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업을 위한 브랜딩 법칙 ZERO
김용석 지음 / 처음북스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화려하고 스케일 큰 대기업 광고를 TV에서 자주 봅니다. 또 번화가를 지나면서도 큰 돈을 들인 스크린 애드를 보며 지금 자신이 대도시 한복판에 서 있음을 새삼 확인합니다. 언젠가는 나도 성공해서 내 회사를 갖고 소비자 대중을 향해 저렇게 멋진 어필을 해야지, 이런 꿈을 꿀 수 있겠는데... 그러나 이 책 저자께서는 작은 기업(자영업자, 1인 기업)의 경우 대기업과는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방법이 전혀 달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어떤 근거에서 그러한지, 만약 그 주장이 타당하다면 작은 업체는 내 상품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기억시켜야 하는지, 많은 사례를 통해 전개되는 체계적인 이론, 구체적인 기술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저자는 p46에서 먼저 브랜딩 3대 고수 중 한 사람인 데이비드 아커의 가르침부터 인용합니다. 이처럼 이 책은 먼저 브랜딩의 원론부터 차분히 독자한테 납득시키고, 이어서 우리 독자들이 현실적으로 관심 있어하는 소기업용 각론으로 들어가는 논리적인 태도부터가 일단 신뢰가 갔네요. 먼저 아커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사장이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고자 하는, 지향하는 목표)와, 브랜드 이미지(대중이 실제로 받아들이는 상태)가 일치해야 그게 진정한 일류, 성공하는 브랜드라고 말했습니다. 또 저자는 마티 뉴마이어의 견해도 인용하며, 브랜딩은 회사의 노력, 브랜드는 대중의 직감이라고도 하는데, 이 역시도 아커의 말과 일맥상통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명언입니다. 

중간 불일치 가설(moderate incongruity effect. p92)이라는 게 있다고 합니다. 저자의 설명을 잠시 여기 그대로 인용하면, 사람들은 너무 생소한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보이고, 반대로 너무 익숙한 것에 대해서는 지겨워하니, 그 중간 지점을 적절히 공략해야 환영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들도 소박한 상식 선에서 기꺼이 수긍할 수 있는 이론이죠. 이처럼, 보편타당한 진리는 전문가이건 문외한이건 공히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절묘한 포인트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어 p93에는 충주시 6급 공무원이신 김선태님의 유튜브 채널 성공사례가 나옵니다. 홍보에는 많은 돈이 필요한가? 김선태님은 단돈 65만원으로 그 일을 해 냈습니다. 우리들도 그가 얼마나 간단한 방법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잘 알며, 저자 김용석 대표는 이분이 홍보의 정석을 꿰뚫었는지 지적하는데, 홍보를 간결하게 저렴하게 해야 할 처지의 모두가 본받을 만합니다. 대박의 비결은 결코 복잡한 데 있지 않습니다. 모두의 관심사, 가려운 곳을 정타로 공략하는 게 핵심이죠. 

p111에는 AHC의 성공 사례가 나옵니다. 책에서도 그렇게 말합니다만 사실 한국 화장품 시장만큼 레드오션인 곳도 없습니다. 제품이 다 거기서 거기면 대중은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제품을 만든 대표야 자기 제품 자기 "자식"이 세상에 둘도 없이 이뻐보이고 마음에 들겠지만, 시장에서 치열한 전투를 치르는 야전사령관의 입장에서라면 그 누구보다 자기객관화가 필요합니다. 저자는 제품, 상품, 작품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고 지적하는데, 대표는 아마 자신의 제품이 곧 작품이며(여기까지는 누가 뭐라고 할 게 아닙니다), 그러므로 시장에서도 대히트를 쳐서 마땅한 상품으로 대접받으리라고 기대하지만 마케팅과 홍보의 진짜 역할이 여기서부터입니다. 

p134까지를 보면 저자는 글로벌 기업 맥도널드가 각국에서 벌이는 차별적인, 또 성공적인 마케팅과 판매 정책에 대해 설명합니다. 정말 쉽고 재미있는 서술이지만, 이 사례를 나의 작은 가게의 생존 전략에 어떻게 접목할까. 이런 의문이 자연스럽게 들었던 것도 또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그런 의문을 다 예상했다는 듯, 작은 기업은 작은 기업대로 공간 한정 프로모션이 가능하다고 하며, 쿠폰이나 스탬프 등 사람들을 단골로 만드는 유효한 전략은 얼마든지 있다고 합니다. 동네 작은 가게에서도 이런 전략은, 처음에는 사장님이 좀 창피할 수도 있겠지만 한번 시도해 볼 만하지 않나, 독자인 저도 생각해 봤습니다. 

p156을 보면 단순히 일개 소비자로만 머물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합니다. 저자가 직접 어느 가수의 콘서트에 청중으로서 가 봤는데, 한 번도 안 가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신 나는 콘서트라는 명성이 왜 자자했는지도 확인 가능했다고 합니다. 작은 가게 사장님들도 단골 손님의 "참여" 욕구를 소비자에게 자극하여, 충성고객을 넘어 팬으로까지 포섭하는 노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사법률콘서트 - 다양한 법률이슈를 예리하게 담아낸
이임성 지음 / 미래와사람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대 사회는 많은 사람들이 더 긴밀한 소통을 이루며 살다 보니 분쟁이 자주 빚어집니다. 송사라는 건 가급적이면 얽히지 않는 편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휘말렸다면 냉정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며 내 이익을 지켜 내게끔 노력해야 합니다. 제31회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의정부지검, 울산지검 등에서 부장검사를 지낸 이임성 변호사가 저술한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혹은 조직 내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법률 이슈에 대해 쉽고 실용적인 설명과 조언을 베풉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85를 보면 살해범이 합의금 명목으로 1억 5천을 법원에 공탁하고, 이를 감안한 법원이 4년을 더 줄여 형량을 정했던 사례가 나옵니다(지리산 펜션 살인사건). 그런데 피해자 가족은 공탁 사실을 몰랐으며, 선고가 확정되고 난 후 살해범은 저 공탁금을 도로 찾아갔다고 합니다(물론 형이야 확정된 대로 살게 됨). 참 법의 맹점이 바람직하지 못하게 드러난 개탄스러운 사례이겠는데, 다만 저자는 민사소송을 따로 제기하는 방법이 있다고는 합니다. 파해자 측은 (즉시 피해 보전을 받을 수도 있었으나) 이제 번거롭고 비용이 들 수 있는 소송을 따로 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생기는 셈입니다. 

이 파트에서 제가 유익하게 읽었던 대목 중 하나는, 형사 사건에서도 합의금이라는 게 다양하게 정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실무에서 많은 이들이 관심 있어하는 부분은, 승소/패소 가능성이나 유무죄 여부보다도, 이렇게 합의금이나 배상금이 얼마나 통상 책정되는지입니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사건에 따라 다양하다는 전제 하에, 그 종류에 따라 대략 어느 선에서 사건이 해결되는지 대략이나마 알려 주기 때문에, 독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정보가 있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사건에 대응하려면 전문가와 심도 있는 상의를 거쳐야 하겠습니다. 

유진오 박사가 그 초안을 놓은 한국 헌법은 제1조에서 국체와 정체(政體)로 민주공화국을 규정합니다. 저자는 공화(共和)의 뜻에 대해, 여러 재료의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평양 냉면을 예로 들며, 서로 개성과 가치관이 다르지만 그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를 이해하며 성숙한 태도로 세상을 보는 지혜를 강조합니다. 여기서 저자가 냉면 이야기를 꺼낸 건 그저 요리나 헌법을 여담처럼 풀어내려는 의도가 아니라, 어느 면옥점의 상표권을 둘러싼 분쟁을 설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요즘은 자영업자들도 특정 프랜차이즈에 가입해 있거나, 자신이 체인점을 처음 만들어 가맹점들과 함께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런 상표를 둘러싼 다툼에 일반인들도 관심이 많습니다. 상표뿐 아니라 운영주체가 누구인지, 특정 메뉴를 놓고 원료 함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놓고 당국에서 강제처분을 할 때에도 해석을 두고 분쟁이 생길 수 있는데(p115l 이것 관련 사례도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서(물론 당사자들에게는 피를 말리는 골칫거리였겠지만) 독자로서는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저자께서 의정부지검에서 근무하신 분이다보니 경기북도 분도 이슈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습니다. 처음에 저는 "이 문제는 책의 주제와 다소 거리가 있지 않나?" 같은 생각도 들었는데, 다시 책 겉표질로 돌아가보니 "시사(時事)"라는 단어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는 게 눈에 들어옵니다. 아니나다를까 책에도 몇 달 전 김동연 경기지사와 한동훈 위원장(이 직함은 아마 선대위원장이겠습니다. 총선 치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참 빠르게 흘렀네요) 사이의 대립도 잠시 회고되는데, 이 장들에서는 경기 북부 주민들의 사법시설 차별 문제부터 해서 읽어 볼 만한 묵직한 이슈들이 많이 논의됩니다. 

골상학(?)을 바탕으로 그 생김새에서부터 범죄자가 될 형질을 타고난 자들이 따로 있다는 믿음이 근대 유럽에서 잠시 유행한 적 있습니다. 이런 흐름도 그 나름대로는 과학적 근거라는 걸 내세워서 지지자들을 얻기도 했다는 게 사실 충격적이죠. 19세기 형법학자 체사레 롬브로조는 한국의 총론 교과서에도 그 이름이 언급되는 인물입니다. 물론 현대형법학은 이런 오류를 진즉에 다 극복하고 인권 옹호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사회와 사람에 대한 민완 변호사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서 마음이 든든해지는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쉼과 나아감에 대하여 - 인생의 오아시스를 만나는 예일대 명강의
마릴린 폴 지음, 김태훈 옮김 / 북플레저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엇이든 그것이 딱 필요한 순간에 나를 찾아준다면 맹물 한 잔도 인생의 은인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영어 원제를 보면 <An oasis in time>인데, 제때에 발견한 오아시스는 내 인생의 구원에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태도와 시각을 확장하여, 내가 내 인생에서 마주한 모든 것을 그 시각의 오아시스로 수용한다면, 삶의 매순간이 기쁨과 보람, 감사함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26을 보면 "스트레스가 당신을 죽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유기체의 건강 유지에 도움을 주지만,  스트레스가 시도때도 없이 계속되면 죽음까지는 몰라도 그 사람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10대들에게도 peer-pressure라는 게 있고(p30), p33에 인용된 토니 슈워츠는 "인생에서 아무것도 않고 가만히 있어도 별 문제가 없다는 걸 나는 늦게서야 받아들일 수 있었다"란 말을 했습니다. 현대인은 그만큼이나, 무엇인가를 하지 않고 쉬는 것에 큰 죄책감을 느끼는 존재인 거죠. 참고로 이 토니 슈워츠가, 도널드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을 대필한 바로 그 사람입니다.  

아무튼 누구라도, 스트레스가 임계점을 넘었다 싶은 바로 그 순간에 오아시스 타임(p43, p98 등)을 가져야 합니다. 장수하는 사람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는가? p27을 보면 이런 블루 존(blue zone)을 형성하는 사람들의 성격적 특징이 바로 timeless congeniality입니다. 이 책에서는 "한결같은 친화성"이라고 번역합니다. 한결같은 친화성이 가식이나 억지춘향놀음이 아니라 당사자의 진심이어야 하며 이런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정화하는 강력한 기제가 정신 안에 내장되어 있습니다. 

p89에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쓴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인용됩니다. 그녀는 현대인들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게, 멈추지 말고 무작정 달리기만 해야 한다고 믿는 성과지상주의라고 강조합니다. 오아시스 타임은 양(量)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적절한 리듬을 되찾는 게 필수인데, 무엇의 리듬이냐면 "이걸 반드시 해 내고 말거야"와 "그냥 이대로도 좋으니 여기서 행복감을 느끼자" 사이의 균형이라고 합니다(p96). p142 이하에 이 휴식의 리듬을 찾고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이 나옵니다. 

쉰다고 해서 그 시간들이 다 내것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그저 빈둥거리기만 한다면 쉼이 쉼이 아니라 불안감 혹은 지루함으로 점철된 지옥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p147에는 그 쉼의 시간이 오롯이 내 것으로 소화되게 돕는 체크리스트가 나옵니다. 이렇게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실천을 위한 계획표를 만들어도, 그 실천에 압박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참 역설적인 결과가 나옵니다. 그래서 저자는 p153에서 "융통성을 발휘하라"는 충고를 덧붙입니다. p156 이하에는 오아시스 타임 연습의 구체적인 사례들이 나오므로, 독자들은 이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걸 골라 적용하면 될 듯합니다. 

미국에서는 알코올 의존증, 고도비만, 금연실천자, 마약중독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이들이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룹을 지어 정기적으로 모여 고민을 나누고 자신의 실천(또는 실패담)을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풍조가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p225를 보면 일중독자 모임이 나오는데, 자신의 일에 몰입하고 딴 생각을 안 할 정도면 이보다 더 바람직한 사회인이 있을까 싶어도 저자는 워커홀릭 역시 결국은 자신을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는 질환자로 보고 있습니다. p252를 보면 <타임푸어>라는 책 내용 일부가 소개되는데 이 책은 2015년에 저 제목으로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원제는 저게 아닌데 참 기발하게 번역되었다고 당시에 전 생각했었습니다. 이 저자 이름은 Brigid Schulte인데 Brigitte Schult라고 잘못 알기 쉽습니다. 

아무리 좋은 원칙과 아이디어, 계획이라도 이를 자신의 삶에 올바로 적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p277을 보면 정서적 경계, 즉 걱정과 불안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방법이 설명되는데 저자의 친구 수잔이라는 분의 실제 사례로부터 추출된 교훈이라서 독자가 소설처럼 읽으며 핵심 레시피를 챙길 수 있습니다. 사례와 구체적인 지침이 많아 독자가 읽으면서 맞춤형으로 자신에게 도움의 시나리오를 세팅해 나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 읽기 시크릿, 법칙 101 - 패턴 뒤에 숨어 ‘세상을 움직이는 법칙들!’
이영직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런 이치나 필연적 논리 없이 무작위로 흘러가는 것만 같지만 그래도 세상에는 어떤 도리나 법칙 같은게 있을지 모릅니다. 저자 이영직 대표님은 다양한 경력을 거친 분인데, 예쁘고 컴팩트하게 만들어진 이 책에는 저자가 추출한 법칙 101개가 정리되었습니다. 이 법칙을 통해 우리는 세상의 패턴을 읽을 수 있고, 세상의 추세에 현명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나아가 내 삶을 긍정적이고 보람차게 가꿔 갈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65의 014번에는 "피터의 원리"라는 게 나옵니다. 그 바로 앞에는 파킨슨의 법칙이 잠시 언급되었는데, 이는 한계수확 체감의 법칙과 함께 조직이 그저 크기만 할 뿐 효율성을 결여하고 최적화되지 못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일어나는지 잘 말해 줍니다. 자신의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자리까지 기어이 꾸역꾸역 올라가고야 만다는 게 저 원리의 내용인데, 저자도 말하듯이 이는 조직의 병리적인(pathological) 현상을 지적하기 위함입니다. 저자는, 위로 올라갈수록 다양한 개성들을 조율하고 조정하는 능력이 훨씬 중요한데, 맥아더 같은 이는 비록 본인의 능력이 뛰어났을망정 지나치게 독선적인 인물됨이었으므로 후배였던 아이젠하워보다 부족했던 리더임이 명백하다고 단언합니다. 

p85의 020번 법칙을 보면 문명사학자 토인비가 정립한 하나의 도그마가 나오는데 그게 바로 도전과 응전의 법칙입니다. 아무리 찬란한 문명을 과거에 완성했다고 해도, 시대의 조건과 기류가 바뀌면 더 이상 과거의 시스템은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때에는 과감하게, 과거의 틀을 바꾸어야 합니다. 만약 이건희 회장이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재산과 가업에만 안온하게 머물렀다면, 현재의 글로벌 기업 삼성은 과연 존재할 수 있었을까요? 세계적인 거인으로 우뚝 서기는커녕, 한국 1위 기업이라는 자리조차 지키지 못했을 것입니다. 

p109에는 프레임의 법칙이라는 게 나오는데, 세상만사는 그 보는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파악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1등보다 2등이, 그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더 행복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가르침입니다. "기도할 때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되지만. 담배 피울 때조차 기도는 가능하다"는 랍비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 아니라, 따지고 보면 인생의 심오한 진리를 한 줌 품고 있는 것입니다. 동메달을 딴 자가 가장 만족스럽고, 청소부가 자기 일에 대해 가장 큰 긍지를 느낀다니 그 역시 인생의 역설이라 하겠습니다. 

p147에는 질투의 법칙이 나오는데, 비록 테슬라의 교류가 에디슨의 직류를 이겼으나 미국이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괴짜 천재를 질투하여 테슬라에 대해 정당한 명예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저자의 의미부여입니다. 교류가 직류에 대해 이겼음은 역사적 팩트입니다만, 그 이후에 공산권 출신 천재에 대한 질투가 끼어들어 테슬라가 묻혔다는 견해는 저로서는 처음 듣는 바입니다. 커런트 워는 19세기 후반의 일이고, 유고에 공산 정부가 들어선 건 아무리 이르게 잡아도 1940년대 초입니다. 아무튼 질투의 법칙에 대해 그런 식의 해석을 시도하며 테슬라와 에디슨의 대립을 이에 적용하는 저자의 견해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그자리에 머물지 않고 끝없이 변천의 과정을 겪는다는 이치는 서양에서는 헤겔이 변증법을 정립하면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으나, 동양에서는 공자의 시대보다도 훨씬 전에 이미 <주역>이라는 경전이 저술되어 신비스럽게 해석되고 존중되어 왔습니다. p210을 보면 저자는 0과 1로 세상의 모든 것을 변환하는 디지털의 원리야말로 사실은 수천 년 전 주역(周易)에서 이미 확고하게 밝혀 놓았다고 말합니다. 그 핵심은, 음(陰)과 양(陽)이 교섭하여 온갖 이치가 빚어지니 窮, 變, 通, 久의 4단계 변천이 돌고돌아 세상사 천태만상이 유발된다는 심오한 묵시이니, 후세인들은 이를 생각하면 할수록 그 탄탄한 교의의 구조 앞에 숙연해집니다. p223에는 유연한 전술을 구사하여 농민의 마음을 얻어 대륙의 패권을 차지한 마오의 승리 비결이 서술되는데, 이 대목도 매우 재미있게 읽었네요. 우리 국민들도 이제 마오의 삶을 더 깊이 공부해야 할 듯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빛 컬러링 엽서북 : 음식 여행 - 다채로움의 마법에 걸리는 꿈빛 컬러링 엽서북 5
후나바시 잇타이 지음, 곽현아 옮김 / 시원북스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진(photo)이 발명되고 나서 그림은 아무 소용이 없어졌다는 말도 잠시 돌았으나 인상파, 후기 인상파, 입체파 등의 대가들이 속속 출현하여 예술의 독자적 가치를 입증했습니다. 음식 사진도 이를 전문으로 찍는 분들이 있고, 이런 분들이 내놓는 작품은 일반인들의 그것과는 질감이나 구도부터가 다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지금 이 책은 일본인 예술가 후나바시 잇타이(船橋一泰)의 작품들을 바탕으로 꾸민 엽서북인데, 그저 음식들을 사진으로 재현한 것과는 또다른 맛이 있습니다. 사진도 잘못 찍으면 이게 대체 뭘 보고 나온 건지 헷갈리기도 하죠. 그러나 후나바시 씨의 그림들은 한번에 피사체가 인식이 되는 건 물론, 그 음식이 풍기는 따스한 느낌, 그에 얽힌 행복한 추억 등이 작품에 그대로 배어 나온다는 게 독특합니다. 이래서 우리들이 그림, 회화(繪畵)라는 예술 형태를 끝까지 버릴 수가 없나 봅니다. 

이 책은 엽서북이긴 하나 관제엽서보다는 조금 작은 사이즈의 엽서 둘이 붙어 있습니다. 절취선을 따라 조심스럽게 뜯으면 분리될 수 있습니다. 형식은, 왼쪽에 완성된 작품(풀컬러)이 있고, 오른쪽에는 흰색 빈 공간의 그림이 독자의 컬러링을 기다립니다. 내가 컬러링을 색연필로 완성하면 그건 이제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엽서로 재탄생하는 것입니다. 물론, 내 눈에는 이처럼 빈 흰 공간에 선만 그린 상태로 그대로 있는 편이 더 예쁘다고 생각한다면 그대로 놓아 두어도 되겠고 바로 우표만 붙여 엽서로 써도 될 것입니다. 요즘은 이동전화, 소셜미디어, 이메일이 워낙 널리 보급되어 누가 편지, 엽서 등을 쓸까 싶어도 사람의 낭만이라는 게 꼭 그렇지 않습니다. 

앞에서 제가, 그림에는 형상의 단순한 재현을 넘어 그를 바라보는 사람의 느낌, 추억이 담겼다고 했는데, 저자도 같은 말을 합니다. 앞부분에 저자의 설명이 실렸는데, 어떻게 하면 음식이 맛있게 보이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게 아마 인스타에 사진 찍어 올리는 많은 이들의 고민일 것입니다. 일단 피사체를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부터가 어떤 감성으로 충만해야 합니다. 이게 안된다면 아무리 억지로 어떤 기술을 부려도 결과물에 그 감정(있지도 않았던)이 배어날 수가 애초에 없는 것입니다. 

일단 색의 종류가 많아야 질감이 살고, 일반적으로는 더 맛있어 보이는 느낌이 늘어난다는 게 저자의 말입니다. "맛있어 보이게 한다"는 말이 많은 이들에게 호기심을 부를 텐데, 우리 독자들이 궁금하던 바를 짧은 말로 잘 대답한 문장 같습니다. 이 설명 파트에는 오징어순대가 나오는데, 오징어순대를 한국 토종 음식으로 알지만 일본에도 비슷한 게 이카메시(いかめし)라고 있죠. 홋카이도와 강원도 동해안은 같은 바다를 사이에 끼고 있습니다. 위도 자체는 훗카이도가 약간 높아도 해류의 이동이라든가 농사 중심의 생활 양식이 닮았기에 이렇게 비슷한 음식이 생기기도 합니다. 

먹음직스러운 랍스터 요리가 보입니다. 곁에 흔한 버터구이 같은 것 말고 일본식 김밥 노리마키나 대형 굴부터 해서 밑에는 마카롱까지 참 독특한 컴포지션입니다. 이걸 사와치[皿鉢]라고 하는데 그냥 봐도 진수성찬에 군침이 꿀꺽 돕니다. 이게 일곱번째 작품이며, 열다섯번째 작품은 호우토우 우동이라고 나오는데 이게 전국시대 야마나시의 다케다 신겐이 그의 보도(寶刀. 이걸 일본식으로 호-토-라고 읽습니다)로 면을 잘라서 만들었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모든 음식에는 그 원산지랄까 음식의 본고장이라고 부를 만한 지방 이름이 하나하나 다 표기되었습니다. 간략하게나마 일본 명물 음식에 대한 지식도 늘릴 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