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나를 바라보기
이동연 지음 / 시간과공간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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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내면에 행복의 오아시스를 가지고 있다!" 책 앞표지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오아시스란 나의 생명이 고갈되어 갈 때 마지막 힘을 길어 올 수 있는 활력의 원천입니다. 또 나의 원기가 회복되어 간다면 이웃에게 나누어 주어 생명의 거대한 연대를 키워 가게 할, 타오르는 에너지의 마르지 않는 기지이기도 합니다. 누구에게나 이런 오아시스가 작은 듯 작지 않게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새삼 거대한 섭리의 위력과 신비를 체감하며, 자연과 우주 앞에 겸손해집니다.

(*책좋사 카페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자연과 합일하여 삿됨 없는 무위의 자연스러운 삶을 살자는 주장은, p54에서 저자께서 지적하듯 "아무 목적 없이, 되는 대로 살자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게 중요합니다. 목적이 없기는커녕, 오히려 자연이 태초에 거룩하게 예정해 둔 목적지를 향해 바르고 일관된 마음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 올곧은 자세를 뜻합니다. 아무 물욕이나 탐심 없이, 세상에 알몸으로 왔을 때처럼 모두 내려놓고 떠날 수 있는 떳떳하고 착한 마음을 우리 모두가 회복해야 합니다.

p108을 보면 공자(孔子)가 말한 마부삼품(三品)론이 나옵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그저 채찍으로 후려쳐서 말에게 노동을 시키는 마부는 하품(下品)이요, 말과 교감하며 나와 마음이 일치하는 경지까지 자연스레 이끄는 마부의 실력이야말로 상품(上品)이라 평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영화 <벤허>에서도 주인공은 말 한 마리 한 마리의 특징을 이해하고 그들의 특장(特長)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말을 이끌기에 경주에서 언제나 우승하고 말에게도 아무런 무리를 가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공자의 고사로부터 우리가 우리의 마음, 감정을 마치 말을 다루듯 조심스레 이끄는 지혜를 강조합니다. 진정 현명한 사람은, 폭풍처럼 몰아치는 감정의 격동을 어르고 달래며 세이프하버에 무사히 정박, 안착시킬 줄 아는 이입니다. 마음이 말[馬]과 같다는 저자의 말씀이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우리는 일이 너무 바빠 정신을 못 차리겠다며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과시나 하듯 과장하기도 합니다. 물론 일에 치여 정신없이 사는 게 현대인들의 평균적인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책 p163을 보면, 핵심을 찌르는 저자의 날카로운 일침이 있습니다. "일이 바쁜 게 아니라 그저 당신의 마음이 (공연히) 바쁠 뿐이다." 과연 그렇습니다. 같은 직장에서도 훨씬 넉넉한 품으로 업무를 다루면서, 기한 내에 일은 일대로 제대로 처리하는 멋진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일이 바쁜 게 아니라, 일을 핑계로 허둥지둥하며 사리의 선후와 경중을 도외시하는 우리의 불성실함이, 아무 필요도 없는 번잡과 무질서를 빚습니다.

과연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고 타 생명체에 비해 특별한 게 있을까요? p217을 보면 이런 오래된 인간의 믿음은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인해 모래성처럼 무너졌다는 말이 나옵니다. 결국 인간도 나무나 풀, 양이나 염소, 토끼처럼 지상에 우연히 출연하여 아슬아슬 생을 이어가는 평범한 생명체들 중 하나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여기서 저자는 영혼(靈魂)의 문제를 꺼냅니다. 사람이 노예처럼 직장에서 가정에서 루틴의 사슬에 매여 부품처럼 서모되면,  그 사람은 남들보다 훨씬 삶의 활력(elan vital)이 빨리 갉아먹힙니다. 그래서 사람은 끝없이 자신에게 희망의 주문을 불어넣곤 하는데 이게 바로 자기암시입니다. 악마와도 같은 권리금 사기 노파는 제 자식이나 자신처럼 남들도 인생을 망치길 바라는 비뚤어진 마음으로 타인에게 실패의 암시를 걸지만 그 서투른 수완으로 뭐가 잘 될 리 없습니다. 

영어 속담에 live and let live라는 게 있습니다. 나도 살고 남들도 각자의 방식대로 잘 살게 하려는 마음을 품어야 사리에 맞다는 뜻입니다. p284에 나오는 순례자처럼 열린 마음을 가져야 모두가 상생하며 이런 현인을 알아본 성주 역시도 비상한 인물입니다.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바른 의사력(意思力. p293)이야말로 짧게 지상에 머물다 가는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자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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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박또박 동시 따라쓰기 - 예쁜 마음 바른 글씨
이미선 엮음, 권은재 그림 / 미래주니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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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어려서 국어 교과서에서 동시(童詩)를 암송하고, 음악 시간에 동요를 부르며 성장했습니다. 물론 허세를 부리며 구태여 성인 가요를 따라하려 애쓴 애들도 있었지만, 마음 속으로는 내용과 형식이 모두 건전한, 듣기만 해도 마음이 깨끗해지는 듯한 동시, 동요를 읊조리며 벅차오르는 감동, 혹은 어릴 때에만 느낄 수 있는 환희 등을 체험했을 것입니다.

(*책좋사 카페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린이들은 아직 바른 자세를 몸에 배게 하며 손에 연필을 똑바로 쥐고 또박또박 글씨를 쓰는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기왕이면 그 텍스트가 티없이 맑은 동시라서, 그 순수한 마음에 정의와 용기와 수오지심이 가득 차서 어른이 되어도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불의를 단호히 배척하는 영혼으로 자라났으면 좋겠습니다.

윤동주 시인은 딱히 동시를 지은 분이 아닌데, 워낙에 그 마음에 티끌 하나가 자리하지 않던 거룩한 마음씀을 지녔던 시인이라서인지 그의 작품을 동시로 읽으면 동시처럼도 읽힙니다. 저는 어렸을 때 국어 교과서에 윤동주 시인의 작품 <새로운 길>이 아직도 입에서 맴도는데, "내를 건너서 숲으로/고개를 넘어서 마을로/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나의 길 새로운 길..." 이렇게 이어지는 작품입니다. 이 시가 분류상 동시에 속하는지는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읽어서 마음이 한없이 정화되는 듯한 그 느낌만은 분명합니다.

이 책 p34에는 시인의 작품 <눈>이 실렸는데 역시 비슷한 느낌이 드네요. 왼쪽 페이지에 작품이 제시되고, 오른쪽 페이지에 이를 따라쓸 수 있게 빈 노트 줄이 인쇄되었습니다. 우리는 다들 초등학교 때 시화전(詩畵殿)이라는 걸 자체적으로 열어, 시도 지어 보고 자작시를 도화지에 그림과 함께 그려 솜씨를 뽐낼 기회를 가졌더랬는데 요즘 애들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시의 배경에 예쁘고 담백한 그림이 실려, 마치 초등학교 시화전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p66에는 김소월 시인의 <부엉새>가 나옵니다. 간밤에 부엉새가 그리 울고 가더니 그 설움이 하늘을 덮어서인지 오늘은 내내 하늘이 흐려 해를 못 보고 날이 저문다는, 아이다운 감정을 짧고 강렬하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부엉새에 오히려 강렬히 공감하고, 어떻게 하면 내가 저 새의 마음을 풀어 주어 같이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속내가 아니겠습니까. 부엉새는 밤이 자신의 시간이니, 낮에도 그 시간이 내처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부엉새를 빨리 달래야 한다, 시인의 티없는 동심의 흐름은 이랬으리라 짐작합니다. 페이지 하단에는 어린 독자들이 읽어 보고 한번 생각해 볼 점을 짧게 노트한 문장이 있습니다.

<감자꽃>으로 유명한 권태응 시인은 마치 현대에 활동한 분 같지만 사실은 윤동주 시인과 생몰 연도가 거의 같습니다. 일제의 탄압으로 요절했다고 볼 수 있는 윤동주 시인과 사망연도까지 비슷하다는 건 권 시인 역시 요절했다는 뜻입니다. p86에는 그의 시 <앵두>가 실렸는데 역시 권 시인 특유의 청랑한 이미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담뿍 표현되었습니다. 살짝 주황에 가까운 앵두의 터질 듯한 싱그러움이 드러나는 그림도 아름답습니다. p94에 권 시인의 다른 작품 <한동네사람>이 실렸는데 그의 끈끈한 공동체의식, 이웃에 대한 소박한 신뢰가 드러납니다.

p110에는 정지용 시인의 <할아버지>가 실렸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처음 보는 작품인데, 평생을 자연과 벗하며 농사를 지어 온 그 마음을 하늘도 알았는지, 할아버지가 도롱이를 입고 들에 나서자 오래지 않아 비가 내리더라는 내용입니다. 인간의 선한 마음씀과 간절함이 온 우주에 닿으면 사실 어떤 기적도 이뤄질 수 있습니다. 어른들도 책장을 넘기며 초심을 찾을 수 있는 예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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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로 가는 마지막 기차 책고래마을 58
정임조 지음, 박성은 그림 / 책고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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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오래된 집들은 기와 지붕을 얹은 형태가 많았습니다. 가난한 농민들이 주로 살던 초가집은 내구성이 약하기에 지금껏 남은 게 많을 수 없습니다. 신라의 고도(古都) 경주도 이런 기와집이 아직 상당수가 전해 오죠. 경주의 으뜸가는 문화재인 다보탑의 돌사자, 석가탑의 돌방석, 황금돼지, 구름종이 날이 밝아오자 서로 말을 나누려 자리에서 일어나 까만 기와지붕 위에 모입니다. 마치 미국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를 보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오래된 문화재들이 만나 서로 무슨 말을 나눌지, 또 뭘 하러 갈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책좋사 카페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내일이면 다시 오지 않을 기차." 말만 들어도 뭔가 슬퍼지는 것 같습니다. 백 살 넘은 참나무가 넷에게 표를 팝니다. 현대 한국을 지방 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통 말합니다. 과거 비교적 인구가 고르게 분포했을 때에는 인프라스트럭처 역시 지방 구석구석에 설치되어 제 기능을 수행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수도권에 인구가 편중되다 보니 이용도가 낮은 시설은 운영을 멈춰야 한정된 세수가 효율적으로 쓰인다는 말을 듣습니다. 사람이 자주 안 찾는 지방의 역사(驛舍)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 기차는 가상의 존재는 아니고 실제로 사람들을 실었습니다. 그 정도가 아니라 이미 백 년이라는 시간 동안 운행을 했다고까지 합니다. 돌사자는 아이 맞은편에 앉고, 황금돼지는 아기 손을 만집니다. 아마 사람들은 이들이 눈에 안 보이나 봅니다. 열차에 탑승한 분들은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지, 다들 힘이 빠지거나 좌절한 모습들입니다(물론 잘 차려입은 노파 한 사람도 있네요). 구름종 등은 열차에서 내려, 백 년 동안 사람을 실었다 내렸다 한 열차를 그윽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백 년이라는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있었겠냐면서 말입니다. 

톨스토이의 단편집을 보면 사람 가운데 가장 미미한 모습을 하고 우리 곁에 왔던 이가 바로 예수 그리스도나 대천사들이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돌사자 등 넷은 아까 탔던 기차에서 "발을 잘 안 씻어 까맣던" 아기가 바로 부처님이었다는 말을 듣고 놀랍니다. 아기의 정체를 뒤늦게 알고도 이 넷은 그저 소리 높여 웃을 뿐입니다. 부처님도 알고보니 장난꾸러기였다면서 말입니다. 사실 우리 같으면 무서워서 벌벌 떨었을 텐데요. 죄 안 짓고 사는 이들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그림을 보면 아이 얼굴 뒤에 후광이 붙었는데 그림을 유심히 봤다면 벌써 눈치를 챘을 것입니다. 

밤이 다시 경주 고토 일대에 내리기 전 돌사자, 돌방석, 황금돼지, 구름종 들은 다시 제자리로 갑니다. 보통은 이런 존재들이 낮에는 제자리를 지키고 밤에는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설정인데 이 동화책에서는 반대로 되었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마당 귀퉁이 천장에 매달려야 하는 구름종이, 원위치로 돌아가기가 가장 까다로울 것 같습니다. 

다만 이 넷이 아직 해결 못한 문제가 있습니다. 부처님이 저 백년 기차의 마지막 달리던 날 마련하신 선물이 있겠는데 그게 뭐겠냐는 겁니다. 선물은 과연 이런 경우에 마땅히 주어져야 하는 걸까요? 넷은 부처님이 선물을 줄 것이라는 데 의심을 갖지 않습니다. 마치 어린이들 같습니다. 하긴 예수 그리스도도 너희 마음이 어린이들 같아야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과연 선물이 주어지는데 대지를 하얗게 수놓은 첫눈이었습니다. 열차의 마지막을 첫눈이 기념하게 한 게 과연 부처님답습니다. 1980년대 한국 락그룹 중 들국화가 있었다고 하는데, 고 조덕환씨가 만들고 부른 "세계로 가는 기차"를 들어 보면 "그러나 이젠~ 떠나가야 하는 길 위에 서서"에서 경상도 사투리가 섞여 "그르나"처럼 들리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 동화책의 부처님도 뭔가 촌사람처럼 구수한 데가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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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아 우라 - 청년 안중근의 꿈
박삼중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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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셀럽으로도 예전부터 유명하셨던 박삼중 스님이 쓰신 책입니다. 마침 몇 주 전 안중근 의사를 소재로 삼은 영화 <하얼빈>이 개봉되기도 했기에 우리 독자들이 더욱 뜻깊게 읽을 수 있습니다. 제목인 "코레아 우라"는 안 의사께서 일본, 러시아 현지 군경에 체포되기 직전 외쳤다는 러시아어(p146)로서 "한국 만세" 정도의 뜻입니다(러시아군 특유의 교의[?] "우라 돌격"이란 말도 있으니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단어입니다). 책은 10년 전에 초판이 나왔기에 이미 읽으신 분들도 있겠고, 지금 이 책은 개정판입니다. 삼중 스님은 작년(2024) 9월에 입적하셨습니다. 단 "카레야 우라"가 더 정확한 말이며, 안 의사께서는 에스페란토를 구사한 것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책좋사 카페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책 1부는 박삼중 스님 본인의 이야기입니다. 1인칭으로 어린 시절 많이 어려웠던 환경에 대해 말씀하시는데 그시절 어르신들의 삶이 이처럼이나 힘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이 숙연해지기도 했습니다. 왜경(倭警)들의 무지막지하고 잔인한 행태가 특히 p38 이하에 그대로 나오는데, "대일본제국에 대항하는 자들에게 자금을 대어주는 집안에 시집을 왔다는 건, 당신 역시도 똑같은 생각을 갖고 산다는 뜻 아닌가?" 이런 억지를 쓰며 힘 없는 여인을 잡아다놓고 사흘 밤낮을 두고 고문했다고 합니다. 

남편을 잃고 의지할 데 없는 여인에게 정신적 강박을 가했다는 사실 자체가 인간이기를 포기한 악질임을 자인하는 것이며, 그 심지가 굳던 분도 이 일을 겪은 후 뭔가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사람마냥 변했다는 게 아들 삼중 스님의 회고입니다. 사기꾼 범죄자들도 이와 같아서, 믿던 이에게 사기를 당하고 나면 사람이 넋이 나가게 됩니다. 이렇게 혼이 나간 사람한테, 좋은 먹잇감이었다 싶어 같은 수법으로 또다시 접근하는 악종도 있습니다. 부처님도 돌아앉을 만큼 구제불능입니다. 

p54 이하를 보면 소년 박삼중은 어려운 형편을 감당못하고 대처(大處)인 대구로 향합니다. 이 과정에서 생계에 도움을 받으려고 피를 팔 생각까지 하는데 너무나도 비참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도 마지막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납니다. "저기 들꽃이 나를 부르네. 이제는 가야겠어.(p64)." 삼중 스님이 p68에서 하시는 말씀을 보면 당신의 이름 앞에 항상 "사형수들의 대부"라는 칭호가 따라다녔다고 하십니다. 1967년 대구 보현사에서 포교 담당을 하실 때, 교도소에서 스님은 "머리가 빡빡이고, 옷이 칙칙하며, 죄 짓고 사는 인간이란 점에서 여러분과 나는 같습니다."라고 죄수들 앞에서 말했다고 나옵니다. 감동적이었습니다. 

이 책 서문에서 삼중 스님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안중근 의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우리들은 해방된 조국에서 편안히 잘 사는데 이게 다 독립 투사들이 애 쓰신 덕분입니다. 그렇다면 독립 운동가들의 행적과 그 정신에 대해 마땅히 배우고 익히며 마음에 새길 의무가 있습니다. 삼중 스님께서 많은 노력을 들여 안 의사에 대한 자료를 찾아 나서고 정리하신 것도, 안 의사가 이토를 격살하고 일제에 의해 수감되어 짧지 않은 시간을 옥에서 보내며 남긴 기록물들 때문이었습니다. 일제는 의사, 지사들을 무수히 투옥하고 형장의 이슬로 보냈는데, 해방 후 한국의 사법당국이 그와 같다고야 할 수 없지만, 억울하게 잡혀와 남의 누명을 쓴 수인(囚人)들이 많았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아니겠습니까. 

p91 이하에는 삼중 스님이 정리하신 다양한 흑백사진들이 나옵니다. 탄두, 브라우닝 권총, 안 의사가 갇혔던 여순 감옥 등이 보입니다. 글로만 이토 사살 의거를 접하다가, 이렇게 살벌한 형태의 총기, 탄환 등을 보니 의사의 결기와 집념이 얼마나 농도 짙은 것이었는지 조금이라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p148을 보면 러시아 검사(당시 만주에서 러시아가 부분적으로 형사 관할권이 있었습니다. 책에 헌병 분파소라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가 안 의사에게 공초하길 가담자는 누구이며 얼마나 되는가라고 합니다. 안 의사의 대답은 "대한 동포 이천만"이었습니다. 인격적으로도 훌륭하고 학식도 높았던 안 의사는 이처럼 말씀 한 마디에도 천근만근의 무게와 열정, 통찰이 담겼습니다. 2부는 안의사가 1인칭으로 말하는 소설 형식입니다. 

p184 이하에 안 의사가 법정에서 설파한 그 유명한 최후 진술이 나옵니다. 이 연설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변호사와 청중이 모두 감복했으며 그가 남긴 책 <동양 평화론>은 아직까지도 인구에 회자됩니다. 삼중 스님이 새로 발굴한 여러 자료가 포함되어 더욱 가치있는 책이며 소설처럼 재미있게도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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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1학기 급수표 받아쓰기 (2024년 시행) - 초등학교 입학하면 꼭 하는 급수표 받아쓰기
컨텐츠연구소 수(秀) 지음 / 스쿨존에듀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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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1학기 교재와 편제는 같습니다. p3을 보면 초등학교 입학 후 처음으로 맞는 도전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아이들 딴에는 학교에서 비로소 마주하는 하나의 고비와 같습니다. 집필진이 남긴 이 머리말을 보면 일종의 "엄마표 홈스쿨링"을 직접 시행착오를 통해 거쳐 보고, 그 결과물로 출판하게 된 게 바로 이 교재인 듯합니다. 소리내어 읽기, 따라쓰기, 연습하기, 잠시 놀이터에서 쉬어가기 등의 순서를 따르는 게 이 교재를 가장 정석대로, 또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겠습니다. 

(*책좋사 카페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급수표와 받아쓰기, 국어교과서 (일부) 텍스트가 통합된 책답게, 모든 페이지에는 이게 교과과정상의 몇 급에 해당하는 텍스트들인지가 일일이 표시되었습니다. p18을 보면 이게 2급 텍스트들인데, "천체 망원경으로 별을 관찰할 거예요." 같은 문장이 나옵니다. 여기서도 맞춤법상의 미묘한 예가 하나 나오는데, "거예요"와 "거에요" 중 어느 것이 맞겠습니까? 서술격 조사 "이"와 어미 "에요"가 합쳐졌으므로 "거예요"가 옳습니다. 스쿨존에듀의 교재라서 이런 작은 부분에도 신뢰를 유지하며 아이와 공부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p41에는 6급 텍스트가 나옵니다. 받아쓰기를 정확히 하기 쉽다, 어렵다를 떠나 내용 자체가 아이들이 이해하기에 마냥 쉽다고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텍스트들은 모두 국어 교과서에서 뽑은 것들입니다). "환경 단체들은 해안가에..." 같은 구절을 보면, 초2 아이들이 과연 환경단체가 뭐하는 조직인지 정확히 알고 있을지 저는 살짝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해안가"는 안(岸)이라는 한자가 가장자리라는 뜻이므로 형태소 "가"와 겹쳐 겹말을 이루지만, 여튼 "해변가"와 함께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국어 교과서에도 단어가 나오는 듯합니다. "몫을" 같은 단어가 초2들이 그 맞춤법 구조를 완전히 이해하긴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교재는 1-1 단계에서부터 겹받침을 따로 신경써서 짚어 주었더랬습니다. 

p55에는 8급(우와) 텍스트들이 나오는데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같은 문장은 어떻습니까? 페달은 원어가 pedal인 외래어입니다. 남자 아이들 상당수는 어려서 세발자전거를 타고 놀았으므로 페달이라는 단어가 익숙할 수도 있겠습니다. "밟았다"는 겹받침이 두 음절에 들어간 단어인데, ㄹ과 ㅂ 같은 서로 다른 자음이 어우러진다는 게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죠. "았" 역시, 왜 꼭 쌍시옷이어야 하는지 원리를 좀 신경써서 가르칠 필요가 있습니다. 일곱 번째 문장, "발을 맞추며'에서도 "맞(어근)"과 "추(접미사)"의 관계, 발음 등에 강조점을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여섯 번째 "설레는"도, "설레이는(x)"이라고 잘못 쓰지 않게 조심해야 하겠네요. 

p62를 보면 "어린싹이 쑥쑥 올라와요."라는 문장이 있습니다(⑩번 문장). 이때 띄어쓰기를, "어린 싹"으로 하는 게 맞지 않냐고 의문을 제기한 분이 제 주변에 있었습니다. "새싹"도 "새 싹"처럼 쓰지 않듯이, 이 단어도 이미 하나의 굳은 의미로 보아 "어린"과 "싹"을 띄우지 않습니다. p66의 "줄넘기"도 "줄 넘기"로 쓰지 않습니다(띄우면 다른 뜻이 됩니다). p67에서 형제 간의 도타운 정은 "우애(友愛)"라는 말을 쓰는데(10급), 친구라는 뜻의 우(友)라는 글자가 들어간다는 게 재미있습니다. p71을 보면 "꺾지", "은혜", "어떻게", "궤짝" 등의 단어가 아무래도 어려울 듯합니다. 

p78을 보면 "힘내!"도 두 단어 사이를 띄우지 않습니다. "잘할"도 마찬가지입니다. "괜찮을까?"라는 문장은 역시 겹받침 처리가 어렵습니다. "천둥소리"도 두 단어를 띄어쓰지 않죠. "며칠"도 "몇 일"이라고 잘못 쓰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저는 이 교재를 공부시키면서, 이 책이 일종의 족집게 예상문제집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출판사의 의도와 다를 수 있으며 제 개인적 평가입니다). 아무래도 학교에서 담당 교사들도 까다롭다 싶은 구절을 시험에 내려 하지 않겠습니까. 알차게 구성되고 편집이 깔끔깔끔하여 아이들에게 그나마 공부 부담을 줄여 줄 교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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