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작부터 아가씨를 진심으로 사모했습니다.
내가 이와테 산이라면 아가씨는 히메가미 산입니다.

요시무라간이치로, 이미 부친을 여의고 형제도 없으며
몸값이래야 이타이인부치의 말단 무사지만,
앞으로 검을 연마하고 학문에 정진하여 가문을 일으켜,
언젠가는 아가씨를 귀하신 집안의 안주인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나에게 시집와주지 않겠소? 부디 나와 부부의 연을 맺어주시오.
사나이 필생의 부탁입니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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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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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렘은 겟세마네의 예수 앞에 꿇어앉았다. 빌렘은 조선에 부임한 이래 이 작은 반도 안에서 벌어진 죽음과 죽임을 생각했다. 교회 밖은 하느님의 나라가 아닌지를 빌렘은 하느님께 물었다.
하느님은 대답하지 않았다. 안중근이 이토를 죽였으므로 이토의사람들은 또 안중근을 죽일 테지만, 안중근이 사형을 당하기 전까지 아직은 며칠이 남아 있을 것이었다. 빌렘은 안중근의 생명이 살아 있는 그 며칠을 생각했다. - P248

황사영은 국가를 제거하려다가 죽임을 당했고 안중근은 국가를 회복하려고 남을 죽이고 저도 죽게 되었는데, 뮈텔은 이 젊은이들의 운명을 가로막고 있는 ‘국가‘를 가엾이 여겼다. - P251

이 세상의 배운 자들이 구사하는 지배적 언어는 헛되고 또 헛되었지만 말쑥한 논리를 갖추어서 세상의 질서를 이루고 있었다. - P254

놀라움은 친밀감이라기보다는 슬픔에 가까웠다. 이목구비가 닮았을 뿐 아니라, 어디라고 말할 수 없는 그늘까지도 닮아 있었다. 이것이 혈육이구나……… 끝날 날이 가까워지니까 안 보이던 것이 더러보였다. - P256

이토를 쏠 때, 이토를 증오하는 마음으로 조준했습니다. 쓰러뜨리고 나서, 신부님께 세례 받던 날의 빛과 평화가 떠올랐습니다. - P273

빌렘은 ‘나의 시체를 하얼빈에 묻으라‘는 안중근의 유언을 신자들에게 전했다. 안중근의 시체는 하얼빈으로 가지 못하고 여순감옥의 공동묘지에 묻혔다고 빌렘은 전했다.
빌렘은 신자들과 함께 기도했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주여 망자에게 평안을 주소서 -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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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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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구를 고정시키는 일은 언제나 불가능했다. 총을 쥔 자가 살아 있는 인간이므로 총구는 늘 흔들렸다. 가늠쇠 너머에 표적은 확실히 존재하고 있었지만, 표적으로 시력을 집중할수록 표적은희미해졌다. - P159

검지손가락 둘째 마디는 고요해서, 손가락이 손가락의 움직임을알지 못했다. - P161

총의 반동을 손아귀로 제어하면서 다시 쏘고, 또 쏠 때, 안중근은 이토의 몸에 확실히 박히는 실탄의 추진력을 느꼈다. 가늠쇠 너머에서, 비틀거리며 쓰러지는 이토의 모습이 꿈속처럼 보였다. 하얼빈역은 적막했다. - P166

이은은 깊이 상심했다. 강하고 또 너그러운 스승 이토가 왜 조선인의 손에 죽어야 하는지, 조선은 무엇이고 일본은 무엇이고,
어째서 조선이 따로 있고 일본이 따로 있으며, 조선과 일본 사이에 어떤 일이 있는 것인지 이은은 생각할 수 없었다. 이토의 부재는 조선과 일본 전체의 부재처럼 느껴졌다. - P169

- 미세하고 구체적인 정보가 소중하다. 정보를 덧칠하지 말고 날것으로 보고하라. 불온은 고요함 속에 있다. - P170

순종의 슬픔의 의전은 화려하고 엄숙했다. 그 슬픔이 위기를모면하려는 가식이라 하더라도 가식이 지극하면 진짜 슬픔과 구별하기 어려웠고, 구별하기가 어려워지니 마음이 편안했다. - P172

적개심에 가득찬 자에게 평화를 말할 수는 없었다. - P185

안중근이 총을 쏘기 전에 처자식들을 데려와서 만나게 해주었다면 안중근이 총을 쏠 수 있었을까를 정대호는 생각했다. - P199

아래의 마음속에서 남편은 죽였다. 죽음은 바뀔 수 없었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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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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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이 천하를 헤아림은 서생이 문장을 짓는 일과 같지 않다. - P76

한없는 죽음이었고 한이 없을 죽음이었지만, 국권회복은 죽음을 잇대어서 이룰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었다. - P93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업은 달리는 차창처럼 지나간 풍경과 닥쳐올 풍경이 이어져 있었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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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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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안중근의 조준선은 흔들렸다. 먼짐승을 겨누면 표적너머에 무언가 흔들려서 맞힐 수 없는 것들이 어른거렸다. 표적은 조준선 너머의 안개 속으로 녹아들어간 듯싶었다. 오른손 검지가 방아쇠를 당길 때 총구가 오른쪽으로 쏠리면 총알은 빗나갔다. 가늠쇠가 움직일 때 안중근은 실패를 예감했다. 짐승이 달아난 자리가 휑했고, 총구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골짜기를린 총소리가 잦아들고 나면, 표적을 맞히지 못한 총의 무게가 허허로웠다. - P62

...… 도마야, 악으로 악을 무찌른 자리에는 악이 남는다. 이말이 너무 어려우냐? 네가 스스로 알게 될 때는 이미 너무 늦을터이므로 나는 그것을 염려한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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