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공부 수학문해력 하나로 끝난다 - 초등학교 4학년, 수포자가 되는 이유
김은정 지음 / 굿인포메이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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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도 잘 생각해 보면 대략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공부에 고비가 왔던 것 같습니다. 다른 과목보다 수학이 더 발목을 세게 잡았는데, 계산도 어려워지고 개념도 뭔가 더 복잡해집니다. 하지만 상급 학교에 진학하여 원하는 전공을 이어나가려면, 수학을 못 해서는 선택의 폭이 크게 좁아지며, 취업 후에도 직장에서의 위상이 안정적이기 힘듭니다. 따라서 초 4 때 이 수학 공부를 어떻게 해 내느냐가 아이의 장래를 보다 밝게 진행하게 돕는 관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모든 과목을 암기로 바꾼다는 데 있습니다. 과학도 일부 과목은 그저 암기 훈련으로 바뀐지 오래이며, 심지어 수학도 암기 과목(p32)이 되곤 합니다. 물론 저자께서도 수학에 전혀 암기가 필요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하십니다. 중3 때 배우는 근의 공식도, 고1 때 배우는 코사인 법칙도, 고2 때 배우는 삼각함수의 합성이나, 합을 곱으로 바꾸기도, 올림피아드 기하 할 때 배우는 메넬라오스 정리도 모두가 다 암기입니다. 그러나 수학은 기본적으로 창의럭과 상상력을 요하며, 저런 공식들은 문제를 풀며 자연스럽게 몸에 배는 것이지, 영단어나 세계지리 자원 매장지 외우듯 외우는 사항은 아닙니다. 이유도 모르고 뭘 외우는 일만큼 생지옥살이도 없겠는데, 수학은 본디 문제를 풀고 환희를 느끼는 활동이어야 하므로 뭔가가 크게 잘못된 것입니다. p148 이하에는 자기 주도 학습의 본질과 효과에 대해 설명이 이어집니다. 

p94 이하에서 저자는 수학 교육 과정에서 무엇이 인재, 학생들의 정신에 배양되어야 하는지를 논합니다. 교육부에서 정한 "수학적 사고"에는 내용적 사고와 기능적 사고가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 보면 과연 이런 자질을 갖춰야 수학을 잘하게 되겠구나 싶은 항목들입니다. p98에서 저자가 강조하듯이, 수학은 남한테 이끌려다니는 게 아니라 혼자 힘으로, 주체적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는 데 그 핵심이 놓입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빛나는 창의력이나 순발력뿐 아니라 인내심(p103)도 배울 수 있습니다. p97에서 저자는 장연희 저자의 말을 인용하며, 아무 생각 없이 문제를 기계적으로 풀어내는 게 아니라, 생각, 제발 생각이라는 걸 하며 문제를 푸는 습관을 들이라고 학생들에게 강조합니다. 

수학은 대단히 복합적인 정신 작용을 요합니다. 개념과 논리도 잘 활용해야 하지만, 직관도 중요합니다. 직관이 슬슬 무력화하는 것도 초4때부터입니다. 이등변삼각형의 두 밑각은 항상 같다는 원리를 두고 옛 사람들은 "바보가 건널 수 없는 다리"라고 불렀습니다. 이등변삼각형의 두 밑각은 같을 것 같지만, 원에 접하는 어떤 선과 현이 이루는 각, 그리고 그 현의 원주각이 같다는 정리는, 그게 과연 옳다는 걸 바로 알아볼 수 있을까요? 또, 몬티 파이톤의 역설은, 일일이 경우의 수를 안 따지고도 "바꾸는 편이 유리하다"는 걸 (영화 <21>에서 주인공이 말하듯) 직관적으로 바로 알아챌 수는 없을까요? p88에서 저자는 개념, 직관 등을 두루 키워 궁극적으로는 수학적 소통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책의 제목에는 수학문해력이라는 단어가 들어갔습니다. p66 이하에서 저자는 "왜 수학 선생님이, 국어도 아니고 수학에서 독해력, 문해력을 강조할까?"라고 물은 후, 류승재 저자의 책 한 구절을 인용합니다. "언어능력이 또래보다 2년 이상 뛰어난 아이들이, 수학 선행 능력, 심화 능력이 모두 뛰어나며, 1년 뛰어난 아이들도 선행 능력은 뛰어나다." 얼핏 무관해 보이는 언어와 수학의 자질이 실은 매우 밀접하게 이어져 있으며, 저 문장을 잘 읽어 보면 역시 심화능력이 선행능력보다는 더 뛰어나고 중요한 자질임도 알 수 있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은 선행능력과 심화능력도 구분하지 않는데, 그래서 아이가 이해를 하든 못 하든, 진도만 빠르게 빼면 일단 안심합니다. 이건 분명 큰 착각인데, 책 곳곳에서 저자께서는 일반인들의 이런 잘못된 통념을 비판합니다. 문제 인식의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는데 아이의 수학 실력이 개선될 리가 없습니다. 

"수학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몰입이다. 수학은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 습관, 손가락으로 하는 것이다.(p139)" 저자가 인용한 이 문장들은 어느 사교육업체의 카피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올바른 수학 교육의 핵심이 다 담겼다고 합니다. 수학을 잘하는 게, 타고나면서부터 머리가 좋은, 프리드리히 가우스나 앙리 푸앙카레나 폰노이만 같은 천재들에게만 가능하다면 우리들 대부분은 그냥 마음편하게 일생을 수포자로 살기로 하고 일찌감치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그러나 수학은 길만 바르게 접어들면 누구나 잘할 수 있고, 수학의 소통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많아져야 이 세상도 더 개선되므로, 오히려 어린 학생들에게 지금부터라도 바르게 수학 공부를 가르치는 게 의무에 가깝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라고 저는 이해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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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독학 독일어 첫걸음 - 왕초보부터 A2까지 한 달 완성 GO! 독학 시리즈
김성희 지음, 김현정 감수 / 시원스쿨닷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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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어려워하는 우리들을 위해 시원스쿨에서 그래도 초보자 배려를 많이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접했던 외국어 교재들은 불친절한 것들이 많았는데, 이 책을 보면 독일어 알파벳도 모르는 학습자들을 위해 매우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p17을 보면, R r의 명칭은 에아 혹은 에르흐라고 합니다. 저는 고교 때 이 철자 이름을 에르라고 배웠는데, 이 책, 같은 페이지의 예를 보면 Bruder(형제)의 발음도 "브흐루더"라고 한글로 적어 놓았습니다. 사실 Radio 같은 단어도, 독어 원어민들은 "하디오"처럼 발음해서 처음에 깜짝 놀랐습니다. 

p51을 보면 식사 전 대화하기 코너에서 구튼 아페티트 라고 인사를 받으면, 답 인사를 당케, 글라이히팔스라고 합니다. 이게 왜 "너도"가 되느냐면, gleich가 같다는 뜻, fall이 경우라는 뜻이라서 그렇습니다. 뭐 생각할 필요없이 입에서 바로바로 나오게 외우는 게 최상이긴 합니다만. 

사진은 영어로 photo입니다만 독일어로는 Foto라고 합니다. 그래서 p62를 보면 Familienfoto가 가족사진이라고 나옵니다. 명사에 -in이 붙으면 여성형으로 바뀌기도 하는데 그래서 하나의 엄마 직업을 말할 때 선생님이 Lehrerin입니다. p86을 보면... 독어 공부 초장에 배우는 표현이 Wie heissen Sie?인데 영어와 달리 독어 동사 heissen은 "불리다(be called)"라는 수동 표현이라는 게 특이합니다. 여튼 그래서 Hans는 그것을 독일어로 뭐라고 해?라고 물을 때 이 heissen 동사를 쓰며, 여기서 또 알아둬야 할 게 "독일어로"라는 표현이 전치사 auf를 써서 auf Deutsch라고 한다는 점입니다. 영어는 달라서, 그냥 in German이라고 하면 되죠. 동계어라도 이게 언어 감각이 다른 대목이겠습니다. 

시원에서 나온 외국어 교재가 다 그렇습니다만 말문트고 코너에서 회화 표현을, 핵심배우고, 문법다지고에서 문법 사항을, 실력높이고에서 여러 응용문제를 통해 복습을, 어희늘리고에서 다른 유용한 표현들을 배웁니다. 그리고 마지막 독일만나고 코너에서 독일의 역사, 사회, 문화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습니다. 

독일어는 다른 언어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점이, 전철, 일종의 파티클이 동사 앞에 붙었다가 떨어졌다가 하는 부분입니다. 붙었다 떨어졌다 하면 분리전철이고, 언제나 딱 붙었으면 비분리전철인데, 비분리전철은 그냥 하나의 동사로 보면 되므로 어렵지 않습니다. p112에서 이 분리동사 중 aussehen을 배우는데, 뜻은 "~처럼 보이다"라고 책에 나옵니다. 이 단어도, 분리동사이므로 아우스제엔이라고 읽는 게 원칙이나 독일어 네이티브들은 그러지 않고 아우세엔 같이 발음합니다. 잘못된 관행이긴 하나 원어민 사이에서 벌어지는 언어현실이기도 합니다. 

또 독일어에도 현재시제 단수 2, 3인칭에서만 불규칙변화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약간은 아이러니이지만 불규칙도 그 나름 규칙성이 있어서 이걸 캐치하면 아주 어렵지는 않은데, p113을 보면 nehmen 같은 것은 모음뿐 아니라 자음철자까지 바뀌므로(사실은 모음의 장단 때문이긴 하지만) 완전한 불규칙입니다. 같은 페이지의 gefallen은 불규칙 중에서는 그 변화가 예측 가능한 편입니다. 

p124에서 화법조동사를 배웁니다. 화법조동사는 영어에 없는 개념이므로 처음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접속법에는 1식이 있고 2식이 있는데... 앞 p113에서 nehmen의 현재 불규칙 변화를 배웠고, 여기 p125에서 이걸 다시 짚습니다. 이 동사가 영어의 take 비슷하기 때문에 많이 쓰이는 편입니다. p133에 "저도 여기 길 잘 몰라요."라고 할 때, fremd라는 형용사가 영어의 strange, not familiar의 뜻입니다. 

어떤 형용사는 항상 특정 전치사만을 수반하게 하는데 이건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p161에는 ferig 다음에 오는 mit, zufrieden 뒤에 오는 mit를 가르칩니다. 또 Recht haben이라고 해서 "~가 맞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관용 표현을 배우게 합니다. zu Abend essen이 저녁 먹는다는 뜻인데, 앞에 오는 zu 전치사에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올컬러 편집이고 단어마다 발음이 한글로 달려 있어서 초보자한테 너무 편합니다. 역시 시원스쿨.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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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의 행복수업
김지수 지음, 나태주 인터뷰이 / 열림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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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2021) 11월에 이어령 교수님과의 인터뷰책 <마지막 수업>을 읽고 독후감을 올린 적 있습니다. 당시 인터뷰어가 책 중에서건 책 밖에서건 사람들 칭찬이 자자하던 김지수씨였는데 지금 이 책에서 니태주 시인과의 대담을 이끌어가는 분도 그분입니다. 출판사도, 같은 열림원입니다. 저자(인터뷰어) 서문 p10에도 이를 의식한 언급이 있습니다. 이름난 문인, 혹은 그 누구라도 자서전, 회고록 등의 형식으로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이처럼 아주 능숙한 누군가가 대신 자신을 밝혀 주고 표현해 주는 것도 멋진 일입니다. 

p19에 나오듯이 오히려 나이 든 층보다는 나이 어린 독자들이 나태주 시인을 더 알아봅니다. 내년이면 여든이신 시인인데 그 독자층의 연령이 역전된 느낌입니다. 김지수 기자님 표현에 따르면 "젊은이들은 그의 시를 랩처럼 읊고 다닌다"는 겁니다. 연예인 중에도 연세가 드신 후에 대중 사이에 확 각인된 분들이 있는데, 독자인 제 개인적 생각으로는 나 시인께서 젊으셨을 때에는 교직 활동에 전념하시느라 창작에 온전한 열정을 쏟기 어렵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아니면 독자들이 늦게서야 그를 알아본?). p170에 보면 40대 중후반에 장학사를 지내셨던 이야기가 잠시 나오는데 상하권력관계로 구분되는 관료 사회의 생리에 대한 그의 분노가 표현됩니다. 

"좋아요라는 디지털 아멘으로 유지되는 서울(p21)"을 떠나 김 기자님은 시인을 공주에서 만납니다. 예전부터 교육의 도시로 유명했던 곳(마침 나 시인도 공주사범을 나온 분입니다. 현 거주지이기도 하고)이라서 인터뷰 배경으로 더욱 제격인 듯합니다. 나이 차를 떠나 태주, 지수로 호칭하며(실제 대담에서 그랬다는 건 아닙니다) 인격 간 교유와 소통, 영향력 교역을 희망하는 김 기자님의 심적 세팅이 재미있습니다. p183에 보면 "태주는 가만히 노래하듯 시를 읊었다."는 문장도 있습니다. p78에서는 태주와 지수 사이(!)의 우정이 논의됩니다. 공주(公主)의 남자라든가 무수리가 왜 나오나 했는데 시인을 공주(公州)에서 만나서라는 데 생각이 비로소 미치니 김지수 기자님이 참 어린이 같다 싶기도 했습니다. 하긴 인생의 신산을 다 겪은 노시인 앞에서 누구라도 어린이이긴 합니다. 

저는 이 책 전체를 통해 왜 이렇게 "예쁨"에 대해 말이 자주 나오나 의아했었습니다. 물론 문학이란, 시란, 결국 모두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발버둥이긴 합니다만.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태주 시인 하면 대번에 떠오르는 시구(詩句)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중략) 너도 그렇다"의 그 <풀꽃(p119)> 아니겠습니까. 이 시의 기막힌 포인트는 마지막 행의 갑작스러운 "너도 그렇다"죠. 

서문 p8을 보면 나 시인이 함께 떨자고 손 내밀어 줬다는 말이 있어서 무슨 뜻인가 했는데 본문 p46에 그 말이 나오더군요. 솔직히, 어떻게 보면 참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질문 아닌가 싶을 때도 있었는데, 나 시인께서 (좀 의외다 싶게) 마치 모든 질문에 대해 답들을 준비하고 사시는 분처럼, 때로 기발한, 심오한 답들을 척척 하시는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시인들은 (독자인 제 선입견인지 모르겠지만) 상대에게 맞춰 주기보다 본인 감정, 사고에만 충실한 분들이 많다고 여겨서였습니다. 그런데 좀 바꿔서 생각해 보면, 뻔하고 진부한 질문만 했으면 나 시인께서도 역시 뻔한 답만 하셨을지 모릅니다. 인터뷰어가 이처럼 좋은 답이 나오겠다 싶은 질문을 하시니 명답현답이 뽑아진 것 아닐지. 

p30, p31을 보면 시인은 지난 세기의 윤동주, 김소월 두 시인이 왜 이렇게 국민적으로 유독 애송되는가에 대해 한국인의 눈높이에 딱 맞는 분들이라는 답을 하십니다. <새로운 길(윤동주)>이 인용되는데, 시인은 "한국인이 이런 밍밍한 시를 좋아하기도 한다"는 취지로 골랐다고 하십니다. 밍밍하긴 하지만 김지수 기자도 말하듯이, 입으로 소리내어 읽어 보면 그 특유의 리듬감이 참 좋습니다. 수미쌍관의 대표적 예죠. 

또 <윤사월(박목월)>은 참 좋지만 특수한 쪽으로 너무 갔기에 사람들에게 전달이 잘 안 된다고 아쉬워하십니다. 두 작품 모두, 시인께서 젊으셨을 때 가르치셨던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작품들이기도 하겠습니다. 특수하다는 게 무슨 뜻일까요? 시각장애인이 등장한다는 이유에서? 눈먼 처녀니까 어차피 방문을 열고 밖을 봐 봐야 소용이 없고, 새 봄에 설레는 마음 달래기 위해 귀를 기울이는 건데 시상(詩想)은 참 기가 막힙니다. 이러니 박목월 시인이죠. 아무튼 이런 언급으로부터 나태주 시인께서는 대중성이라는 덕목에도 주의를 기울이신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p148을 보면 이상, 김수영은 위대한 발명자이며, 자신은 소소한 발견자라고 겸손해하십니다. 발명과 발견의 차이도 예전 국어 교과서에 어느 설명문 주제로 다뤄진 적 있죠. p121에, 생전에 "나 군"이라고 그를 부른 박 시인에 대한 회고가 있습니다. 

깨치지 못하면 외우기라도 해야(p276) 언젠가는 문리가 트이는지도 모릅니다. 시인께서는, 공부도 못하고 빽도 없는 아이들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 과거 교사로서의 자신을 탓하십니다. "시인은 희극 배우이자 감정의 서비스맨입니다(p296)." 우리 시대의 시인은 예전과는 역할이 매우 달라진 듯합니다. 시인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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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는 똑똑한 초등신문 2 -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하는 최신 뉴스 똑똑한 초등신문 2
신효원 지음 / 책장속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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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는 지금 이 시대에 발생하는 온갖 사건, 실화, 정보 등이 다 담겼습니다. 이 책 겉표지에 나오듯이, 경제, 사회, 세계, 과학, 환경, 문화 등 모든 영역에 걸친 광범위한 사항이 신문에는 다 나옵니다. 하지만 어른들이 보는 신문은 아이들에게는 너무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에게는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신문이 필요한데, 신효원 소장님이 지으신 1권은 작년('23)에 이미 출간되어 많은 호응을 받았다고 합니다. 저는 1권을 못 읽어서 이 2권부터 읽고 리뷰를 남깁니다. 제가 듣기로 제1권은 이 책처럼 경제, 사회, 세계, 과학, 환경을 다뤘으나 문화 파트가 없었고, 이 2권은 심화 버전 기사들이 새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권말에 신문 용어 사전이 포함된 건 같습니다. 

경제 파트에는 17개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마지막 6부에, 문화 기사 14편이 실린 것만 빼고는 각 영역이 대개 16~18개 사이에서 왔다갔다합니다. 신문 기사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배경 지식이 갖춰져야 하는데, 이 책에 실린 모든 기사에는 맨앞에 배경 지식이 달려서 어린 독자의 부담을 덜어 줍니다. 하긴 초등 저학년이라면 에너지가 뭔지,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어떤 힘든 노력이 가해지며 그 과정에서 얼마나 환경 오염이 일어나는지, 에너지가 낭비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뭔지, 아니 먼저 "낭비"라는 개념이 뭔지 먼저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다음에서야, 이 기사에 나온 마트 냉장고의 에너지 효율 추구 정책이 왜 뜻깊은지 이해할 수 있겠는데, 이 책을 보면 어린 독자들 눈높이를 감안하여 여러 장치를 마련합니다. 

사실 마트에 가 보면 편의점과 달리 냉장고에 문이 없죠. 어떤 곳은 비닐 등으로 덮개를 마련합니다. 그러다가 이제는 아예 문을 달겠다는 건데, 이 기사에 나오듯이 냉장고를 바꿔 준다는 게 아니라 문만 다는 것이므로, 과연 효율이 높아질지, 구매자의 불편은 어떻게 해결할지가 여전히 문제로 남습니다. 기사는 이처럼 기사에 나온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그저 수용만 하는 게 아니라, 이해가 안 되거나 뭔가 모순점이 발견되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기사 끝에는 간단한 퀴즈를 통해, 기사 안에 나왔던 정보를 얼마나 이해했는지 체크하며, 어려운 어휘도 쉽게 풀어 줍니다. 

사회 코너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외래어, 외국어를 써서 과연 여기가 한국이 맞는지가 의문이 들 정도인 식당, 커피숍의 메뉴를 지적하는 기사가 나옵니다. 위의 마트 냉장고 기사도 그렇고, 이 메뉴 외국어 기사도 제가 뉴스에서 본 것들입니다. 다시말해, 가상의 교육용 기사들이 아니라 실제 신문 기사를 소재로 하여 만들어진 교재라는 뜻입니다. 물론 무슨 뜻인지도 모를 이상한 외국어를 경우에 맞지도 않게 쓰는 건 꼴불견이며 노령층에게 뜻하지 않은 장벽까지 만듭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무슨 메뉴를 어떻게 만들고 거기 무슨 이름을 붙이는지야 영업의 자유에 속하는 문제이며, 메뉴를 고의로 헷갈리게 해서 저가아이템에 폭리를 취하는 게 아닌 이상 이런 걸 국가에서 규제할 일이 아니라는 게 독자로서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p70에는 생성형 AI가 기존 문장, 작품을 학습해서 작동하는 경우 이걸 도둑질(=저작권 침해)라고 부를 수 있겠는지를 묻습니다. 규율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문제이므로, 많은 이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이를 어떻게 조정할지를 두고 아이한테 스스로 생각해 보게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p96을 보면 프랑스에 요즘 부쩍 늘어난 무슬림 이민자들로 인한 딜레마가 소개되는데,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 무슬림 전통 의상을 입고 오는 걸 금지할 것인지의 이슈입니다. 원래 프랑스는 사회에서 종교의 과도한 영향을 제거하고 계몽사상을 보급하기 위해 대혁명 이후 이런 규범을 마련한 건데(따라서 진보 지향), 이게 이제는 소수민족 차별, 탄압의 빌미로 악용될 빌미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겁니다. 이런 문제는 정답이 정해진 게 아니라,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양한 판단이 가능하므로 아이한테 자기 생각을 키울 여지를 줘야 합니다. 

우리들도 어렸을 때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은 대왕고래(p146)라고 배웠습니다. 예전에는 이 동물을 흰긴수염고래라고도 불렀죠. 그런데 지금은 살아 있지 않고, 3900만년 전(!)에 활동했던 페루세투스 콜로서스가 대왕고래보다 몸집이 작은 데도 몸무게만큼은 더 무거웠음이 밝혀졌다고 합니다. 왜 이렇게 무게가 무거워졌을까. 추운 바다 온도를 견디기 위해 몸에 지방을 많이 쌓았는데, 이러면 몸이 부력에 의해 자꾸 뜨게 되며, 이를 막기 위해 뼈가 더 무거워졌다고 합니다. 내용도 재미있지만, 그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 과정 설명도 참 좋지 않습니까? 잡다한 지식만 많이 안다고 좋은 게 아니라, 이치적으로 그 지식들이 연결점을 찾는 게 과학적 사고의 첫걸음입니다.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도 함께 가르치면 더욱 유익할 듯합니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도 배울 게 많으며, 동시에 비판적, 논리적 사고의 힘도 기를 수 있는 아주 유익한 교재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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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Andersen, Memory of sentences (양장) -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박예진 엮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 센텐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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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영어로 원전 속 멋진 문장들을 뽑아 독자들이 음미하게 돕는 리텍컨텐츠의 여러 아포리즘 시리즈를 읽었더랬습니다. 지금 이 책은 안데르센 동화 열여섯 편을 소개하는데, 이야기를 요약하는 대목이 있고, 그 중 일부 멋진 표현이 포함되었거나, 인물의 중요한 결심, 신념 등이 드러나는 문장, 대사가 영한대역으로 제시되었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 읽었던 안데르센 동화 중 상당수는, 지금 돌아보면 "이런 얘기를 애들한테 읽혀 줘도 되나?" 싶게 잔혹한 내용들이 제법 많이 담겼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인생의 진실 중 하나이며, 잔인하면 잔인한 대로, 아름다우면 아름다운 대로, 아이들이 커 가면서 받아들여야 할 국면들입니다. 어른들 역시도, 원작을 있는 그대로 감상하며, 그리 만만치 않은 질곡 가득한 삶을 산 안데르센의 메시지 참뜻이 무엇이었을지 새겨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책은 모두, 각각 다른 주제를 지닌  4파트로 구성되었습니다. 1부는 인간을 파멸시킨 욕망, 2부는 목숨과 맞바꾼 사랑, 3부는 환상 속으로 빠져드는 마법, 4부는 사유에 묻히게 하는 철학입니다. 어느 주제건 "잔혹동화"라는 형식을 통해서 표현되는데요. 이야기가 참 잔인하긴 해도, 그를 통해 들려지는 미의식과 생의 쓰디쓴 진실은 그만큼 더 아름답게 다가오기에, 성인들도 마치 달콤쌉사름한 초콜릿으로 정신을 각성시키듯 안데르센의 작품들을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빨간 구두(The red shoes)>. 보통 이 작품을 두고, 어리석은 허영심에 빠져 자신의 운명을 그르친 소녀를 비판하는 의도라고 해석합니다. 그러나 책에서는 현대 독자들이 간과하는 포인트를 지적하는데, 당시에는 남자들의 구두를 빨갛게 물들이는 게 유행이었다고 합니다. 여성들에게 부당한 선입견을 갖고, 불합리한 제도적 속박을 강요하여, 사람으로서 최소한 충족하고 싶은 욕구마저 억압하고 결국은 한 젊은 여성을 파멸로 몰아넣은 가부장적 사회야말로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안데르센은 반어적으로 이런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좋은 혈통을 타고나 많은 신민들에게 자애로운 통치를 펴야 할 의무가, 왕, 그리고 그 왕의 계승자들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군주가 그렇지 못하고 사악한 성품을 가졌다면? 실제로 갈릴리 일대를 이천 년 전에 다스리던 헤로데 왕은 자신에게 불길한 예언을 듣고서 갓난아이들을 모조리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p61 이하에 나오는 The wicked prince, 사악한 왕자도 그런 사람이었을 수 있습니다. 

"Many a mother fled, with her naked baby in her arms..." 이 문장에서 어머니나 아기나 모두 단수인데, 번역에는 어머니들, 아기들이라며 복수를 씁니다. 이건 이 문장이 다소 옛스러운, many a라는 형용사구를 채용해서 그렇습니다. 이러면 문법적 취급은 단수이지만 의미상으로는 복수가 됩니다. 또 저는 책의 문장을 인용하며 her naked baby 앞에 전치사 with를 넣었지만, 이 책에서는 더욱 문어체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with마저도 생략해 버렸습니다. 여러모로 멋진, 품격 있는 영문의 진수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with를 언제나 생략할 수 있는 건 또 아닙니다. p139("눈의 여왕")을 보면, "with a robe of white flakes..."에서는 목적보어 성분이 없으므로, 책에서처럼 전치사를 뺄 수가 없습니다. 올바른 문장의 전범을 보는 듯합니다. 

우리도 어렸을 때 "외다리 병정"이라 그 제목을 배웠던 <The steadfast tin soldier> 역시 자세히 읽어 보면 참 무섭고도 슬픈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저 영어 제목에서 보듯, 주석 병정은 그 뜻하지 않던 시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초심을 꿋꿋이 이어가는 장한 캐릭터에 가깝습니다. 기어이 종이 발레리나와 영원히 함께하게 된 그의 운명에도 우리는 동정이나 조롱보다는 일종의 경외심을 갖게 됩니다. 변덕스럽게, 경솔하게, 장식물이나 장난감을 함부로 처분하는 소년이나 그 가족들이 더 한심하게 보입니다. 결국은 육신을 다 녹이는 화염의 시련 속(crucible)에서도 불멸의 하트를 남긴 병정. 그런데 제가 좀 미심쩍은 건, 말을 못하는 종이 발레리나가 과연 병정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고 수용했냐는 점입니다. 

안데르센의 동화 속에서뿐 아니라, 어느 동화에서도 공주들, 왕자들은 하나같이 마녀한테 저주를 받고 다들 힘들게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계모에게 모함을 받아 화형대로 끌려가다 마지막 순간 바느질을 마쳐 백조 왕자들(오빠들)에게 옷을 입히는 데 극적으로 성공한 엘리제(p185). 마지막에 군중들이 달려들어 쐐기풀 옷을 찢어버리려고 하는 장면도 얼마나 야만적이고 끔찍합니까. 저는 차라리 계모야 본인 입장에서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이해가 아주 안 가지는 않았는데(?), 이 어리석고 무지한 군중은 대체 엘리제가 지네들에게 무슨 잘못을 했다고 저런 미친 광기를 부리는 건지, 너무도 한심했습니다. 하긴 이 모든 비극의 원인은 그 멍청한 왕이 제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고급스러운 헌터그린 컬러에, 한 손으로 쥐기 부담 없는 예쁜 양장본이라서 소장 가치를 더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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