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공부 수학문해력 하나로 끝난다 - 초등학교 4학년, 수포자가 되는 이유
김은정 지음 / 굿인포메이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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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도 잘 생각해 보면 대략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공부에 고비가 왔던 것 같습니다. 다른 과목보다 수학이 더 발목을 세게 잡았는데, 계산도 어려워지고 개념도 뭔가 더 복잡해집니다. 하지만 상급 학교에 진학하여 원하는 전공을 이어나가려면, 수학을 못 해서는 선택의 폭이 크게 좁아지며, 취업 후에도 직장에서의 위상이 안정적이기 힘듭니다. 따라서 초 4 때 이 수학 공부를 어떻게 해 내느냐가 아이의 장래를 보다 밝게 진행하게 돕는 관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모든 과목을 암기로 바꾼다는 데 있습니다. 과학도 일부 과목은 그저 암기 훈련으로 바뀐지 오래이며, 심지어 수학도 암기 과목(p32)이 되곤 합니다. 물론 저자께서도 수학에 전혀 암기가 필요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하십니다. 중3 때 배우는 근의 공식도, 고1 때 배우는 코사인 법칙도, 고2 때 배우는 삼각함수의 합성이나, 합을 곱으로 바꾸기도, 올림피아드 기하 할 때 배우는 메넬라오스 정리도 모두가 다 암기입니다. 그러나 수학은 기본적으로 창의럭과 상상력을 요하며, 저런 공식들은 문제를 풀며 자연스럽게 몸에 배는 것이지, 영단어나 세계지리 자원 매장지 외우듯 외우는 사항은 아닙니다. 이유도 모르고 뭘 외우는 일만큼 생지옥살이도 없겠는데, 수학은 본디 문제를 풀고 환희를 느끼는 활동이어야 하므로 뭔가가 크게 잘못된 것입니다. p148 이하에는 자기 주도 학습의 본질과 효과에 대해 설명이 이어집니다. 

p94 이하에서 저자는 수학 교육 과정에서 무엇이 인재, 학생들의 정신에 배양되어야 하는지를 논합니다. 교육부에서 정한 "수학적 사고"에는 내용적 사고와 기능적 사고가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 보면 과연 이런 자질을 갖춰야 수학을 잘하게 되겠구나 싶은 항목들입니다. p98에서 저자가 강조하듯이, 수학은 남한테 이끌려다니는 게 아니라 혼자 힘으로, 주체적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는 데 그 핵심이 놓입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빛나는 창의력이나 순발력뿐 아니라 인내심(p103)도 배울 수 있습니다. p97에서 저자는 장연희 저자의 말을 인용하며, 아무 생각 없이 문제를 기계적으로 풀어내는 게 아니라, 생각, 제발 생각이라는 걸 하며 문제를 푸는 습관을 들이라고 학생들에게 강조합니다. 

수학은 대단히 복합적인 정신 작용을 요합니다. 개념과 논리도 잘 활용해야 하지만, 직관도 중요합니다. 직관이 슬슬 무력화하는 것도 초4때부터입니다. 이등변삼각형의 두 밑각은 항상 같다는 원리를 두고 옛 사람들은 "바보가 건널 수 없는 다리"라고 불렀습니다. 이등변삼각형의 두 밑각은 같을 것 같지만, 원에 접하는 어떤 선과 현이 이루는 각, 그리고 그 현의 원주각이 같다는 정리는, 그게 과연 옳다는 걸 바로 알아볼 수 있을까요? 또, 몬티 파이톤의 역설은, 일일이 경우의 수를 안 따지고도 "바꾸는 편이 유리하다"는 걸 (영화 <21>에서 주인공이 말하듯) 직관적으로 바로 알아챌 수는 없을까요? p88에서 저자는 개념, 직관 등을 두루 키워 궁극적으로는 수학적 소통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책의 제목에는 수학문해력이라는 단어가 들어갔습니다. p66 이하에서 저자는 "왜 수학 선생님이, 국어도 아니고 수학에서 독해력, 문해력을 강조할까?"라고 물은 후, 류승재 저자의 책 한 구절을 인용합니다. "언어능력이 또래보다 2년 이상 뛰어난 아이들이, 수학 선행 능력, 심화 능력이 모두 뛰어나며, 1년 뛰어난 아이들도 선행 능력은 뛰어나다." 얼핏 무관해 보이는 언어와 수학의 자질이 실은 매우 밀접하게 이어져 있으며, 저 문장을 잘 읽어 보면 역시 심화능력이 선행능력보다는 더 뛰어나고 중요한 자질임도 알 수 있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은 선행능력과 심화능력도 구분하지 않는데, 그래서 아이가 이해를 하든 못 하든, 진도만 빠르게 빼면 일단 안심합니다. 이건 분명 큰 착각인데, 책 곳곳에서 저자께서는 일반인들의 이런 잘못된 통념을 비판합니다. 문제 인식의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는데 아이의 수학 실력이 개선될 리가 없습니다. 

"수학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몰입이다. 수학은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 습관, 손가락으로 하는 것이다.(p139)" 저자가 인용한 이 문장들은 어느 사교육업체의 카피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올바른 수학 교육의 핵심이 다 담겼다고 합니다. 수학을 잘하는 게, 타고나면서부터 머리가 좋은, 프리드리히 가우스나 앙리 푸앙카레나 폰노이만 같은 천재들에게만 가능하다면 우리들 대부분은 그냥 마음편하게 일생을 수포자로 살기로 하고 일찌감치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그러나 수학은 길만 바르게 접어들면 누구나 잘할 수 있고, 수학의 소통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많아져야 이 세상도 더 개선되므로, 오히려 어린 학생들에게 지금부터라도 바르게 수학 공부를 가르치는 게 의무에 가깝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라고 저는 이해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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