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농사를 지으면서 집단행동이 필요해져 사람 간의 관계에 무게를 두는 가치관이 형성됐다면, 건축을 통해서는 사람과 건축과 주변 자연환경과의 관계에 무게를 두는 디자인관이 발전하게 된 것이다. (p.77)
강수량의 차이는 농업 품종의 차이를 만들고, 품종의 차이는 농사 방식의 차이를 만들고, 농사 방식의 차이는 가치관의 차이를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건축에서 동서양의 강수량 차이는 건축 디자인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발전시켰고, 건축 공간은 행동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행동 방식은 궁극적으로 사람의 생각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양은 밀 농사의 혼자 농사하는 방식에 따라 개인주의 성향이 커졌고, 외부와 단절된창문 없는 벽 중심의 건축으로 바깥과 교류가 적은 성격의 공간으로 발전했다. 건축물 역시 독립된 개별적인 건축물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건축적 개인주의‘가 발전했다. 반면 벼농사는 집단 농사 방식으로 사람 간의 관계가 중요한 가치였으며, 많은 강수량 때문에 사용하게 된 재료인목재를 이용한 기둥 중심의 건축 양식은 외부 자연 환경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생활양식으로 발전되었다. 강수량 차이로 인해서 서양은 독립된 개인이 중요한 사회가, 동양은 관계를 중요시 하는 사회가 되었다. (p.80)
단어의 풀이를 살펴봤을 때 흥미로운 점은, 로고스라는 한 단어 안에 ‘논리적 이성‘과 ‘예수‘라는 뜻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기독교 사상과 그리스철학에서 ‘천국 = 이데아‘, ‘예수 = 로고스(이성)’로 놓고 문장에 대입하면말이 되는 문장이 완성된다. 예수를 통해서 천국에 간다‘ 라는 말은 ‘이성을 통해서 이데아에 이른다‘와 본질적으로 같은 내용의 다른 표현이다. (p.94)
체스판 위에서 움직이는 말들의 경로를 따라서 선을 그려 보면 기하학적 분석도 같은 그림이 나오는 것처럼, 서양 건축의 빈 공간은 주어진 공간 내에서 기하학, 패턴, 중첩, 시간을 통한 오버랩 같은 방식으로 디자인되었다. 반면, 동양 건축은 정해진 규칙이나 반복되는 패턴 없이 땅 위를 뻗어나가는 넝쿨처럼 성장하는 형태를 띤다. (p.120)
공간은 생각을 만들고, 생각은 공간을 만든다. 기후, 농사법, 공간의 성격 그리고 이를 통해서 만들어진 생각, 이 네 가지는 때로는 한 방향으로 영향을 주고, 때로는 상호 영향을 미치면서 수천 년간 고유의 문화적 특징을 형성해 왔다. (p.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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