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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업을 위한 브랜딩 법칙 ZERO
김용석 지음 / 처음북스 / 2024년 6월
평점 :
우리는 화려하고 스케일 큰 대기업 광고를 TV에서 자주 봅니다. 또 번화가를 지나면서도 큰 돈을 들인 스크린 애드를 보며 지금 자신이 대도시 한복판에 서 있음을 새삼 확인합니다. 언젠가는 나도 성공해서 내 회사를 갖고 소비자 대중을 향해 저렇게 멋진 어필을 해야지, 이런 꿈을 꿀 수 있겠는데... 그러나 이 책 저자께서는 작은 기업(자영업자, 1인 기업)의 경우 대기업과는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방법이 전혀 달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어떤 근거에서 그러한지, 만약 그 주장이 타당하다면 작은 업체는 내 상품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기억시켜야 하는지, 많은 사례를 통해 전개되는 체계적인 이론, 구체적인 기술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저자는 p46에서 먼저 브랜딩 3대 고수 중 한 사람인 데이비드 아커의 가르침부터 인용합니다. 이처럼 이 책은 먼저 브랜딩의 원론부터 차분히 독자한테 납득시키고, 이어서 우리 독자들이 현실적으로 관심 있어하는 소기업용 각론으로 들어가는 논리적인 태도부터가 일단 신뢰가 갔네요. 먼저 아커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사장이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고자 하는, 지향하는 목표)와, 브랜드 이미지(대중이 실제로 받아들이는 상태)가 일치해야 그게 진정한 일류, 성공하는 브랜드라고 말했습니다. 또 저자는 마티 뉴마이어의 견해도 인용하며, 브랜딩은 회사의 노력, 브랜드는 대중의 직감이라고도 하는데, 이 역시도 아커의 말과 일맥상통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명언입니다.
중간 불일치 가설(moderate incongruity effect. p92)이라는 게 있다고 합니다. 저자의 설명을 잠시 여기 그대로 인용하면, 사람들은 너무 생소한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보이고, 반대로 너무 익숙한 것에 대해서는 지겨워하니, 그 중간 지점을 적절히 공략해야 환영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들도 소박한 상식 선에서 기꺼이 수긍할 수 있는 이론이죠. 이처럼, 보편타당한 진리는 전문가이건 문외한이건 공히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절묘한 포인트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어 p93에는 충주시 6급 공무원이신 김선태님의 유튜브 채널 성공사례가 나옵니다. 홍보에는 많은 돈이 필요한가? 김선태님은 단돈 65만원으로 그 일을 해 냈습니다. 우리들도 그가 얼마나 간단한 방법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잘 알며, 저자 김용석 대표는 이분이 홍보의 정석을 꿰뚫었는지 지적하는데, 홍보를 간결하게 저렴하게 해야 할 처지의 모두가 본받을 만합니다. 대박의 비결은 결코 복잡한 데 있지 않습니다. 모두의 관심사, 가려운 곳을 정타로 공략하는 게 핵심이죠.
p111에는 AHC의 성공 사례가 나옵니다. 책에서도 그렇게 말합니다만 사실 한국 화장품 시장만큼 레드오션인 곳도 없습니다. 제품이 다 거기서 거기면 대중은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제품을 만든 대표야 자기 제품 자기 "자식"이 세상에 둘도 없이 이뻐보이고 마음에 들겠지만, 시장에서 치열한 전투를 치르는 야전사령관의 입장에서라면 그 누구보다 자기객관화가 필요합니다. 저자는 제품, 상품, 작품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고 지적하는데, 대표는 아마 자신의 제품이 곧 작품이며(여기까지는 누가 뭐라고 할 게 아닙니다), 그러므로 시장에서도 대히트를 쳐서 마땅한 상품으로 대접받으리라고 기대하지만 마케팅과 홍보의 진짜 역할이 여기서부터입니다.
p134까지를 보면 저자는 글로벌 기업 맥도널드가 각국에서 벌이는 차별적인, 또 성공적인 마케팅과 판매 정책에 대해 설명합니다. 정말 쉽고 재미있는 서술이지만, 이 사례를 나의 작은 가게의 생존 전략에 어떻게 접목할까. 이런 의문이 자연스럽게 들었던 것도 또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그런 의문을 다 예상했다는 듯, 작은 기업은 작은 기업대로 공간 한정 프로모션이 가능하다고 하며, 쿠폰이나 스탬프 등 사람들을 단골로 만드는 유효한 전략은 얼마든지 있다고 합니다. 동네 작은 가게에서도 이런 전략은, 처음에는 사장님이 좀 창피할 수도 있겠지만 한번 시도해 볼 만하지 않나, 독자인 저도 생각해 봤습니다.
p156을 보면 단순히 일개 소비자로만 머물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합니다. 저자가 직접 어느 가수의 콘서트에 청중으로서 가 봤는데, 한 번도 안 가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신 나는 콘서트라는 명성이 왜 자자했는지도 확인 가능했다고 합니다. 작은 가게 사장님들도 단골 손님의 "참여" 욕구를 소비자에게 자극하여, 충성고객을 넘어 팬으로까지 포섭하는 노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