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과 나아감에 대하여 - 인생의 오아시스를 만나는 예일대 명강의
마릴린 폴 지음, 김태훈 옮김 / 북플레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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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그것이 딱 필요한 순간에 나를 찾아준다면 맹물 한 잔도 인생의 은인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영어 원제를 보면 <An oasis in time>인데, 제때에 발견한 오아시스는 내 인생의 구원에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태도와 시각을 확장하여, 내가 내 인생에서 마주한 모든 것을 그 시각의 오아시스로 수용한다면, 삶의 매순간이 기쁨과 보람, 감사함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26을 보면 "스트레스가 당신을 죽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유기체의 건강 유지에 도움을 주지만,  스트레스가 시도때도 없이 계속되면 죽음까지는 몰라도 그 사람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10대들에게도 peer-pressure라는 게 있고(p30), p33에 인용된 토니 슈워츠는 "인생에서 아무것도 않고 가만히 있어도 별 문제가 없다는 걸 나는 늦게서야 받아들일 수 있었다"란 말을 했습니다. 현대인은 그만큼이나, 무엇인가를 하지 않고 쉬는 것에 큰 죄책감을 느끼는 존재인 거죠. 참고로 이 토니 슈워츠가, 도널드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을 대필한 바로 그 사람입니다.  

아무튼 누구라도, 스트레스가 임계점을 넘었다 싶은 바로 그 순간에 오아시스 타임(p43, p98 등)을 가져야 합니다. 장수하는 사람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는가? p27을 보면 이런 블루 존(blue zone)을 형성하는 사람들의 성격적 특징이 바로 timeless congeniality입니다. 이 책에서는 "한결같은 친화성"이라고 번역합니다. 한결같은 친화성이 가식이나 억지춘향놀음이 아니라 당사자의 진심이어야 하며 이런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정화하는 강력한 기제가 정신 안에 내장되어 있습니다. 

p89에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쓴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인용됩니다. 그녀는 현대인들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게, 멈추지 말고 무작정 달리기만 해야 한다고 믿는 성과지상주의라고 강조합니다. 오아시스 타임은 양(量)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적절한 리듬을 되찾는 게 필수인데, 무엇의 리듬이냐면 "이걸 반드시 해 내고 말거야"와 "그냥 이대로도 좋으니 여기서 행복감을 느끼자" 사이의 균형이라고 합니다(p96). p142 이하에 이 휴식의 리듬을 찾고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이 나옵니다. 

쉰다고 해서 그 시간들이 다 내것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그저 빈둥거리기만 한다면 쉼이 쉼이 아니라 불안감 혹은 지루함으로 점철된 지옥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p147에는 그 쉼의 시간이 오롯이 내 것으로 소화되게 돕는 체크리스트가 나옵니다. 이렇게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실천을 위한 계획표를 만들어도, 그 실천에 압박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참 역설적인 결과가 나옵니다. 그래서 저자는 p153에서 "융통성을 발휘하라"는 충고를 덧붙입니다. p156 이하에는 오아시스 타임 연습의 구체적인 사례들이 나오므로, 독자들은 이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걸 골라 적용하면 될 듯합니다. 

미국에서는 알코올 의존증, 고도비만, 금연실천자, 마약중독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이들이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룹을 지어 정기적으로 모여 고민을 나누고 자신의 실천(또는 실패담)을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풍조가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p225를 보면 일중독자 모임이 나오는데, 자신의 일에 몰입하고 딴 생각을 안 할 정도면 이보다 더 바람직한 사회인이 있을까 싶어도 저자는 워커홀릭 역시 결국은 자신을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는 질환자로 보고 있습니다. p252를 보면 <타임푸어>라는 책 내용 일부가 소개되는데 이 책은 2015년에 저 제목으로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원제는 저게 아닌데 참 기발하게 번역되었다고 당시에 전 생각했었습니다. 이 저자 이름은 Brigid Schulte인데 Brigitte Schult라고 잘못 알기 쉽습니다. 

아무리 좋은 원칙과 아이디어, 계획이라도 이를 자신의 삶에 올바로 적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p277을 보면 정서적 경계, 즉 걱정과 불안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방법이 설명되는데 저자의 친구 수잔이라는 분의 실제 사례로부터 추출된 교훈이라서 독자가 소설처럼 읽으며 핵심 레시피를 챙길 수 있습니다. 사례와 구체적인 지침이 많아 독자가 읽으면서 맞춤형으로 자신에게 도움의 시나리오를 세팅해 나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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