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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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저는 소통의 도구로서의 언어는 배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배가 항구에 정박되었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항국를 떠나 먼 바라다로 나가면 크고 작은 문제가 일어나기 시작해요. 어쩌면 그것은 배가 지나간 자리에 생기는 물거품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비와 배가 나아가는 방행을 보아야 하는데 물거품을 보는 데서 생기는 문제라는 것이죠. 이는 정작 메시지를 읽지 않고 그 파장에 집중하는 것과 같아요. 그래서 오해가 쌓이고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 P46

언어 학습의 목적을 이야기하는 것은 학습의 방향성이 다른 학문들에도 좋은 나침반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식, 즉, ‘어떤 것에 대해 아는 것‘ 그 자체가 학문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학문을 한다는 것은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앎의 창으로 인간과 삶을 바라보며 좀 더 나은 관점과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 점이 바로 "우리는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배운다"라는 말에 부합하는 공부의 길이 될 겁니다. - P56

강을 건너고 나면 배는 강에 두고 가야 한다.

이미 강을 건너 쓸모없어진 배를 아깝다고 지고 간다면 얼마나 거추장스럽겠습니까? 본래 장점이었던 것도 단점이 되어 짐이 되었다면 과감히 버려야 하는 지도 모릅니다. 저는 어려움이 닥치고 나서야 한때의 장점이 거꾸로 저를 옭아매는 단점이 되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 P63

나무는 끝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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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재, "지금 여기가 맨 앞"에서 재인용 - P65

매일 출근해 일하는 노동자처럼, 공부하는 노동자는 자기가 세운 계획대로 차곡차곡 몸이 그것을 기억할 수 있을 때까지 매일 같은 시간에 책상에 앉고 일정한 시간을 공부해줘야 합니다. 머리로만 공부하면 몰아서 해도 반짝 하고 끝나지만 몸으로 공부하면 습관이 생깁니다. ‘하비투스‘라는 말처럼 매일의 습관으로 쌓인 공부가 그 사람의 미래가 됩니다. - P88

‘녜가 주기때문에 나도 준다‘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개인이든 국가든 상대에게 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생각해봐야 합니다. 과연 나는 타인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요?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까요? - P121

공부는 무엇을 외우고 머릿속에 지식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걸음걸이와 몸짓을 배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오늘 인생이라는 학교에서 배워야 할 걸음걸이는 무엇일까요? 어떤 몸짓과 날갯짓을 배워야 할까요? - P182

사람마다 자기 삶을 흔든는 모멘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모멘텀은 그냥 오지 않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말과도 같을 겁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깨어 있고 바깥을 행해서도 열려 있어야 하는 것이죠. 그래야 책 한 권을 읽어도 가벼이 읽게 되지않고 음악 한 곡을 들어도 흘려듣지 않게 될 겁니다. 누군가와의 만남도 스치는 바람이나 어제와 오늘의 다른 꽃망울에도 우리는 인생을 뒤흔드는 순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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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모던 컬렉션 시리즈 6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임지연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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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가장 미국다운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평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다. 사실 선입견이 좀 있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대략의 줄거리가 많이 떠돌고 있었던 터이며 그 정보만을 가지고 나의 뇌는 '뻔한 남녀간의 치정과 사랑이야기...내가 좋아하는 해피엔딩이 아닌 결말이 우울한 연애이야가'로 정보가 입력되어 버렸다. 이 때문에 한참전부터 읽고 싶은 소설 리스트에서 삭제되어 버렸다.

 

이렇게 유명한 고전은 내가 삭제킨다고 해서 쉽사리 삭제되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위대하신 개츠비씨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세상 도처에 자리하고 있어서 대출환영 김미영팀장처럼 느닷없이 내게로 다가오곤 했다. 나는 내가 졌소이다하며 개츠비씨를 만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내가 무시하기엔 너무 위대했던 것 같다.

 

개츠비씨를 만나고 난 지금도 솔직히 그가 왜 위대한 개츠비인지 잘 모르겠다. 별로 위대한 구석이 없어보인다. 가진 것 없는 약간은 찌질한 젊은이가 자기보다 신분이 높은 아주 예쁘고 속삭이듯 유혹하는 말투를 가진 한 여자를 사랑하고 배신당하고 부자가 되어 다시 몇 년뒤 그녀앞에 큰 집을 사서 보란듯이 나타난다. 그리고.......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미국에서는 우리나라 '진달래꽃'이나 '소나기' 정도로 인정받는 작품이다. 미국청소년를 비롯 미국인이면 꼭 읽어야 하는 소설로 꼽힌다고 한다. 무엇일까? 내가 모르는 내가 느끼지 못하는 이 작품의 중요성이.

 

그냥 슬쩍 보기엔 그런 저런 사랑, 배신, 복수의 이야기같다. 별다른 특별한 것도 없어보인다. 눈에 띄는 것이라면 시대배경정도. 사실 이 소설의 배경은 미국의 암울한 시기 중 하나인 1920년대 중반이다. 1929년 대공황이 오기 바로 전인 이 시기에 금주법과 같은 국민의 뜻에 반하는 규제들이 생겨나고 폭락이 있기 전의 거품이 한창 부풀어 오른 시기였다. 사람들은 흥청망청거리고 금주법에도 불구하고 술과 유흥과 파티로 나날을 보내는 사람이 많았다.

이 시기에 신분상승을 꿈꾸는 한 젊은이가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부자가 되어 마침내 신분상승으로 이루었고 첫사랑 그녀앞에 당당히 나선 것이다. 개츠비의 이러한 신분상승을 미국인들은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생각을 했을까. 그러나 신분상승은 정당한 것도 아니었고 에버에프터(ever after)도 아니었다. 아메리칸 드림이 허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을텐데 왜 이 작품이 20세기 최고의 소설 중 하나이며 가장 미국적인 소설인건지 납득이 어렵다.

 

읽기 전 계속 나를 따라다녔던 개츠비씨는 내가 그를 읽고난 이후에도 계속 나를 따라다닐 모양이다. 그렇다면 나도 그를 사랑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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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모던 컬렉션 시리즈 6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임지연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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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동안 우정을 보여주는 법을 배워야 해요. 죽은 뒤가 아니라."
- P279

그는 먼길을 돌아 이 푸른 잔디밭에 이르렀고, 그의 꿈은 이제 너무 가까이 있어서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의 꿈이 아미 자신의 뒤, 미국의 어두룬 들판이 밤하는 아래 굽이치는 도시 너머의 광활한 어둠 속 어딘가로 사라졌다는 것을. - P295

구러면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조류를 거슬러 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밀려가면서도.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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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여인 세계문학의 숲 35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김규종 옮김 / 시공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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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홉은 단편소설과 희곡의 대가로 너무나도 유명한 작가이다. 그러나 나는 이 '귀여운 여인'을 통하여서 처음으로 그의 명성을 확인하게 되었다.

팟캐스트 중에서 '일당백'이라고 일생동안 당신이 읽어야 할 백권의 책이라는 콘텐츠가 있다. 정영진, 정미녀 그리고 정박이라는 삼J가 진행하는 책 소개 관련 팟캐스트인데 거기서 안톤 체홉의 귀여운 여인과 갈매기라는 작품을 소개받았다. 먼저 귀여운 여인을 읽었다.

솔직히 귀여운 여인은 선입견이 있었다. 워낙 유명해서 이름을 옛날부터 많이 들어봤으나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귀여운 여인'이 먼저 개봉하고 내가 그 영화를 먼저 본 바람에 체홉의 소설도 그 비슷한 사랑을 찾는 여자의 이야기가 아닐까 막연히 먼저 생각하고 가볍게 여겨 여태껏 책을 보지 않았던 것이다. 제인 오스틴의 책이 아니더라도 이렇듯 오만과 편견이 무서운 것이다.

 

책을 보는 내내 왜 올렌카가 귀여운 여인일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의 요소 요소에서도 "귀여운 여자야!"라고 그녀의 남편, 그녀의 이웃들이 올렌카를 보고 감탄하는 부분이 많이 나온다. 책에서 올렌카는 항상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그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생각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여 마치 자신이 오래전부터 그 생각을 해왔던 것 처럼 자기화한다. 그리곤 만나는 사람마다 자기가 흡수한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대화의 소재와 주제로 삼곤 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와 생각을 진심을 다해 자기화하여 밝게 때로는 우울하게 표현하는 그녀를 보며 그녀의 주변 사람들은 늘 "귀여운 여자야!"라고 칭하고 귀여운 여인 올렌카라는 것이 공식화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왜? 올렌카는 귀여운 여인인가?

처음 작품을 접할때는 자신의 주관이 없고 견해가 없고 그저 남을 따라하기만 하는 줏대없는 여자로 판단했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된다, 여전히) 올렌카를 보면, 지금까지 사회문제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주관이 없이 남편의 생각을 그대로 따르는 그런 여성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그런 여성들은 아직 여전히 많다. 우리 여성들은 정치, 경제문제애 대해서는 교육 연예 사회 문제와 비교하여 볼 때 견해가 없는 사람이 좀 더 많은 것 같다. 따라서 올렌카는 이런 여성 혹은 성의 구분없이 사회 전반과 지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을 상징화한 것이 아닐까 추측하였다.

그런데, 톨스토이는 이 작품의 올렌카를 당시 러시아의 민중으로 치환하고 이 소설이야말로 러시아 최고의 문학이라고 칭했다고 한다. 순수의 결정체이며 그래서 계몽의 대상으로 러시아 민중을 생각했고 올렌카는 이러한 러시아 민중의 잘 형상화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올렌카는 사랑하는 사람의 의견을 수용할 때 편견이 없이 그대로 수용한다. 한치의 의심과 잣대를 둘러댐이 없다. 사랑하는 이의 이야기라면, 진실로 믿고 진심으로 그들을 대해왔던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나의 편견이 여성학적 관점에서만 판단되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톨스토이를 소환하면서 그의 의견을 갖다댄다는 것은, 나 또한 올렌카일수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나 역시 나만의 주관이 없이 톨스토이라는 권위자의 말에 솔깃하여 '아~ 그런가'하고 나를 의심하고 반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과연 사람이 온전히 자신만의 견해를 갖는 것이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어떻게 얼마나 나를 단련해야 하는가. 온전한 내 의견과 외부 견해의 유입은 어떤 비율이어야 황금비율이 될 것인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내 것화해야하는 가.

책을 곱씹으면 곱씹을 수록 귀여운 여인의 정의는 무엇인지 나는 귀여운 여인인지 어떤지, 나를 자꾸 의심하게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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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여인 세계문학의 숲 35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김규종 옮김 / 시공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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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언제나 누군가를 사랑했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다. - P201

남편의 생각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방 안이 덥다거나 요즘 사업이 주신하다고 그가 생각하면, 그녀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의 남편은 오락을 좋아하지 않았고, 그랫 휴일이면 집에 머물렀는데,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 P207

그녀는 수의사의 생각을 되풀이했으며, 이제는 모둔 점에서 그와 똑같이 생각했다. 그녀는 애착의 대상 없이 단 한해도 살수 없으며, 새로운 행복을 자기 집 별채에서 찾은 게 분명했다. 다른 여자 같았으면 사람들은 그것을 두고 비난했을 터이나, 올렌타에 대해서는 누구도 나쁘게 생각할 수 없었다. 그녀의 인생에서 모든 것은 그렇게 이해되었다. - P211

"당신이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선ㄴ 말하지 말라고 부탁햇잖아! 우리 수의사들이 말하고 있을 때는 제발이지 끼어들지마. 정말로 따분하거든!"
그러면 그녀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고고는 불안하게 묻는 것이었다.
"볼로디츠카, 그러면 난 무슨 얘기를 하죠?" - P212

무엇보다도 나쁜 점은 이제 그녀에겐 아무런 견해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물을 보고 주변에서 일어난 모든 것을 이해했지만, 아무런 견해도 만들어내지 못했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어떤 견해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 P213

"모든 면이 물로 둘러싸인 육지의 일부는," 아이가 읽었다. "섬이라고 불린다."
"육지의 일부는 섬이라 불린다....." 그녀가 되풀이했다. 이것은 몇 년 동안 지속된 침묵과 사유의 공백 이후에 확신을 가지고 그녀가 진술한 최초의 견해였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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