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을 쓰며 나는 묻고 싶었다. 인간의 가장 연한 부분을 들여다보는 것 그 부인할 수 없는 온기를 어루만지는 것 그것으로 우리는 마침내 살아갈 수 있는 것 아닐까, 이 덧없고 폭력적인 세계 가운데에서?_ 빛과 실 중 - P15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것을,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그 실에 나의 질문들이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에 그 실에 연결되어 주었고, 연결되어 줄 모든 분들에게 마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_ 빛과 실 중 - P29
염전은 생산의 가장 순결한 밑바닥이고소금은 모든 맛의 발생과 작동의 기초이다._ 시간이 기르는 밭 중 - P110
이제, 세상의 변방 가장자리에 주저앉은 자에게 가장 볼 만한 것은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것들이다. 바닷물이 해안으로 달려들면서 강들을 내륙 깊숙이 누르는 풍경이나 원양을 건너가는 철새들의 날갯짓은 이 세상의 찬란하고 거대한 절정이다. _ 여름에 이동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중 - P120
등대는 쉴 새 없이 세계의 기미를 살핀다. 기미는 작은 조짐이다. 조짐은 거대한 현상을 이끌고 다가온다. 사소한 기미는 거대한 전체성의 예고다. 조짐을 파악한 사람만이 예측 가능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 풍속계 바람개비는 모든 조짐에 따라 돌아가고 풍향계 화살표는 모든 기미의 방향을 가리킨다. 그것들은 자연과 문명 사이에서 잠들지 않는 인간의 촉수다._ 여름에 이동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중 - P137
바다의 속살 위로 자전거를 몰아가는 이 마른 갯벌의 낯선 풍경은 시간의 작용과 공간의 작용이 합쳐져서 이루어내는 생성과 소멸이었고 지속과 전환이었는데, 시간과 공간은 바닷물 밑에서 만나 시간도 아니고 공간도 아닌 세상을 열어내고 있었다. - P88
선재도 갯벌의 바지락잡이는 일차 산업 노동의 장관을 이룬다.신석기의 조개무덤이 남아 있는 그 갯벌에서 사람들은 아직도 똑같은 노동으로 바지락을 잡는다. 이 마을 어촌계는 한 가구당 하루 40킬로그램 이상의 어획을 금한다. 오랜 생산과 분배의 질서이다. - P105
갯벌의 먹이사슬은 약육강식의 고통이라기보다는 순환하는 먹이의 조화와 질서를 느끼게 한다. 새가 벌레를 쪼아 먹는 사태 앞에서 부처가 느낀 절망은 그 개별적 존재들의 고통을 사유하고 있다. 그때 부처는 미성년이었다. 갯벌은 미성년의 슬픔을 훨씬 넘어선 공간으로 펼쳐져 있다._ 시원의 힘, 노동의 합창 중 - P107
반찬에 사용하는 양념의 경우, 한국은 양념 종류는 적지만 사용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본은 사용하는 양념의 종류는 많지만 사용 빈도는 낮다고 볼 수 있다. 그 내용을 보면 한국은 반찬에 사용하는 양념은 마늘, 파의 사용을 많이 하고 매운맛의 양념을 많이 사용한다. 일본은 생강을 자주 사용하고 양념은 한국보다 적은 양을 사용한다. - P99
전쟁의 자취들은 일상 속에 널려 있고 봄은 임진강의 남쪽과 북쪽에 가득하다._ 전쟁기념비의 들판을 건너가는 경의선 도로 중 - P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