 섣불리 독단과 독선으로 싸여 아무 근거도 없는 결론을 함부로 내리곤 한다는 점입니다. 구체적인 근거 없이 "이것이 본질이다!"라고 단정하고 강요하는 태도야말로 지성과 영성 모두를 파괴하는 위험한 사고이자 행동입니다. 다만 일생을 두고,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명석한 두뇌를 도구삼아 인문학의 영역에서 여러 흥미로운 결론을 내어 주신 선생이, 말년에 이르러 그 지성적인 추종자, 독자들이 다소 놀랄 만한 방식으로 깊은 신앙에 귀의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선생은 "캐릭터인 미키 마우스가 나보다 두 살이 많다"고 농담을 건네면서 이런 문화의 상징들이 인간에게 어떤 구실을 하는지 생각해 보자고 합니다. "삼총사"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작품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미키와 타잔, 그리고 킹콩 세 캐릭터를 말합니다. 대공황의 끔찍한 고통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너무 멀리 나왔다. 이제 그곳을 다시 돌아다보자"는 욕구, 의도 하에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또 열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선생이 이 이야기를 구태여 꺼내는 이유는 뜻하지 않게 감금 생활을 하는 중인 현재의 코로나 시국을 환기하기 위해서입니다. 삼라 만상에 이처럼 존재 이유가 따로 있는데 어째서 세상의 창조와 지속에 신의 섭리 같은 게 따로 존재하지 않겠는가를 다시 묻습니다. 


이 책에 나온 24개의 질문은 예전에 고 이병철 회장의 여러 질문에 대해 가톨릭 신부들이 그 나름 제공한 해답들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선생의 입장과 거의 관계 없어 보이는 "교황의 무류성" 등에 대한 해답이 나오기도 하는 거죠. 선생은 믿음의 줄기가 그쪽이 아니므로 교황의 무류에 대해서 애초에 답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은 본질과 현상, 수단과 목적을 제발 "분할(p178)"하여 보자는 답을 정성들여 꺼냅니다. 이 앞에, 자신의 말을 못 알아듣는(아주 협소하게 알아듣는) 니고데모를 안타깝게 여기는 예수 그리스도의 예를 드는 대목이 있습니다. 선생처럼 머리가 명철하신 분이, 우리 평범한 독자가 그의 말을 혹 오해하여 이런저런 난처한 질문을 던져 오면 얼마나 난감하고 답답하셨겠습니까. 선생님의 영면을 기원하며, 우리 독자들도 속물적인 선입견과 착각을 제발 버리고 어린이와 같은 초심을 회복해야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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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3 : 약속 식당 특서 청소년문학 25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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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야속한 건, 어차피 필멸의(mortal) 존재일 뿐인 우리가 죽어야 한다는 게 새삼스러워서가 아니라, 그간 간직해 왔던 기억과 애착을 다 털고 가야 한다는 그 사실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만약 100년을 살아도, 어디 무인도 같은 데에서 아무리 호화로운 의식(衣食)을 소비하며 살았어도, 그 행복한 기억을 공유할 다른 상대가 없이 혼자 살았다면, 백 년 정도라면 그게 지겨워서라도 가야 할 때 별 미련이 남지 않을 것입니다. 주관적으로 미련이 남는다 해도 그건 그 사람의 사정일 뿐 남들이 딱히 공감을 해 줄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설이와 채우처럼, 어린 나이에 온갖 애틋한 감정을 다 쌓고 지냈다면 그 어린 나이에 이루지 못한 관계와 감정이 얼마나 안타깝습니까. 제3자가 보기에도 말입니다. 이렇게 아까운 나이에 죽는 것도 아깝지만 두 사람의 감정은 어디서 결실을 따로 맺어도 맺어야 마땅하겠는데.... 미국 영화 중에서도 로다쥬가 나오는 <알렉스 두 번 죽다(Chances are)>같은 게 이런 내용이죠. 한 사람은 전생의 기억을 갖고 다시 태어나며, 다른 사람은 그렇지 못한 비극... 혹은 이병헌 주연의 한국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도 크게 봐서 이 범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베스트셀러의 전작을 미처 읽지 못해서 처음에는 왜 주인공 이름이 남자 같은 채우일까(였을까) 생각했는데 남자였으니까 이름이 저런 게 당연했네요. 채우는 식당 아줌마로 다시 태어나고.... 그러나 설이는 아직 누구인지도 모릅니다. 기억은 (만호의 룰에 따르면) 갖고 태어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짜장면 열 그릇을 먹었다는 왕 원장(이 동네 남자 미용사)일까? (지금은) 키 160cm 정도에 70kg이 넘어 보이는 아줌마인 채우는, 이제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알기에 더욱 조급합니다. 


이 아주머니도 살아 온 세월이 있을 텐데 왜 하필 지금 자신이 전생에 채우였으며 이제 설이를 만나 "파감 로맨스"를 이뤄야 하는 미션이 있음을 새삼 깨달았을까요? 앞서 말한 영화 <알렉스...>는 어려서부터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으니 일생을 잘 조절해가며 전생에 못 이룬 사랑을 이룰지 안 이룰지 조절할 수 있었으나, 약속식당 아줌마는 그렇지 못합니다. 갑자기 아줌마가 되어서(채우의 영혼 입장에서는 그렇죠), 이제 얼마 안 남은 시간을 막 재면서 동시에 설이도 만나야 합니다.


제가 이 소설을 읽으며 (겉모습은 중년 아줌마지만 영혼의 나이는 어린) 채우가 기특했던 건, 설이가 지금 이 생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상관 없이 설이를 만나 "파감 로맨스"를 이루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지난 생은 고사하고 이번 생의 로맨스조차도 "세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옳았을 아사코"를 만나 행여 (그녀가 아닌) 내 감정에 상처를 입을까 두려워 만나지를 않습니다. 내가 기대했던 설이, 아니 아사코가 아니면 (그녀가 아닌) 내가 얼마나 실망할까 그게 두려워서이죠. 그러나 채우는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얼마 되지도 않은 이 생의 내 자원을 다 써가며 그녀 설이를 기어이 만나려고 합니다. 


우리는 이 생에 나만의 설이를 갖고 살아갈까요? 아니면 이미 만났는데 서서히 감가상각을 해 가며 사는 걸까요? 이기적이고 동물적으로 원초적인 욕망과 이기심만 충족한 채 막상 "설이"가 없는 생이라면 당장 마감한다 해도 별반 가치 있는 생 같지 않습니다. 반대로 아줌마처럼 어느 순간(자의가 아니겠으나) 나의 설이가 있었음을 깨닫고 그 남은 시간 동안 만남을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면 얼마 안 남은 생일망정 매 순간이 보석처럼 빛날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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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30분 회계 - 투자 유치를 위한 명쾌한 재무제표 만들기
박순웅 지음 / 라온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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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라고 해서 기술 요소에만 신경 쓸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기존 기업이 소홀히하기 쉬웠던 새로운 회계 문제에 주의의 눈길을 돌려야 하며, 또 회계를 통해 해당 스타트업의 문제를 개선할 수도 있습니다. 이 책에는 스타트업이 특히 유의해야 할 여러 "회계적인" 상황과 그에 대처하는 적절한 방법들이 나옵니다. 요즘은 상식으로도 회계 요령이 널리 알려져 있기에 일반적인 원칙 이야기는 별 도움이 안 됩니다. 정말로 스타트업 경영자, 창업자한테 도움이 될까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읽었는데 실제 맞닥뜨릴 만한 상황, 그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이 많이 나와 있어서 좋았습니다. 


분명 물건을 팔았으나 아직 대금을 받지 못한 것을 매출채권이라고 합니다. 매출채권은 그게 실현만 되면 바로 현금과 같아지므로 이걸 자산으로 치는 건 당연합니다. 문제는 저 돈을 아직 받아내지 못한 채 긴 시간이 흐르고 그 거래 상대방은 형편이 어려워지거나, 다른 채권자가 먼저 변제를 받거나 해서 돈을 아주 떼일 염려가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럴 때 법정감사(p20)를 맡은 회계법인은 저 매출채권을 두고 "자산"이 아니라 비용으로 처리하라는 권고를 합니다. 이건 이미 자산 축에 끼지도 못하고, 그냥 떼인 돈 셈 치라는 거죠. 책에서는 회계 담당자가 업무 인수인계를 소홀히했거나 CEO가 무신경한 이유를 듭니다. 또 어쩌면 회사를 부실하게 보이지 않게 하려는 은근한 의도에서 이를 방치하고 있을 수 있다고도 합니다. 사실 이런 고민도 어느 정도 이상으로는 규모가 커서, 미처 CEO가 일일이 못 살필 정도나 되어야 할 수가 있겠죠.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는 대금 지불이 며칠만 늦어져도 당장 존립 여부를 걱정 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더 막연한 건 투자자산입니다. 가능성 하나만 보고 일을 벌였지만 과연 어느 정도나 되는 시간 안에 얼마나 그 회수가 가능할까요? 그저 당해 연도에 비용으로 다 처리했어야 하는 게 아니었는지... 책에서는 캄보디아 현지에 투자한 예를 드는데 설상가상으로 이때 든 비용은 대부분이 차입금이기까지 한 상황입니다. 책에서는 이를 두고 "시한폭탄(p36)"으로까지 비유합니다. 이처럼 적정한 회계처리는 그저 외부인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 줄 뿐 아니라 경영자에게 자신의 회사가 지금 어떤 형편인지 정확한 결정을 하게 돕는 자료 구실을 합니다. 


회사는 그 임직원에게 돈을 빌려 주는 역할도 가끔 합니다. 이를 "주임종단기대여금(p45)"이라 부르는데 "주임종"이란 주주, 임원, 종업원의 준말입니다. 특히 대표이사에게 대여했을 때에는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거래인지 먼저 살펴야 하며, 이 돈은 정해진 기간 안에 돌려받을 수 있을지도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가상의 예에서 회계법인(감사인)은 자산성이 없다고 평가했는데 대여금이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에 있는 이들에게 집중되었으며, 선급금 발생 내역을 알 수 있는 서류가 없었던 점 등을 근거로 듭니다. 그러니 꼭 법정 감사 같은 이유가 아니라 해도, 예를 들면 이런 사정이 파악될 시 CEO는 우리 회사의 자산 중에서 무엇이 가치가 없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지분 등의 소유를 통해 연결된 기업의 상황도 함께 꼼꼼히 살펴야 할 때가 많습니다. p57에 나오는 대로 어떤 자회사에 투자한 지분이 과연 회수 가능한지 심각한 의문이 생길 정도가 되면, 그 모회사의 재정 상태도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이 사례에서 모회사는 자회사의 부채에 대해 보증까지 선 상태였습니다. 그저 당기순손실이 났다는 점만으로는 바로 감사의견에 영향을 끼치지 않게 된다고 책에서 설명합니다(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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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뇌가 사랑을 의심할 때 - 관계 번아웃에 빠진 커플을 위한 실천 뇌 과학
다니엘라 베른하르트 지음, 추미란 옮김 / 불광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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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는 건 혹 그 사랑이 잘못되었을 경우(그런 일이 행여 없어야 하겠지만)의 부작용도 부작용이지만 사랑을 한창 진행 중일 좋을 때도 문제입니다. 이 책 p26을 보면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를 인용하여 "단기 뇌 손상 상태"라 규정하는 말도 나옵니다. 또 "사랑에 빠지다"는 뜻의 독일어 verliebt 역시 그 비분리전철인 ver-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뜻임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laufen은 역주에 나온 대로 길을 가다라는 뜻이지만, run, 즉 뛰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제목인 라 트라비아타("춘희")도 탈선한 여인이라는 뜻이 되죠. 여튼 무엇인가 강렬한 감정에 빠진다는 건 그게 당사자에게 아무리 쾌감을 주어도 일단 "상궤(常軌)"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사랑이 잘못 접어드는 단계라도 된다면, 당사자는 정말 조심해야만 하겠죠. 


보통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는 말을 쓰는데 이걸 두고 저자는 "상대를 미화했던 엔도르핀이라는 안개가 걷힌 상태에서 보이는 그 존재"는 이제 투박하기 짝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제 실체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 상대와는 그럼 과감히 관계를 접기라도 해야 마땅할까요? 또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이 책은 아주 실용적인 관점에서 시작하고 최대한 상대나 나나 대미지를 줄이는 관계를 어떻게 만들지를 제시하는 내용입니다. 책에는 여러 리스트가 있습니다. "상대 비판" "자기 비판" "바람직한 관계" 이런 툴(tool)들은 그와 나와의 관계가 어디서 어떻게 손상되었는지, 어디서부터 살려볼 시도를 할 지점이 남았는지, 아니면 정말 당장 kill해야 할 만큼 망했는지(?)를 점검해 보게 합니다. 현 상태가 되돌이킬 수 없을 만큼 파괴되었는지 여부는 객관적으로 진단하여야 하며, 그저 감정적으로 판단하거나 괜한 미련으로 어떤 여지를 남기고 어쩌구 할 일이 아닙니다.


책 p45에서는 직업적 번아웃이란 상태의 열두 단계를 제시합니다. 1) 자신을 증명해 보고 싶은 갈망을 느낀다... 에서 9) 주변 세상은 물론 자신에 대한 관심도 사라진다 10) 공허하다 11) 우울하다 12) 무너진다의 12단계가 나오는데, 공감이 가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직업적 번아웃이라고 하니까 무슨 직장에서 겪곤 하는 번아웃(이것도 물론 심각하고, 또 널리 퍼진 증상입니다만)으로 착각할 수 있는데 그게 아니라 사람과 겪곤 하는 관계의 번아웃입니다. 매번 이런 패턴이 반복되기 때문에 "직업적"이란 수식어가 붙은 거죠. 이 책에서 강조하는 건, "사랑하는 대상에게 무엇을 열렬히 증명하려는 마음이, 역설적이게도 번아웃을 더 이른 시간 안에 가져온다"는 분석입니다. 


우리 인간은 여러 욕구를 가집니다. 많이 놀고 많이 먹고 많이 자는 욕구 말고도, 매슬로가 일찍이 간파했듯이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더 높은 랭크에 자리합니다. 문명 사회가 발전하는 이유는 바로 이 인정 욕구를 근본 동인으로 삼고 노력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조직 문화에 강한 정도로 동화되고 싶어하며 업적 숭배 전통이 강한 독일에서 번아웃 환자가 유독 많죠. 책에서는 또한 번아웃 잠재성을 가진 이들을 따로 구분합니다. 왠지 이 일이나 관계가 실패할 듯한 느낌이 들 때(사람인 이상 이런 느낌은 반드시 옵니다) 이런 사람들은 추가로 일을 더 떠맡습니다.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라면 문제가 없으나, 그저 평균 정도인 능력자라면 추가로 맡은 이 일이 반드시 성공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이 경우 일의 좌절은 빠른 번아웃을 가져오고, 또 일을 맡는 과정에서 욕구의 추가 억압이 발생하였으므로 이것이 따로 문제가 됩니다. 


일단 관계를 더 알차게 가꿔 가고 싶다면 명심해야 할 게 있습니다. 첫째 충고를 삼가야 합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이유가 명쾌한데 "그 충고를 듣는 상대를 '작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둘째 원칙으로 싸우지 말아야 합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십 수 년 동안 살아 왔는데 각각의 원칙을 만들지 않고 살았을 리 없습니다. 이 원칙은 자신에게야 절대적이지만, 상대방에게 당연히 그럴 리는 없습니다. 물론 정말로 상대를 존중한다면 이런 원칙을 상대가 끄집어들기 전 먼저 존중해 주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상대가 그러지 않았다 해도, 지레 원칙을 끌고 나와 "왜 이것을 지키지 않냐?"며 따지는 건 그 관계보다 원칙을 더 중시한다는 선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럼 그 관계는 원칙 아래에 놓이고, 얼마 안 가 무너지지 않을까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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