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사의 기술 - 전문가로 거듭나는 실전 가이드
손재환 지음 / 라온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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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교과서>, <안경 혁명> 등을 쓴 손석환 대표의 책입니다. 안경점으로 크게 성공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책답게, 점원들의 고객 응대 요령부터 해서 안경 처방(처방이라는 용어가 쓰입니다)의 디테일, 안경 조제 및 가공, 피팅 등 안경의 모든 것이 다 담겨 있습니다. 이제 그의 본업으로 돌아와서, 한 권의 안경업학 교과서를 집필하기로 작심을 한 듯한 체제입니다. 그러면서도 권말 부록으로는 서비스업의 본질을 잊지 말라는 듯 고객 응대법, 말하기 스킬 등을 다시 정리합니다. 그래서 구태여 안경업 경영에 직접 이해관계가 없더라도, 일반 독자 입장에서 서비스업 전반에 두루 미치는 이치를 엿보고 배우는 게 있습니다. 

길을 다녀 보면 우리 나라 사람들은 안경 쓴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지 신기할 때가 있습니다. 다들 학문 연구를 하거나 눈을 많이 쓰는 일에 종사하는 게 아닐텐데 말입니다. 아무튼 안경 쓴 인구가 이렇게 많으니, 안경업이란 분명 큰 기회와 볼륨이 존재하는 업종이고 시장이 맞습니다. 안경업은 전문 기술도 필요하고, 패션 아이템의 일종이기도 하니 서비스업에 크게 한 발 걸친 비즈니스입니다. 그러니 경영 난도가 타 자영업에 비해 매우 높다는 게 이해가 됩니다. 처방과 조제를 겸하는데다 신체 기능 이상을 기구로 교정하니 의료업과도 공통점이 있는데, 일반인들이 그 정도의 공신력까지는 인정하지 않으니 그 점도 애로사항이겠습니다. 

p47을 보면 안경업에서 가장 힘든 게 AS라고 합니다.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에게까지 친절하기가 힘들고, "때로는 나도 사람인지라 끝까지 참지 못하고 싸운다"고 하시는데, 전작 <장사교과서> 표지 사진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지만, 화가 나면 굉장히 무서울 것 같은 인상입니다. 아무튼 화 난다고 장사를 그만둘 수는 없고, 침착하게, 또 장기적인 이익을 보고 응대해야 합니다. 불만이 있는 고객은 어떻게 응대해야 할까? 항상 손 대표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바이지만, 어쨌든 대안을 제시한다는 게 좋습니다. 이 대안대로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느냐? 그렇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는 내 이익을 만족시키고 물러날 수 있는 체계화한 매뉴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입니다. 

손상된 시력은 안경이라는 기구를 통해 교정되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과교정되어서도 안 됩니다. p94를 보면 노안의 경우 "AR값과 안경 도수값을 비교하여 (예상과는 달리) 거의 동일할 경우" 당황할 게 아니라, 여러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오랜 동안 한 안경을 착용했다면 불충분하게 교정되어도 그에 적응했을 수도 있고, 적녹검사상 그런 착오가 두드러질 수도 있다고 하네요. 이런 건 확실히, 학교에서 배운 지식만으로는 안 되고 현장에서의 경험이 쌓여야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문제겠습니다. 

요즘은 부등시로 고생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p119를 보면 이런 경우 가장 좋은 건 콘택트렌즈 처방이라고 합니다. 특히 굴절성 부등시(각막도수의 차이)라면 콘택트렌즈, 축성 부등시의 경우는 안경렌즈 처방이 교과서적이라고 나옵니다. 여벌 안경렌즈로는 양면비구면렌즈(double aspheric lenses)를 손 대표님은 추천하는데, 우리 소비자들도 이 정도 지식은 구비해야 나중에 안경사님하고 상담할 때도 자기 생각을 유지하면서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등시 안경처방이라는 게 그만큼 원인이 다양해서 어렵기 때문(p127)입니다. 

안경은 시력 교정 기구이지만 어떻게 된 게 패션아이템도 겸하기 때문에 더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p149를 보면 안경사의 미적 감각, 주관적인 부분이 많이 필요하다는 거죠. 광학적인 기준, 미학적인 기준, 이 둘을 동시에 중요시하고 "감각을 키우지 않으면" 안경사로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게 저자의 견해입니다. p160을 보면, 안경사는 2년, 3년차까지 정확한 조제가 최우선이라고도 강조합니다. 기존에 실수했던 바는 반드시 기억을 하고, 가능하면 같이 일하는 동료 안경사들하고 이를 공유하라고도 합니다. 

p193 이하에는 안경테 조제의 예제가 나옵니다. 앞부분에서도 그랬지만, 이 책은 일러스트가 필요한 곳에 반드시 있어서 독자의 이해를 돕습니다. 또 표든 그림이든 사진이든 모두 컬러 처리가 되어서 눈에 잘 들어옵니다. 하물며 조제 예제 부분이라면 말할 것도 없습니다. 또 조제 과정이니 만큼 동영상이 필요한데 QR코드를 부착하여 인터넷으로 볼 수 있게 배려했네요. 특히 p213 이하의 아세테이트 안경 조제 과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챕터 4의 피팅 파트는 분량의 80%가 컬러 사진인 것 같네요. 

안경업 관련 종사자가 아닌 입장에서 읽어도 흥미롭습니다. 역시 장사의 신한테서는 뭘 배워도 배울 게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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