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벌 사람들
심윤경 지음 / 실천문학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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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은 요염하면서도 속을 감추지 않는 대담한 꽃이었다.

_ 연제태후 중 - P11

성골의 근력과 정기는 나라의 풍흉과 안위를 결정짓는 척도로, 성골들은 나이가 들어도 마치 뱀과 같이끈질기고 말과 같이 억척스런 정력을 발휘하고 유지할 것을 요구받았다. 그것은 하늘에 제사 지내는 성스러운 핏줄을 타고난자의 의무였다.

_ 연제태후 중 - P24

나라의 수호신을 배반하고 국가의 기강을 흔든 대역죄인의 처형이었으므로 죄인의 눈을 가리는 은혜도 베풀어지지 않았다. 새로 빚은 술같이 맑은 스물한 살의 푸른 젊은이 이차돈을보며 황제 법흥은 눈알이 붉어졌다.

_ 연제태후 중 - P43

달이 이지러지도록
정 깊어 밤도 깊어
안고 눕고 서고 엎디고
돌리어 부비어 마주쳐 눌러
지궁지궁 하여이다
애공애공 하여이다

_ 준랑의 혼인 중 - P51

옛사람의 충성함이 실제의 일이라면 오늘날의 충성함은 꿈속의 일과 같다. 알맹이는 없는데 목청만 드높은 것이 오늘의 시속이라는 말이다."

_ 준랑의 혼인 중 - P71

지귀의 심장에서부터 갑작스러운 불길이 솟구쳐 올라 그의 몸은 한꺼번에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놀라 몸을피하고 절간이 온통 아수라장이 된 사이, 불은 곧 그가 좀전까지 등을 기대고 있던 석탑으로 옮겨 붙었다. 그 모습이거대한 횃불과도 같았다.

_ 변신 중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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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유산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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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심윤경작가 팬으로 만들었다.>

1. 어디선가 본 작가의 이력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한겨레문학상외에 생물학 전공 이력이다. 그러다가 첫번째 읽기 시작한 책이 <영원한 유산>이었다. 자연과학 전공이라는 동질성에 살짝 어린 동년배 작가의 글은 매니아로 만들기에 출분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젊은 작가 소설에 흥미가 떨어진 시점에 심작가는 국내소설 읽기에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2. 이 책을 읽기 2주전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시중인 <어느 수집가의 초대>전에 다녀왔다. 고 이건희 회장이 생전에 모았던 미술작품 전시였다. 초대권이 있었던 바, 집사람은 관람에 소극적이어서 나 혼자 봤다. 전시작품을 봐야 하는가 아니면 수집가의 행적을 봐야 하는가 이슈로 집약되었다. 이 전시는 동산인반면, 책의 벽수산장은 부동산이란 차이가 있을뿐, 미술품과 건축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문제는 고스란히 남는다.

3. 작가의 말에 한장의 사진이 소개되어 있다. 할머니와 함께 찍은 작가의 어릴적 사진이다. 그런데 희미하게 배경이 보여지는 건축물이 벽수산장이었다. 물론 현재는 철거되고 없는 건축물이다. 손꼽히는 왕실 친족의 친일파 윤덕영이 짓은 건물은 해방이후 전쟁을 걸쳐 UN산하 기구(언커드)로 활용된 바 있다. 이 작품을 쓰기 위해, 문헌조사와 인터뷰까지 하면서 이 건축물이 가지는 의미와 맥락을 소설이 넣었다. 그런 점에서 한 편의 작품을 쓰기위해 철저히 준비하는 김훈 선생을 보는듯한 느낌도 받았다.

4. 이 소설의 주인공은 엄밀히 말하면 인물이 아니라 건축물이다. 그 건축물은 희대의 친일파 윤덕영이 남긴 대저택 벽수산장이다. 이 저택은 지금은 유엔 산하 한국통일부흥위원회(UNCURK)의 사무실로 사용된다. 소설에서는 언커크로 불린다.

5. 독립군의 아들 언커크 책임자 전담 통역사(이해동), 친일파 윤독영의 막내딸(윤원섭) 그리고 언커드 책임자(애커넌)이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비밀공간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미스테리 소설로서 구성 또한 치밀하다.

˝해동이 가진 것은 온통 미미한 것들뿐이었다. 아버지가 돼지막에 숨겼던 인쇄기, 생전에 고모가 쌓은 덕과 인정, 애커넌 씨와 개인간 고용으로 만들어진 언커크의 일자리. 그런 미미한 것들은 길가의 거미줄처럼 금세 더럽혀지고 아무 발길에나 찢어지고 제일 먼저 흔적 없이 사라졌다. 그런 것이 존재했다고 증언해줄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져 그것이 실제 있었다고 말할 근거조차 희박해지는 것들뿐이었다. 그에 비하면 윤덕영은, 벽수산장은 언커크는 얼마나 확실하고 단단하고 부인할 수 없이 존재하는가. ˝(248p 중)

6. 이 소설의 백미는 이해동에게는 벽수산장이 추악한 적산 건물이지만, 아버지의 유산을 절대적으로 우상시하는 윤원섭에게는 보존해야만하는 아름답고 영원한 유산이다. 실제 이 건물은 해동이 보기에도 아름답다. 대상의 가치는 그렇게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역시 그 시점의 승패를 결정하는 건 힘의 문제다. 영원하고 아름다운 것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7. 윤원섭이 애커넌을 설득하는 논리와 욕망 또한 잘 그리고 있다. 윤원섭의 내면과 욕망을 철저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글이 부러운 지점이자 이 작가에 빠진 이유가 아닐까?

8. 화재로 인한 건축물 훼손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저택은 다시 복구될까? 아니면 이대로 무너져 기억 속으로 사라질까? 해동은 어느 쪽을 바라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저택은 나라의 것 같기도, 유엔의 것 같기도, 윤원섭의 것 같기도 했다. 친일파의 자손이 빌붙은 썩어빠진 집이기도 했고 세상에 다시 없이 아름다운 것이기도 했다. 적산, 그것은 그렇게 사람을 혼동되게 했다. 썩어문드러져 짜내야 할 고름인지, 다시 얻지 못할 귀중한 자산인지 알 수 없었다.˝ (274p)

9. 어느 수집가가 모았던 국내외 미술품 자체는 귀중한 문화 유산이다. 하지만, 순수하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일탈행위 또한 보지 않을 수 없다. 또다른 영원한 유산에서 소설에서와 같은 질문을 만났다.

9. <영원한 유산>, <나의 아름다운 정원>, <설이>, <사랑이 달리다>까지 읽고 <서라벌사람들> 읽고 있다. 신간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는 주문하여 다음주중에 읽어볼 예정이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동구 할머니와 정반대 캐렉터이지 않을까 생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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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칸에서 바닷소리 들으며 시나리오를 씁니다 ㅣ 니시카와 미와 산문집 2
니시카와 미와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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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아이디어, 열정, 재능, 자신감, 돈, 애정, 분노, 희망, 욕망, 선망, 인망, 그외이것저것이 있겠지만 "고독은 인간의 고향이다"라고 했던 사카구치 안고의 말대로 외로움에 몸을 담그고 가만히 고독과 마주하는 순간이 없으면 창작자 내면의 영혼은 이야기에서 춤추지 않는다.

_ 작업하는 장소 중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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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달리다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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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한 일이었다. 사람이 간절하게 돈을 필요로 할 때는 결코주지 않으면서 돈이 전혀 필요 없는 사람에게는 더 주지 못해 안달이었다. 돈이 필요한 사람은 치약이나 샴푸를 선물로 받는데, 돈이많은 사람에게는 필요하지도 않은 상품권 봉투가 자꾸만 선물로 들어와서 수천만원씩 서랍에서 썩어갔다. - P230

잔챙이일 때가 재미있어. 그래야 사람답게 살아. 돈이 돈으로
‘쓸모가 있는 건 이만큼으로 족해. - P233

" ~~ 일만 하지 말고 행복을 누리면서 살아보라고 내 말을 전해주구려.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 억울한 인생이 얼마나 많은데." - P237

가족의 식탁을 지배하는 것은 오히려 불만과 권태에 더 가깝다는 것을 나는 경험적으로 징그럽게 잘 알고 있었다. - P238

나는 내가 성민과 결혼했던 것. 이제까지 별다른 갈등 없이 평화롭게 살아왔던 것이 모두 동경이라는 기반 위에서 이루어져왔다는 것을 지금에야 깨달았다. 그것은 무심하고 고지식한 이공계 남자에 대한 동경, 수학적 계산에는 귀신처럼 빠르면서 현실에는 곰탱이처럼 약삭빠르지 못한 순수한 모범생에 대한 동경이었다. - P267

대한민국은 원래 흰머리나지 않은 여성이 존댓말 듣기 힘든 나라였다. - P286

작은오빠가 옳았다. 그 남자는 모든 것을 가졌지만, 나는 아니었다. 그 남자가 나를 정말로 사랑한다고 믿기에는 나의 현실이 너무 보잘것없었다. 작은오빠가 옳았다. 내가 그를 사랑하면 정욱연은 곤란해질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곁에 머물면서 사랑하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작은오빠가 옳았다. 꿈이었다. 도취였다. 착각이었다. 상처받지 않으려면 그의 곁을 떠나야 했다. 꿈에서 깨고 나면 내가 어디에 있을지 두려웠다. - P298

경멸도 방사능만큼 몸에 나쁘다. - P304

"엄마, 나 어떡해. 나 정말 이러고 싶지 않았어. 그런데 나도 어쩔수가 없었어. 쓰나미에 휩쓸린 것 같아. 몸부림친다는 게 아무 의미도 없어. 너무 빠르고, 너무 거대해, 엄마, 그 사람만 보면 아무 생각도 안 나. 정말로 아무 생각도 안 나. 그 사람이 나를 보면서 웃기만 하면 머릿속이 하얘지고 다른 건 어떻게 되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엄마, 어떡해. 나 어떡해." - P310

인생을 건 진짜 사랑은, 그 자체로 훈장처럼 느껴질 때가 있거든, 어차피 사람은 죽으면 헤어지게 마련이니까." - P312

자식이야 물론 말할 수 없이 신비롭고 소중하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감미로운 것은 조카였다. - P335

아빠가 바람나서 다른 살림을 차린 것은 유감이지만, 이제 나도 아빠를 나무랄 처지가 아니었다. 그 덕분에 나는 돈과 분리된 아빠의존재를 처음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 P342

사랑은 비난이나 경멸보다 빨랐다. 심지어 시간보다도 빨랐다. - P354

헤나는 함께 일하기 대단히 좋은 파트너다. 복잡할 것이 하나도없다. 헤나는 어차피 내 의견 따위는 듣지도 않는다. 그녀가 원하는방향으로, 그녀가 원하는 속도로 달린다. 심지어 헤나는 내가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 내 머릿속에 있었던 단 두 개의 장면 중하나를 깨끗이 무시해버렸다. 그녀에게 항의하거나 의견을 조율하는 건 의미가 없다. 그녀는 마하 39로 달리는 여자다. 그녀와 함께 일하기 위한 조건은 단 하나뿐이다. 달리기 실력.

_ 작가의 말 중 - 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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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달리다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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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 친구들이란 우리끼리의 우정보다 부모들의 친분이 더 끈끈한 관계였다. - P104

마르지 않는 돈의 원천은 작은마누라를 얻어서 떠나버렸는데 우리의 미친 습관들은 도무지 고쳐지지 않는 것이 큰일이었다. - P107

사자는 토끼 한 마리를 사냥할 때도 최선을 다한다 이거지. - P127

무언가 괜찮은 것들이 들어 있을 거라고, 우리는 닮은 점이 있다고. 신뢰하기엔 너무나 빈약한 데이터와 분석이었는데, 그가 그렇게 한번 말한 것만으로도 왠지 그것이 사실일 것 같았다. - P130

나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지금 그를 웃게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 P136

"물론 밉겠지. 그런데 혜나씨는 학원이나 아빠를 떠올리면 울기부터 하잖아. 생각하면 눈물이 나오는 거, 그게 사랑 아닐까. 난 누구를 생각해도 눈물이 안 나." - P137

정욱연의 ‘영업력‘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그의 돈과 인기에는 그의 피와 목숨이 묻어 있었다. - P144

부모, 형제, 안사람, 자식에 대해 고르게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각 외로 그런 사람이 흔하지 않습니다. 학원군의 가장 큰 재능은 떼돈을 버는 능력이 아니라 사랑을 베푸는 능력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가족을 위해서 필요한 건 일확천금 떼돈이 아니라 안정적인 수입이고, 안정적인 수입은 정직해야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합니다. - P152

사귄다고 소문만 잔뜩 나고 실제로는 손 한 번 못 잡아본 실속 없는 사이였다. - P161

대한민국 대표 공대생, 대표 설치류 윤성민이 이런 푸념을 하는것은 무언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일이었다. 성민은 누가 봐도 공대 체질이었고 결국 본인이 소망하던 학과에 진학했다. 게다가 피를 싫어해서 육회는 쳐다보지도 않았고 스테이크도 최대한 익혀서뻣뻣해져야 먹었다. - P169

뒤통수치는 깨달음이 자고 나면 하나씩 찾아오는 세상이었다. - P183

남자를 또는 남자가 여자를 차지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 섹스였기 때문에 나도 그 방법을 한번 고려했을 뿐이고, 정작 그를 마주할때마다 내가 간절하게 원했던 건 섹스가 아니라 울음이었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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