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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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님에게,

어제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마지막 장을 덮었습니다.

실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책 내용이 자꾸 줄어들어서 책장을 넘기는 손이 자꾸 떨렸습니다. 빨리 줄거리를 알고 싶고 끝까지 다 읽고 싶지만 읽을 분량이 줄어들어서 슬픈 느낌, 아시죠? 더불어 안타까운 제 마음을 제 뇌와 손이 알맞게 표현할 능력이 충분치 않다는 슬픔이 또 나를 덮치네요. 이래 저래 우울하네요.


하지만, 들꽃님에게 오늘 내 이런 우울감을 투정부리려고 글을 쓰는 건 아니에요. 감사의 인사를 드리려고 글을 씁니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알게 해 주어서 정말 정말 감사드려요. 이 책은 2020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넘버 1이 될 것이 확실해보입니다. 오죽하면 제가 책의 주인공인 줄리엣 흉내를 내어 이런 서간체 글을 다 쓰기까지 할까요? 실은 저는 오글거리는 것을 못 견뎌해서 평소의 나라면 이렇게 쓰지 못할텐데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다 읽고는 서간체의 글을 쓰지 않고는 책을 다 읽었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았아요.


처음에 책 제목을 들었을 때는 건지 감자껍질이라고 해서 - 감자껍질 말린 것으로 만든 파이라는 말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건지가 섬이름이었네요! 세상은 참, 아니 살면 살수록 '나는 참 너무도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요. 건지 섬만 하더라도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이 세상에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쳤을 것 아니겠어요? 반백년을 살면서 나름 좀 배운 사람이고 책 좀 읽은 사람인 척 행세를 하기도 했는데 정말 부끄러웠어요. '정말 겸손하게 행동해야지!'하고 다짐하지만 이 다짐이 그리 오래 갈 것 같진 않아서 걱정되기도 하네요.


이 책의 저자 메리 앤 셰퍼에 대해 궁금해졌어요. 저자는 7년에 걸쳐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 책이 저자의 유일한 작품이라죠? 우연한 기회에 건지 섬을 알게 되고 자료를 수집하였고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면서 7년을 거쳐 이야기를 완성했다는데, 저는 그렇게 못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저자가 존경스럽기도 하고 한 작품을 7년씩이나 다듬어야 하는 작가의 신세에 무섭기도 해요. 왜냐하면 저는 금방 성과를 보아야 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거든요. 하나의 아야기에 꽂히면 그것만 생각하고 빨리 쓰고 깊은 고민도 없이 마무리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랬다가 칭찬을 덜 받으면 금세 풀이 죽어서 혼자 방구석을 긁고 있구요. 구상부터 마무리까지 꼼꼼히 7년을 한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알게 되어서 행복했지만 그래서 한편으로 조금 우울했어요. 자신감도 없어지구요.

책을 보면 작가가 7년씩이나 걸린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주요 등장인물만 15명정도 되잖아요? 근데 그 사람들 모두 다 내 주변에서 한 번쯤은 만난 실재하는 사람들 같아요. 캐릭터가 하나같이 다 살아있구요, 인물들 마다 개인 역사가 다 있잖아요? 캐릭터 창조에만 3년은 걸릴 것 같아요. 그리고 책에서 다루어진 책들도 그래요. 이렇게 자유자재로 다룰려면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할 것 같은데, 도대체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까요? 물론 저자는 책을 쓰려는 목적만으로 책에 나온 도서를 읽지는 않겠지요. 도서관과 서점에서 일하면서 꾸준히 많은 책들을 읽고 저자만의 기억저장 장치속에 보관을 해두고 있었을 테지요.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았는데 은근한 로맨스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손끝이 짜릿해져왔어요. 어릴 때 하이틴 로맨스를 많이 읽어서 그럴까요? 아님 순정만화를 너무 많이 봤을까요? 고백하지면 저는 로맨스가 좋아요. 특히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서 나오는 것 같은 은근하고 약간은 눈치채지 못하는 그런 로맨스가 더 끌려요. 그래서 이 책이 더 제게 감동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한동안은 모든 글을 서간체로 쓰고 싶어 질 것 같아요. 남 흉내만 내어서는 안되는데, 지금 이 문체도 줄리엣의 것이라는 거 혹시 눈치채셨나요? 그랬더라도 그냥 모른체 해주세요. 칭찬도 부족한데 비평부터 받으면 또 슬플 것 같아요.

아무튼,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만나게 해 준데에 대해 다시금 감사를 드리며 이만 두서없는 글을 마칠께요.

햇살이 너무 좋아요. 빨리 같이 얼굴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hikelly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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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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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거예요.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인 한계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목적도 없어요. - P22

제가 보기에 그는 말을 아낄수록 더 많은 아름다움을 창조해내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찬탄하는 문장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밝은 날이 다했으니 이제 어둠을 맞이하리라.‘ 바로 이겁니다.
독일군이 상륙하던 날에도 이 문장을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들을 실은 비행기가 연달아 오고 부두에도 배가 쏟아져 들어오는 걸 바라보던 그때 말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빌어먹을 놈들, 빌어먹을 놈들‘하고 속으로 되뇌는 것뿐이었습니다. ‘밝은 날이 다했으니 이제 어둠을 맞이하리라‘라는 문장을 떠올릴 수 있었다면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고 밖으로 나가 상황에 맞설 준비를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심장이 신발아래로 가라앉듯 축 처져 있을 게 아니라요. - P99

나는 죽은 작가가 쓴 책은 읽지 않아요. 결코. 대신 내가 직접 쓴 작품을 읽지요. 나는 요리책을 쓴답니다. 감히 말하건대 제아무리 찰스 디킨스가 쓴 글이라 해도 내 책만큼 많은 눈물과 비애를 이끌어내진 못해요. - P159

엄청난 슬픔이 노아의 대홍수처럼 나의 세상을 휩쓸어버렸고, 여기서 벗어나려면 꽤 오랜 시가이 걸리겠죠. 그런데 벌써 물 의로 솟은 작은 섬들이 있네요. 희망? 행복? 뭐 그런 것들로 부를 수 있겠죠. 당신이 의자 위로 올라서서 부서진 건물 더미를 애써 외면한 채 반짝이는 햇빛을 받는 모습을 기분 좋게 상상해본답니다. - P162

위즈워스가 그에게 자연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힐난했을 때도 찰스 램은 이렇게 썼답니다.
‘내게는 숲과 계곡을 향한 열정이 없어. 내가 태어난 방, ㅍㅇ생 내 눈앞에 놓인 가구, 충직한 개처럼 어디든 나를 따라다니는 책꽂이와 낡은 의자, 오래된 거리, 햇볕을 쬐던 광장, 예전에 다닌 학교...... 이래도 자네의 ‘산‘이 없다고 해서 내게 열정ㅇㄹ 불태울 대상이 부족해 보이는가? 나는 자네가 부럽지 않아. 오히려 가엾게 여기지. ‘마음‘만 있다면 무엇과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정년 몰랐단 말인가.‘ - P179

옥시 새로운 누군가에게 눈을 뜨거나 마음이 끌릴 때, 갑자기 어디를 가건 그 사람 이름이 튀어나오는 걸 알아챈 적이 있나요? 내 친구 소피는 그것을 우연이라 부르고 나와 친한 심플리스 목사님은 은총이라 하십니다. 목사님의 설명을 빌리면 새로운 사람이나 사물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면 일종의 에너지를 세상에 내뿜고, 그것이 ‘풍부한 결실‘을 끌어당긴다고 해요. - P180

세네가가 이런 말을 했지요.
‘작은 슬픔은 말이 많지만, 크나큰 슬픔은 말이 없는 법이다.‘ - P233

도시는 마음만 먹으면 천사를 설득해 천국에서 나오게 할 수도 있을 거예요. - P309

이야기의 유일한 단점은 끝이 있다는 것이다. - P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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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역사 ⓔ 1
EBS 역사채널ⓔ.국사편찬위원회 기획 / 북하우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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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영향력은 디테일에 있다. 가장 우선은 역사의 전체 흐름을 관통하는 것이겠지만 역사가 우리에게 재미있고 구체적이고 현실감있게 다가오려면 작은 사실과 진실을 알아채는 것 - 그러면 역사는 저 멀리 과거가 아니라 내 옆, 지금 현재가 역사가 될 수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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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미래가 온다 - 미래 인재의 6가지 조건, 개정증보판
다니엘 핑크 지음, 김명철 옮김, 정지훈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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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에 대한 접근이 누구에게나 즉각적으로, 또한 광범위해졌다는 사실은 팩트 자체의 가치를 급속히 떨어뜨렸다. 이는 팩트를 한데 엮어 맥락을 통해 감성적 공감을 제공하는 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게 됐음을 의미한다. 결국 스토리를 다루는 능력이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 P131

천직이란 일의 가장 만족스런 형태다. 왜냐하면 천직이란 일의 결과로 얻어지는 물질적 혜택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로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 P241

"자넨 그저 바쁘게 살고 있을 뿐, 정리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 것 같네." - P259

"위대한 예술 작품은 마지막 부분에 무엇을 넣느냐 못지 않게 무엇을 넣지 않느냐에 의해서 탄생된다. 어울리지 않는 것은 버려야 한다. 며칠 심지어 몇 년의 노력이 들어갔다고 해도 말이다."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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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미래가 온다 - 미래 인재의 6가지 조건, 개정증보판
다니엘 핑크 지음, 김명철 옮김, 정지훈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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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하이컨셉, 하이터치 시대에 필요한 6가지 인재의 조건 - 디자인, 스토리, 공감, 유희, 의미, 조화-에 대해 강조하는 책. 우뇌의 역할을 중요시하고 있다. 하지만, 책을 너무 늦게 읽었다. 2012년 책을 2020년에 읽자니 이제는 새로운 미래와 인재가 아닌 뻔한 시대와 인재 이야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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