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나를 찾아라 - 법정 스님 미공개 강연록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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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법정 스님이 남긴 강연록 중 미공개분을 담은 책입니다. 법정 스님은 우리에게 무소유의 미덕을 강조했고 당신의 삶에서 이를 실천한 분이죠. 표지에 실린 그의 사진은 마치 더러운 욕망에 찌들고 환상을 좇는 우리들을 준엄하게 꾸짖는 듯한 엄한 표정입니다. 하긴 중생은 어리석고 미욱하여 이 윤회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미몽에서 헤어나지 못하니, 스님의 죽비를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않겠습니까. 

p40에서 스님은 "극복'의 미덕을 강조합니다. 우리네 삶에는 여러 간난이 따르기 마련인데, 이게 사람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게 많고, 아둥버둥대며 이만 박박 간다고 뭐가 나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아무 대책없이 손만 빨고 있으면 그게 바른 선택이겠습니까? 스님은 이에 대해 단호히 부인하며, 어떤 종류의 시련에 대해서는 극복의 결기를 다져야 한다고 우리를 다그칩니다. 그 단호하고 올곧게 다져진 마음에서는 표정도 어떤 편안함이 느껴집니다. 반면 상황에 좌절한 사람의 표정에서는 어둡고 찌푸려진 불길한 기운이 풍깁니다. 스님은 링컨의 말을 인용하며 나이 사십에는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합니다. 마음수련이 어느 정도 되었는지는 40 이후에 그가 스스로 드러내고 다닐 수 있다는 뜻입니다. 

법정 스님은 사람 사이의 관계, 관계(p92)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말씀하십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관심이 없고, 그저 파편화한 알갱이처럼 소통을 거부하며 자신만의 고치에 고립됩니다. 이러니 사회에 공감과 소통이 부족해지고, 소통이 없으니 범죄가 증가하며 각박한 대립만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나의 차, 나의 아파트가 나의 세계 전부는 아닙니다. 다음 시대를 책임질 아이들이라도 열린 공간에서 뛰놀아야 하겠는데, 그러기는커녕 공부와 과제에 찌들어 더욱 자아가 협소해집니다. 이래서는 세상이 건강한 활기를 잃고 점차 쪼그라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법정 스님읔 호연지기를 강조합니다. 사람은 자연과 하나가 될 때 그 생명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p125에서 스님은 공업중생(共業衆生)이라는 말을 씁니다. 이 누리에 서로 살을 맞대어 살고 말과 정을 나누는 이상 모두가 같은 운명공동체이며 심지어 업을 쌓아도 같이 쌓을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업은 각기 개별로 지게 되는 이치일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 역시도 함께가는 신세라니! 그러나 부처님은 애초에 아(我)가 고립되어 존재치 아니하고 모두가 합일된 게 누리의 구조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러니 내가 선업을 쌓으면 그 좋은 기운이 사방에 미치고 나 자신의 계좌에만 쌓이는 게 아닙니다. 너와 내가 따로 없이 하나가 되는 이치를 마음으로 온몸으로 깨달을 때 우리 역시 성불 해탈이 멀지 않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네요. 

개인은 대단할 게 없습니다(p143). 대단한 위업은 하다못해 주방에서 밥 짓는 이모님까지, 모두의 수고가 한데모여 이뤄지는 것입니다. 혼자서 큰일을 해낸 사람이 있다면 2568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이신데, 그 부처님조차 보리수의 그늘, 제바달다의 악행 등 모두의 기여(?)가 모여 성불을 하신 것 아니겠습니까. 이 세상에는 하다못해 악인조차 그 나름의 쓸모가 있고, 동네 불량배의 추한 행각이 있어야 성인의 어진 품행이 돋보이는 것입니다. 먹은 검은색 원톤이지만 그 안에는 미묘한 농담(濃淡)의 차이가 있습니다(p166). 세상은 서로 다름 속에서 궁극의 질서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법정 스님 같은 분을 보며 큰스님이라 칭송합니다. 그러나 p185에서 스님은 스스로 겸양하며 자신이 무슨 큰스님이냐며 그런 호칭을 들을 때마다 부끄럽다고 하십니다. 법정 스님 같은 분이 큰스님이 아니면 누가 큰스님으로 불릴 수 있겠습니까. 크게 깨달은 사람은 이처럼 스스로 겸손하시며 그 말에 가식이라는 게 없고 우리 청중이나 독자들이 그 진정성을 모두 감지합니다. p210에서 스님은 출가, 출진(出陳)이라는 말을 강조하며 진정 속세의 연과 업을 끊고 궁극의 진리와 합일하려는 자는 부와 재물을 비롯해 모든 것을 끊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런 가난은 주어진 게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가난이라고도 합니다. 이야말로 진정한 무소유(無所有)의 경지 아니겠습니까.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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