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
에트가 케렛 지음, 이만식 옮김 / 부북스 / 200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 이 책은 에트가 케렛이 쓴 짧은 이야기들이 모여져 만들어진 소설이다.  두어 장이 되지 않을 정도로 짧은 것에서부터 길어봐야 마흔 여장이 조금 넘는 정도의 [크넬러의 행복한 캠프 생활자들] 등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것이다.      

  우선 처음을 장식하는 것은 책 제목이 곧 단편의 제목인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이다.   시간에 대한 원칙을 잘 지키는 버스 운전사에 대한 이야기로 정류장에서 쓸데 없는 굼뜬 시간들을 허용하지 않는다.  늦게 뛰어오는 사람을 태우기 위해 이미 승차한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을 수는 없다는 주의인데, 예외가 되는 하나의 사건이 일어난다.  처음을 채워가는 단편, 조금 끌리기 시작한다.    

  세번 째 이야기인 [벽 속의 구멍]은 센트럴 버스 정류장 바로 옆, 벽에 구멍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 소원을 말하면 이루어진다고 한다.  소원구멍이라, 나도 그런 거 발견하고 싶다.  여하튼, 외로웠던 어느 날 친구를 가지고 싶다는 소원을 말하니 천사가 나타나더란다.  날개를 감추기 위해 트렌치코트를 입은 꼽추일 것이라 확신이 드는 깡마르고 구부정한 천사, 천사의 나는 모습을 보고싶다.  그래서 천사를 빌딩에서 밀었다.  하지만 천사는 날개짓따위는 하지 않은 채, 보도 위에 널브러졌다.  날개 달린 거짓말쟁이 천사였다는 것을 깨닫는 우디...    

  [파이프]란 제목의 단편은 심각한 지각력 장애를 겪고 있다는 판정을 받게 되는 한 사람이 파이프를 제작하는 일을 하게 된다.  어느 날 파이프 안에 굴러넣은 구슬이 되돌아 나오지 않은 채,사라진다고 생각한 그는 거대한 파이프를 만들어 자신 역시도 사라지고 싶어한다.  세상과 어울리지 못 하는 사람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천국으로..    

  스무 여 편의 짧은 이야기들의 모음으로 두껍지 않은 책이다.  몇 몇 이야기는 재미있었지만 또 몇 몇 이야기는 밍숭하게 읽어 나가기만 했다.  아쉬운 점이라면 책에 대한 해설이 조금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뒷표지에 수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되었지만 이 책의 마지막 장까지 덮어 읽은 상태의 난, 사실, 무엇이 그렇다는 것인지 궁금함이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사의 나라>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아사의 나라
유홍종 지음 / 문예출판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가야 연맹의 다라국, 신라의 지배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독립의 꿈을 버릴 수 없다.  대야주의 다라국 시종관인 허장옥에게는 아사라는 어여쁜 딸이 있다.  그리고 다라국의 독립을 한낱 꿈으로 멈추어둘 수 없는 조국에 대한 강한 애국심이 있는 청년 진술래는 아사를 연모하고 있다.  하지만 신라 장수 설오유에게 첫 눈에 반하는 아사, 그 둘의 사랑은 아사의 뱃속에 새 생명의 숨결을 심어 놓는다. 

 

  사랑은 쉬운 길을 모르는 녀석인 것일까.  설오유와 아사는 사랑을 맹세하지만 백제의 인질로 끌려가게 되는 아사, 의자왕의 후궁이 되고만다.  사랑하는 이를 마음에 두고, 사랑하는 이의 아이를 몸 속에 두고 있는 아사는 다시 대야주로 탈출해나갈 소망만을 가지게 되고, 그 계획을 차근차근 세워나간다.

 

  의자왕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아사, 언제나 은고 왕비의 눈에는 가시일 수 밖에 없다.  하여, 아사를 죽일 계책을 틈틈이 행하고 있는 은고, 그 기회를 만나게 된다.  백제의 인질이 되어 간 사랑하는 여인 아사를 만나러 오는 진술래, 그녀를 탈출시켜 주고 싶다.  그리고 설오유 역시 자신의 아이를 가진 연인을 구하고 싶지만, 자신이 백제에 당당한 걸음으로 들어갈 때까지 참고 기다리라는 말을 남긴다.  기약 없는 기다림 혹은 이루어질 수 없을지도 모르는 기다림에 아사는 매달려 있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위험한 탈출을 감행하게 되는 아사.....

 

  아사는 사비라는 딸을 낳았다.  아사를 닮아 어여쁜 아이 사비를...

  사비는 어느 날부터인가 눈이 멀어지면서 앞날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그녀의 점괘를 받으러 오는 복술가 이만광, 백제의 왕비 은고는 그의 점괘만을 의지한다.  실은 사비의 능력을 통한 것이지만 이만광의 입을 통해 내뱉어지는 점괘인 것에 말이다. 

 

  백제는 시시각각 무너져 내리고 있다.  신라와 당의 연합전선에 의해, 그렇게 백제라는 나라는 지도상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하고, 백제와 신라의 싸움 속에서 다라국의 독립을 꿈꾸던 진술래는 반란을 일으키고 말지만...

 

  가야 연맹의 다라국, 아사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이며, 아사가 사랑한 연인을 만난 나라이다.  어여쁜 아사와 그녀의 딸 사비의 인생을 통해 멸망하는 백제와 김유신의 신라를 만나보게도 되는 이 책은, 심금을 흔드는 토적을 멋드러지게 연주하던 아사 그녀의 사랑에 대한 그리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만나고 싶었으나 만나지지 못 한 아사의 사랑, 그들의 사랑의 완성인 사비, 그녀들의 토적 소리는 대야주의 산야를 휘감는다.  설오유의 심장을 훑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혼의 식사 - 위화 산문집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휴머니스트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위화라는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허삼관 매혈기]로 부터이다.  가슴에서부터 발하는 감동을 미처 추스리지 못해 끝내 엉엉 소리내어 눈물 짓게 만들었던 그를 심장에 박아넣으며, [인생]이란 책으로 그 두번 째의 만남까지 이어갔다.  그와의 두번 째 만남에서 역시 나는 또 주책맞게 눈물로 가슴을 적셨고, 그렇게 그는 나에게 감동만을 심장 속으로 몰아쳐 왔다.  그의 쓰나미같은 감동에 무방비 상태로 있는 것이 오히려 감사한 행복이었을만큼 위화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무한한 축복처럼 여겨졌었다.  

 

  이번은 그를 만나는 세번 째이며 산문집은 처음이다.  소설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위화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엿본다는 것은 얼굴을 발그레하게 만드는 일인 것 같아, 산문집 읽기가 매번 조심스러웠으나 이번에는 용기를 내어 보았다.  이 책은 위화가 자신의 아들을 가지게 되면서 그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해서 자신의 어린시절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간다.   세 살이 되기 전의 그의 아들은 외출을 하기만 하면 택시를 잡아 타자고 말했다고 하고, 야단을 치며 벌로 집 밖에 내놓았더니 어느 날은 잽싸게 들어와 오히려 집 현관을 걸어잠궈 자신이 내쫓겨나 버린 적도 있었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리해서 겹쳐지는 영상은 아버지에게 야단을 맞으면 밀밭으로 숨어들어갔던 위화의 어린시절의 추억담이다.  아버지의 노기가 사그라질 때까지 은신처인 밀밭에 숨어 있다 들어갔는데, 어느날은 금세 들켜버려 엄청 혼이 났다는 일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위화 아버지가 손수 만들어주시던 찐빵과 만두 이야기도 들려준다.  위화는 치과의사로 5년간 생활을 하다가 작가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한국 방문기도 실려 있어 반갑기가 그지없다.  그가 생각하고 있던 한국의 인상을 들으며, 그를 더욱 자세히 알게 되는 것 같다. 

 

  그가 진정한 책읽기라는 것을 한 것은 20대부터였다고 한다.  나 역시 늦은 나이에 본격적으로 책읽기의 바다 속을 헤엄치기 시작했는데, 그와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다니 입이 헤벌죽해진다.  그 역시 고전의 중요성을 이야기해주고 있는데, 그가 읽었다는 빅토르 위고의 글이나 보르헤스의 글들을 나는 아직도 못 만나고 있으니 반성의 숙연한 시간을 가져본다.  장편소설을 쓰는 일의 힘겨움을 토로한 부분을 보면서 작품을 하나 탄생시킨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도 된다.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이 작가인 자신한테 말을 걸기 시작했다는 [허삼관 매혈기]는 정말이지 그의 작품 중에서 최고 걸작이라고 말함을 주저함 없게 한다.  1996년작인 그 작품의 발문과 중국어판 서문, 한국어판 서문, 독일어판과 이탈리아판 서문이 실려 있다.  이외에도 [살아간다는 것], [가랑비 속의 외침], [현실일종] 등 그가 쓴 작품들의 서문이 있다. 

 

  인간 위화의 삶이라던가, 생각들을 만나는 일이 조심스러웠던 것은 그의 작품 속에서 느꼈던 감동이 너무나 커서 작가 자신에게 가지는 이상이 커져버려서였다.  내 안의 그와 실제의 그 안에서 충돌하게 될 무언가를 만나게 될까봐 그를 알아가는 일에 거침없는 발걸음을 내어놓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그의 산문집을 덮는 시간, 실제의 그를 알아가게 된 이 순간이 무척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허세에 쩔어 있는 작가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작가를 응원한다.  나는 위화를 좋아한다.

 

[인상적인 구절]

  나는 내 작품이 점점 쉽게 변하고 있고, 점점 더 많은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시대의 변화인지 사람의 변화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그저 살아 숨쉰다는 사실과 살아 숨쉰다는 느낌을 더 좋아하게 됐고, 문학의 위대한 점은 바로 동정과 연민의 마음에 있으며, 이런 느낌을 철저하게 표출해내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문학은 실험이 아니라 이해와 탐색이며, 형식상의 탐색은 형식 자체의 창조나 다른 어떤 표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인간의 마음 속으로 깊이 들어가기 위함이며, 인간의 내심을 표출하기 위함이지, 결코 내분비물을 표현하기 위함이 아니다.

- 중략-  앞으로 나올 작품 소게는 더 많은 의의가 담겨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그 의의는 영혼과 희망이 담겨 있는 작품을 쓰는 것을 말한다.                             

                                                                    -208에서 209쪽까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틀비>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리틀 비 Young Author Series 2
크리스 클리브 지음, 오수원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리틀 비는 영국의 난민 수용소에서 도망쳐 나와 2년 전, 나이지리아 해변가에서 만난 적이 있는 앤드루와 새라 부부를 찾아간다.  그녀가 찾아간 날은 앤드루의 장례식이 있었고, 남편의 죽음이 힘겹기만 한 새라, 어느새 어린 아들 찰리를 잘 보살펴주고 있는 리틀 비는 그들과 함께 기거하게 된다.

 

  리틀 비, 그녀에게는 드러내놓고싶지 않은 깊은 상처가 있다.  자신의 조국 나이지리아, 자신이 살았던 마을의 유일한 생존자가 되어버린 리틀 비는 살기 위해서 영국으로 밀입국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불법 난민으로 영국의 새라 집에 있게 된 리틀 비는 조국으로 추방 당하게 되는 일이 너무나 두렵다.  그것은 곧 그녀에게는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생존을 위해서 그녀는 영국에 남아 있어야 한다. 

 

  죽은 앤드루, 그는 리틀 비의 전화를 받고 며칠이 지난 후 스스로 목을 메었다.  그가 자살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이유는 그가 결코 떨쳐낼 수 없었던 죄책감에 대한 우울증때문이었다.  세월의 시간을 앞으로 돌려 2년 전, 소원해진 부부관계의 개선을 위해 떠난 나이지리아의 여행에서 앤드루와 새라는 리틀 비의 자매를 만나게 된다.  쫓기고 있던 리틀 비와 언니는 해변가에서 산책을 하던 그들에게 살려달라는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추격꾼은 손가락을 하나씩 내놓으면 이 아이들의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말한다.  앤드루는 그 상황을 회피하지만 새라는 손가락을 절단하여 리틀 비의 목숨을 구해주게 된다.  앤드루의 회피로 언니를 잃게 된 리틀 비, 생존을 위해 찾아온 영국에서 앤드루 부부를 찾아나선다. 

 

  아빠를 잃은 어린 아들 찰리, 그 아이의 상처 역시 깊어지기만 하고, 리틀 비는 아이의 친구가 되어 위안을 안겨준다.  그러던 어느 날, 공원에서 찰리를 잃어버리게 되고, 새라와 그녀의 애인 로렌스, 리틀 비는 발을 동동 구르며 경찰에 신고하게 된다.  경찰에게 리틀 비는 불법 난민의 신분이 들켜 결국 나이지리아로 추방을 당하게 되고, 그 길에 새라와 찰리가 함께 한다.

 

  무척 인상적으로 읽은 책이다.  살기 위해 조국을 떠나올 수 밖에 없었던 리틀 비, 그녀가 난민 수용소에서 겪은 고단함과 자신의 조국 그녀가 나고 자란 마을에서 일어난 살육의 목격자로 그리고 인생의 꽃을 채 다 피우지도 못한 언니의 죽음을 기억하는 리틀 비, 그녀와 앤드루, 새라의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는 그녀의 고백 속에서 결국 서로의 희생을 만나게 되는 가슴 찡하면서도 먹먹한 세상에 대한 맞서야 하는 용기를 일깨우는 시간이었다.

 

  리틀 비는 언니를 구해주지 못하고 자신들의 위험을 외면했던 앤드루에 대한 원망과 자신을 구해준 새라에 대한 고마움을 가지며 그들 앞에 나섰다.  그리고 앤드루는 한 소녀의 위험을 외면하여 그 아이들을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쌓여 세월을 살아갔다.  새라는 다시 만나게 된 리틀 비의 난처한 상황들을 해결해주고 싶고, 칼럼릿스트였던 앤드루는 죄책감에 사로잡힌 채, 리틀 비 자매와 같은 아이들이 세상에 다시는 존재하지 않게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갔던 자료들을 수집하며 나름의 용서를 구하고 있었지만 우울증에서 헤어나올 수는 없었다.   언니를 죽게 내버려 두었던 앤드루를 원망했던 리틀 비, 그러나 그녀 자신도 앤드루와 같은 사람임을 깨닫게 되는 부분은 절대 잊혀질 것 같지 않은 장면이다.  그리고 희생적인 결말 역시도....   인상적인 소설이었기에 권하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토탈케옵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토탈 케옵스 - 마르세유 3부작 1부
장 클로드 이쪼 지음, 강주헌 옮김 / 아르테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 세상을 바꿀 힘이 없는 까닭에 우리는 눈잎의 현실을 위조하고 있었다. /334쪽]

  마르세유로 이민와 생활을 하고 있는 마누와 우고, 롤 그리고 살아남은 자로 친구들의 죽음에 대한 의문들을 풀어가는 경찰 파비오의 더러운 세상과의 싸움이다.  이민 2세들이었던 마누와 우고, 파비오는 한 여자 롤을 사랑했다.  세 사람이 모두 오로지 롤,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것은 로맨틱함일까, 드라마틱함일까 혹은 슬픈 엇갈림일까.

 

  마누와 우고, 파비오는 몰려다니며 어린시절 작은 절도들을 저지르면서 살아가다 어느날 들어간 슈퍼에서 살인을 일으키고마는 마누, 그 과정에서 괴로워하던 파비오는 군에 자원 입대하고 만다.  그리고 우고는 연인이었던 롤과의 관계까지도 저버린채 혼자 외국으로 떠나버리고, 남겨진 마누와 롤 세월 속에서 연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여전히 암흑가의 세력에서 살아가던 마누가 죽음을 당하고, 그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기위해 우고가 마르세유로 돌아온다.  하지만 우고조차 죽음을 대면하게 되고, 사랑했던 여인 롤의 행방은 묘연하다.  파비오는 친구들의 죽음에 무엇이 얽혀있는 것인지 그 의문을 파헤치고싶다.  그리고 롤을 찾아야 한다.  그녀의 빈 아파트를 종종 찾아들며 그녀가 남겨둔 박하와 꿀풀 화분에 물을 주는 파비오, 영혼이 살아 있는 곳에는 다른 것도 멀리 있지 않다고 말했던 롤, 행방이 묘연한 그녀의 생존을 굳게 믿고 싶은 파비오이다.  그녀만은 친구들처럼 죽어있지 않기를, 그녀가 간절히 필요한 파비오...

 

  마르세유, 이민자들이 정착해 살아가는 곳으로 다인종이 모여 있다.  이탈리아의 마피아 가족조직, 아랍인들, 흑인들 등등 폭력조직을 만들어 혹은 인종차별적인 대우를 받으면서 마르세유에서 삶을 꾸려가고 있다.  파비오, 그를 사랑한 아랍 여성이었던 레일라 그녀의 끔찍한 죽음 역시 아랍인들에 대한 경멸을 가지고 있던 백인들의 소행이었다.  레일라의 죽음이 괴롭기만 한 파비오, 그녀를 살인한 자들 역시 찾아야 한다. 

 

  파비오가 알고지내던 매춘녀 마리 루, 그녀의 애인이 마누와 우고의 죽음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는 인물임을 알게되면서 차츰 친구들의 죽음에 대한 의문들이 조금씩 조금씩 풀려가기 시작한다.  추리적인 구성으로 그려진 이 소설은 누가 마누와 우고를 죽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앞서 언급했듯이 조금씩 서서히 풀어가준다.  남겨진 파비오 그가 살아가는 도시 마르세유, 불빛 한점 없는 도시의 뒷골목, 그 어둠에 묻혀있는 암울함에 스스로 세상에 대한 문을 닫아걸고 살아갔던 파비오, 친구들의 죽음 앞에서 다시 세상 속으로 뛰쳐들어가 마주선 용기를 내고 있는 파비오.

 

[나는 닫힌 세계에서 살았어.  나태하고 무기력하게.  이젠 작은 것에도 만족할 거야.  그럼 언젠가 모든 것에 만족하겠지.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해. /358쪽]

 

  마르세유를 배경으로 하는 3부작 중의 하나라고 한다.  친구들의 죽음에 대해서 가진 의문을 풀어가는 그 결말까지 오는 시간들이 결코 지루하지 않은 소설로 나태하고 무기력하기만 했던 평범한 경찰 파비오가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뛰어든 세상과의 싸움을 지켜보고싶지 않은가.  얻어맞고 죽음에 대한 협박을 당하는 파비오, 그 중년의 경찰을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