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 삶창시선 50
이종형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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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집


당신은 물었다
봄이 주춤 뒷걸음치는 이 바람 어디서 오는 거냐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4월의 섬 바람은
수의 없이 죽은 사내들과
관에 묻히지 못한 아내들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은 아이의 울음 같은 것

밟고 선 땅 아래가 죽은 자의 무덤인 줄
봄맞이하러 온 당신은 몰랐겠으나
돌담 아래
제 몸의 피 다 쏟은 채
모가지 뚝뚝 부러진
동백꽃 주검을 당신은 보지 못했겠으나

섬은
오래전부터
통풍을 앓아온 환자처럼
살갗을 쓰다듬는 손길에도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질러댔던 것

4월의 섬 바람은
뼛속으로 스며드는 게 아니라
뼛속에서 시작되는 것

그러므로
당신이 서 있는 자리가
바람의 집이었던 것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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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섬진강을 보다 시에시선 29
김인호 지음 / 시와에세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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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섬진강을 보다

구붓하여 구순하다
강산이 스스로 그러하여
날 선 마음과 마을을 적신다 - P10

동네마다 한날한시 제삿날이 많은 까닭은 큰 산 아래산다는 죄로 여순 때 동란 때 억울한 떼죽음이 많아 부모형제 억울한 죽음이 원통해 그대로 죽을 수 없어 눈 부릅뜨고 이 악물고 살다 보니 그냥 장수마을이 아니라 ‘죽지못해‘가 따라붙은 장수마을이 된 거란다

_ 죽지 못해 장수마을 중 - P66

지난봄 산동마을을 온통 노랗게 물들였던 산수유꽃
꽉꽉 여물어 다시 한번 빠알간 꽃 피워냈다.
영롱한 산수유 붉은 꽃잎 한 잎이라도 날릴세라
고샅마다 꽃잎을 모으는 농부들 손길 조심스럽다
돌담길 고양이들 산수유 붉은 꽃그늘에 조을고 있는
안개 걷힌 상위마을 아침
지금 구례 산동은 또 한 번의 봄
붉은 봄날이다

_ 산동의 봄은 두 번이다 중 - P84

천왕봉에서 바라보는 반야도 좋았으나
노고단에서 손에 만져질 듯 펼쳐진 반야도 좋았으나
산동 지초봉에서 바라보는 여명의 반야가 그중 좋았다

‘악아, 넘어질라‘

급하게 내달리는 능선들을 다독이는 부드러운 손길
지리가 어머니의 산인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반야의 저 지극함이여

_ 지초봉 중 - P118

모진 세월 쉼 없이 흘러온 어머니 사진 속 젊은 날 가르마처럼 단정한 강의 길 산굽이굽이마다 피워 올린 골안개 미소로 짐승들 거친 숨을 가라앉히고 고요히 바다에 닿아 황금빛으로 빛나는 순정한 강을 바라보는 산정의 아침이면 갓 태어난 아가의 순한 마음 되는 나는 저강의 영원한 숭배자다

_ 나는 저 강의 숭배자다 중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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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호 (여름 에디션) - 나를 웃게 했던 것들에 대하여
윤가은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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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좀 더 자신 있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를 더 많이 응원해줘야겠다. 비 어그레시브! 비비 어그레시브! - P25

어른이 되고 특히 글 쓰는 일을 하게 되면서, 어쩐지 점점 더 겁내고 움츠러드는 때가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용감한 사람들의 다양한 말실수 일화를 더 자주 떠올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내 안에도 다시 그런 마음들이 피어나면 좋겠다. 잘 몰라도 용감하게 도전해보는 마음. 틀리면 다시 배우고 익히려는 단단한 마음. 실수를 실험으로, 실패를 실현으로 바꾸는 용감무쌍한 마음이 절실히 필요한 요즘이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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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 2 베어타운 3부작 3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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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단순하고 복잡한 사람들이다.
"너는 항상 어디에선가 뭔가를 찾아서 그걸 지키려고 사투를 벌이더라."


_ 희생양 중 - P380

이 행진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마을이란 단순히 살아가는 장소가 아니라 소속집단이다. 하키단은 그냥 하키단이 아니라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구단이고 엄마와 아빠의 구단이며, 이 마을에서 술집을 운영하던 괴팍한 할머니와 서글서글한 할아버지의 구단이기도 했다.

_ 횃불 중 - P402

"세상 모든 건 둘로 이루어져 있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_ 범인 중 - P412

이 숲에서 우리가 딸들에게 저지르는 가장 끔찍한 실수 중 하나가 바로 루트 같은 여자아이는 이례적인 경우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당연히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이례적인 경우는 마야다. 보복을 눈곱만큼이라도 감행하거나 정의를 손톱만큼이라도 구현한 사람들이 자신을 ‘생존자‘라고 지칭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그들은 루트 같은 여자 아이들의 진실을 알기 때문이다.

_ 범인 중 - P412

그녀의 입장에서 성폭행은 끝없이 반복됐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시작조차 한 적이 없었다. 그는 자기가 성폭행범이라는 사실을 죽을 때까지 모를 것이다. 자기가 영웅인 줄 알 것이다.

_ 피해자 중 - P431

우리가 그때까지 저지른 모든 행동과 우리의 존재 자체와 우리가건설한 사회 전체에 의문을 제기하게 될 저녁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사회란 무엇일까? 그 총체는 무엇일까? 우리가 선택한 모든 것의 총합일 뿐이다. 우리의 결과일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결말을 감당할 수 있을까?

_ 의문 중 - P475

우리는 수많은 유형의 폭력에 익숙해져 있지만 이건 절대 예측하지 못했다. 이건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건 절대 극복하지 못할 것이다. 아드리는 동생을 안는다. 품속에 안긴 그가 너무나 작게 느껴진다. 그녀가 동생을 안고 아이스링크에서 나가는 동안 온 마을이 숨을 멈춘다. 모두의 심장에 구멍이 뚫린다.

_ 후회 중 - P489

리더십에는 여러 종류가 있고 대도시와 아맛과 보보가 이해에 발휘한 리더십은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뒤로 물러나는 리더십이다. 우리의 모든 것으로 돌아가는 리더십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아는것이 가장 위대한 리더의 자질일 때도 있다.

_ 나무 중 - P499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서 그런 게 아니다. 심지어 만족감을 위해서도 아니다. 그럴 능력이 되니까 한 것이다. 그와 같은 인간들이 항상이기면 안 되기 때문에 한 것이다.

_ 나무 중 - P508

삶은 계속된다. 그것은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를 주지 않는다.

_ 나무 중 - P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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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 2 베어타운 3부작 3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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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최악의 편견은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들었다며 전해준 이야기로 항상 입증된다.

_ 경고 중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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