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어스 포커 (완역본) - 월스트리트 천재들의 투자 게임, 《빅 쇼트》 작가의 대표작!
마이클 루이스 지음, 장진영 옮김 / 이레미디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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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피트 주연 <머니볼>이란 영화를, 야구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관람했을 법합니다. 오클랜 드 애쓸레틱스의 빌리 빈 단장이 열악한 재정 여건 하에서 통계(이른바 세이버매트릭스)와 영리한 경영 전략만으로 놀라운 성과(꾸준히 중상위권 유지+유망주 발굴 잭팟)를 거둔 사실을 소재로 다뤘는데, 그 원작 논픽션을 쓴 사람이 마이클 루이스, 즉 이 책의 저자입니다. 이분은 또 브래드 피트 등이 나왔던(마고 로비, 코미디언 스티브 커렐, 배트맨 크리스천 베일[아역으로 <태양의 제국> 주연이었던]) <빅 쇼트>의 원작을 쓴 분이기도 한데, 사실은 1980년대 후반에 바로 이 히트작 <라이어스 포커>를 써서 젊어서부터 유명했던 작가입니다. 

(*북유럽 카페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제는 고전이 되어 버린 이 책을 이제 한국어 완역본으로 만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1980년대 후반이라면 한국에서도 미국의 히트작들을 큰 시차 없이 만나볼 수 있었는데, 트럼프가 젊어서 맨해튼 기획 부동산으로 큰 돈 벌 때 쓴 책도 한국에 소개되었더랬습니다. 그런데 단기에 사람들 관심사에 편승하여 번역된 책들이 대부분 내용이 부실하고 오역이 많았죠. 더군다나 이 <라이어스 포커>는 포커판, 아니아니 주식판에서 벌어지는 기막힌 일들이 메인 테마였던 터라 현지의 사정에 밝은 분이라야 저자의 특이한 말투, 행간에 숨겨 은근히 암시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캐치하여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1980년대 프린스턴 학부를 졸업하고 살로먼 브라더스 채권영업부에 갓 입사하여 겪은 여러 일들을 소재로 삼았는데, 연수생 시절엔 뉴욕에 있었고 이 책의 대략 7장까지의 내용입니다. 제8장부터는 런던에서 영업을 위해 뛰던 기간입니다. 살로먼은 당시 잘나가던 금융기관이었지만 유달리 약탈적으로 직원들을 빡세게 굴리는 풍토로 악명 높았고, 꼭 그것 때문은 아니었지만 1990년대 내내 살벌하게 전개되던 금융업계의 전쟁 와중에 결국 시티뱅크 측에 인수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오바마가 대통령이던 2010년대 초반에 한국에 와서 기자들한테 질문 하라고 하자 한국 기자들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 사람도 손을 안 들어서 나라망신이었다는 이야기가 지금도 거론됩니다. p105를 보면 연수생들이, 연단에 데일 호로비츠 이사가 올라 무엇이든 물어 보라고 했을 때 처음에는 아무도 손을 못 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마도 20년 후 한국의 기자들도 그 비슷한 마음 아니었을까 저는 추측합니다. 저는 초등학교 2학년 때 평소와 달리 (꽤 업계에서 유명했던) 웅변학원 원장님이 특별히 직강하던 시간에 60명 클래스에서 지목당하자 아무 말도 못하고 얼어붙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초딩에게 그 무엇보다 웅변학원 수강이 절실했듯, 야심만만하고 큰돈은 당장 필요했던 젊은이에게는 살로먼스 같은 복마전, 아니아니 머니 머신에의 취업이 정말 필요했을 것입니다. 어느 대형 금융기관이라도 마찬가지지만 저성과자에게는 한없이 가혹했고, 반대로 머리 좋고 빠릿빠릿한 명문대 졸업 청년이 기대한 바 성과를 내면 누구보다 후한 성과급을 주던 곳이 바로 살로먼스였습니다. 

이 마이클 루이스는 매우 재치있고 컬러풀한 문장, 생생한 현장 분위기가 살아나는 표현을 잘 쓰는 작가인데 특히나 이 책은 당대의 베스트셀러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성공한 중견 작가, 저널리스트인 그가 초기에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해서 더 흥미롭습니다. 애니메이션, 영화 속의 캐릭터들이 레토릭 속에서 보조관념으로 잔뜩 등장하는데, p116에 나오는 댄 래더는 월터 크롱카이트의 대를 이었던 지상파 CBS 메인 뉴스 앵커입니다(본문 중 역주로도 설명이 있습니다). 뜻밖에도 존 케네스 갤브레잇의 이름도 나오는데 1980년대 운동권 대학생들이 비교적 존중해 가며 읽던 저서들을 쓴 미국 지식인이기도 합니다. 

어느 직장이든 에이스가 있고 2진이 있습니다. 살로먼스에도 최상의 능력자들은 채권 팀에 갔고, 예를 들면 강사(이런 분들은 랍비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영어 발음은 래바이)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쏘고, 옵션(파생상품)에 대해 잘 모른다는 이에게 당신이 그래서 주식 팀에 있는 것이라고 쪽을 주던 프랭크 사이먼(이름값을 하네요) 같은 사람이 그 좋은 예입니다. 

음... 마이클 루이스 같은 저자는 런던에서 채권 영업을 했습니다. 저자는 "원래 영업은 사람 상대하는 일에 달인이고, 트레이딩 부서는 금융에 통달해야 한다"는 말을 하지만, 또 "결국 영업 담당을 통제하고, 그들의 급여를 결정하는 것은 그들 트레이딩 맨들이었다"고 합니다. 유능한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 위에 서는 건 이런 금융기관 안에서 너무도 당연합니다. 재미있는 건, 밖에서 고달프게 영업을 뛰는 이들, 안에서 주로 머리를 써서 수십억 달러를 주무르는 이들 사이에서 일종의 절충점으로 가장 안락한 상태를 즐기던 이들이 바로 주식팀 아니었겠냐는 저자의 평가입니다. 

젊은 나이에 고연봉자로서 많은 성취감을 맛보았으나, 왠지 뭔가 중요한 걸 잃은 것만 같다는 저자의 마지막 말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극도의 효율과 수익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경제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매우 흥미롭게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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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놀아줘야 할까 2 - 오은영의 모두가 행복해지는 놀이, 만 5~6세(60~83개월) 편, 한국어린이교육문화연구원 으뜸책 선정 어떻게 놀아줘야 할까 2
오은영.오은라이프사이언스 연구진 지음, 전진희 그림 / 오은라이프사이언스(주)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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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오은영 박사님의 이 시리즈 제1권(3~4세용)을 읽고 리뷰를 올렸더랬습니다. 과연 그 명성에 걸맞게, 학문적 기초가 탄탄하면서도 학부형들이 쉽게 읽고 나서 실전 육아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돋보인 책이었습니다. 1년 만에 이렇게 제2권이 나왔는데, 적용 아동의 개월수가 정확히 12달 늘었습니다. 그에 맞게, 소개된 놀이 방법의 수도 늘었고 방법들의 효능과 교육 목표도 한층 정교해졌는데, 해당 연령대에서 달성해야 할 발달 레벨이 높아지고 다양해졌으니 당연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책은 모두 4장으로 나뉘었는데 1, 2장은 5세용이며 3장과 4장이 6세 아동을 위해 정리, 설명되었습니다. 놀이의 카테고리는 제1권과 마찬가지로 신체놀이, 인지놀이, 관계놀이, 언어놀이, 정서놀이 등 다섯 범주입니다. 그럼 1장과 2장은 둘 다 5세용인데 무슨 차이가 있는가. 60~65개월과 66개월~71개월의 차이입니다. 고작 6개월 차이인데도 권장되는 놀이가 이처럼 섬세하게 차별되어 고안, 권장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장의 관계놀이에서는 우리 가족 셰이프 게임이라는 게 설명되며(p38), 저는 처음에 잘못 읽어 "세이프(safe)"로 보고 아마 가족의 안전을 위해 무슨 동작, 과제를 시키는 놀이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safe가 아니라 shape였으며, 순서를 정해 아이가 무슨 (단순한) 그림을 그리면 다음에 보호자가 이어받아 그림을 완성해 나가는 것입니다. 물론 각자 무엇을 염두에 뒀었는지가 달랐을 것입니다. 이때 서로의 의사를 물어봄으로써 얼마나 뜻이 통했는지도 확인하고, 함께 어떤 그림을 완성해 나간다는 연대감도 다질 수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2장의 관계놀이들 중에는 마그넷타임이라는 게 소개되는데(p96), 저는 처음에 냉장고 도어나 전기오븐에 붙이는 자석 장난감을 갖고 행하는 게임인 줄 알았습니다만 착각이었습니다. 일단 p97에 나오는 설명대로 모양 또는 색깔별 시트지가 준비되어야 하는데, 마치 자석처럼 같은 모양을 찾아 붙이는 게 게임의 규칙입니다. 이때 시트지를 붙이는 건 아이와 보호자의 신체 부위입니다. 그러니 아이 입장에서 재미있기도 하고, 게임이 일정 단계 이상 진행되었을 때 서로의 모습이 우스워서 함께 크게 웃기도 할 것입니다. 글쎄 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오히려 이 놀이가, 더 앞선 단계에서 권장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도 해 보았으나, 아무래도 66개월 이상이라야 더 신체가 자유롭게 놀려지고 게임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싶기도 합니다. 박사님은 이것를 관계놀이로 분류하셨지만 동시에 신체놀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6세쯤 되면 이제 두뇌도 자극하여 본격적으로 계발시켜 줘야 합니다. p134를 보면 놀이 이름이 "잠자던 두뇌가 번쩍"이라는 게임 하나가 나옵니다. 인지 놀이 파트에는 이것말고도 측정놀이, 얼마예요놀이, 동네길찾기놀이 등이 나오는데, 특히 어떤 아이는 나이가 아주 어린데도 딱 한 번 가 본 복잡한 동네를 귀신같이 찾아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와 얘는 신동인가 보다"라며 너무 호들갑 떨 게 아니라, 길을 잘 찾는 게 어떤 결핍의 동기가 특별히 발동하여 발현된 것일 수도 있으므로 신중하게 판단해서 여러 발달 목표가 종합적으로, 균형 있게 달성되도록 돌봐야 하겠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에 만6세에 시킬 만한 효과적인 놀이는, p162의 언어놀이 범주에 속한 "그림일기쓰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림일기는 하루하루 꾸며나가는 나만의 역사책이기도 하고, 그림 그리는 란에 나만의 작품을 채우기도 하기 때문에 아이가 다 크고 나서도 소중한 기념물이 되며 이게 성장 사진첩에 못지 않은 가치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커 가면서 이를 소홀히하고 애착이 없어지므로 부모님이 이런 걸 좀 챙겨주고 따로 잘 간직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인도 행복하고 주변 사람들도 즐겁게 해 주는, 환영받는 사람이 되려면 어려서부터 정서가 건강하게 발달해야 합니다. 물론 심성이 비틀리고 꼬인,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가득한 사람들만 모인 곳이라면 오히려 피해다녀야 맞겠으나, 정상적으로 성장한, 마음이 건강한 이들끼리는 또 서로를 알아보는 법입니다. 오은영 박사님의 이 책에서 비중이 크게 할애된 정서 놀이들이 바로 그런 효과를 도모하는데, 제가 주의깊게 읽었던 대목은 p174의 "음악에 맞춰 표현해요"였습니다. 음악을 듣고 느낌을 공유하며, 또 왜 그런 느낌이 들었겠는지, 예를 들어 특정 소절 음의 높낮이나 진행, 리듬을 짚으며 생각을 나누는 건 분명 뜻깊으며, 가족간의 유대를 다지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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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 5무(無)와 5적(敵)을 넘어 조직의 심장을 깨우는 리더의 길
문성후 지음 / 오아시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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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었습니다. 1부는 조직 내 리더십을 무너뜨리는 5무(無)에 대한 분석입니다. 2부는 리더가 경계해야 할 5적(敵)에 대한 비판입니다. 이 5무와 5적을 극복한 후 조직을 어떻게 생산성과 효율성을 제고할지에 대한 논의가 3부에 채워졌습니다. 저자는 뉴욕주 변호사, 리더웨이(사설 리더십 연구기관) 대표로서, 세상을바꾸는시간이라는 기독교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강연자로서 기억하는 이들도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5무 중 첫손에 꼽는 건 무지입니다. 사람은 아는 게 없으면 상황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또 인사이를 갖고 부하직원들을 이끌어야 하는데 그들에게 믿음을 줄 수 없습니다. 그저 무지하기만 하다면 모르겠는데 알지도 못하는 걸 안다고 착각하는 건 더 큰 문제입니다. 공자도 그래서 2500여년 전 지지위부지요 부지위부지가 시지야라고 했습니다. p35를 보면 대기업에서 모두가 선망하는 게 임원직이지만 사실 그들은 스스로를 "고위 계약직"이라 자조한다고 나옵니다. 일반 직원들은 노동법에 의해 근로관계가 보호라도 받지만 임원은 성과가 부족하면 언제 목이 날아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리더는 조용한 은둔형 모범생이어서는 안 되며, 끝없이 남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야 하고, 유능한 이들을 계속 만나 자신을 시대가 원하는 인재상으로 가꾸어 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성과가 최우선이며, 친목을 위해 사람들을 만나는 게 결코 아님을 명심(p55)하라고 저자는 충고합니다. 

5적 중 특히 저자가 경계하라고 강조하는 건 불통(不通)입니다. 요즘은 조직 내 여러 성원들과 두루 의사소통을 이루고, 그들의 좋은 아이디어를 잘 취합함은 물론, 그들의 사소해 보이는 감정에도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이것 관련 저자는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떠해야 하고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 그간 세 권의 책을 저슬하여 정리했다고 p102 이하에 나오니 관심 있는 독자라면 저기 언급된 전작들을 찾아 읽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옛 성현들은 일신우일신이라고 했는데 저자는 p118에서 이 말이 단순히 생각을 과거의 상태에 머물지 않게 하라는 뜻이 아니라, 회복탄력성을 높이고 방해꾼들에 의해 훼손된 긍정의 마인드를 다시 100의 게이지로 리셋하는, 보다 적극적인 뜻으로 받아들이라고 합니다.  

p152를 보면 미국의 저술가 사이먼 시넥은 20세기 후반 미국이 베트남에게 패배한 이유를 분석하며, 미국은 유한전쟁을 벌였는데 베트남은 무한전쟁을 벌인 게 승리의 요인이라고 짚었습니다. 예전에 맥아더는 "싸움에서 승리 외에, 대안(alternative)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한쪽은 죽자사자로 나서서 싸우는데, 다른 편은 "이 선만큼은 넘지 말자"고 소극적으로 나오면, 그 싸움의 승패를 구태여 따지고 말고 할 게 있겠냐는 겁니다. 또 무한게임은 현 당사자 외에 그 어떤 누구도 끌어들일 수 있는, 온갖 책략과 속임수가 난무하는 생사의 결전장입니다. 리더는 이런 하르메게돈의 와일드 필드에서 부하들을 이끌고 모든 걸 건 채 한판 승부를 벌이는 막중한 자리입니다. 싸우는 방법을 알고, 쟁취해야 할 승리를 제대로 정의(定義)하는 게 리더의 일임을 명심하라고 당부합니다. 

공자는 "군자라면 마땅히 능호인 능오인(能惡人) 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나 석가모니가 무조건적인 사랑, 인류애를 가르친 사실과 대조됩니다. 사면춘풍 호인 역할은 밖에 내세우기는 좋지만 조직 안에서는 무책임한 처신입니다. 리더는 따끔하게 지적할 건 해야 하며, 상당수의 사람들에게 미움 받을 각오를 하고(p204) 정해진 목표를 단호하게 밀어붙일 줄 알아야 합니다. 책에서는 1999년 알파치노 주연의 영화 <애니 기븐 선데이>가 인용되는데 이 작품에서 알 파치노가 분한 미식축구 감독은 팀의 승리를 위해 살을 깎는 긴장 속에서 전략을 다듬고 선수들을 통솔합니다. 1995년작 <쇼걸>에서 스트립걸로 출연한 엘리자베스 버클리도 잠깐 나오죠. 리더는 물론 자기 욕심만 채우는 게 아니라 두루 팀원들에게 성장의 기회를 공유해야 합니다(p236). 리더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일지 깊이 생각하고 초심을 찾게 도우는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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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불되지 않는 사회 - 인류학자, 노동, 그리고 뜨거운 질문들
김관욱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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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직장에서 혹은 자신의 가게에서 허리가 휠 만큼 고된 노동에 시달리며 생계를 이어가고 더 나은 미래를 꿈꿉니다. 그런데 이런 고귀한 노동이 과연 그에 합당한 대가가 치러지며 지속되는 걸까요? 지금 당장은 지불이 유예되더라도 언젠가는 정당한 반대급부가 내 계좌에 입금되려니 하는 기대를 갖고 우리는 고된 일상을 이어갑니다. 그런데 이런 기대(p88. 로렌 벌렌트의 <잔인한 낙관>)가 종국에 가서는 배반되고 만다면, 우리는 시스템에다 더이상 헌신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북뉴스 카페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저자는 p32에서 김영선 박사의 2022년작 <존버 씨의 죽음> 일부를 인용합니다. 여기서 존버는 물론 우리가 인터넷 등에서 쓰는 속어 존버를 가리킵니다. 1990년대에는 파트릭 쥐스킨트가 지은 소설의, "그러니 제발날 좀 가만 내버려 두시오!"라 했던 좀머 씨(Herr Sommer)가 시대정신 일부를 대변했다면, 지금은 존버 씨가 우리들의 고달픈 삶을 상징합니다. 존버해서 우리가 기다리던 고도를 만날 수만 있다면 좀 늦어지는 정도야 참겠는데, 이게 체제가 개인들에게 벌이는 거대한 사기극의 일부라면 우리는 더 이상 분노를 참을 수 없습니다. 술 권하는 사회를 넘어 과로사를 부추기는 기업과 정부라면, 뉴저지 소재 룻거스 대 교수 줄리 리빙스턴의 연구 결과(p37)를 읽고 크게 반성해야 합니다.

저자 김관욱 교수는 영국 더럼에서 박사를 한 분이어서인지 책 곳곳에 영국의 사례가 인용됩니다. 당시 인도계 수낙 총리(지금은 선거에서 져서 노동당에 정권이 넘어갔습니다)가 NHS 재정 파탄 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한 여러 조치들이, 기실은 시스템의 온갖 썩은 문제들을 미봉하기 위해 내세운 편법이며 그 폐해는 기층 민중이 그대로 뒤집어쓴다는 끔찍한 결론을 대중도 어렵지 않게 간파했습니다. 수낙은 그래서 실각했지만, 한국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나를 지워버리면 좋은 본보기, 나를 지키면 나쁜 본보기(p74)"를 은근히, 아니 대놓고 강요하지는 않습니까? 모든 노동은 상처만 남기고, 하다못해 여성들이 꾸밈노동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던 마스크 착용 시기가 그리워졌다(p75)는 말이 나오는데,  이 와중에도 현장에서의 과로사, 사고사 뉴스는 그치지 않고 이어집니다(p99).

나치에 저항했던 백장미단 관련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란 고전이 있었습니다. 2009년 한국에선 노무현 대통령의 불상사를 추념하는 책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 니왔었고, 지금 김관욱 박사의 이 책에서는 p99에서, 2022년에 출간된 <2136, 529>의 일부를 인용합니다. 그 책의 부제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노동자의 죽음"입니다. 문구 사이에 찍힌 쉼표가 의미심장하게도 느껴지는데, 대체 우리 사회는 얼마나 더 많은 제물을 제단에 더 바쳐야 올바른 공감과 각성이 확산되겠습니까. 벌렌트가 말한 감각중추의 마비가 언제쯤 원상으로 돌아오겠습니까.

p153을 보면, 정신과 의사 오카다 다카시는 <심리조작의 비밀>이란 책에서, 누군가가 특정한 목적을 위해 큰 규모의 재난을 일으켜 그간 누적된 사회 성원들의 조건반사가 한번에 리셋되는 효과를 노린다는, 이른바 집단세뇌 패턴을 분석했다고 나옵니다. 이는 소련의 천재 생리학자 이반 파블로프의 성과에 기반한 논의인데 저자는 2022년 이후 이어진 자연재해로 인해 한국인이 겪는 트라우마의 도미노가 혹시 이와 관련된 건 아닌지 의혹을 제기합니다. "도덕이 초기화한 사회에서 냉소와 외면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면 이와 같은 비극이 또 없다"는 게 저자의 결론입니다. partial truth와 인포데믹의 병폐에 대해서도 저자는 p173 이하에서 논의합니다.

짧은 책이지만 다양한 르포, 고전, 학술논문, 문학작품 등이 향연을 이루듯 인용되며 독자에게 생각할 숙제를 던져 줍니다. 우리의 노동, 이웃의 노동이 과연 얼마나 올바르게 보상되는지 깊이 성찰해 볼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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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곤의 월 300만원 평생연금
김범곤 지음 / 진서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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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가에서 일타강사라 불리는 분들은 강의력, 전달력에서는 당대 최고지만 그 학문분야에 대해 이해도가 깊다고는 꼭 할 수 없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 저자 김범곤 소장은 금융관련 자격증 분야 일타강사이기도 하지만, 금융상품 딜링, 운용 실무에서도 1인자인 분들 중 하나입니다. 아마도 이 분야의 특성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애초에 실무에 밝지 못한 이라면 강의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 아닐까 생각합니다. TV 광고에서, 자산운용회사로부터 꼭 컨설팅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돈이 충분치 않아서"라고 하던 메시지가 생각나는데, 사실 돈이 아주 풍족하다면 구태여 계획이 필요없습니다. 자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요모조모로 계획을 짜고 그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보통 연금3총사라고 합니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연금저축 셋을 가리키죠. 그런데 책 p69에도 나오듯이 국민연금은 개별 가입자들이 뭘 어떻게 해 볼 여지가 아예 없고, 나머지 둘을 갖고 일정 목표를 세워서 굴려야 합니다. 이 책의 제목에 월 300이라는 말이 들어갔는데, p69에서는 연금저축 1억을 목표로 모으라고 합니다. 그 이유가 바로 월 300을 꼬박꼬박 받기 위해서입니다. 연금저축에서 매월 100을 인출하고, 나머지 200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에서 각각 받습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운용수익을 제외하더라도, 매년 1200을 빼쓰면 1억이라고 한들 8년 4개월이면 바닥납니다. 이래갖고서 평생연금 300 목표를 이룰 수 없죠. 그래서 책에서는 원금 훼손 없이 평생 연금 목표액을 수령하기 위해, 월 배당 ETF를 활용하라고 합니다. 이 김범곤 소장의 책을 바로 이런 맛에 읽습니다. 큰 무리를 하지 않으면서도 치밀한 아이디어를 통해 딱 현실적인 목표만 알뜰하게 이뤄내는 팁들이 많습니다.

사실 자산운용은 부지런해야 합니다. 자산운용의 대표 수단이 주식 투자인데, 어떤 종목이 유리한지 믿을 수 있는 정보만 물색하더라도 시간이 꽤 많이 들고, 일정 수익을 보았으면 즉시 돈을 빼야 하고, 저점을 잡았다 싶으면 바로 들어가서 오르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이게 빤히 보여서 타이밍을 알려 줘도 그냥 게을러서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p99를 보면 그런 게으른 이들을 위한 플랜도 마련되었습니다. 이 시나리오는 시뮬레이션이므로 꼭 이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으나 대체로 이 패턴대로 간다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 과정이 매우 현실적인데, 2022년에 주식 하락 손실이 제법 큽니다. 코로나가 2020년에 유행했고 이때 무차별적으로 올랐으니 2년 후 조정이 왔을 만합니다. 그런데 이때도 포트폴리오에 금 등 안전자산이 들었고(하지만 역시 1%대 손실입니다), 대신 달러 자산이 크게 올랐습니다. 이때부터 연준에서 인플레를 막기 위해 금리를 크게 올렸고 AI 혁신 조짐이 보이면서 미국 달러가 크게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그 흐름이 지금까지도 이어집니다. 만약 달러 항목이 이 포트폴리오에서 방어해 주지 않았더라면 손실을 피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앞에서도 말했듯 수익률의 키는 이 책에서 월 배당 ETF가 쥐고 있습니다. 배당을 받아서 생활비(혹은 무엇이라도)를 인출해야지 원금을 깨면 아무일도 안 됩니다. p111 이하에서는 두 가지 안이 제시되는데 하나는 미래에셋에서 만든 타이거 미국나스닥 100 커버드콜 ETF의 활용이며, 다른 하나는 삼성자산운용에서 만든 KODEX 미국배당 커버드콜 액티브 ETF 100입니다. p303 부록에 보면 커버드 콜 유형에 대한 설명이 나오니 개념 잡으려면 그 부분부터 먼저 읽어도 됩니다. 요즘같이 장이 안 좋으면 커버드콜을적절히 집어넣어야 그나마 손해가 덜합니다.

p181을 보면 안전자산은 단 한 번에, 위험자산은 적립식으로 매수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보통 직장인들 중 삼성전자 같은 우량주를 적금처럼 모아간다는 말들을 하는데, 삼전이 지금같이 안 좋으면 이조차도 안 통하는 말이긴 합니다. 아무튼 확신이 안 설 때 그래도 장래가 보인다 싶은 걸 매수하되, 절대 한입에 털어넣으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반대로 지금 많이 올랐다 싶은 종목을 내가 기 보유했을 때, 이 역시 나중에 더 오르면 배가 아프겠거니 해서 무한정 끌고 가면 안 됩니다. 분할 매도가 답이지요.

제가 생각할 때 이 책에서 물론 버릴 내용이 하나도 없지만, 구태여 하나만 꼽자면 DC형 IRP 계좌를 활용한 퇴직연금 운용법입니다. 실제로 절박하신 분들은 제 주변을 봐도 이미 이 분야에 도사인 이들이 많은데, 그렇다 해도 알음알음 수집한 정보와, 이 책처럼 체계가 잡혀 있고 망라적으로 정리된 책의 가르침하고는 비교될 게 아닙니다. 이 책은 금융자격증 공부할 때, 왜 그렇게 되는지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실무 시나리오가 아주 구체적으로 정리되었으므로 수시로 참고해도 됩니다. 아마 막힌 곳이 뻥 뚫리는 느낌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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