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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세 딸
엘리프 샤팍 지음, 오은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1월
평점 :
낯설었다
직간접적으로도 마주 볼 기회가 흔치않은 곳이었기에,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그 나라의 음식들조차 문화적 측면으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멋진 말들이 많아 필사하기 바빴다는 한 줄 평에, 우리나라의 민주화 항쟁 시절의 그 모습과 닮은듯한 잔혹한 시대상에 홀려 책장을 넘겼다
신은 인간을 창조하고 인간은 신을 양산해낸다 절대적이거나, 회의적이거나 살기 위한ᆞ살아남기 위한 도구로 신이 필요했다
페리가 생각하는 신; 하나님은 레고 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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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가 통상적으로 쓰던 나라의 영어식 명칭을 바꾼지 얼마 되지 않았고 우리나라가 발 빠르게 호응해 모든 표기들이 바뀌고 있어 같지만 다른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여태 아는 게 별로 없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세계사 시간의 단편적인 지식이 전부였다)
오! 이럴수가!!
튀르키예하면 이스탄불이 제일 먼저 떠올랐는데, 수도는 정작 앙카라였고 도시간 거리도 상당하다
국화가 튤립이라는 것도 의외였다
책을 읽다가 검색까지 하게 된 데에는 주변 국가의 정세와, 종교 문제 그리고 이스탄불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국민의 대부분이 이슬람교를 믿기에, 99% 어떤 곳에선 99.8%라고 극단적으로까지 표기되어 있었다
이브의 세 딸이라는 제목이 더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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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셋이라는 수에 연연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랬을 것 같기도 하다
멘수르와 셀마의 세 아이들 이야기였다
그중에서도 딸인 페리의 이야기이고, 동시대를 살아온 여자들의 모습이었으며, 앞으로를 살아갈 페리의 세 아이의 변화이기도 했다
(시어머니께서 늘 하시던 이야기가 ‘자식 셋은 키워봐야 부모 맘을 알 수 있다‘였다 물론 내가 셋을 낳고 나선 더 이상 그 말씀은 안 하시지만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이다)
이젠 딸과의 말싸움에서도 부대낌을 느껴야 하는 페리의 오늘과, 지갑 속에 한 장의 사진으로 가둬져 있어야 했던 페리의 처녀시절(영국 유학시절) 이 시간을 교차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전혀 어색하지가 않았다
사실 시간이라는 것은 직선이 아니고 곡선이거나 원이거나 또는 나선형인지도 모르겠다
종교는 아주 예리한 정치적 수단이다는 표현을 본 적이 있는데
국민의 대다수가 단일교이지만 그중에도 무신론에 가깝거나 맹신하는 절대론의 간극은 컸다
페리의 부모님인 멘수르와 셀마의 모습을 통해, 유학시절에 만나는 쉬린과 모나의 관계, 그 가운데에서 또 하나의 자리를 잡고 있는 페리의 심리상태 등이 ‘종교‘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튀르키예를 ‘형제의 나라‘로 생각하는 이유가
육이오전쟁 때 참전한 것만은 아닌듯하다
남성 중심의 사회, 이를 비난하거나 벗어나려고 하는 움직임에 방관하거나 순응해온 시절의 공통점이 묘한 일치를 이룬 것은 아닐까!!
헤나 의식이, 처녀 리본이 그랬으며 처녀성 검사가 그랬다
제대로 교육을 시키겠다는 교육열도 우리나라만은 아니다
페리가 영국 유학을 갈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오빠와 남동생이 그에 합당한 조건을 갖추지 못했음이 우선이고 그다음이 페리의 능력이다
책 곳곳에서 유명한 학자들의 명언이 인용된 부분이 많고, 지식 탐구의 기쁨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도 많아 좋았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는 페리에게 어떤 곳이었을까??
남자친구보다 더 많은 책을 읽고, 아는 것이 많아도 그것을 숨기거나 모른 체해야 하는 분위기 속에서 살아온 페리가 자유롭게 지식을 탐구하고 남녀관계가 결혼을 통한 자녀 생산이 아님을 쉽게 받아들이고 적응을 할 수 있었을까?
(별도의 이야기이지만 눈 내리는 옥스퍼드를, 스노볼 속의 도시로 표현한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다
p402)
일탈은 이탈이 되기도 한다
가치관의 혼란은 ‘충동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기 쉽고 학문에 대한 경외는 그 학문을 가르치는 길잡이를 숭상하게 한다
(특히 소설 속에 묘사되는 아주르 교수의 느낌이라면 더욱더)
웬만하면 책을 끊지 않고 한 호흡에 읽으려고 노력하는데 이브의 세 딸은 무려 553쪽이라 어쩔 수 없었다
하필 저녁 식사를 준비해야 할 최종 시간이 그동안 몰랐던 진실이 밝혀지고 반전이 있던 부분이라 퍽 아쉬웠다
체력과 여유시간만 주어진다면 중간에 책 덮을 일은 없는 이브의 세 딸을 통해 튀르키예의 속 살과, 엘리프 사팍이라는 작가를 탐색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소담 평가단의 자격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