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법률콘서트 - 다양한 법률이슈를 예리하게 담아낸
이임성 지음 / 미래와사람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대 사회는 많은 사람들이 더 긴밀한 소통을 이루며 살다 보니 분쟁이 자주 빚어집니다. 송사라는 건 가급적이면 얽히지 않는 편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휘말렸다면 냉정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며 내 이익을 지켜 내게끔 노력해야 합니다. 제31회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의정부지검, 울산지검 등에서 부장검사를 지낸 이임성 변호사가 저술한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혹은 조직 내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법률 이슈에 대해 쉽고 실용적인 설명과 조언을 베풉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85를 보면 살해범이 합의금 명목으로 1억 5천을 법원에 공탁하고, 이를 감안한 법원이 4년을 더 줄여 형량을 정했던 사례가 나옵니다(지리산 펜션 살인사건). 그런데 피해자 가족은 공탁 사실을 몰랐으며, 선고가 확정되고 난 후 살해범은 저 공탁금을 도로 찾아갔다고 합니다(물론 형이야 확정된 대로 살게 됨). 참 법의 맹점이 바람직하지 못하게 드러난 개탄스러운 사례이겠는데, 다만 저자는 민사소송을 따로 제기하는 방법이 있다고는 합니다. 파해자 측은 (즉시 피해 보전을 받을 수도 있었으나) 이제 번거롭고 비용이 들 수 있는 소송을 따로 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생기는 셈입니다. 

이 파트에서 제가 유익하게 읽었던 대목 중 하나는, 형사 사건에서도 합의금이라는 게 다양하게 정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실무에서 많은 이들이 관심 있어하는 부분은, 승소/패소 가능성이나 유무죄 여부보다도, 이렇게 합의금이나 배상금이 얼마나 통상 책정되는지입니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사건에 따라 다양하다는 전제 하에, 그 종류에 따라 대략 어느 선에서 사건이 해결되는지 대략이나마 알려 주기 때문에, 독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정보가 있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사건에 대응하려면 전문가와 심도 있는 상의를 거쳐야 하겠습니다. 

유진오 박사가 그 초안을 놓은 한국 헌법은 제1조에서 국체와 정체(政體)로 민주공화국을 규정합니다. 저자는 공화(共和)의 뜻에 대해, 여러 재료의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평양 냉면을 예로 들며, 서로 개성과 가치관이 다르지만 그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를 이해하며 성숙한 태도로 세상을 보는 지혜를 강조합니다. 여기서 저자가 냉면 이야기를 꺼낸 건 그저 요리나 헌법을 여담처럼 풀어내려는 의도가 아니라, 어느 면옥점의 상표권을 둘러싼 분쟁을 설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요즘은 자영업자들도 특정 프랜차이즈에 가입해 있거나, 자신이 체인점을 처음 만들어 가맹점들과 함께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런 상표를 둘러싼 다툼에 일반인들도 관심이 많습니다. 상표뿐 아니라 운영주체가 누구인지, 특정 메뉴를 놓고 원료 함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놓고 당국에서 강제처분을 할 때에도 해석을 두고 분쟁이 생길 수 있는데(p115l 이것 관련 사례도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서(물론 당사자들에게는 피를 말리는 골칫거리였겠지만) 독자로서는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저자께서 의정부지검에서 근무하신 분이다보니 경기북도 분도 이슈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습니다. 처음에 저는 "이 문제는 책의 주제와 다소 거리가 있지 않나?" 같은 생각도 들었는데, 다시 책 겉표질로 돌아가보니 "시사(時事)"라는 단어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는 게 눈에 들어옵니다. 아니나다를까 책에도 몇 달 전 김동연 경기지사와 한동훈 위원장(이 직함은 아마 선대위원장이겠습니다. 총선 치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참 빠르게 흘렀네요) 사이의 대립도 잠시 회고되는데, 이 장들에서는 경기 북부 주민들의 사법시설 차별 문제부터 해서 읽어 볼 만한 묵직한 이슈들이 많이 논의됩니다. 

골상학(?)을 바탕으로 그 생김새에서부터 범죄자가 될 형질을 타고난 자들이 따로 있다는 믿음이 근대 유럽에서 잠시 유행한 적 있습니다. 이런 흐름도 그 나름대로는 과학적 근거라는 걸 내세워서 지지자들을 얻기도 했다는 게 사실 충격적이죠. 19세기 형법학자 체사레 롬브로조는 한국의 총론 교과서에도 그 이름이 언급되는 인물입니다. 물론 현대형법학은 이런 오류를 진즉에 다 극복하고 인권 옹호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사회와 사람에 대한 민완 변호사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서 마음이 든든해지는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