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아가도 가까워져도
미즈타니 아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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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사랑은 서툴고 어설프다. 하지만 그만큼 계산적이지 않기 때문에 순수하고 예쁘다. 나이를 먹고 사랑의 허상을 알 만큼 알고 나서도 10대 소녀들의 수줍고 맹목적인 사랑을 엿볼 때면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린다. 미처 해보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일 수도 있고, 아직 마음 속에 소녀가 남아있어서일 수도 있다. 미즈타니 아이의 단편집 『쫓아가도 가까워져도』 는 달콤한 맛 가득한 소녀들의 솜사탕 같은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표제작 「쫓아가도 가까워져도」는 서로를 오랫동안 좋아해 온 소꿉친구의 이야기이다. 언제나 함께일 것 같았지만 자라면서 모두에게 사랑받는 멋진 남자가 되어버린 마코가 점점 멀게만 느껴지는 우이코. 하지만 변함없이 우이코를 좋아하는 마코를 통해서 외모나 인기보다 더 소중한 마음이 있음을 깨닫는 소녀의 이야기이다. 그 밖에도 죽은 언니의 약혼자를 짝사랑하는 마야의 이야기를 담은 「100% 사랑하는 마음」,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오히려 남자친구에게 싫다고 말해버리는 치카게의 고민이 귀여운 「너무 좋아해서 미안」 등이 실려 있다. 하나같이 사랑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10대다운 러브스토리이다. 
 

 
다섯 편의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어린 시절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아주머니처럼 남을 도우며 살겠다는 목표를 가진 오지랖 소녀 유키가 같은 반의 시크남 레이를 도우려다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산타클로스를 안고서」와 그 번외편 「사랑하는 너를 안고서」이다. 흑발의 냉미남 캐릭터가 취향이기도 하지만(응?) 레이의 동생이자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요우의 사랑스러움은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다. 다른 작품보다 분량이 길어서 이야기의 완성도가 높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10대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고, 타겟층도 10대로 보이는 이 단편집은 각 작품의 완성도가 그리 높지는 않다. 단편의 한계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스토리보다 남녀주인공의 감정에만 치우치다 보니 너무 오글거려서 보다가 두어 번 책을 덮고 숨을 고르기도 했다. 심장이 콩닥거리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정작 알맹이는 놓친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 아쉬웠다.
 
그래도 역시 순정만화답게 예쁜 그림체와 수많은 훈남들, 손 잡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새빨개지고 마는 순진한 소녀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엇보다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의 순수한 두근거림을 간접적으로 재생할 수 있다는 것이 이런 순정만화의 매력일 것이다. 언젠가 짝사랑하던 잘생긴 동급생이나 웃는 모습이 멋졌던 첫사랑 오빠를 떠올리며 잠시 흐뭇한 회상에 잠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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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11 심야식당 2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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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만화책을 보다 보면 '아, 이런 곳이 우리 동네에 있으면 참 좋겠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장소가 있다. 내게 그런 장소 1위는 『서양골동양과자점』의 '앤티크'였다. 하지만 바로 이 만화가 나오면서 순식간에 순위가 바뀌었다. 밤 12시가 되면 문을 여는 기묘한 요리집 『심야식당』은 내 마음을 사로잡으며 단숨에 1위로 뛰어올랐다. 야식을 즐기지는 않지만 가끔 늦다 못해 이른 새벽까지 깨어있을 때, 출출함과 함께 부풀어오른 감성을 풀 수 있는 장소를 꿈꾸곤 한다. 그럴 때 작고 아늑한 심야식당이 근처에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혼자서도, 여럿이서도 편하게 밥 한 끼 먹으며 배는 물론 마음까지 채울 수 있는 곳 말이다. 

 

 

심야식당의 또다른 매력은 나오는 음식들이 그다지 거창하지 않아서 집에서도 쉽게 따라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심야식당에 나온 음식들의 레시피를 모아놓은 책도 있다. 11권에도 양상추 볶음밥, 두부 김치찌개, 콘버터 등 크게 공들이지 않고 만들 수 있지만 무척 맛깔스러워 보이는 음식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 음식들이 맛있어 보이는 것은 그 음식을 주문한 사람들의 '사연'의 힘 때문일 것이다. 억지로 감동을 주거나 감성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소소하고 때로는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사연들은 심야식당의 소박한 음식들과 꼭 닮아 있다. 

 


심야식당의 온기를 유지하는 가장 좋은 난로는 역시 '사람'이다. 그 중심에는 전혀 부드럽지 않은 인상을 가진 마스터가 있다. 오히려 심야에 영업하는 식당에는 딱 어울리는 외모일까. 하지만 심야식당의 마스터는 요리 솜씨도 좋고, 기본적으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심야식당에서는 호스트나 콜걸 같은, 주류가 될 수 없는 직업군의 사람들도 평등하게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손님이라면 누구도 무시당하지 않는 공간, 심야식당이 편안하고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반면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의 독특한 사연도 많다. 암투병 중인 여자에게 남자가 조용하지만 끈질기게 구애한 끝에 사랑을 이룬 띠동갑 연상연하 커플 이야기, 닭다리 구이를 먹는 모습을 보고 오빠를 알아본 여동생이 엄마와 오빠를 화해시키는 이야기, 마치 주종관계처럼 보이지만 서로가 없으면 살맛이 나지 않는 오래된 친구의 이야기 등이 나온다. 그와 더불어 불륜, 가정불화, 폭력 등 무거운 이야기도 많지만 심야식당 안에서는 이런 것들도 마치 일상적인 수다처럼 느껴진다. 사람이 사는 모습은 여러 가지이고, 어떤 것이 딱히 좋거나 나쁘거나 심각하거나 하찮다고 재단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해가 쨍쨍한 낮보다 좀 많이 솔직해도 용서될 것 같은 깊은 밤에 추억이 가득한 음식 앞에서 무장해제되는 것은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심야식당』에는 우리가 가면을 벗어야만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다. 밤 12시, 밤하늘과 달과 별만이 함께 하는 시간에 문을 열어 쉽게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내어주는 심야식당은 위로의 공간이다. 가장 외로운 시간을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채워주는 곳이니까 말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시각이 밤 11시 반. 집 근처에 심야식당이 있다면 첫 손님으로 달려가고 싶은 밤이다. 그리고 마스터에게 가다랑어포를 가득 얹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문어빵을 주문하고 싶다. 그럴 수 있다면 오늘 밤 문어빵에 얽힌 추억 한 조각도 그곳에 두고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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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 1 - 만화연구부
카세 다이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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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에 열정을 쏟는 학생들의 이야기'라고 하면 매유 유명한 작품 하나가 떠오른다. 그렇다. 모두가 예상하는 <바쿠만>. 이런 명작이 버티고 있으니 비슷한 소재의 만화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게다가 표지를 화사하게 장식한 다섯 명의 미소녀라니. 만화가 지망생이라는 그럴듯한 소재로 감싼 흔한 미소녀물인가 싶어 기대치는 더 떨어진다. 하지만 심드렁하게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다가 어느 순간 이 만화에 푹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말았다. 

 

탁월한 미모, 뛰어난 두뇌, 월등한 운동능력을 두루 갖춘 우월한 모범생 사치는 같은 반 아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그녀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바로 프로 만화가로 활동 중이라는 것이다. 입사 2년차 편집자에게 지적을 받는 것을 참지 못할 정도로 자존심 세고 완벽주의자인 사치는 신인만화가로서 이미 인기를 얻고 있는 히라노를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다. 

 

넌 네 작품처럼 너무 완벽하구나. 지금의 너한테 필요한 건... 약자의 기분 아닐까?

이런 사치의 성질을 자꾸만 긁는 존재가 학교에도 한 명 있으니, 같은 반의 아리스이다. 공부도 하지 않고 늘 '저차원적인' 만화를 너무나 즐겁게 그려대는 4차원 소녀 아리스는 오타쿠임을 전혀 숨기지 않아 따돌림을 당한다. 잘난 것 하나 없고 동급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늘 싱글벙글인 아리스가 사치는 왠지 짜증스럽다. 

 

 

어느 날 아리스가 그린 만화를 무시하며 놀리는 남자아이를 사치가 대신 응징(?)한 사건을 계기로 아리스는 사치가 만화를 좋아한다는 것을 눈치챈다. 그리고 사치에게 만화연구부(만연)에 입부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사치의 눈에 만화연구부는 '막장인생들의 소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빨강머리 악마'로 불릴 정도로 교내에서 악명높은 만연 부장 키리노는 자존심 강한 사치의 성격을 파악하고 그녀를 도발하여 만연에 입부하게 만든다. 


 

키리노와 아리스 외에도 옷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는 마리카와 게임 매니아 나오가 만연의 멤버이다. 언제나 부실에 모여 각자 하고 싶은 일만 하는 멤버들을 보며 사치는 입부 후에도 만연에 대한 의구심과 실망감을 떨칠 수가 없다. 그러나 고문 선생님의 권유로 지난해의 동아리 활동지를 보게 된 사치는 아노스(anoth)라는 당시 재학생의 작품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그것이 사치의 열정과 승부욕에 다시금 불을 붙인다. 

 

히라노... 코코로... 

잡지에 처음 수록된 시기는 나랑 비슷한데... 이 역력한 차이... 지금의 내 실력으로는 이 사람을 못 이기겠지... 

우선은 아노스부터 뛰어넘어야 해ㅡ.



좋아하는 것이 뚜렷하고 개성도 강한 다섯 명의 미소녀 오타쿠가 주인공인 <만연>은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확실하게 구축하면서 성공적으로 출발한다. 삐걱대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기 시작한 사치와 기존 만연 멤버들의 관계는 앞으로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게다가 성장해야 할 주인공에게 꼭 필요한 라이벌 캐릭터를 아노스-히라노 두 명으로 설정하여 독자가 1권만 보고도 꽤 먼 미래까지 기대하게 만드는 영리함이 돋보인다. 그리고 아직은 베일에 싸인 아노스의 정체와 키리노의 과거 등 밝혀져야 할 비밀도 산더미 같다. 단 한 권에 이 많은 설정을 과하다는 느낌 없이 꼭꼭 채워넣었기 때문에 앞으로 이야기를 얼마나 탄탄하고 짜임새 있게 풀어갈지 기대가 된다. 보는 이의 심장박동수를 높이는 10대들의 열정과 노력은 역시 질리지 않는 소재이다. 녹슬어버린 꿈에 다시 한 번 기름칠을 하게 하는 가장 좋은 원동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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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여자회 방황 1
츠바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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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여고생 두 명이 사이좋게 머리를 빗겨주는 표지 그림(다소 괴상한 형태의 물건도 보이지만 크게 신경쓰지 말자) 위에 핫핑크색으로 박힌 제목 <제7여자회 방황>. '제7여자회 방황'이라니? 제목을 아무리 곱씹어보아도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만화를 읽다 보면 알게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일단 끝까지 읽어보아도 제목의 뜻은 알 수가 없다. 다만, 만화를 읽고 나니 '제7여자회 방황'의 뜻을 아는 게 뭐 그리 중요하겠냐 싶어졌다.



'카네양'이라는 별명을 가진 카네무라와 그녀의 친구 타카기가 이 만화의 주인공이다. 평범한 여고생으로 보이지만 둘의 일상은 눈에 띄게 특이하다. 카네양의 방은 핵 셸터이고, 그녀들이 사는 시대에는 죽은 사람의 마음을 데이터로 추출하여 디지털 천국에 재생할 수 있는 기술이 발달해 있다. 카레라이스, 오므라이스, 만두 등 온갖 음식의 맛이 나는 껌도 있다. 시대적 배경이 현재인지 미래인지 아니면 4차원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 또한 뭐 어떠랴. 



핵 셸터에 살면서 디지털 천국을 통해 죽은 친구를 만나고, 외계인이나 괴물까지 출몰하는 일상이 평범하다니... 오히려 해저 콜로니 쪽이 훨씬 더 평범해 보이는데 말이다. 하지만 웃자고 그린 만화에 대고 밀리미터 단위까지 진지하게 따지고 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이나 <할시온 런치> 같은 만화에서 논리를 찾는 것은 우습지 않은가. 


하지만 이 만화를 그냥 웃고만 넘기기도 어려운 것이, 중간중간 촌철살인과도 같은 대사들이 튀어나온다. 얼척없어서 웃음이 터지는 개그만화에서 순간순간 진지하게 반성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 나온다는 말이다.  

하긴 뭔지 알아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경우는 많으니 일일이 다 상관할 수는 없어.

카네양의 무심한 이 한마디라든가, 

왠지... 나는 부모님 마음대로 살려두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가짜 천국에서 급히 부활해버려서... 뭘 어떻게 하면 좋은 건지 아직 전혀 모르겠어. 이건 정말로 살아있다고 할 수 있는 건가? 싶어서...

죽은 친구가 디지털 천국에서 타카기에게 남긴 이 대사를 보고 있으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연연하거나 고인을 억지로 현실에 붙잡아두려는 것은 결국 인간의 헛된 욕심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제7여자회 방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친구'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는 전국의 고등학교에서 입학과 동시에 '친구 선정'이라는 제도를 통해 단짝을 만든다는 설정이 나온다. 성적표에도 '친구'라는 항목이 있을 정도이다. 카네양과 타카기도 입학 후 친구 선정 시에 똑같이 '7번'을 뽑아 친구로 엮인 케이스이다. 비인간적인 제도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규정만 없을 뿐이지 무한경쟁의 칼바람 속에서 순수하게 친구를 사귀는 일마저 사치가 된 요즘 10대들의 현실이 이보다 크게 나은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카네양과 타카기는 서로를 이해하며 진짜 단짝친구가 된다. 성적을 위해서도 아니고, 누구의 눈치를 보아서도 아니다. 카네양은 친구 선정 제도에 불만이 있었지만 타카기의 장점을 발견하면서 정말로 호감을 느끼게 되고, 카네양에게 잘 보이려고 눈치만 살피던 타카기도 카네양을 좀 더 편하게 대하게 된다. 비록 시작은 타의였지만 카네양과 타카기는 자신들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제7여자회'를 결성(?)한 것이다. 

 

우연 같은 필연으로 만난 단짝친구 카네양과 타카기의 황당한 일상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독자의 상상 정도는 가뿐히 뛰어넘어 줄 것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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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2 - 오월(吳越)격돌
이지청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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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2권에서는 오나라와 초나라의 본격적인 대결이 벌어진다. 전쟁이 시작됨에 따라 '손자병법'의 전술들이 실제 전쟁에서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를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흥미롭다. 신기(神技)에 가까운 손무의 책략들은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이다. 이 전략들이 빛을 발하며 오나라는 승승장구한다. 

 

싸움은 곧 속임수다. 소신은 불 속에서 밤을 꺼낼 때 기쁨을 느낍니다. 난제야말로 소신의 재능을 한껏 드러나게 해주니까요. 


전쟁이 시작되면서 2권은 1권과는 완전히 다른 속도감을 선사한다. 빠른 전개와 묵직하고 호쾌한 액션, 혀를 내두르게 하는 머리싸움이 어지럽게 펼쳐지면서 읽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한다. 새로운 인물들도 대거 등장하기 때문에 독자의 머리도 한층 어지러워진다.  


 

2권의 백미는 고작 6만 명의 연합군으로 수십만의 병력을 보유한 초나라에게 '이길' 생각을 하고 전쟁을 계획하는 손무의 대담함이다. 그는 자신만만한 동시에 신중하고, 이기기 위해서 속임수도 사용하지만 결코 비열하지 않다. 전쟁은 숫자로 하는 것이 아니고, 승리가 모든 수단을 정당화시켜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장군, '죽는다'는 말을 너무 쉽게 입에 담지 마십시오. 살아있기에 승리가 보이는 것입니다. 



'손자병법'은 병법서답게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방법을 쓴 책이다. 하지만 손무는 어떻게 하면 많은 적병을 죽일 것인가를 연구한 것이 아니다. 재미있게도 <손자병법> 2권에는 당대의 대학자 '공자'가 등장한다. 그의 대사를 보면 손무가 '손자병법'을 통해서 추구한 목적이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살리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싸우지 않고 이긴다'는 이론은 내 '인의예지'의 정신과도 일맥상통하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언제나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다. 손무와 공자가 꿈꾼 평화로운 세상은 수천년이 지난 지금도 그저 '유토피아'에 불과할 뿐이다. 오히려 세상은 점점 더 잔혹하고 냉정한 전쟁터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우리는 '손자병법' 속에서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만이 아니라 손무가 이 책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진짜 목적을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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