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아는 사실이지만) 시간은 때로는 새처럼 날아가고 때로는 벌레처럼 기어간다. 하지만 시간이 빠른지 느린지조차 눈치채지 못할 때가 인간에게는 가장 행복하다. (p. 136)
그리고 이 시대에 가장 유용한 것은 부정하는 것이므로 우리는 부정합니다. (p. 76)
그래도 후회없는 삶을 돌아보고 아들이 자라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었던 동생과 달리 형 빠벨은 외로운 독신자로 불안한 황혼기에 접어드는 상황이었다. 청춘은 지났지만 노년은 아직 찾아오지 않은 희망 비슷한 비애, 비애 비슷한 희망의 시기 말이다. (p. 49-50)
아르까디는 생각했다. <그래, 여긴 척박한 땅이야. 만족이나 근면을 낳을 수 없는 곳. 이런 꼴로 놓아두어서는 안 돼. 그건 안 될 일이야. 변화가 필요한데…. 어떻게 변화시키면 될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지?) (p. 22)
<식물의 책> 부제가 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의 도시식물 이야기이다. 42개의 나무, 꽃, 과일, 채소, 풀들을 소개한다. 순서는 랜덤처럼 보인다. 물론 나처럼 식물에 문외한은 포인세티아, 틸란드시아, 몬스테라 그리고 리톱스 이름은 처음 들어본다. 사과-큘-딸기-소나무-은행나무-동백나무-민들레-마늘-고사리까지 쉽게 만날 수 있는 식물들을 소개한다. 세밀화작가와 원예 전공자의 만남으로, 융합이다. 여기서 글 속에 인간과 자연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인문학적 고찰은 덤이다. 예를들면, 서얄민들레와 토종민들레간의 분포차이 설명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책은 최근 읽은 책중에서 편집디자인이 최고이다. 페이지와 속종명의 명기의 폰트 그리고 세밀화 배치 그리고 마지막 인덱스까지...책을 만들면서 미세한 부분까지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특히 중고서점에서 만나는 고문서와 같은 세월의 흔적처럼 보이는 갈색 얼룩과 모서리의 변색 효과는 이 책의 소장 가치를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책값도 칼라에 양장도서 치고 저렴한 정가 15,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