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통증전문 삼신병원 푸른숲 어린이 문학 48
이재문 지음, 모루토리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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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문 작가의 신작 『환상통증전문 삼신병원』은 아픈 마음을 보듬어주는 병원, 그것도 ‘환상 통증’을 전문으로 치료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독자를 이끈다. 처음에는 기발한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이 공간이 단순한 상상 속 병원이 아니라, 작가가 그동안 꾸준히 탐구해 온 상처·보호·회복의 세계를 다시 확장한 또 하나의 장(場)임을 깨닫게 된다.

이재문 작가는 이전 작품들인 『몬스터 차일드』와 『마이 가디언』을 통해 세상과 부딪히며 마음의 흉터를 안게 된 아이들, 누군가에게 보호받기를 간절히 원하는 존재들, 그리고 그들을 감싸는 ‘보호자(가디언)’의 의미를 섬세하게 그려왔다. 그의 세계관에는 늘 상처 입은 이들의 손을 붙잡아주는 인물이 등장하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돌봄’의 힘을 이야기하는 특징이 있다. 이번 신작 역시 그 흐름을 잇되, 그중에서도 더욱 특별한 지점을 향해 나아간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우주선을 쏘아 올리고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로봇이 존재하는 시대에도 부모와 자식의 관계만큼은 여전히 유전자로만 설명될 수 없는 복잡한 연결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짚어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설화 속 ‘삼신할미’가 자손의 점지를 맡았다는 이야기도 결국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생명의 시작과 끝이 우주적 사건과도 맞물려 있다는 상상은, 작가의 세계가 단순한 청소년 소설 이상의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학생들의 과도한 학습량과 부모의 지나친 개입이라는 소재는 청소년 문학에서 흔히 다뤄지지만, 이재문 작가는 이를 단순한 충고나 교훈의 차원에서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초등학생에게도 과도할 정도의 학습 부담이 아이의 잠재 능력을 스스로 펼칠 기회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완벽한 모범생으로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뒤로 미루는 주인공에게 ‘개굴개굴 울어 병’이라는 독특한 병명을 부여한다. 그리고 이 병에 대한 솔직한 인정과 처방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뜻밖의 시원함을 선사한다.

책을 읽는 동안 독자 또한 스스로의 어린 시절과 현재의 모습을 비춰보게 된다. 부모의 손길 아래 살던 시절의 기억, 그리고 이제는 아이들을 돌보는 부모로서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며 감정을 흔든다. 명확한 정답이 있을 수 없는 문제임을 알면서도 어딘가 아쉬움이 남듯 마음이 서늘해지고, 결국 나는 왜 울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만큼 깊이 감정 이입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총 네 편의 이야기 중에서도 특히 한 편은 오래도록 여운이 남아 최고의 이야기로 손꼽고 싶다.

자존감과 정체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을 믿어주는 부모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세상이 모두 등을 돌린다고 해도 아이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부모라는 존재가 가진 결정적 역할이며, 이 책은 그 사실을 잔잔하지만 강력하게 상기시킨다.

많은 이들은 병명을 모르는 고통이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환상통증전문 삼신병원』은 그 점을 정확히 건드린다. 이름 붙이기 어려운 상처, 설명되지 않는 슬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고독한 통증—이 모든 것을 삼신병원에서는 진단하고, 처방하고, 받아들인다. 그 존재만으로도 이미 절반의 치유가 시작되는 셈이다.

책의 소개 문구인
“혹시 또 아프면 언제든 찾아와. 혼자 아프지 않도록 늘 곁에 있을 테니까.”
이 한 문장은 이재문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상처의 공동체성, 누군가는 내 편이 되어 준다는 믿음, 그리고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 삼신병원은 그 모든 의미를 응축한 상징적 공간이다.

마음의 통증을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독자, 따스한 위로와 잔잔한 판타지를 좋아하는 독자, 그리고 이재문 작가의 이전 작품에서 울림을 받았던 이들에게 이 책은 깊은 위안과 치유의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또한 그의 작품 세계가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는지 지켜보는 즐거움 역시 함께 누릴 수 있다.

#협찬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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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클래식이라는 습관 - 어려운 클래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
조현영 지음 / 현대지성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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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영 작가의 365일 클래식이라는 습관은 클래식을 어렵게 느끼는 독자들도 자연스럽게 음악의 세계에 발을 들일 수 있도록 돕는 안내서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클래식을 ‘지식’이 아니라 ‘습관’으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독자가 부담 없이 클래식을 들으며 일상 속 루틴으로 자리 잡도록 이끈다.

특정 작곡가의 생애나 복잡한 음악 이론을 설명하는 대신, 한 곡을 어떻게 듣고 어떤 장면에 스며들게 할지에 집중해 클래식의 문턱을 낮춘 구성이 돋보인다.

책 곳곳에는 작가의 오랜 감상 경험에서 나온 현실적 조언들이 담겨 있다. 아침 준비 시간에 맞춘 곡, 출퇴근길에 어울리는 선율, 잠들기 전 마음을 가라앉히는 음악까지 상황별 감상 가이드는 클래식을 ‘듣는 것’에서 ‘즐기는 것’으로 확장시킨다.
또한 QR코드로 곡을 바로 들을 수 있어 누구라도 책을 읽는 즉시 클래식과 친해질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작가는 클래식을 삶의 무게를 덜어주는 ‘하루의 쉼표’로 바라본다. 특별한 감상 환경이나 고급 장비가 없어도, 단 한 곡의 선율이 마음의 속도를 늦추고 일상에 여유를 만들어준다는 메시지는 많은 독자에게 위로와 실천 동기를 동시에 제공한다. 클래식이 삶을 화려하게 바꾸지는 않지만, 일상의 리듬을 부드럽게 조절해주는 조용한 힘을 갖고 있다는 점을 책은 차분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부드러운 입문서가 되고, 이미 음악을 즐기는 독자에게는 감상의 폭을 넓혀주는 새로운 길잡이가 된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마음 한쪽에 작은 평온을 만들고 싶은 독자, 하루 한 곡의 음악으로 자신을 돌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클래식이 어렵지 않다는 사실, 그리고 누구나 일상 속에서 여유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친절한 음악 동반자 같은 책이다.

#협찬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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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배우다 - 소소한 일상에서, 사람의 온기에서, 시인의 농담에서, 개정판
전영애 지음 / 청림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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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배우다』는 화려한 인생담이나 성공의 비결을 말하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죠
저자는 일상의 아주 작은 조각들을 그대로 꺼내 보이며, 그 안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며 자라나는지를 담담한 문장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배움’이라는 단어는 흔히 지식과 학문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 책의 배움은 삶의 태도에 가깝습니다
놓치고 지나가는 순간들, 너무 익숙해 소중함을 잊고 있던 관계들, 그리고 나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까지… 저자는 그것들을 다시 꺼내어 조용하게 비춰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합니다


저자는 서울대학교졸업과 유학 그리고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오래도록 재직하며 학문적 삶을 살아온 인물이지만, 이 책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딸로서의 삶, 어머니로서의 삶,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흔들림과 성찰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어요

그녀의 글이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유는 바로 그 진솔함 때문입니다
나이는 앞서지만, 경험은 다르지만,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은 누구에게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문장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책을 읽다 보면 부모님의 삶과 겹쳐 읽히게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읽는 내내 가슴이 찌릿하게 울리는 감정이 있었습니다
부모님 세대가 지나온 시간들, 그들이 지켜온 사랑과 헌신, 그리고 자녀를 향한 조용한 마음들이 저자의 글과 함께 떠오르며, 자연스럽게 나의 부모님을 떠올리게 합니다
평소 연락이 뜸한 사람이라도 문득 전화를 걸어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힘을 가진 문장들이 이어집니다

책의 또 하나의 매력은, 글의 구조나 흐름만으로 읽는 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너무 촘촘하여 쉽게 넘기기 아까울 만큼 여운이 남습니다 그래서 독자들 중에는 ‘필사’로 책을 대하는 경우도 많은듯합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책을 읽다가 멈춰 필사했고, 필사가 어느새 사색이 되었고, 그렇게 쌓인 사색이 다시 책으로 돌아가는 징검다리가 되었습니다


마음이 머무르는 페이지를 그대로 손으로 따라 쓰는 일은 어느새 나만의 속도를 찾는 행위가 되었습니다
완독을 하고 나서는, 처음부터 다시 필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정해진 방식도 정답도 없습니다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읽고, 필요한 만큼 머물면 되는 책이 「인생을 배우다」입니다

작가는 삶의 전환점마다 마주하는 감정들을 서른 가지 가까운 짧은 글로 나누어 담고 있습니다

부모님을 잃고 난 이후의 마음, 자녀를 기르는 과정에서 깨달았던 것들, 제자로 만났던 사람들에게서 배운 것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자신이 스스로에게 건네게 된 말들.

모든 글은 일상 속 한 장면에서 출발하지만, 끝맺음은 늘 깊은 성찰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은 어느 순간 저자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떠올리게 됩니다 모든 글이 ‘나에게 돌아오는 길’을 안내하는 셈이지요

자신의 속도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
소중한 관계를 되돌아보고 싶은 사람,
마음을 조용히 정리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아주 천천히, 그러나 깊은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읽고 나면 삶이 조금 더 따뜻해집니다
그리고 그 따뜻함은 오래오래 남아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온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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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작 중학 국어 문학 어휘 1 - 2022 개정 교육과정, 교과서 문학 작품별 어휘를 한 컷 이미지와 함께 학습하는 어휘 특화서 중학 빠작 국어
김현숙 지음 / 동아출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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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동아출판으로부터 교재를 협찬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후기입니다>



ㅡㅡㅡㅡㅡㅡ


중등 국어 기본기를 잡아주고 싶어서 선택했는데, 구성도 깔끔하고 단계별 학습 흐름이 아주 잘 짜여 있어서 만족도가 높습니다

먼저 작품 핵심 개념과 어휘를 정리해주는 ‘어휘 익히기’ 파트가 정말 유용해요
작품을 읽기 전 아이가 전체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이해 속도가 훨씬 빨라졌습니다
(어휘+문학을 세트로 학습하면 효과 상승)

이어서 나오는 확인 문제는 실제 학교 시험 유형과 유사해서 내신 대비에 바로 도움이 되고, 종합 문제에서는 고난도 문제까지 다뤄줘서 사고력을 키우는 데 좋습니다. 단원마다 기초 → 적용 → 실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라 학습 효율이 높습니다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는 별책 어휘 다지기도 마음에 들어요. 짬짬이 빠르게 어휘만 복습해도 충분히 대비가 될것같아요
QR을 이용한 디지털 학습도 가능해 자기주도 학습에 잘 맞는 교재입니다

중학교 국어를 처음 접하는 학생이나 어휘·문학 개념을 탄탄하게 잡고 싶은 아이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어요.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구성이라 국어의 기본기부터 실전까지 한 권으로 챙기고 싶은 분들에게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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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 따위 모르고 살고 싶었겠지만 - 물리 덕후가 들려주는 십대가 꼭 알아야 할 일상 속 물리 199
중국과학원 물리연구소 엮음, 황선영 옮김, 나재흠 감수 / 뜨인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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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 따위 모르고 살고 싶었겠지만』은 제목부터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물리를 피하고 싶었던 마음을 솔직히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생활 속에서 물리학을 다시 발견하게 만드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처음 책을 집어 들었을 때 가장 놀라웠던 점은 출처였습니다. 중국과학원 물리연구소 엮음. 과학 교양서는 보통 미국이나 유럽의 저자가 많은데, 중국의 대표 연구소에서 기획한 책이 한국 독자 앞에 놓여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미로웠습니다. 요즘 정치·경제·군사뿐 아니라 과학기술에서도 약진하는 중국의 흐름을 떠올리며, 지리적·역사적으로 가까운 이웃으로서 긴장 어린 관심을 가지고 책장을 펼쳤습니다.

이 책은 복잡한 이론이나 공식을 앞세우지 않습니다. 대신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질문들을 물리 덕후 캐릭터와 고양이가 대신 던지고, 간단한 그림과 설명으로 친근하게 풀어냅니다. 총 199개의 질문과 답변은 집, 학교, 전자제품, 우주까지 일상 곳곳을 아우르며, 읽다 보면 “물리가 이렇게 가까이에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예를 들어 음료를 쏟은 바닥이 시간이 지나 끈적거리는 이유가 ‘수소 결합’ 때문이라는 설명은 단순한 경험에 과학적 의미를 더해 줍니다. 또 제로 칼로리 음료의 유해성 같은 주제는 여전히 진행형의 화두로 남아 있어, 다른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이렇게 구체적이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설명이 책을 매력적으로 만듭니다.

저는 이 책을 초등학생 막둥이에게 권하고 싶었지만, 결국 제가 더 빠져들어 읽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던질 만한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했던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엄마인 제가 먼저 읽고 호기심을 채우고 싶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엄마가 읽는 책은 왜 그렇게 재미있을까?” 하고 아이가 궁금해하길 은근히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책 속의 ‘보너스’ 코너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본편 외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이 짧게 이어져 있는데, 마치 유튜브 쇼츠를 보는 듯 가볍게 즐기면서도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책 제목처럼 저 역시 물리 따위 모르고 살고 싶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물리는 시험 문제 풀이가 아니라 우리 삶을 움직이게 하는 기본 원리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물리 따위 모르고 살고 싶었겠지만』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생활 속에서 과학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전해주는 책입니다. 가볍게 시작해도 어느새 과학의 재미에 빠져들게 만드는, 물리 교양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추석 연휴 동안 이동하면서, 그리고 여가 시간에 이 책을 곁에 두었습니다. 부담 없이 즐기면서도 배울 거리가 풍성한 과학 교양서로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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