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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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영화를 보았다. 평소엔 먹지도 사지도 않는 팝콘과 콜라를 들고.

그리고 몇일 뒤 책을 한권 샀다.

아무런 생각 없이 책을 한권 샀다.

나는 그런 사람인가보다. 했다.

그런 사람이라고 이해하고 나 자신을 설득하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타인은 알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나 자신을 이해하고 설득하는 일.

주인공도 어쩌면 나와 같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는 부모도 형제도 없다.

내가 그와 같이 신을 믿는 사람이였다면 아니 조금 더 강하고 강직한 성격이였다면 나는 그들이 어딘가에서 나와 함께하고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어쩌면 현실을 조금 더 빨리 파악하고 선택하고 괜찮아지고 슬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그러한 시간들이 없었다.

내가 어떠한 준비도 하기전에 그들은 주인공의 부모 형제와 같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

적어도 내 생각엔 내 느낌엔 그러했다.

영화가 끝난 후 맥 없이 울었던 것처럼 책을 읽고 한참을 그렇게 울었다.

미친것처럼 입에서 쌍욕을 하며 울었다.

내가 그런 욕들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씩 놀라며 나는 울었다.

아직도 어린 건지 조금 더 크면 나이들면 나 또한 괜찮아 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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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 어쩌면 누구나 느끼고 경험하고 사랑했을 이야기
강세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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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하기로 했다. 

스무살 무렵 그를 만났고 우린 연인도 친구도 아닌 관계로 오랜시간 함께했다.

이별을 하려고 했다.

아니 이별의 순간이 왔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한참이나 연락이 없었다.

내가 모진말을 했고 그에게는 연락이 없었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였으나 내게는 항상 먼저 손을 내밀던 그 사람에게 연락이 없었다.

사실 하루쯤 연락이 없었다.

그런데 아무런 일도 할 수 없고 온 몸이 떨려왔었다.

이젠 그도 지쳤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도 당연한 것이 나는 너무 변덕스러웠고 남들이 밀당을 할때 밀밀을 하고 있었다.

결혼을 할 생각도 그렇다고 그와 함께 살 생각도 없었고 그는 내게 자신을 좋아하긴 하느냐고 묻는 시간들이 있었다.

나는 물론 그렇다고 그가 물어볼때마다 대답을 했고 그러지 않을때 그에게 그러한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 집으로 올라가도 괜찮으냐고 물었다.

내 온 마음이 바닥까지 퍽하고 주저 앉았다.

안도였을까. 혹은 그의 목소리에 이제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던 것일까.

초인종 소리가 들리고 내 앞에 그가 서 있다.

그로 인해 다시 한국에 머무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음,,,,,,새해를 이곳에서 맞고 싶다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한동안 머물고 있는 작은 아파트였다.

그는 한손에 서류가방을 들고 머플러로 얼굴을 칭칭 동여맨채 내게 들어가도 괜찮냐고 물었고 코끝까지 얼어있는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같은 마음이였을까. 그의 온 마음이 나와 같이 무너져 내렸던 걸까.

따뜻한 모과차를 건내는 내 손이 떨렸고 그 잔을 들어올리는 그의 손 또한 떨렸다.

서류가방 속에서 꽃도 아니고 뭐 대단한 선물도 아닌 책을 한권 내밀던 그.

이런 그라서 그의 곁에 난 있고 싶다.

어설프고 뭐든 허둥거려서 아직도 길에서 꼬마처럼 퍽퍽 넘어지곤 하지만 난 여전히 그의 곁에 짐스럽지 않게 남고 싶다.

우리 이렇게 다시 시작해도 괜찮을까.

그가 말 없이 모과차를 마시고 나를 그의 품속에 따뜻하게 품어줄때 나는 조금 울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린 아이마냥 그의 품속에서 아무 생각 없이.......

나에겐 더 이상 가족이라는 것이 없다. 나에게 가족이 생긴다면 그게 그였으면 좋겠다는 말을 그에게 그 날 했다.


책머리엔 그의 정갈한 글씨가 언제나 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신이 나를 힘들어 한다는걸 언젠가 부터 알고 있어요. 그래서 나도 당신를 어려워하기 위해 당신과 같은 존대를 쓰기 시작했어요. 우리 여전히 서로에게 어려운 사람이길 바라지만 그래도 우리 함께 하기로 해요. 언제나 당신을 참 많이 아끼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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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다정한 사람
은희경 외 지음 / 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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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까지 와준 한권의 책과 한 사람.

나는 가을을 타는 사람이 아니다.

외롭지 않았던 적이 없어서 외롭다는 것이 어떤건지 조금씩 무감각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 앞에 당신이 적어놓은 글 귀를 보며 나는 조금은 울었다.

 

 -우리 가을엔 이별하지 않기로 하자. 넌 추위를 많이 타니 겨울에도 조금은 참기로 하자. 그리고 봄이 오면 그때도 그러고 싶다면 그땐 내가 너를 조금 더 이해하기로 할게.-

 

당신은 항상 이런 사람이다.

나는 발리의 작은 마을에 정착했고 이곳엔 가을이라 할것도 여름이라 할것도 겨울이라 할것도 봄이라 할것도 없다.

그런데 당신은 이런 사람이다.

내게 책한권 주겠다고 이곳까지 아무렇지 않게 와 활짝 웃어주는 이다.

당신의 마음이 좋아 읽어 내린 책.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다 있다며 환하게 웃던 당신이 나는 조금 원망스러웠다.

나는 이곳을 떠날 생각이 없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니 그저 책은 어때?라고 묻는 당신이 있어 나는 똑같이 웃어보인다.

비행기 위에서 당신은 까만 밤 동안 먼저 책을 읽고 왔다는 걸 안다.

내가 이렇게 당신을 잘 안다는 것이 조금은 무섭다.

무서운 것이 이런거라 더욱더 좋다.

당신 이제 나와 함께 여기서 살면 안될까.

돌아가서 그렇게 외로워할거라면 그냥 여기서 나랑 이렇게 살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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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없는 그 자리
이혜경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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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다. 두달전 나는 한국을 떠나 따뜻하고 사람 좋은 곳에 정착했다.

그리고 12월 나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무슨 일이 있거나 이제 여기 살아야겠다는 그런 마음보다는 내가 할 일이 있어서.

내가 할 일을 한게 언제였는지......

나는 내 할 일을 하고 사는 사람이 아닌가 보다라는 생각을 했다.

아니 어쩌면 내가 하고싶은 일만 하며 사는 사람인가 보다 했다.

나는 나만 생각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남들보다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었다.

남들보다 더 많은 곳을 아무생각 없이 여행하며 가끔은 정착할 수도 있었다.

남들보다 더 조금 사진을 찍어도 괜찮았고 내 생각을 내 의견을 표출했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여기 아무도 남지 않은 한국으로 돌아와 책 한권을 읽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사는 나라. 그리고 어쩌면 여전히 그는 이곳에서 살겠다하겠지만 나는 이곳을 다시 떠나려고 한다.

옛날에 한 친구가 나에게 왜 그렇게 돌아오냐고 물었었고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렇다고 했던가.

이제는 모른다.

너도 나도 이제는 서로를 떠나야하는 건지도.

나이는 차곡차곡 먹어가고 나는 사랑을 한다.

여전히 사랑을 하고 혹시 그와 헤어지더라도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며 또 다른 사랑을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렇지도 모른다는 그에게 하는 오늘 밤.

그는 옆자리에 여전히 내 자리를 남겨두고 나를 기다릴까. 나에게 그런 사람이 있어 감사하다.

소파에 누워 노트북을 배 위에 올리고 글을 쓰는 내게 피곤하겠다. 빨리자. 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직은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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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 - 공지영 앤솔로지
공지영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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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옥수수와 감자를 구웠다.

여기 사람들은 신기하게 먼저 삶아서 그걸 굽는다.

그럼 더 빠르고 맛있다는데 더 어이없는 건 속은 하나도 익지 않아서 나는 겉만 긁어 먹는다.

그는 이런 이곳 사람들에 처음엔 웃더니 나중엔 그냥  잘도 먹는다.

나는 못 먹는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먹으며 예쁘게도 웃는다.

 

당신이 이런 사람이 아니였다면 나는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을 거다.

당신이 만약 내가 못 먹는 닭을 똑같이 못 먹는 사람이였다면 나는 당신이 싫었을지 모른다.

당신이 만약 내가 잘 먹는 고수를 골라내지 않고 똑같이 잘 먹는 다면 나는 당신이 싫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만약 영화를 좋아한다면 나는 당신과 만날수 없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만약 티비를 하루종일 끼고 사는 어느집 남자와 같다면 나는 당신과 헤어졌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만약 나와 농구 중에 한참을 망설이다 농구하고 올게라고 말하지 않는 남자였다면 당신과 싸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우린 그런 사이였고 헤어지고 만나고를 반복하고 결혼하지 않고 당신은 나를 위해 직장을 때려치웠고

싸이덕에 주식이 올라 우리는 몇년은 일을 안하고 살아도 괜찮을지 모른다.

우린 그 몇년을 못 채우고 다시 헤어질지 모른다.

이번에도 떠나는 쪽은 나일지 모른다.

이번엔 당신이 나를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렇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렇고 당신도 그렇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나도 당신을 당신도 나를 아직은 사랑한다.

상처 만큼 사랑하고 그래서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음악을 들으며 아직은 한집에서 그렇게 그렇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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