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감 - 손절을 익절로 만드는 한 끗 차이,
알렉스 강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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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는 술(術)인가 과학인가?(p46)" 여기서 "술"이라 함은, 프로이센의 클라우제비츠가 말한 strategy입니다. 클라우제비츠는 strategy는 art의 영역이고, tactics는 science의 영역이라고 했습니다. 독일어 원어로는 Strategie와 Taktik입니다. 여튼 "술"은 어떤 정해진 방법론에 논리적으로 따르는 게 아니라, 상상력과 창의력을 순간 발휘해서 가장 빠르거나 효과적인 경로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저자는 책에서 우리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주식 투자는 술인가, 아니면 과학인가? 여기서 저자는 퀀트 투자, (이른바) 가치 투자를 하는 이들이라면, 그 답을 과학이라고 할 것 같다고 답합니다. 같은 페이지에서 저자는 모건 하우절의 말을 인용하여, 이런 부류의 투자자들이 혹 실패한다면 그건 분석의 실패가 아니라 상상력의 실패라고 합니다. 결국, 과학만으로는 안 되고 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뜻이겠습니다. p362에 보면 모건 하우절의 다른 말, "한 번도 일어난 적 없는 일도, 결국은 일어나기 마련이다."도 인용됩니다. 

차트를 맹신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무리 차트를 들여다봐도 이것은 과거의 trace이지 미래를 말해주는 수정구슬이 아닙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주가가 움직이고 나서 추세가 결정되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p96)"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트에서 미래를 본다고 자신하는 이들이 너무 많고,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무공의 비급이라도 익힌 듯 우쭐대는 초보자들"을 비판합니다. 차트는 그 시점에서의 시황 전체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 종목의 일생만 고립되어 나타나는 기록인데, 어떻게 과거에 무슨 까닭으로 저런 모양이 되었는지 정확히 알겠으며, 또 미래를 예측하겠습니까? 어디까지나 유력한 참고 자료일 뿐입니다. 

p112를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주식(=개별종목)은 전체 경제에 영향을 받아 움직이기도 하고, 그 반대로 움직이기도 한다." 그러니 이게 참 어려운 것입니다. 앞에서 고립된 개별 종목의 차트만 보고 어떻게 뭘 확신하겠냐고 했는데, 그런 종목도 있습니다(이런 건 차트만 보는 게 낫죠). 심지어 관리대상종목은 시장으로부터 분리되어 저 혼자 날뛰는 패턴인데, 이것조차도 플레이어들이 무슨 생각을 갖고 갑자기 어떤 액션을 취함에 따라 거꾸로 정석대로 가기도 합니다(역의 노림수). 주식 투자에 너무 과학이 없으면 노름이나 다를 바 없지만, 너무 과학으로만 가면 버는 게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일차원 지식을 과학으로 아는데, 이러면 버는 게 없다가 아니라 있던 돈도 까먹습니다. 

p154를 보면 해리 마코위츠의 포트폴리오 이론이 나옵니다. 이른바 분산투자에 대한 체계이고 100% 진라는 게 이미 과학적으로 검증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페이지에서 인용되는 가치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은 오히려 분산 투자를 반대합니다. 노벨 상까지 받은 마코위츠의 검증된 이론이지만, 이걸 따른다고큰돈이 벌리는 건 아닙니다. 엄격하게 제한된 어떤 조건 하에서 타당한 결론이라는 뜻이지, 무작정 분산투자만 한다고 떼돈 생긴다는 뜻이 절대 아니며, 버핏은 그 점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대체로 학교에서 가르치는 이론은 돈을 어처구니없게 잃지 않는 방법이지, 돈 버는 방법이 아니죠. 

p188을 보면 "지금 누군가가 엘리엇 파동이 맞다는 예를 제시한다면, 나는 그 분석에서 벗어나는 예를 10배는 더 제시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일목산인(一目山人) 본인도 차트에 안 나오는 상황을 다 고려해야 실수가 없다고 했으며, p186을 보면 이른바 효율적 시장 가설, 즉 완전정보의 상황이라서 현재 나온 모든 정보는 모두에게 알려져 시황에 이미 다 반영되었다는 전제 하에만 차트를 전적으로 신뢰할 뿐이라고 합니다. 차트를 믿지 말라는 게 아니라 어설프게 알고 설치지 말라는 건데, 사실 몇 번 쓴맛을 보고 나면 알아서 철이 드는 게 주식입니다. 

p203을 보면 그랜빌의 법칙이 설명됩니다. 사실 주식에 법칙이라는 건 없는데, 이 책의 좋은 점은 그랜빌의 법칙을 무조건 아무데나 적응해 보자는 게 아니라, 제대로 안 먹히는 상황, 반대로 잘 통하는 조건을 두루 설명해 준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맞는 주장이다 싶어도 우리는 메타적으로 개관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이 책은 지나치게 비판적이지 않으면서도, 모든 주장들, 이른바 기법들이라는 것을 냉정하게 하나하나 짚으며 투자자가 소중한 돈을 잃지 않게 배려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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