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 1 - 손무와 오자서
이지청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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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손자병법'은 오왕 합려를 섬기던 손무(孙武)가 쓴 병법서로, 군사뿐 아니라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여러가지 상황에서 통용된다는 장점 때문에 2,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읽히고 활용되는 책이다. 이번에 리뷰를 쓰게 된 만화 <손자병법>은 두 가지 점에서 특이하다. 첫번째는 작가인 이지청(리치칭)이 홍콩 사람이라는 점, 두번째는 정통 역사 만화라는 점이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중국 만화가의 작품이라서 그런지 그림체나 내용 구성 면에서 아주 독특한 기백(!)이 느껴진다. 


손무

 

<손자병법> 1권은 손자병법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초나라 평왕에게 아버지를 잃은 오자서는 원수를 갚기 위해 평왕에게 반기를 든다. 반면 오나라의 손무는 부국강병을 길을 배우기 위해 초나라를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자서와 얽히면서 평왕에게 어머니를 잃게 되고 결국 오자서와 함께 초나라를 탈출한다. 


오자서


오나라로 간 오자서는 천하통일을 꿈꾸는 공자 광(光)과 손잡고 그를 왕위에 앉히니 그가 바로 오왕 합려이다. 한편 손무는 귀곡선생을 스승으로 삼고 학문에 정진한다. 귀곡선생의 품을 떠난 이후 손무는 '손자병법'을 집필한다. 

 

전쟁이란 국가의 중대사이다. 백성들의 생사와 나라의 존망이 걸린 길이니, 모름지기 신중히 검토하여야 한다. - 손자병법 시계편(始計篇)


공자 광(합려)

 

이 책은 중국의 역사를 배경지식으로 갖추고 있으면 더 이해하기가 쉽다. 넓은 땅만큼이나 중국의 역사는 방대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이 책만 읽어서는 손무가 살던 시대에 중국 대륙에 존재하던 나라들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 하지만 손무와 오자서라는 두 주인공의 행보에만 초점을 맞추고 읽는다면 빠르고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도 있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 시대와 타협하고 적극적으로 권력을 따라가는 오자서와 부국강병을 위한 정도(正道)를 추구하는 곧은 성품의 손무는 필연적으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그 성정 때문에 오왕의 미움을 산 손무가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면서 1권은 끝을 맺는다. 



책 마지막에 실려있는 '손자병법의 현대적 활용법'은 매우 유용하다. 사실 누구나 다 아는 정론이지만 의외로 지켜지지 않는 것들이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백성을 먼저 생각해야 하고,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는 진리 말이다. 손자병법을 읽어보고 싶지만 선뜻 손에 잡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입문서로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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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가네 1
이케자와 하루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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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쿠로가네>는 표지의 죽도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검도만화다. 하지만 검도에 대한 분석이나 정정당당한 스포츠 정신을 논하는 종류의 만화는 아니다. 주인공 쿠로가네 히로토는 '강해지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기 위해 이런저런 스포츠에 도전하지만 그 무엇에도 재능이 없다. 그야말로 동료선수들에게 민폐덩어리일 뿐이다. 

 

이런 히로토에게 어느날 열정 넘치는 미소녀 츠바메가 검도부 입부를 권유하지만 자신감이 땅을 파고 들어간 히로토는 그녀의 제안을 거절한다. 그러나 운명은 그를 그냥 포기하게 두지 않는다. 하교길에 사쿠라 일도류의 마지막 사범인 토조 사유리의 유령과 딱 마주친 것. 사유리는 히로토의 범상치 않은 '시력'을 알아보고 그가 검도를 하도록 종용한다.

 

사유리의 유령은 히로토네 집에 있던 인형에 들러붙어(?) 이렇게 깜찍한 모습으로 지내게 된다.

 

결국 히로토는 사유리의 유령에게는 후계자로 찍히고, 도쿄 최고의 검사(劍士)라 불렸지만 부상으로 제 실력을 내지 못하는 하야쿠라 시도에게는 라이벌로 찍혀 검도부에 입부하게 된다. 

 

히어로라는 건 싸워서 누군가를 구하는 사람을 말해. 히어로는 누구보다 세고... 어떤 위기에서도 반드시 이겨.

(...) 

어떤 팀이라도 승리로 이끌어주는 구세주-. 그게 히어로야.  

최고의 스승과 믿음을 주는 친구와 자신보다 훨씬 강한 라이벌을 만나 히로토는 '히어로'가 되기 위한 첫발을 내디딘다. 시작은 어정쩡했지만 히어로를 향해 일취월장할 쿠로가네 히로토의 성장기, 그것이 바로 이 만화의 주제이다.

 

<쿠로가네>는 현실적인 스포츠 만화와는 거리가 멀다. 열정과 시력만으로 검도부에 입부하자마자 모두의 주목을 받다니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이 만화는 <슬램덩크>가 아니라 <피구왕 통키> 같은 느낌의 작품인 것이다.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그런 것들은 신경쓰지 않아도 좋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쓸모없다고 느끼던 한 소년이 뜨거운 열망과 운명적인 인연을 바탕으로 꿈을 향해 용감하게 나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니까. 

 

사람은 강해질 수 있습니다. 설령 어떤 곳에서부터라도. 반드시-

주장 츠루기의 이 말은 아마도 이 만화 전체의 테마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힘겨운 훈련과 시도와의 경쟁을 거쳐 조금씩 강해질 히로토의 모습이 무척 기대된다. 츠바메와의 알콩달콩 로맨스도 양념처럼 만화의 분위기를 몽글몽글하게 만들어줄 것 같다. 쿠로가네의 죽도가 누구보다도 강한 히어로의 칼이 될 때까지 이 만화, 앞으로가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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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 2013-08-08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으면서 제가 대학시절에 읽었던 <후대망>이 생각났어요.
메이지 유신을 이끌었던 사까모토 료마의 일대기를 그린 책이죠.
료마도 어릴 적에는 검도를 잘 못했었고 늦은 나이에 검술수업을 떠났었다는 내용이 나오거든요.
잘 읽고 갑니다.^^
 
눈부시도록 8
윤지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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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파란의 8권이었다. 

 

행복이나 불행은 언제나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행복할 때는 불행이 야금야금 스며드는 것을 보지 못하고 불행할 때는 행복이 조금씩 손을 뻗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는 것뿐이다. 누구나 같다. 나만 어리석은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8권의 내용은 위의 대사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행복했던 시간에 작은 작별을 고한 석린에게 닥쳐온 또 다른 시련. 스스로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 노력하던 석린의 오랜 상처는 또다시 잔인하게 헤집힌다. 

 

희안을 자신의 욕심만으로 붙잡아두고 싶지 않아서 그에게 이별을 고한 석린이 바보같아 보일 수도 있다. 좋아하는 사람을, 그저 옆에 있기만 해도 힘이 되는 사람을 굳이 밀어낼 이유가 있었을까. 게다가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간신히 자신을 지탱하고 있던 석린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일이 벌어진다. 바로 동생 석영의 귀국 소식. 그녀는 결국 참았던 감정을 터뜨리고 만다.

 

 

이 장면은 보다가 나도 같이 울어버리고 싶을 만큼 가슴아팠다. 석린이 처음으로 격렬하게 토해낸 진심. 늘 괜찮다고 혼자 애써 누르다가 터져버린 그녀의 절규는 희안이 보았던 눈물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애처로웠다. 주인공을 이렇게 코너의 코너까지 몰아부치는 것은 과연 윤지운 작품답달까. 

 

참는 것에 익숙해진 석린이 처음 터뜨린 감정은 그녀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자못 궁금하다. 그리고 '퓨어 드림'에게도, 하륜과 시현에게도 새로운 국면이 다가올 것을 예고한 <눈부시도록...> 8권. 곧 출간될 9권이 점점 더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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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십팔사략 박스세트 (올컬러 완전판) - 전10권
고우영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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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팔사략>은 중국 송나라 말기 사람이었던 증선지(曾先之)가 <사기(史記)>를 비롯한 송나라 때까지의 역사서 18종의 내용을 뽑아 엮은 책이다. 초학자용으로 편찬된 책이기 때문에 조선에서 중국 역사와 한문을 동시에 가르치기 위한 교재로 많이 쓰였다고 한다. 

 

故 고우영 작가가 그린 <십팔사략>은 증선지의 <십팔사략>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일단 만화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접근하기 쉽다. 또한 역사적 사건에 작가 특유의 유머와 현대적인 감각이 감칠맛나게 버무려져 단순히 만화적 재미만으로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십팔사략>에는 사자성어가 많이 나온다. '관포지교' 등 유명한 사자성어가 유래된 일화를 만화로 알기 쉽게 그려놓았기 때문에 학습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그리고 항우, 유방, 유비, 조조, 측천무후, 이백, 소동파, 왕희지 등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중국의 유명인들의 이름이 끊임없이 나온다. 긴 기간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만큼 각 인물의 이야기 자체는 아주 짤막하게 실려있지만, 그 때문에 다른 고전들을 읽고 싶다는 욕망을 끌어올리기도 한다. 예를 들면 항우와 유방의 이야기를 다룬 <초한지>, 천하통일을 노리던 세 나라의 이야기를 그린 <삼국지>, 은나라의 멸망 과정을 요괴와 신선의 대립 구조로 각색한 <봉신연의>, 현장의 천축행에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라는 독특한 요괴 일행을 끌어들인 소설 <서유기> 등이 대표적이다. 

 

짤막한 에피소드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서사적 구조를 지키고 있는 것 또한 이 책의 특징이다. 덕분에 큰 줄기가 흔들리지 않아 순서대로 읽다 보면 중국의 역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작가 특유의 해학이 가미된 설정 및 대사들은 작품이 고루해지는 것을 방지한다. '가이새끼', '짜샤' 등의 비속어를 정감 있고 맛깔나게 사용하는 데 있어서  고우영 작가의 공력을 따라갈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불필요한 미사여구 없는 간결한 대사와 빠른 전개는  독자가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도록 한다. 


올컬러 완전판은 故 고우영 작가의 아들인 고성언 작가가 채색 작업을 맡았다. 게다가 '완전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판형이 시원스럽게 커졌고, 내용 이해를 돕는 각주와 주해가 추가되어 훨씬 풍성해진 느낌을 준다. 컬러가 되어가 가장 좋은 점은 복잡한 역사만큼이나 변동이 많았던 지도들을 이해하기 쉬워졌다는 것과 전투 장면 등에 생동감이 부여되었다는 것이다.



'적벽대전'의 한 장면


<고우영 십팔사략 올컬러 완전판>은 일단 완성도 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도 자체가 무척 좋다. 이 시도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끝나지 않고 오래도록 두고 읽어도 좋을 작품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 독자들을 만나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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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십팔사략 10 (올컬러 완전판) - 북송시대(北宋時代) 남송시대(南宋時代)
고우영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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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후량의 황제가 된 주전충은 이극용을 죽이는 데 혈안이 되었고, 그 아들들은 후계자 자리를 차지하려고 분주하다. 이극용은 아들 이존욱에게 복수를 부탁하고 죽는다. 이존욱은 주전충 사망 후 왕위 다툼으로 휘청이는 후량을 정복하고 당(후당)을 세운다. 하지만 그는 정치에 무지하였고, 대신 국정을 맡은 공겸은 온갖 세를 거둬들여 백성들의 반감을 산다. 결국 이존욱은 친위대에게 죽임을 당한다. 

왕위 다툼 속에서 명종의 사위 석경당은 왕위를 차지한 후 나라 이름을 진(후진)이라 하고, 자신을 도운 걸안에 땅을 내어준다. 그러나 걸안은 나라 이름을 요로 바꾼 후 계속해서 석경당에게 공물을 요구하였다. 시달림에 지친 석경당이 죽고 조카 석중귀가 왕이 되자 요는 예를 차리지 않았다는 것을 빌미 삼아 후진을 공격한다. 이에 석경당의 부하 유지원은 한(후한)을 세우고 요군을 공격해 몰아낸다. 

유지원이 죽은 후 충신이었던 곽위가 왕이 되어 주(후주)를 세우지만 그를 못마땅해 하던 유지원의 동생 유숭은 요에 지원을 요청한다. 그러나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후주군은 유숭을 몰아내고, 이때 공을 세운 장군 조광윤이 황제가 되어 나라 이름을 '송'이라 한다. 

송 태조는 중앙집권제로 병권을 장악하고 대륙을 통일한다. 3대 왕이 집권하던 시절, 요가 송을 넘보기 시작한다. 하지만 시찰 나온 원수가 송에 당하자 강화를 요청하고, 나약한 황제는 대신들에 떠밀려 강화를 체결한다. 점점 썩어가는 송나라에는 우리도 잘 알고 있는 걸출한 판관 포청천이 있었다. TV 시리즈로 인기를 끌었던 <판관 포청천>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을 것이다. 

송 신종은 개혁의지를 품고 왕안석을 부재상으로 임명하였다. 그러나 왕안석은 귀족들의 반대와 황제의 급사로 뜻을 펼치지 못하고 죽는다. 그때 반대한 사람들 중에 <자치통감>을 쓴 대학자 사마광이 있다. 

그리고 이 시대에도 뛰어난 예술가가 등장하는데 '동파육'이라는 음식 이름의 유래가 된 소동파이다. 그는 왕안석을 개혁법을 반대하다가 지방으로 밀려난 후 풍자시를 쓰고 필화 사건에 연루된다. 다행히 사형을 면한 그는 황주의 시골 구석에서 수많은 명작을 남긴다. 

요에 핍박당하던 여진족 추장 아골타는 궐기하여 금나라를 세워 황제가 된다. 금의 세력이 커지자 송은 동맹을 맺고 요를 공격하려 했으나, 내분이 심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많은 땅만을 빼앗겼다. 이때 뺏긴 연운 16주를 되찾기 위해 송은 다시 요와 손을 잡았으나 송의 배신을 안 요가 송을 멸망시킨다. 이렇게 북송의 시대가 끝난다. 

이후 송의 황족 조구는 수도를 항주로 옮기고 남송을 세운다. 하지만 그의 안일함에 지친 북송 백성들은 빼앗긴 땅을 찾기 위해 자진하여 싸운다. 이때 의용권에 가담하여 장교가 된 악비는 뛰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연전연승한다. 그는 악가군을 이끌며 금을 압박하고, 금은 남송 황제에게 악비를 처단하라고 요구한다. 결국 친금파 재상 진회 때문에 누명을 쓰고 죽은 악비는 사후에 복권된다. 


악비 사후 송은 금과 불평등 조약을 맺는다. 한편 몽골의 테무진은 세력을 키워 자신들을 학대하는 금에게 복수할 기회를 노린다. 그가 바로 칭기즈칸이다. 몽골을 우습게 보던 금은 결국 멸망하고, 이에 기뻐하던 남송도 몽골이 세운 원나라의 공격으로 멸망한다. 

이렇게 남송의 역사도 끝나면서 <십팔사략>의 긴 여정도 끝이 난다. 물론 중국의 역사는 송나라 이후에도 계속되고, 치열한 전쟁과 권력 다툼, 그리고 걸출한 예술가들의 탄생도 계속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십팔사략>에 소개된 역사도, 소개되지 않은 역사도 아니다. 어제를 돌아봄으로써 우리가 오늘날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고쳐나가고 무엇을 이어나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진짜 중요한 것이다. 역사란 과거의 기록인 동시에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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