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지음 / 열림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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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간만에 산문집..그것도 소설가가 쓴...소설가의 책인지 몰라도 처음에 써내려간 ˝인물˝에 관한 글은 두번 읽게 된다. 테이프를 한번 더 돌려 듣는 것처럼...

기억나는 문장은 1)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이어지고 포개진다. 2) 세상에 ‘잊기 좋은‘ 이름은 없다.

현미밥을 먹는것처럼 꼭꼭 씹어먹어야 제 맛을 느낄 것만 같은 문장들이다. 책장을 덮고 생각나는 단어가 ˝성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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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속에 깃든 잔인함과 어쩔 수 없는 아늑함에도불구하고 ‘말’ 안에는 늘 이상한 우스움이 서려 있다. 멋지게 차려입고 걸어가다 휘청거리는 언어의불완전함 같은 것이. 언어는 종종 보다 잘 번식하기위해 보다 불완전해지기로 결심한 어떤 종처럼 보인다. _ 말의 약점 중 - P99

초는 처음이란 말. 그러나 비로소‘란 뜻도 있다. 이겨울은 내가 번번이 맞는 겨울, 당연하되 익숙해지지 않는 겨울, 그러나 비로소 맞는 겨울이다. 그 사실이 특별하지 않도록 지구는 기꺼이 한 번 더 돌아준다. 아마 앞으로도 한참은 그런 식으로 돌 것이다.
_ 초겨울 중 - P117

여전히 그날 자기가 부딪힌 ‘그것‘이 무언지 모르는 염전 아저씨처럼. 그렇게 선뜻 ‘넘어져‘주어 이야기를 더 이야기스럽게 만들어주는 세상 모든 등장인물들에게. 진종일 실수만 했다는 허생원에게. 나보다 젊었던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나와 동갑이었던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나보다 늙어버린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 _ 안아볼 무렵 중 - P122

우리 집 부엌에는 창이 하나 있다. 그 창은 우리 집창 중 제일 작다. 작은 사각 창 안에 담기는 낮과 밤의 풍경은 시시각각 다르고 소리 또한 그렇다. 그중내가 자주 듣는 소리는 종소리다. _ 여름의 속셈 중 - P137

이해란 비슷한 크기의 경험과 감정을 포개는 게아니라 치수 다른 옷을 입은 뒤 자기 몸의 크기를 다시 확인해보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적이있다. 작가라 ‘이해‘를 당위처럼 이야기해야 할 것같지만 나 역시 치수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불편하다. 나란 사람은 타인에게 냉담해지지 않으려 노력하고, 그렇게 애쓰지 않으면 냉소와 실망 속에서 도리어 편안해질 인간이라는 것도 안다. 타인을 향한상상력이란 게 포스트잇처럼 약한 접착력을 가질수밖에 없다 해도 우리가 그걸 멈추지 않아야 하는이유 또한 거기에 있지 않을까. 그런 얇은 포스트잇의 찰나가 쌓여 두께와 무게가 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우리가 우리이기 전에 유일무이한 존재임을 알려주는 말들. 그리하여 나와 똑같은 무게를 지닌 타인을 상상토록 돕는 말들을 생각했다. _ 점, 선, 면, 겹 중 - P252

연필 쥔 손에 힘을 주면 책에 흐릿한 홈이 파인다.
그 홈에는 내가 어느 문장에 줄 그은 순간 느낀 시간과 감정이 고인다. 그래서 가끔 그 홈이 물고랑 밭고랑 할 때 ‘고랑처럼 느껴진다. 나와 나 자신을, 현재와 과거를, 우리와 타자를 잇는 먹 고랑처럼. 천천히그리고 꾸준히 그 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이야기도 언젠가 두보의 시구처럼 누군가의 삶과 만나게될까?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 그 스침이 혹 꽃잎 한장의 무게밖에 갖지 못한다 해도, 이야기의 이어달리기, 이야기의 배턴터치가 계속되길 빈다. 대부분연필이 길고 둥근 이유도 실은 그 때문이지 않을까상상하면서. _ 점, 선, 면, 겹 중 - P254

그러자 곧 거기 모인 이들의 분노와 원망, 무기력과 절망, 죄책감과 슬픔도 결국 모두 산 자의 것임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순간 무엇보다 가슴이 아팠던 건, 죽은 자들은 그중 어느 것도 가져갈 수 없다는 거였다. 산 자들이 느끼는 그 비루한 것들의 목록 안에서조차 그들이 누릴 몫은 하나도 없다는 단순한 사실이었다. _ 기우는 봄, 우리가 본 것 중 - P271

그중 어떤 불은 지금도 내게 원초적인 두려움을 일깨우는데 이청준의 중편 소문의 벽」에 나오는 전짓불이 그렇다. 한밤중 느닷없이 방문을 열고 들어와 ‘너는 어느 편이냐‘고 묻는 불, 답에 따라 죽을 수도 살 수도 있는데 도무지 저쪽 실체가 보이지 않아얼어붙은 한 가족이 떠오른다. 그리고 내겐 저 눈부신 추궁 혹은 폭력이 한국현대사의 중요한 장면처럼느껴지는데,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한국의 많은 갈등이면에 여전히 저 전짓불이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_ 빛과 빚 중 - P286

문학이 꼭 그래야 할 필요도 없고, 그러지 않아도 되지만, 반드시 시대물을 쓰지 않더라도 살면서 한 번쯤 전짓불 앞에 서봤거나서게 될 작가로서 그렇다.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빛의 테두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렇다. _ 빛과 빚 중 - P293

맞다.
진짜 공포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 혹은 부족한
것은
공포에 대한 상상력이 아니라 선善에 대한 상상력이 아닐까.
그리고 문학이 할 수 있는 좋은 일 중 하나는
타인의 얼굴에 표정과 온도를 입혀내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니 ‘희망‘ 이란 순진한 사람들이 아니라
용기있는 사람들이 발명해내는 것인지도 모르리라.
_ 잊기 좋은 이름 중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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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디언의 굴레 - 지역과 계급이라는 이중차별,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호남의 이야기
조귀동 지음 / 생각의힘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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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난 호남 출신이 아니지만, 살았던 지역 특성상 호남 출신들이 많았다. 그리고 대학에서 만났고 지금도 만나는 친구들 절반은 호남출신이다. 하지만,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서 봤던 호남기반의 사람들(특히 정치권 언저리) 은 비펀을 넘어 절망적이다. 나는 호남에 대해 양면적이고 양가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2. 조선일보계열사 기자들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그렇게 선험적으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얼치기 진영주의자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3. 출판사의 띠지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추천 글귀때문에 읽기 주저했다. 비호감도 전선에 서있는 후보가 책추천이라니 그리고 모두 읽고나서 이 후보들은 이 책을 읽어봤을까 의문이 들었다.

4. 설쯤에 다 읽고 서평을 쓸까말까 고민하다가 몇자 적어야하겠다는 결심이 섰다. 얼마전 선거일정을 변경하여 호남-광주를 찾은 모후보의 발언을 보면서, 아직도 호남을 저렇게 바라보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5. 정치적인 일당 독주 체제의 기원은 조만간 마감할 것으로 예상한다. 바람직한 방향은 로컬파티겠지만, 호남의 정치적 허들인 광주항쟁의 역사적 평가 인정 측면이요, 그 주범인 전두환의 죽음이다. 결정적인 원인은 현 정치세력이 호남인들의 민생을 해결할 능력과 자질이 부족하기 때문이닐까 싶다. 16년 총선이 그런 흐름을 한번 보여주었다. 그리고 현재 호남기반 정당은 수도권 중산층 정당으로 지지기반이 일치하지 않는다. 호남은 표로만 지지를 보낸다.

6. 호남의 근대적 경제적 기반의 소외는, 산업화 시기의 불균형 발전 전략도 있지만, 이를 해소하려는 지역 역량의 부재가 뼈아프다. 그래서 나타나는 관급 SOC 토목 및 건설위주의 왜곡된 산업구조만이 존재한다. 광주 재개발의 현산사태는 어찌보면 호남지역의 필연적인 사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7. 이 책의 맥락을 살펴보면, 호남출신의 분화는 필연적이다. 박정희 시대로부터 호남을 떠나 수도권포함 서울에 정착한 사람사이의 분화과정을 통해 성공한 사람(지배층으로 신분이동)-도시의 하층민 구성-아직 호남에 있는 사람으로 나누어징다. 특히 지배층으로 편입된 호남 본적이나 원적 사람들은 호남을 내용적으로 지웠다. 특히 자식대로 넘어가면 그냥 시골이 되어 버린다. 지인들에게 들었던 호남의 유지들은 대체로 보수적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현 여당을 지지한다. 80년대이후 이런 현상이 유지되었다. 이제 막바지로 가고 있다.

8. 호남지역의 부패고리는 사실 더 심할 수도 있지만, 모든 지방자치에 존재한다. 특히, 재량행위의 핵심인 도시개발사업(재건축, 재개발, 용도변경포함)은 돈이 된다. 절차는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인데, 교묘히 회피하면서 봅망 냐에서 추진한다. 책에서처럼 회의록 작성 및 녹화, 선발과정의 투명화과 더불어 재량행위 자체를 꼼꼼하게 분산과 견제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9. 이 정도 책을 쓰려면, 그 지역에 애정이 없으면 자료를 조사하고 목차를 받고 흐름에 따라 쓸 수 없다. 이 책을 추천하고픈 이유는 자신의 출신지를 사랑에서 그 불편한 세력들에게 일격을 가했다. 자신의 호남 후배들이 더더욱 수도권에 보이지 않는 현실도 책속에 녹아있다. 경제적 차이가 교육적인 수준차이로 전환되고 있음을 저료로 보여준다.

10. 내가 발견한 오류는 성남지역의 수정구와 중원구 2008년 총선 결과를 혼돈한 듯하다. 70여표(?) 차이는 성남시 수정구 차이이지 중원구 차이가 아니다. 2008년 중원구는 신상진이 무난하게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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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지음 / 열림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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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말 당황스러운 건 그 방의 크기와 높이를 떠나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잘도 기어들어 오는 그 가짜 빛들과 그 별들의 운동 안에서 나 역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 P30

자기 몸 하나 제대로 가눌 곳 없이 그 축제의 변두리에서, 하늘을 어깨로 받친 채 벌 받는 아틀라스처럼맨손으로 그 축제를 받치고 있을, 누군가의 즐거움을 떠받치고 있을 많은 이들이, 도시의 안녕이, 떠올랐다. _ 한여름밤의 라디오 중 - P42

말과 글의 힘 중 하나는 뭔가 ‘그럴 때, 다만 그렇다‘
라고만 말해도 마음이 괜찮아지는 신비에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팔이 많아 아름다운 문학을 이따금 상상하며 말이다. _ 당신과 조우 중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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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우주 - 커다란 우주에 대한 작은 생각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지음, 심채경 옮김 / 프시케의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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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와 관련 꼭지씩 51개 주제로 구성되었다. 영문으로 보고 싶어졌다. 번역의 문제인지 원문의 내용인지 모르지만, 맛깔낸 글을 느끼지 어려웠다.

대부분 우주관련 내용이지만, 생물-지구과학-물리까지 포괄하고 있는데, 꼭지별로 연결성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일러스트 그림과 드문드문 표현된 발랄한 문장들이다. 책 읽고 싶지 않을 때나 가볍게 글을 보고 싶을때 아무 페이지나 펴서 읽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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