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너머로 달리는 말
김훈 지음 / 파람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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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동안에 사람을 낳은 사람의 자식이고 부모지만 죽으면 인연은 흩어지고 혈연은 풀려서 뿔뿔이 흩어져 제자리로 돌아가게 되므로 누구나 누구의 자식도 부모도 아니며, 형태도 없고 무게도 없고 그림자도 없는 바람이 되어 백산으로 들어가고, 인간 세상에는 그 인연 없는 자리에서 새로운 사람들이 태어난다고 월나라 사람들은 대를 이어서 이야기를 전했다.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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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성 독감이 전 세계를 무자비하게 할퀴고 지나간 지 약100년이 지났다. 그러나 전염병학자들은 지금도 범유행성 독감이대규모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독감 바이러스는 종류가 너무 많고, 돌연변이를 거듭하기 때문에 예방접종만으로는 충분한 대비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바이러스들은 이제 여객선이나 군함이 아니라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p.214) _ 독감 중에서

결핵은 결코 아름다운 질병이 아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결핵은 끔찍하기 짝이 없는 질병이다. 낭만파 시인 바이런Byron은 이런 말을 남겼다. "간절히 바라건대 나는 결핵으로 죽고 싶다.
그렇다면 귀부인들은 아마도 이렇게 말하겠지. 불쌍한 바이런을 좀보세요. 얼마나 아름답게 죽어가는지."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19세기에 결핵에 대한 오해가 얼마나 깊었는지를, 나아가 시인의 상상력이 얼마나 풍부했는지를 입증하는 증거에 불과하다. (p.251) _ 결핵중에서

의학계와 학술계 그리고 우리 사회에게는 누가 최초의 에이즈환자였는지를 밝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숙제가 하나 있다. 천연두의사례를 보자. 1977년, 천연두에 걸렸다가 살아남은 소말리아의 어느 청년 요리사가 마지막 환자라는 보고가 나오고, 이로써 지구상에서 천연두가 자취를 감춘 적이 있다. 이제 누가 최후의 에이즈 환자인지를 발표하고, 이로써 에이즈로 인한 공포와 위협을 종식시켜야할 때다. (p.338) _ 에이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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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추악한 시대를 살면서도 매일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던 그사람을 닮았으니까. 엉망으로 실패하고 바닥까지 지쳐도 끝내는계속해냈던 사람이 등을 밀어주었으니까. 세상을 뜬 지 십 년이 지나서도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람의 조각이 우리 안에 있으니까.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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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은 사랑과자신의 언어 중에서 언어를 선택한 사람이었다. (p.181)

"나는 세상에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생각해. 남이 잘못한 것위주로 기억하는 인간이랑 자신이 잘못한 것 위주로 기억하는 인간, 후자 쪽이 훨씬 낫지."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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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농사를 지으면서 집단행동이 필요해져 사람 간의 관계에 무게를 두는 가치관이 형성됐다면, 건축을 통해서는 사람과 건축과 주변 자연환경과의 관계에 무게를 두는 디자인관이 발전하게 된 것이다. (p.77)

강수량의 차이는 농업 품종의 차이를 만들고, 품종의 차이는 농사 방식의 차이를 만들고, 농사 방식의 차이는 가치관의 차이를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건축에서 동서양의 강수량 차이는 건축 디자인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발전시켰고, 건축 공간은 행동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행동 방식은 궁극적으로 사람의 생각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양은 밀 농사의 혼자 농사하는 방식에 따라 개인주의 성향이 커졌고, 외부와 단절된창문 없는 벽 중심의 건축으로 바깥과 교류가 적은 성격의 공간으로 발전했다. 건축물 역시 독립된 개별적인 건축물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건축적 개인주의‘가 발전했다. 반면 벼농사는 집단 농사 방식으로 사람 간의 관계가 중요한 가치였으며, 많은 강수량 때문에 사용하게 된 재료인목재를 이용한 기둥 중심의 건축 양식은 외부 자연 환경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생활양식으로 발전되었다. 강수량 차이로 인해서 서양은 독립된 개인이 중요한 사회가, 동양은 관계를 중요시 하는 사회가 되었다. (p.80)

단어의 풀이를 살펴봤을 때 흥미로운 점은, 로고스라는 한 단어 안에 ‘논리적 이성‘과 ‘예수‘라는 뜻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기독교 사상과 그리스철학에서 ‘천국 = 이데아‘, ‘예수 = 로고스(이성)’로 놓고 문장에 대입하면말이 되는 문장이 완성된다. 예수를 통해서 천국에 간다‘ 라는 말은 ‘이성을 통해서 이데아에 이른다‘와 본질적으로 같은 내용의 다른 표현이다. (p.94)

체스판 위에서 움직이는 말들의 경로를 따라서 선을 그려 보면 기하학적 분석도 같은 그림이 나오는 것처럼, 서양 건축의 빈 공간은 주어진 공간 내에서 기하학, 패턴, 중첩, 시간을 통한 오버랩 같은 방식으로 디자인되었다. 반면, 동양 건축은 정해진 규칙이나 반복되는 패턴 없이 땅 위를 뻗어나가는 넝쿨처럼 성장하는 형태를 띤다. (p.120)

공간은 생각을 만들고, 생각은 공간을 만든다. 기후, 농사법, 공간의 성격 그리고 이를 통해서 만들어진 생각, 이 네 가지는 때로는 한 방향으로 영향을 주고, 때로는 상호 영향을 미치면서 수천 년간 고유의 문화적 특징을 형성해 왔다. (p.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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