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로 이루어져 있는 책이라는 또 다른 창과 달리 색채와 선, 형태로 이루어진 보다 명료하고 더 다채로운 세계. 그렇지만 책과 마찬가지로 상상력의 여지가 충분한 세계. 지금도 그림을 볼때면 창문을 생각한다. _ 획기적인 창문을 찾아서 중 - P23
지금도 그림을 볼 때면 항상 창문을 생각한다. 활짝 열린 커다란 창문사이로 바람이 불어 들어오고 섬세한 레이스 커튼이 나부끼는 풍경이 연상된다. 그렇게 그 수업은 나에게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었다. 획기적인 창문이었다. _ 획기적인 창문을 찾아라 중 - P26
트렌치에 들어가 지층의 단면을 살펴보는 걸 좋아했다. 켜켜이 쌓인 지층의 빛깔이 다른 것은 지층마다 누적된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층위마다 다른 시간과 역사, 문화와 삶이 녹아 있다는 사실이 신비로웠다. _ 기억과 마음에도 층위가 있다 중 - P31
박물관에 끝까지 남은 선배들과 친구는 훌륭한 고고학자가 되었다. 흙과, 땅과, 땀과, 무덤을 택한 그들을 존경한다. - P35
사람을 사귈 때면 항상 마음속 지층을 가늠해 본다. 이 사람은 어느 층위까지 내게 보여줄 것이며, 나는 내 안의 어떤 층위까지 그를 허용하고 인도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층위마다 차곡차곡 고인 슬픔과 눈물과 어두움과 절망과 상처와 고통, 기쁨과 웃음과 약간의 빛의 흔적・・・・・・ 나는 손을 내밀며 상대에게 묻는다. _ 기억과 마음에도 층위가 있다 중 - P37
온몸의 털끝 하나하나까지 곤두세우는 예민한 감각을 느끼고 싶을 때, 자연 그대로의 육체를 햇볕 아래 내어주고 마냥 쾌락에 취하고 싶을 때, 정신을 아득한 끝자락까지 몰고 가는 향기에 전율하고 싶을때………. 불어는 감각의 언어라고 나는 생각한다. 순전히 카뮈의 『결혼』 때문이다. _ 언어 공부, 감각을 일깨우다 중 - P41
머릿속에 어슴푸레 남아 있던 ‘교양으로서의 판교‘가그렇게 20년 만에 비로소 명징해졌다. ‘교양(culture)‘이란 원래 경작(耕作)을 뜻하는 것이니, 수년 전 뿌린 씨앗의 결실을 이제야 거두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교양서로 유명한 일본 출판사 ‘이와나미쇼텐‘의 로고는 밀레의그림 「씨 뿌리는 사람‘인데, 창립자 이와나미 시게오가 스스로를 ‘씨 뿌리는 사람‘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_ 씨 뿌리는 사람 중 - P62
그런 이유 때문에 나는 도무지 동양미술을 좋아할 수없었다. 한눈에 봐도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것만 같은 서양 회화들과는 달리, 동양의 회화는 기록 위주이고 자료에 가까우며 그래서 딱딱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_ 그 시절에서만 쓸 수 있는 글이 있다 중 - P69
삶이란 퍽 짧으므로 우리는 촛불을 밝히고 어둠의 시간을 충분히 이용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 제임스 캐힐, 조선미 옮김, 『중국 회화사』(열화당)에서 - P79
박자에 맞추니, 그건 단어와 음표였다. 바람이 의도한 그 바람ㅡ아주 약간 입술과 목을 통해. 목표는 노래였다ㅡ바람은 알 수 있게 되었다. 로버트 프로스트, 「목표는 노래」에서 - P92
로버트 프로스트가 세상을 멸망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짚었던 ‘욕망(desire)‘이 나의 대학생활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때는 그 욕망 때문에 너무나 괴로웠는데, 지금은 덤덤하다. 시간은 많은 것을치유한다. _ 박자를 맞추니, 그건 단어와 음표였다 중 - P85
"희망은 내게 빵 부스러기 하나 청하지 않았네." _ 에밀리 디킨슨 - P103
희망은 작은 새처럼 유혹적이고 변덕스러운 것이어서 여기저기 포르르 날아와 앉아 잠시 깃드는 듯하다가 다시 떠나길 반복한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 P103
안그 수업의 쓸모는 그 수업을 듣겠다 결심하던 시절의내가, 그 수업이 무용하리라 여겼다는 점에 있다는 것을. 무용한 일에 시간을 투자하고, 쓸모 없는 것을 배우리라 도전하고, 쓸데없어 보이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 그것이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젊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장큰 특권이자 가장 소중한 가치였다는 걸. 그 시절 무용해보였던 수많은 수업들이 지금의 나를 어느 정도 ‘교양 있는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_ 무용함의 쓸모 중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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