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위로 - 글 쓰는 사람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곽아람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활자로 이루어져 있는 책이라는 또 다른 창과 달리 색채와 선, 형태로 이루어진 보다 명료하고 더 다채로운 세계. 그렇지만 책과 마찬가지로 상상력의 여지가 충분한 세계. 지금도 그림을 볼때면 창문을 생각한다. _ 획기적인 창문을 찾아서 중 - P23

지금도 그림을 볼 때면 항상 창문을 생각한다. 활짝 열린 커다란 창문사이로 바람이 불어 들어오고 섬세한 레이스 커튼이 나부끼는 풍경이 연상된다. 그렇게 그 수업은 나에게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었다. 획기적인 창문이었다. _ 획기적인 창문을 찾아라 중 - P26

트렌치에 들어가 지층의 단면을 살펴보는 걸 좋아했다.
켜켜이 쌓인 지층의 빛깔이 다른 것은 지층마다 누적된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층위마다 다른 시간과 역사, 문화와 삶이 녹아 있다는 사실이 신비로웠다. _ 기억과 마음에도 층위가 있다 중 - P31

박물관에 끝까지 남은 선배들과 친구는 훌륭한 고고학자가 되었다. 흙과, 땅과, 땀과, 무덤을 택한 그들을 존경한다. - P35

사람을 사귈 때면 항상 마음속 지층을 가늠해 본다. 이 사람은 어느 층위까지 내게 보여줄 것이며, 나는 내 안의 어떤 층위까지 그를 허용하고 인도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층위마다 차곡차곡 고인 슬픔과 눈물과 어두움과 절망과 상처와 고통, 기쁨과 웃음과 약간의 빛의 흔적・・・・・・ 나는 손을 내밀며 상대에게 묻는다. _ 기억과 마음에도 층위가 있다 중 - P37

온몸의 털끝 하나하나까지 곤두세우는 예민한 감각을 느끼고 싶을 때, 자연 그대로의 육체를 햇볕 아래 내어주고 마냥 쾌락에 취하고 싶을 때, 정신을 아득한 끝자락까지 몰고 가는 향기에 전율하고 싶을때………. 불어는 감각의 언어라고 나는 생각한다. 순전히 카뮈의 『결혼』 때문이다. _ 언어 공부, 감각을 일깨우다 중 - P41

머릿속에 어슴푸레 남아 있던 ‘교양으로서의 판교‘가그렇게 20년 만에 비로소 명징해졌다. ‘교양(culture)‘이란 원래 경작(耕作)을 뜻하는 것이니, 수년 전 뿌린 씨앗의 결실을 이제야 거두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교양서로 유명한 일본 출판사 ‘이와나미쇼텐‘의 로고는 밀레의그림 「씨 뿌리는 사람‘인데, 창립자 이와나미 시게오가 스스로를 ‘씨 뿌리는 사람‘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_ 씨 뿌리는 사람 중 - P62

그런 이유 때문에 나는 도무지 동양미술을 좋아할 수없었다. 한눈에 봐도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것만 같은 서양 회화들과는 달리, 동양의 회화는 기록 위주이고 자료에 가까우며 그래서 딱딱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_ 그 시절에서만 쓸 수 있는 글이 있다 중 - P69

삶이란 퍽 짧으므로 우리는 촛불을 밝히고 어둠의 시간을 충분히 이용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 제임스 캐힐, 조선미 옮김, 『중국 회화사』(열화당)에서 - P79

박자에 맞추니, 그건 단어와 음표였다.
바람이 의도한 그 바람ㅡ아주 약간 입술과 목을 통해.
목표는 노래였다ㅡ바람은 알 수 있게 되었다.
로버트 프로스트, 「목표는 노래」에서 - P92

로버트 프로스트가 세상을 멸망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짚었던 ‘욕망(desire)‘이 나의 대학생활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때는 그 욕망 때문에 너무나 괴로웠는데, 지금은 덤덤하다. 시간은 많은 것을치유한다. _ 박자를 맞추니, 그건 단어와 음표였다 중 - P85

"희망은 내게 빵 부스러기 하나 청하지 않았네."
_ 에밀리 디킨슨 - P103

희망은 작은 새처럼 유혹적이고 변덕스러운 것이어서 여기저기 포르르 날아와 앉아 잠시 깃드는 듯하다가 다시 떠나길 반복한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 P103

안그 수업의 쓸모는 그 수업을 듣겠다 결심하던 시절의내가, 그 수업이 무용하리라 여겼다는 점에 있다는 것을. 무용한 일에 시간을 투자하고, 쓸모 없는 것을 배우리라 도전하고, 쓸데없어 보이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 그것이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젊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장큰 특권이자 가장 소중한 가치였다는 걸. 그 시절 무용해보였던 수많은 수업들이 지금의 나를 어느 정도 ‘교양 있는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_ 무용함의 쓸모 중 - P1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감정 어휘 - 모호한 감정을 선명하게 밝혀 내 삶을 살게 해주는 말 공부
유선경 지음 / 앤의서재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감정은 ‘꽃‘과 같다.
꽃이 없으면 열매가 없고 열매가 없으면 씨앗도 없다.
우리의 꿈과 희망, 말과 행동, 계획과 목표, 관계를 비롯해
삶에서 중요한 대부분이 감정에서 시작된다.
감정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세밀하게 표현해야 하는 이유는
‘나‘라는 개별성과 주체성, 고유성을 만들어 나의 삶을 살게 해주기 때문이다. _ 1장. 내가 갈 길을 알려주는 실마리, 감정 중 - P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공부의 위로 - 글 쓰는 사람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곽아람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범생인 스스로를 긍정하게 된 것은 40대에 접어들고나서부터다. 세월이 지나면서 나의 가장 큰 재능은 성실함과 꾸준함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_ 서문 중 - P7

대학 시절의 공부는 잊히는 과정에서 정신에 깊은 자국을 남기고 거기에서 졸업 후 이어질 고단한 밥벌이의 나날에 자그마한 위로가 될 싹이 움튼다. 그것이 공부의 진정한 쓸모라고 생각한다. _ 서문 중 - P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헤세로 가는 길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능한 것이 생기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불가능한 것이 시도되어야 합니다.
『서간집』 - P362

어떤 두 사람이 매우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을지라도
그들 사이에는 언제나 심연이 놓여 있다.
그 심연에 다리를 놓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뿐이다.
「크눌프』 - P350

오늘은 그림 그리기 좋은 날이 아닐까 싶은 징조가 보이면 내 늙은 가슴에서 어린 시절 방학 때 느꼈던 그 기쁨, 뭔가를 반드시 하고야 말겠다는 강렬한의지가 용솟음치는 것을 느낀다. 나는 10여 년전부터 그림 그리기로 생계를 유지하며 점차 문학에서 멀어질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다」 - P371

그는 사랑을 하면서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할 때 자신을 잃어버린다.
『데미안』 - P377

연애야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과 할 수 있지.
하지만 결혼해도 좋을 상대란 평생토록 함께
보조를 맞춰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안 되는 거야.
「대리석재 공장」 - P378

건물을 짓고 부수는 사람,
숲에 나무를 심고 베는 사람,
창문에 페인트를 칠하고
정원에 울타리를 치는 사람이 필요하듯이,
이 모든 것을 관찰하는 사람,
이 담장들과 지붕들이 색채들과 그림자들을
두 눈과 마음에 담는 사람,
그것들을 사랑하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필요하다.
「그림을 그리다」 - P381

사람들은 가장 가지기 힘든 것을 가장 좋아한다.
「게르트루트』 - P385

당신이 좋은 것은 아마 나와 비슷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것은 나와 닮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 P401

당신을 내 육체의 일부처럼 사랑하고,
밝아오는 하루의 여명처럼 사랑합니다.
마치 나 자신을 사랑하듯 당신을사랑하며,
내가 지닌 광기나 나를 스쳐가는 예감처럼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날 어떻게 사랑하고 있는 걸까요?
「벙어리와의 대화」 - P403

창밖에는 별들이 바삐 움직이고모든 것이
불빛을 뿜어대는데 이토록 깊은 절망에 빠진 나의 곁에
바로 네가 있어주다니.
이토록 복잡한 인생살이 속에서
너만은 하나의 중심을 알고 있으니그리하여 너와 너의 사랑은
언제나 내 곁에서 고마운 수호신이 된다.
「논을 위하여」 - P4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저만치 혼자서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문한지 일주일만에 도착한 책 중에서, <저만치 혼자서>부터 읽었다. 하루만에 다 읽었다. 김훈선생의 책을 거의 전부 읽은 탓이기도 하지만, 서사나 인물 자체의 공감이 높은 탓일 수도 있다.

책의 전부 원고지안에 ˝나는 한사람의 이웃으로 이 글을 썼다.˝라고 적혀있다. 단편 소설 전체에 흐르는 말은 ˝한 사람의 이웃˝이라고 볼 수 있다. 소설과 다큐의 중간 어느 지점에 놓여 있을 것만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마지막 <저만치 혼자서>는 평생 이웃들을 위해 헌신한 수녀님들의 임종을 앞둔 일명 도라지수녀원인 호스피스 수녀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의 몇가지 특징은, 우리 현대사의 큰 아픔을 아직도 찾아서 환기시킨다는 점이다. <명태와 고래>및 <48GOP>가 그 예인데, 남북의 접경시대 동해안 어촌과 중부전선을 그 공간적 배경으로 한다. 아직도 내가 김훈 선생 작품을 찾아읽는 이유가 작가 나이대나 최소한 50대이상의 나이속에 감재되어 있는 큰 질곡과도 같은 역사적 비극을 공감하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거의 전부 주제에서 부부가 이혼을 맞이한다. 사업상 이유로, 성격상 이유로, 기타 이유로 이혼을 맞이하고 배우자가 죽음을 맞이한다. 그속에서 자식들도 등장한다. 특히, 중년이후 이혼 서사는 <언니의 폐경>이후 줄곧 등장한다. 왜일까 생각해보면, 주변에서 다양한 이유로 이르는 이혼의 과정이 결국 병원 보호자조차 도우미가 필요로 하는 <대장 내시경 검사>, IMF 때 서류상 합의 이혼이 실제 이혼으로 이어지는 <저녁 내기 장기>, 경제적 무능과 시댁간의 갈등을보여주는 <손> 등에서 이야기로 등장한다. 전남편은 존재하나 전아들이 존재할 수 없는 현실에서 누구는 절망하고<손>, 누구는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본다<대장 내시경 검사>. 특히, 갈라선 이후에 이전 배우자의 죽음이나 장례식의 조우는 가족제도가 가지는 여러 생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자전거기행에서 처럼, 반농반어의 지역이거나 접경지, 그리고 지방 소읍내가 항상 지역적 배경으로 나온다. 언젠가 가본듯한 지역이 나온다는 생각도 읽으면서 해본다.


나는 언제나 김훈선생 책이 나오면 바로 살 것이다. 이만큼 진솔하게 글쓰는 분을 존경한다. 어찌보면 어른이 없는 시대에 어른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