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제가 가득한 챗GPT 프롬프트 길라잡이 - 한 권으로 끝내는 ChatGPT 입문!
이승우 지음 / 정보문화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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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라는 혁신 서비스가 샘 올트먼 CEO에 의해 개발되어 현재 전세계의 기업과 개인들에 의해 사용됩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이 엔진에 명령을 내리느냐에 따라 양질의 성과를 낼 수도 있고,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습니다. 본래 컴퓨터 서적은 예제가 많아야 학습자들이 읽고 잘 따라할 수 있지만, 특히나 주제가 챗GPT라면 책에는 프롬프팅의 예가 가득해야 도움이 되겠는데, 이 책에는 정말로 예제가 많아서 좋았습니다. 또 저자가 운영하는 게시판에서 추가로 예제들을 다운받을 수 있는 점도 유익합니다.  

챗GPT에게 묻는 질문은 구체적일수록 좋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까다로우면 그 역시도 어려워할 수 있다고 합니다(p50). 생각할수록 놀라운데, 우리의 질문이 너무 높은 정확성을 요구하면 마치 자문을 받는 인간이 가끔 그러듯 그 성능의 발휘에 애로를 겪는다니... 책의 설명에 따르자면 그것도 "너는 어떻게 추측하니?"처럼, 마음의 부담(?)을 낮춰주는 질문에 더 좋은 답을 내기도 한답니다. 물론 설계자가 그리 세팅을 했으니 그렇게 반응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여튼 대단합니다. 

사람이 질문을 하면 챗GPT는 답변도 하고, 경우에 따라 추가 질문도 합니다. 이 책에는 사용자의 질문은 회색, 챗GPT의 답은 진연두색 바탕으로 처리하여 한눈에 구분되게 합니다. p117을 보면 사용자에게 식습관 문제점을 지적해 달라는 요청에, 9가지에 걸친 추가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재요청을 하는 챗GPT의 긴 답변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챗GPT의 퍼포먼스가, 어떤 사람에게나 또 모든 경우에 일정 수준을 유지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며, 우리들도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하겠습니다. 또 지금 성능의 챗GPT로부터도 뽑아낼 수 있는 건 다 뽑아내는 게 현명합니다. 

투자, 또 금융에 대한 질문은 사용자의 재산이 걸린 문제이므로 민감하기도 하고 난도도 높습니다. p152를 보면 사람이나 컴퓨터나 기 입력된 정보가 부족하면 뭔가 허술한 답이 나오는 건 닮았다고 생각되네요. 콩 심은 데 팥이 나긴 어렵습니다. 그 와중에도 질문이 더 특정된 수준이면 답변이 더 그럴싸해진다는 건데... p153에는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세 아파트 중(모두 그 실명이 나옵니다) 어느 것을 추천하겠냐고 프롬프팅하는 예가 나옵니다. 그에 대한 답은 꽤나 구체적인데, 답이 구체적인 것도 놀랍지만 정말로 사람이 손으로 발로 서치하고 사려깊게 상사에게 리포트를 올리는 말투라서 경이롭습니다. 

p167을 보면 사용자는 자산현황에 대해 묻는 어떤 폼을 써서, 그에 대해 답을 적은 다음 챗GPT에 입력합니다. 이렇게 해도 답이 나오나 봅니다. 답이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챗GPT는 정말로 진지하게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컨설턴트처럼 "더 많은 정보를 알려 주시면 더 완전한 답을 해 드리겠다"는 듯, 구체적으로 폼까지 만들어 정보 입력을 요구합니다. 사람이라면 "내가 이 질문에까지 답을 해도 될까?"라며 망설이겠지만, 상대가 다른 마음 없는 기계라면 거리낄 게 없고 이 점이 챗GPT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얼마 전 작곡가 김형석이 "AI가 이처럼 놀라운 성과를 내니 앞으로 뭘 먹고 살아야할지 모르겠다"고 하여 화제가 되었습니다. 본인은 이미 평생 먹고살 돈을 다 벌었겠으나, 사람한테만 가능하리라 믿었던 예술 창작의 능력이 이미 기계로부터 충분히 증명되는 과정을 보며 어떤 신념, 긍지가 흔들리는 데서 나온 발언이겠습니다. p382 이하에는 그림 그리게 하는 방법이 나오는데, 책의 설명을 보면, 챗GPT는 이제 4.0 버전에서 달리 3가 채용됨에 따라 이미지 생성 기능도 (그전의 미흡하다는 평을 씻고) 훨씬 나아졌다는 반응이라고 합니다. 회사의 컨셉에 맞는 로고도 그려 주고(p386), p391 이하를 보면 심지어 그럴싸한 만화도 그립니다. 현재 한국은 세계적인 웹툰 강국으로서 이제 컨텐츠 생산에도 장점을 보이지만, 기술 발전 추세가 이런 걸 보면 대응책을 세워야 할 듯합니다. 

p191을 보면 콘텐츠 기획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챗GPT는 놀랍게도 사이트맵의 구조로 IA를 제시하는데, 아직은 이에 추가로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협업하여 세부 화면을 개발하는 단계가 더 필요하다고 합니다. 경우에 따라 할루시네이션(p199)을 일으킬 수도 있으나, 원하는 수 만큼의 답변을 생성하는 게 기본이니 그 성능이 놀랍습니다. p366 이하를 보면 Replit을 이용한 코딩도 척척 해 내는데, 교육용 소프트웨어로서도 챗GPT가 탁월한 쓸모가 있음을 확인합니다. 여태 참조한 프롬프트 책 중에서는 내용이 가장 알차고 방대했던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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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는 편하게 살고자 하는가 라이즈 포 라이프 1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요한 옮김 / RISE(떠오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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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나고 성장했으면서도 그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명철한 지성을 편히 쉬게 내버려 두지 않고 치열한 지적 모험에 몰두했습니다. "삶은 긴 죽음이다. 나는 왜 무수히 많은 이들의 생을 단축시켰고 그들에게 더 나은 삶을 주지 못했던가? 왜 나는 냉정한 관객으로 죽는가?(p50)" 아우구스투스와 (바로 다음 황제였던) 티베리우스의 최후는 매우 대조적이었습니다. 맹렬하게 남의 고통과 시련에  공감하는 것도, 냉연히 그들을 관찰하는 것도, 정상적인 인간에게라면 사실 일관하기가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아우구스투스는 죽음의 순간 미련이 남아 다시 몸부림쳤는데, 그에게 베개를 뒤집어씌운 건 일종의 coup de grace였는지도 모릅니다. 

"현대인들이 악한 충동을 더 이상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으며, 세상은 이제 선(善)의 왕국으로 들어선 듯하다(p67)." 무슨 뜻일까요? 얼핏 보아 앞뒤가 모순인 듯해도, 중근세에 종교의 억압 때문에 욕망 자체를 악으로 간주하며 과도한 죄의식에 시달리던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은 그 무엇도 긍정적으로 수용하며 더 편안히 세상만사를 대하게 되었다는 뜻 같습니다. 만취한 자가 거리에서 주정을 해도 단지 눈살을 찌푸리는 정도이지 누가 그에게 다가가 단죄를 하지는 않습니다. 젊은이들이 공공장소에서 애정행각을 벌여도 그러려니하고 자기 갈 길을 갈 뿐입니다. 니체의 시대는 근 150년 전입니다만 이런 대세는 지금까지 큰 단절없이 방향을 잡은 듯도 합니다. 그러나 시대와 사람들이 이처럼 쿨해지는 것과 대조되어, 철학자와 사색가는 남들의 몫까지 더 괴로워하고 더 슬퍼합니다. 니체는 자신의 고뇌를 항상 "슬픔"에 포섭하는 게 독특한 태도입니다. 

선해 보일 뿐 내면까지 선해진 것은 결코 아니며 사람이라는 존재가 원래 순백으로 거듭나기 무척 어렵습니다. 사람은 원래 모든 점이 불완전합니다. 다만 그 불완전함을 스스로도 싫어하기 때문에,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며 p78에서는 시인의 예가 하나 소개됩니다. 이 시인은 스스로도 자신이 부족함을 알고 그의 작품을 읽는 대중도 그를 압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시인은 열정을 다해 무엇을 노래하며, 그런 몸부림이 좋아 대중은 그에게 환호를 보냅니다. 이것이 바로 불완전함이 주는 매력입니다. 모든 것이 완전하다면 그것은 신이며 신이 올림포스에서 내려와 예토에서 뒹굴 이유가 애초에 없습니다. 애쓰는 건 언제나 인간이며 그래서 인간들의 박수를 받습니다. 

니체는 신이 죽었음을 선언했던 사람이며 그 이전에도 그런 말을 한, 혹은 행동으로 표명한 사람들은 있었겠으나 유독 우리가 니체를 기억하는 이유는 바로 p86의 다음과 같은 서술이 인상적이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주는 본래 불완전하게 만들어진 것이다. 세상에 온갖 불운을 다 갖고 태어난 사람, 혹은 대단히 부당하고 부조리한 사건을 볼 때 우리는 개탄하며 세상에 정의가 없음을 확인한다." 그런데 니체는 이것이, 종교인들이 가르치듯 우리에게 신이 어떤 심오한 이치를 전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결과 같은 게 아님을 강조합니다. 아무 의미도 부여할 것 없고, 우주와 세상이 본래 그처럼이나 무작위하고 부조리함을 그대로 수용하면 그만이라고 합니다. 하긴 세상의 모순을 있는그대로 이해할 때 어떤 바른 타개책이 더 눈에 바로 들어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중재자(p146)는 평범하고 상식적인 사람인가? 니체는 이런 사람들이 오히려 문제를 단순화하거나 호도하여 더 키우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는 듯합니다. 물론 세상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분쟁을 해결해야지, 어디 갈데까지 가보자는 식이 더 많다면 어디 싸움, 불화, 폭력이 그칠 날이 있겠습니까. 어쩌면 히틀러도 이런 그의 말을 부분에만 주목하여 곡해하다가 그지경까지 갔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니체는 문제를, 현상을, 본연의 모습 그대로 봐야지 어떤 해석이나 프레임에만 기대면 발전이라는 게 없음을 역설적으로 강조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 자신을 어둡게 만들거나, 상대를 압도하거나 처벌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p202). 아마 이 대목을 히틀러는 안 읽은 듯합니다. 사람은 자신의 장점을 키우고 선한 영향력을 확대하려 들어야 하며, 이런 긍정적인 기운이 가득할 때 공동체도 개인도 번영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 길은 결코 안일하고 평안하지만은 않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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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를 찾아라 - 법정 스님 미공개 강연록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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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법정 스님이 남긴 강연록 중 미공개분을 담은 책입니다. 법정 스님은 우리에게 무소유의 미덕을 강조했고 당신의 삶에서 이를 실천한 분이죠. 표지에 실린 그의 사진은 마치 더러운 욕망에 찌들고 환상을 좇는 우리들을 준엄하게 꾸짖는 듯한 엄한 표정입니다. 하긴 중생은 어리석고 미욱하여 이 윤회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미몽에서 헤어나지 못하니, 스님의 죽비를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않겠습니까. 

p40에서 스님은 "극복'의 미덕을 강조합니다. 우리네 삶에는 여러 간난이 따르기 마련인데, 이게 사람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게 많고, 아둥버둥대며 이만 박박 간다고 뭐가 나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아무 대책없이 손만 빨고 있으면 그게 바른 선택이겠습니까? 스님은 이에 대해 단호히 부인하며, 어떤 종류의 시련에 대해서는 극복의 결기를 다져야 한다고 우리를 다그칩니다. 그 단호하고 올곧게 다져진 마음에서는 표정도 어떤 편안함이 느껴집니다. 반면 상황에 좌절한 사람의 표정에서는 어둡고 찌푸려진 불길한 기운이 풍깁니다. 스님은 링컨의 말을 인용하며 나이 사십에는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합니다. 마음수련이 어느 정도 되었는지는 40 이후에 그가 스스로 드러내고 다닐 수 있다는 뜻입니다. 

법정 스님은 사람 사이의 관계, 관계(p92)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말씀하십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관심이 없고, 그저 파편화한 알갱이처럼 소통을 거부하며 자신만의 고치에 고립됩니다. 이러니 사회에 공감과 소통이 부족해지고, 소통이 없으니 범죄가 증가하며 각박한 대립만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나의 차, 나의 아파트가 나의 세계 전부는 아닙니다. 다음 시대를 책임질 아이들이라도 열린 공간에서 뛰놀아야 하겠는데, 그러기는커녕 공부와 과제에 찌들어 더욱 자아가 협소해집니다. 이래서는 세상이 건강한 활기를 잃고 점차 쪼그라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법정 스님읔 호연지기를 강조합니다. 사람은 자연과 하나가 될 때 그 생명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p125에서 스님은 공업중생(共業衆生)이라는 말을 씁니다. 이 누리에 서로 살을 맞대어 살고 말과 정을 나누는 이상 모두가 같은 운명공동체이며 심지어 업을 쌓아도 같이 쌓을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업은 각기 개별로 지게 되는 이치일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 역시도 함께가는 신세라니! 그러나 부처님은 애초에 아(我)가 고립되어 존재치 아니하고 모두가 합일된 게 누리의 구조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러니 내가 선업을 쌓으면 그 좋은 기운이 사방에 미치고 나 자신의 계좌에만 쌓이는 게 아닙니다. 너와 내가 따로 없이 하나가 되는 이치를 마음으로 온몸으로 깨달을 때 우리 역시 성불 해탈이 멀지 않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네요. 

개인은 대단할 게 없습니다(p143). 대단한 위업은 하다못해 주방에서 밥 짓는 이모님까지, 모두의 수고가 한데모여 이뤄지는 것입니다. 혼자서 큰일을 해낸 사람이 있다면 2568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이신데, 그 부처님조차 보리수의 그늘, 제바달다의 악행 등 모두의 기여(?)가 모여 성불을 하신 것 아니겠습니까. 이 세상에는 하다못해 악인조차 그 나름의 쓸모가 있고, 동네 불량배의 추한 행각이 있어야 성인의 어진 품행이 돋보이는 것입니다. 먹은 검은색 원톤이지만 그 안에는 미묘한 농담(濃淡)의 차이가 있습니다(p166). 세상은 서로 다름 속에서 궁극의 질서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법정 스님 같은 분을 보며 큰스님이라 칭송합니다. 그러나 p185에서 스님은 스스로 겸양하며 자신이 무슨 큰스님이냐며 그런 호칭을 들을 때마다 부끄럽다고 하십니다. 법정 스님 같은 분이 큰스님이 아니면 누가 큰스님으로 불릴 수 있겠습니까. 크게 깨달은 사람은 이처럼 스스로 겸손하시며 그 말에 가식이라는 게 없고 우리 청중이나 독자들이 그 진정성을 모두 감지합니다. p210에서 스님은 출가, 출진(出陳)이라는 말을 강조하며 진정 속세의 연과 업을 끊고 궁극의 진리와 합일하려는 자는 부와 재물을 비롯해 모든 것을 끊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런 가난은 주어진 게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가난이라고도 합니다. 이야말로 진정한 무소유(無所有)의 경지 아니겠습니까.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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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감 - 손절을 익절로 만드는 한 끗 차이,
알렉스 강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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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는 술(術)인가 과학인가?(p46)" 여기서 "술"이라 함은, 프로이센의 클라우제비츠가 말한 strategy입니다. 클라우제비츠는 strategy는 art의 영역이고, tactics는 science의 영역이라고 했습니다. 독일어 원어로는 Strategie와 Taktik입니다. 여튼 "술"은 어떤 정해진 방법론에 논리적으로 따르는 게 아니라, 상상력과 창의력을 순간 발휘해서 가장 빠르거나 효과적인 경로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저자는 책에서 우리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주식 투자는 술인가, 아니면 과학인가? 여기서 저자는 퀀트 투자, (이른바) 가치 투자를 하는 이들이라면, 그 답을 과학이라고 할 것 같다고 답합니다. 같은 페이지에서 저자는 모건 하우절의 말을 인용하여, 이런 부류의 투자자들이 혹 실패한다면 그건 분석의 실패가 아니라 상상력의 실패라고 합니다. 결국, 과학만으로는 안 되고 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뜻이겠습니다. p362에 보면 모건 하우절의 다른 말, "한 번도 일어난 적 없는 일도, 결국은 일어나기 마련이다."도 인용됩니다. 

차트를 맹신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무리 차트를 들여다봐도 이것은 과거의 trace이지 미래를 말해주는 수정구슬이 아닙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주가가 움직이고 나서 추세가 결정되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p96)"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트에서 미래를 본다고 자신하는 이들이 너무 많고,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무공의 비급이라도 익힌 듯 우쭐대는 초보자들"을 비판합니다. 차트는 그 시점에서의 시황 전체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 종목의 일생만 고립되어 나타나는 기록인데, 어떻게 과거에 무슨 까닭으로 저런 모양이 되었는지 정확히 알겠으며, 또 미래를 예측하겠습니까? 어디까지나 유력한 참고 자료일 뿐입니다. 

p112를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주식(=개별종목)은 전체 경제에 영향을 받아 움직이기도 하고, 그 반대로 움직이기도 한다." 그러니 이게 참 어려운 것입니다. 앞에서 고립된 개별 종목의 차트만 보고 어떻게 뭘 확신하겠냐고 했는데, 그런 종목도 있습니다(이런 건 차트만 보는 게 낫죠). 심지어 관리대상종목은 시장으로부터 분리되어 저 혼자 날뛰는 패턴인데, 이것조차도 플레이어들이 무슨 생각을 갖고 갑자기 어떤 액션을 취함에 따라 거꾸로 정석대로 가기도 합니다(역의 노림수). 주식 투자에 너무 과학이 없으면 노름이나 다를 바 없지만, 너무 과학으로만 가면 버는 게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일차원 지식을 과학으로 아는데, 이러면 버는 게 없다가 아니라 있던 돈도 까먹습니다. 

p154를 보면 해리 마코위츠의 포트폴리오 이론이 나옵니다. 이른바 분산투자에 대한 체계이고 100% 진라는 게 이미 과학적으로 검증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페이지에서 인용되는 가치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은 오히려 분산 투자를 반대합니다. 노벨 상까지 받은 마코위츠의 검증된 이론이지만, 이걸 따른다고큰돈이 벌리는 건 아닙니다. 엄격하게 제한된 어떤 조건 하에서 타당한 결론이라는 뜻이지, 무작정 분산투자만 한다고 떼돈 생긴다는 뜻이 절대 아니며, 버핏은 그 점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대체로 학교에서 가르치는 이론은 돈을 어처구니없게 잃지 않는 방법이지, 돈 버는 방법이 아니죠. 

p188을 보면 "지금 누군가가 엘리엇 파동이 맞다는 예를 제시한다면, 나는 그 분석에서 벗어나는 예를 10배는 더 제시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일목산인(一目山人) 본인도 차트에 안 나오는 상황을 다 고려해야 실수가 없다고 했으며, p186을 보면 이른바 효율적 시장 가설, 즉 완전정보의 상황이라서 현재 나온 모든 정보는 모두에게 알려져 시황에 이미 다 반영되었다는 전제 하에만 차트를 전적으로 신뢰할 뿐이라고 합니다. 차트를 믿지 말라는 게 아니라 어설프게 알고 설치지 말라는 건데, 사실 몇 번 쓴맛을 보고 나면 알아서 철이 드는 게 주식입니다. 

p203을 보면 그랜빌의 법칙이 설명됩니다. 사실 주식에 법칙이라는 건 없는데, 이 책의 좋은 점은 그랜빌의 법칙을 무조건 아무데나 적응해 보자는 게 아니라, 제대로 안 먹히는 상황, 반대로 잘 통하는 조건을 두루 설명해 준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맞는 주장이다 싶어도 우리는 메타적으로 개관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이 책은 지나치게 비판적이지 않으면서도, 모든 주장들, 이른바 기법들이라는 것을 냉정하게 하나하나 짚으며 투자자가 소중한 돈을 잃지 않게 배려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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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사의 기술 - 전문가로 거듭나는 실전 가이드
손재환 지음 / 라온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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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교과서>, <안경 혁명> 등을 쓴 손석환 대표의 책입니다. 안경점으로 크게 성공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책답게, 점원들의 고객 응대 요령부터 해서 안경 처방(처방이라는 용어가 쓰입니다)의 디테일, 안경 조제 및 가공, 피팅 등 안경의 모든 것이 다 담겨 있습니다. 이제 그의 본업으로 돌아와서, 한 권의 안경업학 교과서를 집필하기로 작심을 한 듯한 체제입니다. 그러면서도 권말 부록으로는 서비스업의 본질을 잊지 말라는 듯 고객 응대법, 말하기 스킬 등을 다시 정리합니다. 그래서 구태여 안경업 경영에 직접 이해관계가 없더라도, 일반 독자 입장에서 서비스업 전반에 두루 미치는 이치를 엿보고 배우는 게 있습니다. 

길을 다녀 보면 우리 나라 사람들은 안경 쓴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지 신기할 때가 있습니다. 다들 학문 연구를 하거나 눈을 많이 쓰는 일에 종사하는 게 아닐텐데 말입니다. 아무튼 안경 쓴 인구가 이렇게 많으니, 안경업이란 분명 큰 기회와 볼륨이 존재하는 업종이고 시장이 맞습니다. 안경업은 전문 기술도 필요하고, 패션 아이템의 일종이기도 하니 서비스업에 크게 한 발 걸친 비즈니스입니다. 그러니 경영 난도가 타 자영업에 비해 매우 높다는 게 이해가 됩니다. 처방과 조제를 겸하는데다 신체 기능 이상을 기구로 교정하니 의료업과도 공통점이 있는데, 일반인들이 그 정도의 공신력까지는 인정하지 않으니 그 점도 애로사항이겠습니다. 

p47을 보면 안경업에서 가장 힘든 게 AS라고 합니다.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에게까지 친절하기가 힘들고, "때로는 나도 사람인지라 끝까지 참지 못하고 싸운다"고 하시는데, 전작 <장사교과서> 표지 사진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지만, 화가 나면 굉장히 무서울 것 같은 인상입니다. 아무튼 화 난다고 장사를 그만둘 수는 없고, 침착하게, 또 장기적인 이익을 보고 응대해야 합니다. 불만이 있는 고객은 어떻게 응대해야 할까? 항상 손 대표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바이지만, 어쨌든 대안을 제시한다는 게 좋습니다. 이 대안대로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느냐? 그렇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는 내 이익을 만족시키고 물러날 수 있는 체계화한 매뉴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입니다. 

손상된 시력은 안경이라는 기구를 통해 교정되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과교정되어서도 안 됩니다. p94를 보면 노안의 경우 "AR값과 안경 도수값을 비교하여 (예상과는 달리) 거의 동일할 경우" 당황할 게 아니라, 여러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오랜 동안 한 안경을 착용했다면 불충분하게 교정되어도 그에 적응했을 수도 있고, 적녹검사상 그런 착오가 두드러질 수도 있다고 하네요. 이런 건 확실히, 학교에서 배운 지식만으로는 안 되고 현장에서의 경험이 쌓여야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문제겠습니다. 

요즘은 부등시로 고생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p119를 보면 이런 경우 가장 좋은 건 콘택트렌즈 처방이라고 합니다. 특히 굴절성 부등시(각막도수의 차이)라면 콘택트렌즈, 축성 부등시의 경우는 안경렌즈 처방이 교과서적이라고 나옵니다. 여벌 안경렌즈로는 양면비구면렌즈(double aspheric lenses)를 손 대표님은 추천하는데, 우리 소비자들도 이 정도 지식은 구비해야 나중에 안경사님하고 상담할 때도 자기 생각을 유지하면서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등시 안경처방이라는 게 그만큼 원인이 다양해서 어렵기 때문(p127)입니다. 

안경은 시력 교정 기구이지만 어떻게 된 게 패션아이템도 겸하기 때문에 더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p149를 보면 안경사의 미적 감각, 주관적인 부분이 많이 필요하다는 거죠. 광학적인 기준, 미학적인 기준, 이 둘을 동시에 중요시하고 "감각을 키우지 않으면" 안경사로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게 저자의 견해입니다. p160을 보면, 안경사는 2년, 3년차까지 정확한 조제가 최우선이라고도 강조합니다. 기존에 실수했던 바는 반드시 기억을 하고, 가능하면 같이 일하는 동료 안경사들하고 이를 공유하라고도 합니다. 

p193 이하에는 안경테 조제의 예제가 나옵니다. 앞부분에서도 그랬지만, 이 책은 일러스트가 필요한 곳에 반드시 있어서 독자의 이해를 돕습니다. 또 표든 그림이든 사진이든 모두 컬러 처리가 되어서 눈에 잘 들어옵니다. 하물며 조제 예제 부분이라면 말할 것도 없습니다. 또 조제 과정이니 만큼 동영상이 필요한데 QR코드를 부착하여 인터넷으로 볼 수 있게 배려했네요. 특히 p213 이하의 아세테이트 안경 조제 과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챕터 4의 피팅 파트는 분량의 80%가 컬러 사진인 것 같네요. 

안경업 관련 종사자가 아닌 입장에서 읽어도 흥미롭습니다. 역시 장사의 신한테서는 뭘 배워도 배울 게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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