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나를 바라보기
이동연 지음 / 시간과공간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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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내면에 행복의 오아시스를 가지고 있다!" 책 앞표지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오아시스란 나의 생명이 고갈되어 갈 때 마지막 힘을 길어 올 수 있는 활력의 원천입니다. 또 나의 원기가 회복되어 간다면 이웃에게 나누어 주어 생명의 거대한 연대를 키워 가게 할, 타오르는 에너지의 마르지 않는 기지이기도 합니다. 누구에게나 이런 오아시스가 작은 듯 작지 않게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새삼 거대한 섭리의 위력과 신비를 체감하며, 자연과 우주 앞에 겸손해집니다.

(*책좋사 카페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자연과 합일하여 삿됨 없는 무위의 자연스러운 삶을 살자는 주장은, p54에서 저자께서 지적하듯 "아무 목적 없이, 되는 대로 살자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게 중요합니다. 목적이 없기는커녕, 오히려 자연이 태초에 거룩하게 예정해 둔 목적지를 향해 바르고 일관된 마음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 올곧은 자세를 뜻합니다. 아무 물욕이나 탐심 없이, 세상에 알몸으로 왔을 때처럼 모두 내려놓고 떠날 수 있는 떳떳하고 착한 마음을 우리 모두가 회복해야 합니다.

p108을 보면 공자(孔子)가 말한 마부삼품(三品)론이 나옵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그저 채찍으로 후려쳐서 말에게 노동을 시키는 마부는 하품(下品)이요, 말과 교감하며 나와 마음이 일치하는 경지까지 자연스레 이끄는 마부의 실력이야말로 상품(上品)이라 평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영화 <벤허>에서도 주인공은 말 한 마리 한 마리의 특징을 이해하고 그들의 특장(特長)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말을 이끌기에 경주에서 언제나 우승하고 말에게도 아무런 무리를 가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공자의 고사로부터 우리가 우리의 마음, 감정을 마치 말을 다루듯 조심스레 이끄는 지혜를 강조합니다. 진정 현명한 사람은, 폭풍처럼 몰아치는 감정의 격동을 어르고 달래며 세이프하버에 무사히 정박, 안착시킬 줄 아는 이입니다. 마음이 말[馬]과 같다는 저자의 말씀이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우리는 일이 너무 바빠 정신을 못 차리겠다며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과시나 하듯 과장하기도 합니다. 물론 일에 치여 정신없이 사는 게 현대인들의 평균적인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책 p163을 보면, 핵심을 찌르는 저자의 날카로운 일침이 있습니다. "일이 바쁜 게 아니라 그저 당신의 마음이 (공연히) 바쁠 뿐이다." 과연 그렇습니다. 같은 직장에서도 훨씬 넉넉한 품으로 업무를 다루면서, 기한 내에 일은 일대로 제대로 처리하는 멋진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일이 바쁜 게 아니라, 일을 핑계로 허둥지둥하며 사리의 선후와 경중을 도외시하는 우리의 불성실함이, 아무 필요도 없는 번잡과 무질서를 빚습니다.

과연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고 타 생명체에 비해 특별한 게 있을까요? p217을 보면 이런 오래된 인간의 믿음은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인해 모래성처럼 무너졌다는 말이 나옵니다. 결국 인간도 나무나 풀, 양이나 염소, 토끼처럼 지상에 우연히 출연하여 아슬아슬 생을 이어가는 평범한 생명체들 중 하나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여기서 저자는 영혼(靈魂)의 문제를 꺼냅니다. 사람이 노예처럼 직장에서 가정에서 루틴의 사슬에 매여 부품처럼 서모되면,  그 사람은 남들보다 훨씬 삶의 활력(elan vital)이 빨리 갉아먹힙니다. 그래서 사람은 끝없이 자신에게 희망의 주문을 불어넣곤 하는데 이게 바로 자기암시입니다. 악마와도 같은 권리금 사기 노파는 제 자식이나 자신처럼 남들도 인생을 망치길 바라는 비뚤어진 마음으로 타인에게 실패의 암시를 걸지만 그 서투른 수완으로 뭐가 잘 될 리 없습니다. 

영어 속담에 live and let live라는 게 있습니다. 나도 살고 남들도 각자의 방식대로 잘 살게 하려는 마음을 품어야 사리에 맞다는 뜻입니다. p284에 나오는 순례자처럼 열린 마음을 가져야 모두가 상생하며 이런 현인을 알아본 성주 역시도 비상한 인물입니다.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바른 의사력(意思力. p293)이야말로 짧게 지상에 머물다 가는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자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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