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빛 컬러링 엽서북 : 음식 여행 - 다채로움의 마법에 걸리는 꿈빛 컬러링 엽서북 5
후나바시 잇타이 지음, 곽현아 옮김 / 시원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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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hoto)이 발명되고 나서 그림은 아무 소용이 없어졌다는 말도 잠시 돌았으나 인상파, 후기 인상파, 입체파 등의 대가들이 속속 출현하여 예술의 독자적 가치를 입증했습니다. 음식 사진도 이를 전문으로 찍는 분들이 있고, 이런 분들이 내놓는 작품은 일반인들의 그것과는 질감이나 구도부터가 다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지금 이 책은 일본인 예술가 후나바시 잇타이(船橋一泰)의 작품들을 바탕으로 꾸민 엽서북인데, 그저 음식들을 사진으로 재현한 것과는 또다른 맛이 있습니다. 사진도 잘못 찍으면 이게 대체 뭘 보고 나온 건지 헷갈리기도 하죠. 그러나 후나바시 씨의 그림들은 한번에 피사체가 인식이 되는 건 물론, 그 음식이 풍기는 따스한 느낌, 그에 얽힌 행복한 추억 등이 작품에 그대로 배어 나온다는 게 독특합니다. 이래서 우리들이 그림, 회화(繪畵)라는 예술 형태를 끝까지 버릴 수가 없나 봅니다. 

이 책은 엽서북이긴 하나 관제엽서보다는 조금 작은 사이즈의 엽서 둘이 붙어 있습니다. 절취선을 따라 조심스럽게 뜯으면 분리될 수 있습니다. 형식은, 왼쪽에 완성된 작품(풀컬러)이 있고, 오른쪽에는 흰색 빈 공간의 그림이 독자의 컬러링을 기다립니다. 내가 컬러링을 색연필로 완성하면 그건 이제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엽서로 재탄생하는 것입니다. 물론, 내 눈에는 이처럼 빈 흰 공간에 선만 그린 상태로 그대로 있는 편이 더 예쁘다고 생각한다면 그대로 놓아 두어도 되겠고 바로 우표만 붙여 엽서로 써도 될 것입니다. 요즘은 이동전화, 소셜미디어, 이메일이 워낙 널리 보급되어 누가 편지, 엽서 등을 쓸까 싶어도 사람의 낭만이라는 게 꼭 그렇지 않습니다. 

앞에서 제가, 그림에는 형상의 단순한 재현을 넘어 그를 바라보는 사람의 느낌, 추억이 담겼다고 했는데, 저자도 같은 말을 합니다. 앞부분에 저자의 설명이 실렸는데, 어떻게 하면 음식이 맛있게 보이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게 아마 인스타에 사진 찍어 올리는 많은 이들의 고민일 것입니다. 일단 피사체를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부터가 어떤 감성으로 충만해야 합니다. 이게 안된다면 아무리 억지로 어떤 기술을 부려도 결과물에 그 감정(있지도 않았던)이 배어날 수가 애초에 없는 것입니다. 

일단 색의 종류가 많아야 질감이 살고, 일반적으로는 더 맛있어 보이는 느낌이 늘어난다는 게 저자의 말입니다. "맛있어 보이게 한다"는 말이 많은 이들에게 호기심을 부를 텐데, 우리 독자들이 궁금하던 바를 짧은 말로 잘 대답한 문장 같습니다. 이 설명 파트에는 오징어순대가 나오는데, 오징어순대를 한국 토종 음식으로 알지만 일본에도 비슷한 게 이카메시(いかめし)라고 있죠. 홋카이도와 강원도 동해안은 같은 바다를 사이에 끼고 있습니다. 위도 자체는 훗카이도가 약간 높아도 해류의 이동이라든가 농사 중심의 생활 양식이 닮았기에 이렇게 비슷한 음식이 생기기도 합니다. 

먹음직스러운 랍스터 요리가 보입니다. 곁에 흔한 버터구이 같은 것 말고 일본식 김밥 노리마키나 대형 굴부터 해서 밑에는 마카롱까지 참 독특한 컴포지션입니다. 이걸 사와치[皿鉢]라고 하는데 그냥 봐도 진수성찬에 군침이 꿀꺽 돕니다. 이게 일곱번째 작품이며, 열다섯번째 작품은 호우토우 우동이라고 나오는데 이게 전국시대 야마나시의 다케다 신겐이 그의 보도(寶刀. 이걸 일본식으로 호-토-라고 읽습니다)로 면을 잘라서 만들었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모든 음식에는 그 원산지랄까 음식의 본고장이라고 부를 만한 지방 이름이 하나하나 다 표기되었습니다. 간략하게나마 일본 명물 음식에 대한 지식도 늘릴 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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