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역사 - '공무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
신형철 지음 / 난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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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이 상승하듯 시간이 흐르고 수몰 지구처럼 과거는 가라앉는다는 것을 실감하는 때에, 주어진 나날들을 백 퍼센트로 살아내지 못하는 우리 인간의 종적 결함을 실감하는 때에, 이런시를 읽는 것은 유용한 일이다. 기왕이면 그런 때나 그렇지 않은때나, 그러니까 365일 내내 음미해도 좋을 것이다.

_ 이 나날들이 아니라면 어디에서 살 수 있을까 중 - P237

"길은 길로 이어지는 것이어서 한번 놓친 길은 다시 걸을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고 이 시는 말하지만, 작품은 길과 달라서, 우리는 시의 맨 처음으로 계속 되돌아가 작품이 품고 있는 여러 갈래의 길을 남김없이 다 걸어도 된다. 다행이지 않은가. 인생은 다시 살 수 없지만, 책은 다시 읽을 수 있다는 것은.

_ 모두가 사랑하고 대부분 오해하는 중 - P246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의 머리말에서 글쓰기의 단계별 준칙을 이렇게 정리해본 적이 있다. (물론 내가 쓴 글들은 내가 설정한기준에 언제나 미달한다.) 첫째, 가치 있는 인식을 생산할 것. 좋은글이 먼저 갖추어야 할 것은 취향이나 입장이 아니라 인식이기 때문이다. 둘째, 정확한 문장을 찾을 것. 뜻한 바를 백 퍼센트 담아낼 수 있는 문장이 써질 때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공학적으로 배치할 것. 모든 문장이 제자리에 놓이도록 만들어서 더할 것도 뺄 것도 없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세가지 요건은 내가 윤상의 음악에서 경탄하며 발견하곤 하는 것들이다.

_,오타쿠의 덕 중 - P253

"사랑이란 상대의 존재가 당신 자신을 사랑하게 해주는 것이다."(『나란 무엇인가) 나 자신을사랑하는 능력, 덕질은 우리에게 그런 덕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준다. 자꾸만 나를 혐오하게 만드는 세계 속에서, 우리는 누군가를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자신을 사랑하면서, 이 세계와 맞서고 있다.

_ 오타쿠의 덕 중 - P254

원격현전은 접촉신뢰를 대체하지 못한다. 강의도 그렇고 연애도 그렇다. 20년 동안 우리는 바뀌지 않았다.

_ 누구도 완전히 절망할 수는 없게 만드는 이상한 노래 중 - P258

그러므로 타자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 사람들이하나둘씩 실종되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타자의 타자성을 인식하고 감당해낼 주체가 없어지면 서로에게 타자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 P259

영화의 끝에서, 이제 거의 연인이 된 듯 보이는 두 사람은 ‘가장짙은 블루‘의 밤에 이렇게 자문자답한다. "다시 큰 사고로 사람들이 죽으면 어떻게 할까? 모금을 하자. 그리고 ‘잘 잤습니다‘와 ‘잘먹겠습니다‘라는 말을 하며 살자."

_ 누구도 완전히 절망할 수는 없게 만드는 이상한 노래 중 - P261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인간임을 위한행진곡이다. 이 노래를 우리의 국가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은 과분해서다. 이 노래가 자격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자격이 없어서다.

_ 인간임을 위한 행진곡 중 - P267

그러니까 그가 사랑을 받고있느냐 하는 것 말이다. 그 대상이 가족이건 신이건, 그가 ‘존재론적 정착‘에 성공했기를 바란다. 시는 중요하지 않다. 그가 사랑을 얻었으면 그만이다. 최승자는 언제나 살기 위해 썼지 쓰기 위해 살지 않았으니까.

_ 실패한 사랑의 역사를 헤치고 중 - P291

그러고 보면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 며칠은 먹었다‘라는 첫 시집의 제목은 그의 첫 시집이 ‘자기‘를 돌보는 불가피한 단계의 산물임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이제 그는 ‘당신‘을 돌보는 사람이 되었다.

_ 돌봄, 조금 먼저 사는 일에 대하여 중 -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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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역사 - '공무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
신형철 지음 / 난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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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의 부끄러움이란, 어쩌면, 이렇게 나쁜 세상을 만든 것이 우리니까 좋은 세상도 우리가 만들어볼게, 라는 기분일까. 혹시라도 그런 기분이라면 그것은 옳지 않다. 그날 무대에서 발언한 학생과 영상 속 10대들은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망친 사람들에게 누가 언제까지 기회를 준다던가요?‘

_ 광화문에서 밥 딜런이 부릅니다 중 - P190

선, 그것이 그어지고저주, 그것이 내려진다.
지금 느린 자는훗날 빠른 자이리.
지금 이 현재가훗날 과거가 되듯이.
질서는 급격히 쇠락해가고
지금 맨 앞인자가 훗날 맨 끝인 자가 되리라.
시대는 변하고 있으므로.

_ 시대는 변하고 있다 중 - P188

언제나그렇듯이 쉬운 말을 실천/성취해내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이렇게까지 절절하게 체험해야 한다는 것도 이 나라 시민의 불행일 것이다. 불행은 이제 겪을 만큼 겪었다.

_ 아름다운 석양의 대통령을 위하여 중 - P202

"하나의 절망을 극복하기 위해 임의의 다른 절망을 만들어낸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이라는 불에 대해 문학은 맞불이라는 것. 그렇구나. 나를 태우는 불을 끄기 위해 나는 타오르는 책들을 뒤적이는 사람이 된 것이다.

_ 하나의 절망을 극복하기 위한 임의의 다른 절망 중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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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산책 - 일본 유명 작가들의 산책잡담기 ㅣ 작가 시리즈 3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외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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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귀나물을 사갈까?
거짓말하지 마.
살 마음 따윈 없는 주제에.
도대체 뭐란 말인가.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하고 싶은 이 기분은."

_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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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역사 - '공무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
신형철 지음 / 난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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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사람이 있다면, 통곡하며 시체를 묻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는가.

_ 그러자 나믄 자신이 미워졌다 중 - P122

이런 말을 덧붙이자. 언젠가 기타노 다케시는 말했다. "5천 명이 죽었다는 것을 ‘5천 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이라고 한데 묶어말하는 것은 모독이다. 그게 아니라 ‘한 사람이 죽은 사건이 5천건 일어났다‘가 맞다." 이 말과 비슷한 충격을 안긴 것이 히라노게이치로의 다음 말이었다. "한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그 사람의주변, 나아가 그 주변으로 무한히 뻗어가는 분인끼리의 연결을 파괴하는 짓이다.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가. 누구도 단 한 사람만 죽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살인은 언제나 연쇄살인이기 때문이다. 저 말들 덕분에 나는 비로소 ‘죽음을 세는 법‘을 알게 됐다. 죽음을 셀 줄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애도의 출발이라는 것도.

_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 이유 중 - P132

"추억이란 애써 올라가 미처 내려오지 못하고 꼿꼿해진생각이 아닐까." 추억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애착이 빚은 일종의정지 상태라는 것. 그 추억에서 이제는 내려와야 할 때가 되었다.
개미가 다시 내려오기를 기다리면서, 그는 아버지를 비로소 떠나보냈고, 외로움은 환해져 홀로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짐작해보는 것이지만 나는 아직도 홀로움을 다 알지 못한다. 아마도 그것은 아는 것이 아니라 겪는 것이리라.

_ 외로움이 환해지는 순간이 있다 중 - P140

"이 세상은 신들과 괴물과 영웅의 세계가 아니고, 날개 달린영혼이 고요한 에테르 속으로 비상하는 세계가 아니다. 가까운것, 낮은 것, 평범한 것, 불완전한 것들의 세계다. 이 불완전함이 우리에게 허락된 유일한 천국이다. 그 불완전함 속에서 천국을 발견해내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이것은 아이스크림은 본래 조금씩녹아 있기 마련이고 그때 가장 맛있다는 말이 아닐까.

_ 유일한 황제는 아이스크림의 황제 중 - P148

내 삶이 어떤 고통과 슬픔으로 얼룩졌더라도/얼룩지더라도 내 운명을 원망하지 않겠다는 마음. 그런 마음으로, 윤동주의 같은 제목의 시에서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고요히 걸어가겠다는 다짐으로서의 서시. 그런데 서시란 서문을 대신하는 시이므로 시집 맨 앞에 있어야 할 텐데 어째서 한강의 「서시」는 시집의 끝에 있는가. 죽음에 대한 시이기 때문일 것이다.

_ 운명이여, 안녕 중 - P156

우리에게 필요하고도 가능한 일은, ‘평상시에‘ 누군가의 사랑이 다른 누군가의 사랑보다 덜 고귀한 것이 되지 않도록 하는 일, ‘유사시에 돈도 힘도 없는 이들의 사랑이 돈 많고 힘있는 이들의 사랑을 지키는 희생물이 되지 않도록 하는 일, 그리하여 ‘언제나 우리 각자가 사랑하는 사람을 계속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을, 그러니까 평화를 함께 지켜내는 일일 것이다. 이런 것도 애국이라면, 애국자가 될 용의가 있다.

_ 그런 애국심 말고 다른 것 중 - P168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라는 어정쩡한 표현에는 아직 인생을 제대로 살아본 적도 없다는 겸손이 담겨 있다. 그러나 그는 시를 쉽게 쓴 것이 아니라 인생을 어렵게 살았다. 자신을 넘어서려는 노력, 결국 ‘최후의 나‘에 도달하려는 노력, 그것이 그를 죽게 했고 영원히 살게 했다.

_ 윤동주는 ‘최후의 나‘를 향해 갔다 중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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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10년, 1960년대 - 비틀스에서 68혁명까지, 김경집의 현대사 강의
김경집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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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고, 목숨을 나눴던 동지도 언제든무색하게 만들 수 있는 괴물. 권력의 사유화는 그 시대와 사람, 그리고 문명 전부를 망가뜨린다. 그게 마오의 최악의 유산이었다.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과 홍위병의 난동은 1960년대의 가장 반시대적인 모습이었다. 자유와 저항의 세례와 전파는커녕 완벽하게 그 반대로 향했던 반문화적이고 야만적인 반동이었다.

_ 미오의 노욕, 혁명의 이름으로 퇴행하다 중 - P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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