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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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중에 섞인 수분은 그 자체로 땀 같았다. 땀구멍으로 땀이 나오는 게 아니라, 공기중에 녹아 있는 땀이 내 피부에 닿아서 흐르는 것 같았다. _ 쇼코의 미소 중 - P22

나는 그냥 쇼코의 가상 친구나 일기장 정도였는데, 쇼코는 그냥 그 일기장에 일기 쓰기를 그만둔 것뿐인데, 일기장 주제에 쇼코의 삶에 개입하려고 했다니. _ 쇼코의 미소 중 - P23

어떤 연애는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 같다. 쇼코를 생각하면 그 애가 나를 더이상 좋아하지 않을까봐 두려웠었다. - P24

"하지만 증오할수록 벗어날 수 없게 돼." - P27

쇼코는 마치 그게 가능한 일이라는 듯이 발랄하게 말했다. 나는 다시는 쇼코를 보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저 열일곱 살의 쇼코를 기억하고 연락이 끊어져버린 걸 안타깝게 여기며 그렇게 서서히 잊어버렸으면 좋았으리라고.
뉴욕 시립 도서관 앞에서 하나와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쇼코에 대한 안타까움과 궁금증을 품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렇게 쇼코를 기억 속에서 지워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디로 떠나지도 못하면서 그렇다고 그렇게 박혀버린 삶을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의 맨얼굴을 들여다보는 일은 유쾌하지 않았다. _ 쇼코의 미소 중 - P28

그때만 해도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비겁하게도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을 마음속으로 비웃었다. 그런 이상한 오만으로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렸지만, 그때는 나의 삶이 속물적이고 답답한 쇼코의 삶과는 전혀 다른, 자유롭고 하루하루가 생생한 삶이 되리라고 믿었던 것 같다. _ 쇼코의 미소 중 - P31

영화 일이 꿈이었다면, 그래서 내가 꿈을 좇았다면 나는 적어도 어느 부분에서는 보람을 느끼고 행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단지 감독이 되겠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마음에도 없는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들었다. 나 자신도 설득할 수 없는 영화에 타인의 마음이 움직이기를 바라는 건 착각이었다. _ 쇼코의 미소 중 - P33

꿈. 그것은 허영심, 공명심, 인정욕구, 복수심 같은 더러운 마음들을 뒤집어쓴 얼룩덜룩한 허울에 불과했다. 꼬인 혀로 영화 없이는 살 수 없어, 영화는 정말 절실해, 같은 말들을 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제대로 풀리지 않는 욕망의 비린내를 맡았다. 내 욕망이 그들보다 더 컸으면 컸지 결코 더 작지 않았지만 나는 마치 이 일이 절실하지 않은 것처럼 연기했다. _ 쇼코의 미소 중 - P34

나의 아빠는 교육받아야 할 때 교육받지 못하고 즐겨야 할 때 즐기지 못했던 사람이라며 우리 할아버지를 받아들였다. 아빠가 그토록 질색하는 담배를 할아버지가 환기도 시키지 않고 피우는 것도, 하루종일 소파에 앉아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도 그럴 수 있는 거라고 말했다. _ 쇼코의 미소 중 - P52

시간이 지나고 하나의 관계가 끝날 때마다 나는 누가 떠나는 쪽이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생각했다. 어떤 경우 나는 떠났고, 어떤 경우 남겨졌지만 정말 소중한 관계가 부서졌을 때는 누가 떠나고 누가남겨지는 쪽인지 알 수 없었다. _씬짜오, 씬짜오 중 - P89

헤어지고 나서도 다시 웃으며 볼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끝이 어떠했는추억만으로도 웃음지을 수 있는 사이가 있는 한편, 어떤 헤어짐은 긴시간이 지나도 돌아보고 싶지 않은 상심으로 남는다고. _ 씬짜오, 씬짜오 중 - P90

그녀가 내 엄마여서가 아니라 오래 외로웠던 사람이었기에, 이제 나는 사람의 의지와 노력이 생의 행복과 꼭 정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엄마가 우리 곁에서 행복하지 못했던 건생에 대한 무책임도 자기 자신에 대한 방임도 아니었다는 것을
_ 씬짜오, 씬짜오 중 - P92

상대의 고통을 같이 나눠 질 수 없다면, 상대의 삶을 일정 부분 같이 살아낼 용기도 없다면 어설픈 애정보다는 무정함을 택하는것이 나았다. 그게 할머니의 방식이었다. _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중 - P105

세상은 사람에 대한 사람의 사랑을, 제 목숨을 몇 번이고 팔아서라도 사람을 살려내고 싶다는 그 간절한 마음을 도리어 비웃었다. 사람에 대한 사랑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러니 너희 힘없는 인간들은 언제나 조심하고 사는 것이 좋을 거라고, 그 평범한 인간 여덟 명의 목숨 따위가 뭐가 대수냐고, 우리가 법이라고 하면 법이고 빨갱이라고 하면 빨갱이인 거라고, 꿇으라면 끊으라고, 사람 같은 거 명분만달아놓으면 쉽게 죽일 수도 있는 거라고, 그러니 입다물고 말이나 잘 들으라고. _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중 - P108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던 그런 태도가 서서히 그들의 사이를 멀게 했고, 함께 살았던 시간 동안 쌓아왔던 마음들도 더 이상 그 관계를 지탱해주지 못했다. 엄마가 임신을 하고 아기를 낳는동안 엄마와 이모는 더 데면데면한 사이가 됐다. 임신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모의 힘들었던 시절을 연상시키리라는 생각 때문에 엄마는 몸의 변화나 출산 준비에 대해서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이모에게 전화를 해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미루게 되자 연락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순애 언니……라고 편지를 쓰다가도 할 말이 동이 나서 더이상 쓰지 못했다. _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안니 중 - P114

크게 싸우고 헤어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주 조금씩 멀어져서 더 이상 볼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후자다. _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중 - P115

시간은 이모를 한 때 엄마의 삶에 머물렀다 스쳐간 사람으로 기록했고 엄마는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_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중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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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없어서 이것으로 대신합니다 - 시간이 지나도 마음에 남는 말 한마디
유선경 지음 / 동아일보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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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경‘이란 이름의 작가를 알았다는 사실은 행운이다. 라디오방송작가의 내공으로 풀어낸 이 책 - <꽃이 없어서 이것으로 대신합니다>를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입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들어가는 글의 구성과 단어들에 <유선경>이란 작가를 기억해두기로 했다. 아니 5월 마지막날에 <감정어휘>와 <어른의 어휘력>을 주문했다.

14년 출간이니 나온지 오래되었지만, 현재 출간되는 책들과 비교해서 정성이 들어간 티가 나고, 무엇보다 조용한 음악에 흐르는 공간에서 읽어두는 듯한 매끄럽고 다정한 글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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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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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에서 밀려나고 사람들에게서도 밀려나서, 역시나 대양에서 밀려난 바다의 가장자리를 만나는 기분이라고 외톨이들끼리 만나서 발가락이나 적시는 그 기분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고 했다. _ 쇼코의 미소 중 - P9

쇼코는 정말 우스워서 웃는 게 아니라, 공감을 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게 아니라, 그냥 상대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그런 포즈를 취하는 것 같았다. _ 쇼코의 미소 중 - P12

엄마와 아빠는 같은 대학 독문과에서 만나 오래 연애한 커플이었다고 했다. 경쟁적으로 서로의 존재를 무시하는 그 두 사람이 한때는 서로를 끔찍이 사랑했었다는 사실을 그때의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언젠가 엄마 아빠가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할 수 있기를, 아무 미움 없이 평범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기를, 결코 헤어지지 않기를 나는 매일 빌었다. _ 씬짜오, 씬짜오 중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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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없어서 이것으로 대신합니다 - 시간이 지나도 마음에 남는 말 한마디
유선경 지음 / 동아일보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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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서 가장 좋은 점을 찾아내
그에게 이야기해주세요.
우리에게는 누구나 그것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타인의 칭찬 속에서 자라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를 더욱 겸손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칭찬으로
그 사람은 칭찬받을 만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칭찬이란 이해입니다.
우리는 모두 타고나길 위대하고 훌륭합니다.
타인을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침은 없습니다.
타인 속에 있는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을 길러보세요.
그리고 그걸 찾는 대로
그에게 이야기해줄 힘을 기르세요.

- 메리 헤스켈, <타인의 아름다움> 중에서 - P225

단지 예술에 의해서만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이 우주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물론 그들의 우주는 우리 것과는 다르고, 그 풍경은 달의 풍경만큼이나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로 있었던 것이다. 예술 덕분에 우리는 자신의 세계만을 보는 대신, 세계가 다양하다는 사실, 그리고 독창적인 예술가들의 수만큼이나 많은 세계가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_ 그리고 그에게 담요를 한 장 덮어두었다 중 - P229

사랑하는 것보다 사랑받는 것이 어렵고, 도움을 주는 것보다도움을 받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런데 유난히 사랑받고 도움받는 것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앞서의 그 친구처럼, 그 아이처럼 두려움과 의심 없이 천진난만하게 말이나 몸짓, 미소로 요구합니다. _ 우군가에게 기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중 - P232

쓸데없이 인생을 소모하지 않고 기쁨으로 충만해지고 싶다면, 아무래도 여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모든 사물을 데면데면보지 말고 친절하게 봐라. 데면데면 지나치면 잡념이 섞여 순수하지 못하다." _ 데면데면 보지마라 중 - P238

간절한 요구는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환각을 낳는다
갈증은 물의 환각을 낳고
사랑에 대한 요구는
이상적인 남자나 여자라는
환각을 만들어낸다
_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중에서 - P245

가만히 앉아 생각에 잠긴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욕망 없이 여인들의 얼굴을 기억하는 것,
질투 없이 인간들의 위대한 업적에 즐거워하는 것,
어디서나 모든 것에 연민을 가지면서도,
여기 당신이 있는 자리에 만족할 줄 아는 것,
이것이야말로 현명함과 가치를 동시에 갖추며,
행복 위에 사는 방식이 아닌가

_ 욕망없이 사랑하고 질투옶이 즐거워하기 중 - P251

별에 이를 수 없는 것은 불행이 아니다
불행한 것은 이를 수 없는 별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인생수업》 중에서 - P269

지금의 삶이 따분하게 느껴진다면 가진 것을 사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멈춰 섰기 때문이고 녹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삶은 공장에서 똑같이 제조되는 공산품만큼이나 아무런 감흥이 없습니다. 멈추지 말고 끝내야 합니다. 녹슬지 말고 닳아야 합니다. 삶이 그래야 하고, 내가 가진것 중에 좋은 것의 사용법이 그래야 합니다. 그래서 이 생을떠날 때 홀가분한 마음으로 ‘아, 참 재밌었다‘ 그럴 수 있다면 참 좋은 일이겠지요. _ 얼마나 따분한가 사용하지 않아 빛을 내지 못하는 것은 중 - P256

사람들은 우리 인간이 궁극적으로 찾고자 하는 것이 삶의 의미라고 말하지요. 그러나 나는 우리가 진실로 찾고있는 것은 그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는 우리가 찾고있는 것은 살아 있음의 경험이라고 생각해요._ 그때 그때 한순간만이라도 반짝일 수 있다면 중 - P259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 미학을 집약하는 대명사, 결정적 순간! 그러나 그 말은 생에 몇 번 찾아올까 말까 한 찬란한 순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생의 매 순간이 그렇다는 뜻입니다. 지나가면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을 유일한 순간, 나와 내가바라보는 대상이 하나가 되는 순간, 그런 짜릿하고 충만하게행복한 순간이 어쩌다 오는 것 같아 붙잡고 싶어 그토록 애를쓰고, 애달파했지만 이 세상에 결정적이지 않은 순간은 없었습니다. 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입니다. _ 결정적이지 않은 순간은 없다 눙 - P278

인간이 끝까지 고집스레 붙잡고 있는 것이 있다면 그처럼 기억이 아닐까요. 라틴어에서 망각Oblivio의 반대말은 기억 Memoria 이 아니라 진실Veritas 이라고 합니다. 진실은 잊을 수도 잊힐수도 없으며 영구불변하다는 철학이 담겨 있지만 본래의 뜻과 무관하게 사람들은 자신이 기억하는 것을 진실이라고 믿습니다. 내가 똑똑히 기억하니까 그건 진실이야, 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_ 삶은 한 사람이 살았던 것 그 자체가 아니다 중 - P285

좋아하는 것도 한이 없고
싫어하는 것도 한이 없다
미워하는 것도 한이 없고
사랑하는 것도 한이 없다.
그 한없는 것들이
나는 파괴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그건 실로 심보가 아니랴

_ 정현종 <좋아하는 것도 한이 없고> - P297

어느 소년 소녀들이나 알고 있다
봄이 말하는 것을
살아라, 자라나라, 피어나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기뻐하라
새싹을 움트게 하라
몸을 던져 삶을 두려워 말아라!

늙은이들은 모두
봄이 소곤거리는 것을 알아듣는다
늙은이여 땅속에 묻혀라
씩씩한 아이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라
몸을 내던지고 죽음을 겁내지 마라!

- 헤르만 헤세 <봄의 말> - P302

끝이 보이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사랑이든 일이든, 지금까지 최선을 다했다면 헛되지 않습니다. 그 노력과경험이 다른 단계의 시작을 만드는 데 큰 힘과 지혜를 줄 것이때문입니다. 우리 삶은 그렇게 끊임없이 무엇인가가 되어가는 영속적인 과정입니다. 그리고 또한 간절히 바라던 것을얻어서 기쁘거나 얻지 못해서 슬플 때, 쇼의 다른 이 말을 새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생에는 두 가지 비극이 있다. 하나는 당신의 마음속으로 바라던 바를 얻지 못하는 것이요, 나머지 하나는 그것을 얻는 것이다." _ 모든 단계의 끝은 다른 단계의 시작으로 이어집니다 중 - P310

한때는 그렇게도 빛나던 광채가
이제는 영원히 사라진들 어떠랴
풀의 광휘의 시간, 꽃의 영광의 시간을
다시 불러오지 못한들 어떠랴
우리는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뒤에 남은 것에서 힘을 찾으리라

_ 윌리엄 워즈워스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영생불멸을 깨닫는 노래> 중에서 -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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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없어서 이것으로 대신합니다 - 시간이 지나도 마음에 남는 말 한마디
유선경 지음 / 동아일보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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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사랑, 갈망이라는 천 근의 바위를 업지 않으면 인생의 강을 홀가분하게 건널 수 있다고 장담할수 있을까요. 그땐 어리고 힘이 약해서 꿈의 무게, 사랑의 무게를 감당하기 버거웠던 것뿐입니다. 이제는 알겠습니다. 꿈도 사랑도 아무것도 짊어진 것 없는 사람이야말로 인생의 강을 건너는 것이 고되고 힘들다는 사실을……
_ 이처럼 고되고 힘들 것이다 중 - P116

인간은 꿈의 세계에서 내려온다
_ 앙투안 블롱댕 - P118

"늘 여기가 아닌 곳에서는 잘 살 것 같은 느낌이다. 어딘가로옮겨가는 것을 내 영혼은 언제나 환영해 마지않는다."고 한이는 샤를 보들레르였습니다. 그는 왜 그렇게 어딘가로 옮겨가는 것을 좋아했을까요. 혹시 ‘여기‘에 남은 흔적을 지우고싶어서는 아니었을까요. 자유로운 영혼들은 자신의 흔적에서마저 일탈하고 싶어 미칩니다. 심지어 그것이 조국과 부모라할지라도………….
_ 늘 여기만 아니면 잘 살 것 같았다 중 - P122

실패한 점은
우연히 터트려진 얼룩보다 못하다
그러나 그것을 덧칠해서 없애지 않고
그림 전체 가운데서 잘 살릴 때
작품은 한층 두터운 성공작이 된다

- 이우환 - P126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이 있지만, 그것이 나에게 우리에게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이라면 나를 향해 우리를 향해 이 시대를 향해반드시 오리라는 것을.…_ 아무리 해도 안되는 일이 있다면 중 - P130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에서 그토록 생생하게 묘사한 청새치와의 힘겨루기, 상어 떼와 벌이는 사투,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에 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결말,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 세상이었습니다. _ 운이 다 뭐예요 중 - P133

요즘 멀쩡한 사람들 헛소리에
너나없이 놀아날까 두렵다.
길은 장님에게 물어라
해답은 벙어리에게 들으라.
시비는 귀머거리에게서 밝히라.
진실은 바보에게서 구하라.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길은 네 마음에다 물어라.
해답은 네 마음에게 들어라.
시비는 네 마음에서 밝히라.
진실은 네 마음에다 구하라.

구상 시인의 <네마음에다>

_ 길은 네 마음에 물어라 중 - P139

사소한 비극에 사로잡히지 마
총으로 나비를 잡지

- 마헨리 루더포트 엘리엇 시 <웃어버려라> 중에서 - P148

파멸당하지 않은 건 자존심 때문이었고, 애초에 유혹당한 건 외로움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모두 외로워서 생긴 일이었습니다. _ 나는 늘 되돌아갈 누군가를 가지고 싶었다 중 - P154

내겐 아무도 없었어.
나는 늘 되돌아갈 수 있는 누군가를 가지고 싶었어.
다른 건 아무래도 좋았어.
그건 그러니까, 남들이 뭐라고 하든,
그 여자가 창녀이든 아니든 상관없었다는 말이야.


한스 에리히 노삭의 소설 《늦어도 11월에는>에서 그렇게 말한 사람은 청년도 중년도 아닌 노년의 남자였습니다. 외로움에 대한 너무나 외로운 고백입니다. 아무나 상관없다는 식의만남이 늘 되돌아갈 수 있는 누군가로 이어질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니까요. 나이가 들수록 외로움이 깊어지는 이유는말할 수 없는 것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말할 수 없는 실패, 배신, 절망감, 상처, 죄의식, 말할 수 없는 사랑, 말할 수 없는 꿈.....그 ‘차마 말할 수 없음‘으로 외로움은 점점 더 깊어집니다.
_ 나는 늘 되돌아갈 누군가를 가지고 싶었다 중 - P155

그처럼 고통이란 고통을 겪는 당사자가 먼저 말하기 힘든 것일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그 가슴속 깊은 곳에는 먼저 다가와 물어주길 바라는 간절함이 눈물겹게 깃들어 있습니다. 그러니 측은지심을 느낀다면 모른 척 지나치지 말고, 무슨 일이냐며 조심스럽게 진심을 다해 물어야 합니다. 기다려야 하고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성배의 기적은 그렇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_ 인간의 조건 중 - P164

이렇게 말하면 믿을 수 없을지 몰라도처절하게 실패하거나 깨끗이 망해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햇살과 바람이 깊게 스민 그릇의 밑바닥을 맛볼 수 있으니까요. 그건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난 후에 찾아오는 편안함입니다. ‘나‘라는 아무것도 아닌 그릇에 햇살과 바람이 조금씩 스미는 것을 느낍니다. 따스하고 편안하며 감사하고 설렙니다. _ 햇살과 바람이 스민 그릇의 밑바닥이 가장 맛있다 중 - P174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 고은 <그 꽃> - P175

지금은 균형 잡는 법을 터득해가는 중입니다. 균형을 잡는다는 것은 이쪽과 저쪽의 중간 어디쯤에 터억, 하니 자리를 잡는 것이 아니라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수없이 왔다 갔다 하며 발밑의 외줄이 어떻게 흔들려도 떨어지지 않는 방법일지 모릅니다. 방금 전까지의 시행착오 덕분에 잠시 후엔 조금이라도 균형 잡기가 수월해질 것입니다. 돌로 보려지면 어쩌나 두려워하면서 중 - P179

그러나 다 빈치의 삶은 이루지 못해도 이를 수 있다는 진실을보여줍니다. 예술과 삶에서만큼은 완성과 성공이 반드시 최고의 성취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완성과 성공이 삶과 예술의목표가 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 빈치는 다 빈치입니다. 그는 다른 누군가로 대체할 수 없는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이루었습니다._ 내가 무언가 이룬 게 있거든 제발 말해다오 중 - P184

아직도 용서하지 못하고 미워하는 스스로가 부끄럽고 죄스럽습니다. 그 때문에 늘 인간성에 대한 반성문을 쓰는 일은 정작 못된 말을 한 나쁜 사람이 아니라 그 한마디, 아직도 마음에서 씻어내지 못해 자책하는 착한 사람의 몫일 때가 많습니다. _ 지금도 도모코 생각만 나면 이가 갈린다 중 - P194

마음의 고통은
화를 내게 된 원인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화를 냈을 때 얻게 되는 결과다.
_ 화내지 마세요 중 - P199

내가 옳으면 화를 낼 이유가 없고
내가 틀리면 화를 낼 자격이 없다

- 마하트마 간디 - P201

인간이 고통을 통해 정화되고 순화되며 더욱 현명해지고 이해심이 많아진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야. 오히려 고통속에서 인간은 차갑게 냉정해지면서 무관심해진단다. - P203

중요한 것은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엎어지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고개를 들고 앞을 바라보며 느려도 끝까지 말입니다. 그 길은 천리마가 아니라도 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열흘 더 가면 됩니다. 공자의 제자 안자가 말했습니다.

"행하는 자는 항상 성취하기 마련이고 걷는 자는 포기하지 않으면 끝내 목적지에 도달한다."

_ 성공을 기다릴 수 없어서 성공없이 나아갔다 중 - P206

내 임무는 스스로를 뜯어고치는 게 아니라,
신이 만든 그대로의 상태에서
완전히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 P209

자신의 실수로, 타인의 배신으로, 운명의 농락으로 부서진 기억을 안고 있는 흔적, 그 부서지고 깨진 조각들을 눈물과 땀으로 이어 붙인 흔적, 아무리 애써 이어 붙여도 결코 처음 같을 수 없어서 생기고 만 흔적, 금이 간 데서 빛이 들어옵니다. 약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금이 가지 않았다면, 내 안으로 비쳐들지 않았을 빛줄기,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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