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정원 - 상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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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우연히 신문에서 이책의 제목을 발견하고는 얼핏 <비밀의 화원>이 떠올랐다. 나만의 다른 출구를 가진 그 주인공처럼 어쩌면 작가도 자신만의 비밀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서 오래된 정원으로 탈바꿈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별로 강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주인공이 지식인의 힘으로 오로지 알고도 행하지 않는 비겁함에서 벗어나 투쟁하고 그 시련을 견디어 가는 과정들이 나에겐 경험하지 못했던 걸 순식간에 느끼게 했다. 이책은 그것을 느끼게 하는 힘이 있었다.

난 살아가면서 내가 힘들다고 느꼈던 몇번이 경험에 대해 자주 되뇌이곤 한다. 그러나 지나고 나면서 그때의 기분들은 퇴색될대로 퇴색해버려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한 채 그냥 형상으로만 남아 있을 때가 많이 있다.

주인공의 심정은 어떤 것일까? 다른 이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것이 끝나버린 이 시점에서...어쩌면 또 다른 시작에서 그 주인공은 무엇을 보는걸까?

아무런 동질감도 느끼지 못한재 온전히 제 3자의 입장에서만 이책을 본것 같다. 지금 또다시 이 책을 들추면 난 또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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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는 꽃이 피네 (양장본)
법정 지음 / 동쪽나라(=한민사)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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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질때도 아름다워야 한다. 지는 꽃도 꽃이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읽은 글귀인데 자꾸만 입에서 맴돈다. 마지막까지 한 이름이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눈물이 날만큼 아름답게 느껴졌다. 하물며 그 꽃보다 아름답다는 사람임에야...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지극히 평범하게 느껴지지만 난 가끔씩 내가 사람인지 또 '답게' 살고 있는지 의문을 느낄 때가 많이있다. 이책은 사람답게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작은 이야기들이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아마도 이 세상을 힘겹게 사는 사람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사람의 맛을 느끼게 하기위해 선물을 한 이유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 책을 선물 받은 사람 중의 하나이다.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공유할 수 있는 기쁨. 바로 이책이 갖는 가장 큰 묘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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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1
최명희 지음 / 한길사 / 199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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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마다 우연찮게 접하게 되는 <혼불>의 정체에 대해 몹시 궁금해했었다. 10권이라는 적지 않은 책을 선뜻 구매하게 된 것도 이틀에 걸쳐 후다닥 헤치워버린 것도 오랜 기간동안 갈망해오던 내 마음의 표현인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쉽게만 읽혀지던 이야기같은 소설은 아니었다. 마치 오래된 가족사진을 보는 것처럼 상세하게 서술되어 마치 내가 그 속에 포함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것도 여러번이었고 또 문득문득 나의 할머니를 생각하게 하는 내용도 많았다.

나의 할머니는 작년 이맘때쯤 세상을 떠나셨다. 할머니의 고향이 남원이었기에, 그리고 남편을 잃은 청상과부의 몸으로 다시 먼곳까지 온 재취였기에 어쩌면 나의 기분이 더 묘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처음엔 청암부인에서 그리고 효원에게 이어지는 한 가족사일거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이 책은 <토지>가 가지고 있는 맛하고는 다른 독특한 맛으로 독자들을 이끌고 있었다. 나중에는 소설속 주인공은 없고 나만이 책속에 담겨 있었다.

한번 읽고 서평을 쓴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었다. 오늘 저녁에 머리맡에서 제일 가까운 책을 잡고 또 어디쯤 흐르고 있는 세상속을 들어가 볼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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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 양장본
법정스님 지음 / 범우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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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가진 것이 너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나의 삶을 이책은 무겁게 질책하고 있었다. 이 책을 처음 만난 건 아직 내가 산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게 아무것도 없던 시절이었지만 뭔가가 내 마음을 아프게도 했다가 벅차게도 했다.

내가 가장 감명깊에 읽은 건 탁상시계편이었으리라. 하찮다면 그 하찮은 자명종을 밤손님이 가져가버렸고, 스님은 그 필요로 인해 그 시계를 돈을 지불하고 다시 사왔다는 일화는 이 세상이치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아웅다웅, 이것아니면 죽을 것처럼 우리는 입을 악물고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가 모든게 허망해져 죽을 것처럼 고개를 파묻고...나도 그렇게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모양이다.

세상의 모든 문명이 다 귀찮아 아무런 생각없이 밥 먹고 회사가고 자고 이렇게 며칠을 반복하다가 내가 왜 이렇게 변했나싶어 왼종일 신문을 뒤적이고 컴퓨터를 켜고 음악을 듣고 텔레비젼에 들어간다. 이것들이 나없이 얼마나 외로웠을까생각하며..

나는 모든 것을 가졌다. 아직은 될 수 있는 것이 많으며 포기하기엔 너무 젊은 가슴을 가졌다.

적어도 일년에 한번쯤은 이책을 뒤적일 것이다. 아직도 작은 것에 집착하는 나를 바라보며 결국엔 이 책뒤에 내 이름을 적는 것으로 끝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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