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다정한 사람
은희경 외 지음 / 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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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까지 와준 한권의 책과 한 사람.

나는 가을을 타는 사람이 아니다.

외롭지 않았던 적이 없어서 외롭다는 것이 어떤건지 조금씩 무감각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 앞에 당신이 적어놓은 글 귀를 보며 나는 조금은 울었다.

 

 -우리 가을엔 이별하지 않기로 하자. 넌 추위를 많이 타니 겨울에도 조금은 참기로 하자. 그리고 봄이 오면 그때도 그러고 싶다면 그땐 내가 너를 조금 더 이해하기로 할게.-

 

당신은 항상 이런 사람이다.

나는 발리의 작은 마을에 정착했고 이곳엔 가을이라 할것도 여름이라 할것도 겨울이라 할것도 봄이라 할것도 없다.

그런데 당신은 이런 사람이다.

내게 책한권 주겠다고 이곳까지 아무렇지 않게 와 활짝 웃어주는 이다.

당신의 마음이 좋아 읽어 내린 책.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다 있다며 환하게 웃던 당신이 나는 조금 원망스러웠다.

나는 이곳을 떠날 생각이 없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니 그저 책은 어때?라고 묻는 당신이 있어 나는 똑같이 웃어보인다.

비행기 위에서 당신은 까만 밤 동안 먼저 책을 읽고 왔다는 걸 안다.

내가 이렇게 당신을 잘 안다는 것이 조금은 무섭다.

무서운 것이 이런거라 더욱더 좋다.

당신 이제 나와 함께 여기서 살면 안될까.

돌아가서 그렇게 외로워할거라면 그냥 여기서 나랑 이렇게 살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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