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 김영민 논어 연작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피지배층은 미시적인 저항을 통해 결국 국가를 곤경에 빠뜨린다. 정치인류학자 제임스 스콧의 연구에 따르면, 피지배층은 지연 전술, 은근한 의무 불이행, 좀도둑질, 부지불식간에 이루어지는 공유지 무단 점유, 험담, 경멸적 침묵 등 각종 미시적 수단을 통해 국가에 저항한다. 국가가 실패하는 것은 꼭 조직화된 대규모 투쟁이나 영웅적 혁명에 의해서가 아니다. 상대적으로 미시적인 투쟁 속에서, 국가권력은 잠식된다.

_ 자성, 스스로에게 부과되는 고통 중 - P161

명령하지 않아도 필요한 일들이 이루어지는 세계…… 주문하지 않았는데도 치킨이 배달되는 세계, 다이어트를 하지않았는데도 날씬해지는 세계, 양념을 찍거나 붓지 않아도탕수육이 저절로 입에 들어오는 세계라니, 이것은 복음이아닌가. 우리는 내심 매사를 귀찮아하고 있지 않나. 누가 그랬던가, 우리가 일으킬 수 있는 ‘기적‘은 오직 ‘밍기적‘뿐이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밍기적 유토피아‘가 실현된다면, 이 세상의 모든 게으른 사람들에게 큰 축복일 것이다. 그러나 그 유토피아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만사형통하는 세계인가,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만사형통하는 세계인가.

_ 하지 않는 것이 하는 것이다 중 - P183

푸코가 보기에, 유럽에 본격적인 근대가 도래하기 이전 권력이 자신을 행사하고 재확인하는 방식의 특징은 과잉과 과시로 가득 찬 소비 행위‘였던 것이다.

_ 부러우면 지는 거, 아니 지배당하는거다 중 - P1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전거여행 2 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강(江)의 일몰

날마다 강화 쪽으로 해가 저물어 남과 북의 마을들이 같은 노을에 젖고, 물가 모래톱 웅덩이에 저녁 빛 한 줌 퍼덕거린다.
오두산전망대에서는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서 이루는 조강과 남북의 강가 마을들이 내려다보인다. - P15

풍경은 사물로서 무의미하다. 그렇게 말하는 편이 덜 틀린다. 풍경은 인문이 아니라 자연이다. 풍경은 본래 스스로 그러하다. 풍경은 아름답거나 추악하지 않다. 풍경은 쓸쓸하거나 화사하지 않다. 풍경은 자유도 아니고 억압도 아니다. 풍경은 인간을 향해 아무런 말도 걸어오지 않는다. 풍경은 언어와 사소한 관련도 없는 시간과 공간 속으로 펼쳐져 있다.

_ 흐르는 것은 저러하구나 중 - P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 김영민 논어 연작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자는 영생하는 신이 아니었기에, 괴력난신으로부터 거리를 둔 사람이었기에, 『논어』가 전하는 이러한 공자의 페르소나는 실로 삶이라는 유일무이의 이벤트에 집착했던 사람이었다고 할 수 있다. 삶이라는 이벤트에서 끝내 욕망이 사그라들지 않았던 사람, 과잉을 찬양했던 사람, 노년에 이르러도 그치지 않는 배움이라는 긴 마라톤에 출전하기를 꺼리지 않았던 사람. 『논어』는 그렇게 분투한 사람에 대한 재현이다. 누가 그랬던가. 아무리 배고프다는 데 국민적 합의가 있어도 누군가 밥을 짓지 않으면 굶주림이라는 난관은 타개되지 않는다고. 인간은 생각보다 게으르다고. 보통 사람들은 사채를 빌리지 않는 한 열심히 살지 않는다고. 공자는 사채 빚 없이도 삶 속에서 분투한 사람이었다.

_ 삶이라는 유일무이의 이벤트 욕 중 - P108

즉 예를 꾸준히 지키다보면, 단순히 예라는 행동을 반복하는 단계를 넘어서, 예를 지키는 ‘사람‘이 되어버릴지도 모르죠. 마치 아름다운 그림을 보다보면, 단순히 아름다운그림을 보는 단계를 넘어서,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_ 실연의 기술 습 중 - P132

공맹자도 바로 이런 식으로 말한 거다. 사람들은 신에게뭔가 얻기 위해 기도하고 전례를 행하지만, 거기에 응답할 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렇지만 예를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고. 예를 통해서 신에게 뭔가 얻어낼 수는 없지만, 예를 통해 인간은 비로소 인간끼리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게되는 거라고.

_ 완성을 향한 열망 경 중 - P141

"나는 이제 삶의 책임과 걱정을 면한다!"(吾免고 기뻐날뛰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제 삶의 책임과 걱정을 면함을 ‘안다‘고 말한다. 즉 삶의 긴장, 구속, 고단함을 면한다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그 사실 자체를 메타 시선으로 바라보아 ‘안다‘(知)는 선언이다.

_ 알다, 모르다, 모른다는 것을 알다 중 - P15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 김영민 논어 연작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히려 대체로 관행을 따르면서, 그 안에서 관행을 비틀어야, 자신의 메시지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기존의 권위를 공개적으로 공격하기보다는, 민감한 부분에서 침묵하거나, 생략하거나, 관행을 비트는 방식으로 에둘러 자신이 가진 이견을 표출한다.

_ 자유주의 송편 중 - P4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전거여행 1 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63빌딩에서 김포 쪽으로 앵글을 잡았다. 도심 구간에서 강은 겨우겨우 흐른다. 한강은 우리에 갇힌 맹수와도 같았다.
이 부자유한 강이 하류 쪽으로 강폭을 넓혀가며 마침내 바다에 닿는다. 김포 쪽에 노을이 비치어 강은 멀고 아득하다.

_ 강물이 살려낸 밤섬 중 - P2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