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연 1 - 만화연구부
카세 다이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만화에 열정을 쏟는 학생들의 이야기'라고 하면 매유 유명한 작품 하나가 떠오른다. 그렇다. 모두가 예상하는 <바쿠만>. 이런 명작이 버티고 있으니 비슷한 소재의 만화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게다가 표지를 화사하게 장식한 다섯 명의 미소녀라니. 만화가 지망생이라는 그럴듯한 소재로 감싼 흔한 미소녀물인가 싶어 기대치는 더 떨어진다. 하지만 심드렁하게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다가 어느 순간 이 만화에 푹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말았다. 

 

탁월한 미모, 뛰어난 두뇌, 월등한 운동능력을 두루 갖춘 우월한 모범생 사치는 같은 반 아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그녀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바로 프로 만화가로 활동 중이라는 것이다. 입사 2년차 편집자에게 지적을 받는 것을 참지 못할 정도로 자존심 세고 완벽주의자인 사치는 신인만화가로서 이미 인기를 얻고 있는 히라노를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다. 

 

넌 네 작품처럼 너무 완벽하구나. 지금의 너한테 필요한 건... 약자의 기분 아닐까?

이런 사치의 성질을 자꾸만 긁는 존재가 학교에도 한 명 있으니, 같은 반의 아리스이다. 공부도 하지 않고 늘 '저차원적인' 만화를 너무나 즐겁게 그려대는 4차원 소녀 아리스는 오타쿠임을 전혀 숨기지 않아 따돌림을 당한다. 잘난 것 하나 없고 동급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늘 싱글벙글인 아리스가 사치는 왠지 짜증스럽다. 

 

 

어느 날 아리스가 그린 만화를 무시하며 놀리는 남자아이를 사치가 대신 응징(?)한 사건을 계기로 아리스는 사치가 만화를 좋아한다는 것을 눈치챈다. 그리고 사치에게 만화연구부(만연)에 입부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사치의 눈에 만화연구부는 '막장인생들의 소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빨강머리 악마'로 불릴 정도로 교내에서 악명높은 만연 부장 키리노는 자존심 강한 사치의 성격을 파악하고 그녀를 도발하여 만연에 입부하게 만든다. 


 

키리노와 아리스 외에도 옷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는 마리카와 게임 매니아 나오가 만연의 멤버이다. 언제나 부실에 모여 각자 하고 싶은 일만 하는 멤버들을 보며 사치는 입부 후에도 만연에 대한 의구심과 실망감을 떨칠 수가 없다. 그러나 고문 선생님의 권유로 지난해의 동아리 활동지를 보게 된 사치는 아노스(anoth)라는 당시 재학생의 작품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그것이 사치의 열정과 승부욕에 다시금 불을 붙인다. 

 

히라노... 코코로... 

잡지에 처음 수록된 시기는 나랑 비슷한데... 이 역력한 차이... 지금의 내 실력으로는 이 사람을 못 이기겠지... 

우선은 아노스부터 뛰어넘어야 해ㅡ.



좋아하는 것이 뚜렷하고 개성도 강한 다섯 명의 미소녀 오타쿠가 주인공인 <만연>은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확실하게 구축하면서 성공적으로 출발한다. 삐걱대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기 시작한 사치와 기존 만연 멤버들의 관계는 앞으로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게다가 성장해야 할 주인공에게 꼭 필요한 라이벌 캐릭터를 아노스-히라노 두 명으로 설정하여 독자가 1권만 보고도 꽤 먼 미래까지 기대하게 만드는 영리함이 돋보인다. 그리고 아직은 베일에 싸인 아노스의 정체와 키리노의 과거 등 밝혀져야 할 비밀도 산더미 같다. 단 한 권에 이 많은 설정을 과하다는 느낌 없이 꼭꼭 채워넣었기 때문에 앞으로 이야기를 얼마나 탄탄하고 짜임새 있게 풀어갈지 기대가 된다. 보는 이의 심장박동수를 높이는 10대들의 열정과 노력은 역시 질리지 않는 소재이다. 녹슬어버린 꿈에 다시 한 번 기름칠을 하게 하는 가장 좋은 원동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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