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학자들은 출산율이 1.5명 이하면 저출산, 1.3명 이하면 초저출산 사회로 규정한다. 특히 초저출산 사회의 경우 다시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힘든 악순환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볼프강 루츠(비엔나 대학교)는 초저출산 사회를 급격한 인구 고령화, 가족 구성 ‘모델‘의 변화, 청년층의 실제 소득과 소비 수준의격차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설명하면서, 이를 ‘저출산의 덫‘이라 표현했다. OECD 국가 중 초저출산 국가는 한국, 이탈리아, 그리스 세 곳이다. - P31
바르비에리는 "노동시장뿐만 아니라 복지제도의 이중 구조가 출산율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탈리아에서 노동시장 불안정성은 확대되는 반면 ‘일부만 보호하는 복지제도sub-protective welfare system‘가 고착화되면서 출산율을 계속해서 끌어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탈리아에는 젊은이, 특히 젊은 여성을 위한 나라가 없다no country for young men/women"고 말한다. - P34
이탈리아 정치 구조가 극단적으로 유동적이고, 안정적인 정당 질서가 뿌리내릴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 등 하부구조에 있다. 경제 구조 변화가 정치 구조의 취약성을 키우고, 이 정치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악순환이발생한다. 누구도 대규모 개혁을 도모할 수 있는 정치적 자본을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P48
오랫동안 한국 사회의 바람직한 모델은 미국 또는 스웨덴이었다. 보수는 미국식 시장경제를 본받아야 할 모델로 삼아왔고, 진보는 북유럽 사민주의의 요소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 가운데 현실적인 타협안으로서의 모델은 독일 정도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길을 따라갈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가장높아 보인다. - P50
한국의 정치·경제 상황이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 결정‘ 의 위기" (2018년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현 경기도지사)에 가깝게 된 근본적 원인은 경제 구조와 정치 질서가 서로 맞물려 작동하지 않게 됐다는 데 있다. - P51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한국의 정치 질서는 새롭게 재구성되었으며, 당시 형성된 ‘게임의 규칙‘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노무현 질서‘라고 이름 붙이는 게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_ 노무현질서의 등장과 모순 중 - P53
레짐이 명시적인 제도와 이해관계의 결합을 중심으로 정치 구조를 바라본다면, 정치 질서는 권력이 어떻게 행사되고 사회 구성원들의 동의를 획득하는지에도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일종의 제도적인 강제력을 갖는 정치적 사조思潮를 의미하는 셈이다. - P57
노무현 질서의 특징 중 하나는 정당에 의존하지 않는 대중정치의 본격화다. - P58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국민 참여 확대를 중심으로 한 정치 개혁 어젠다를 분석한 한 논문은 한국의 정당들이 20세기 서유럽처럼 계급에 따른 이해관계에 기반해 정당 간 동원 경쟁이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먹고사는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축소됐고 대신 당내분파 갈등이나 기성 정치권과 신진 세력 간의 갈등이 과도하게 활성화됐다고 설명했다. - P64
노무현 질서의 한 축은 수출지향 경제의 질적 고도화다. - P65
수출 대기업의 질적 고도화는 상위 중산층(또는 상위 중간계급)의 시대를 열어젖혔다. 한국에서 이른바 ‘최상위 1%‘와 ‘상위 10%의 상위 중산층 또는 상위 중간계급‘의 부의 원천은 수출 대기업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 P72
정치나 사회 영역에서도 상위 중산층은 적극적으로 행동에나섰다. 장석준 산현재 기획위원은 "한국 사회의 여론 형성과 정치 판세 결정에서 키를 쥐고 있는 특정 계층의 대중운동"으로 "중산층 행동주의"를 지목한다. 그가 이야기하는 중산층은 대기업정규직 또는 전문직으로, 대체로 대도시의 단지형 아파트 1채 이상을 갖고 자녀의 서울 4년제 대학 입학에 사활을 건다. 즉 상위중산층이다. 장 위원은 이들이 중산층 지위를 결정하는 소득, 자산, 교육의 세 축에서 강력한 조직화 및 여론 형성 자원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다른 어느 계층보다 활발하게 집단행동에 나서고 여론을 만들고, 세력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 P74
보수는 전통적인 엘리트나 기업인 및 자산가를 중심으로 영세 자영업자와 고령자들이 모였다면, 민주당계는 상위 중산층을 중심으로 호남 출신 저소득층이 핵심 표밭이었다. - P76
2000년대 대중정당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두 당 모두 경제적 ‘승자‘들이 주도권을 쥐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시기 정당간 균열은 먹고사는 문제와 거리가 먼 정치 개혁, 검찰 등 권력 기구 장악, 언론 등을 놓고 벌어졌다. 자신의 사회경제적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당이 없는 ‘뒤처진 사람들‘은 몇 년에 한 번씩 이른바 두 당을 오가는 일종의 ‘구조적 스윙보터‘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 P77
민주당계 정당은 원래 호남과 호남 출신 이주민을 기반으로한 정당에서 대기업 정규직 중산층 중심의 정당으로 변모해갔다. 기실 민주당계 정당이 내세운 ‘지역주의 타파‘라는 구호는 실질적으로 수도권 중산층 정당으로 당 정체성을 바꾸자는 의미였다. - P77
이중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다차원적 불평등이 격차 심화에 대한 반발심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함은 물론이다. 세대 내 불평등(소득 및 자산의 이동성)뿐만아니라 세대 간 불평등(부모와 자녀간의 계층 이동)도 악화됐다. - P82
김영삼과 김대중이 1960대부터 정치 활동을 하며 사실상 산업화·민주화를 만들어낸주역이라면, 노무현과 이명박은 산업화·민주화가 바꿔놓은 한국인의 삶을 대변했다. - P87
열린우리당이 2004년 이후 급격히 무너졌듯, 문재인 정부도 영원할 것처럼 보였던 압도적인 우위가 2021~2022년 사이 사라져버렸다. 민주당의 패배는 노무현 정부 당시 열린우리당이 몰락했던 것과 비슷하게 경제 발전에 따른 불평등 확대가 근본적인원인이었다. 2007~2008년보다 더 상황이 나쁜 것은 ‘노무현 질서‘가 더는 유지될 수 없게 되면서 민주당의 기반이 밑바닥에서부터 허물어졌다는 점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 민주당을 이탈하기 시작한 이들의 면모는 이를 잘 보여준다. - P95
2022년 두 차례 선거 (대선과 지선) 결과에 대해 <한겨레>는 "진보 · 리버럴·중도를 아우르는 ‘반기득권 포퓰리스트 연합‘(촛불동맹)의 붕괴‘라고 평가했다. - P98
대개 ‘○○ 신도시’라 불리는 곳에사는 이들은 대졸 화이트칼라이고, 30~40대이며, 서울의 주택을살 수 있을 정도의 자산은 갖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전형적인 민주당 지지자의 프로파일이다. - P102
서울 등 주요 지역의 공급 부족, 유동성 확대, 수출 대기업 실적 개선에 따른 상위 중산층의 소득 증가 등 주택가격 상승을 이끈 요인이 고스란히 전세가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 P104
부동산 가격이 확 뛰는 기간에는 도리어 집주인의 행복도가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됐다. 먼저 다른 사람의 집, 특히 좀 더 학군·교통· 입지·시설 등 품질이 좋고 가격도 높은 집의 가격이 오르기에 자기 집의 상대적인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주택 보유에 따르는 세금이 대폭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 P105
2차 노동시장의 취업자 규모는 전체의 80% 안팎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갑자기 끓어오르는 것처럼 보인 데는, 여론시장에서목소리는 작지만 투표수는 압도적인 2차 노동시장‘에 속한 이들의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 P110
한국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실업률을 유지해왔던 이유 중 하나는2차 노동시장에서 대단히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 P115
서울과 경기의 고령층이 민주당으로부터 돌아선 것은 명확했던 고령자 불평등 문제를 적극적으로 의제화하지 않았기문일 것이다. 2022년 대선 또는 지선에서 국민의힘에 투표한 경기도 거주 호남·충청 출신 60~70대들은 이 문제를 극명히 보여준다. - P120
민주당은 상위 중산층의 정당이다. 실제로 민주당 내 활동에 가장 활발히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는 이들 중에는 서울 등 대도시에 살고 대기업 정규직으로 안정된 경제적 지위를 가진40~50대가 많다. 2020년 총선에서 비례위성정당으로 만들어진 열린민주당의 <당원조사 분석 보고서>는 이를 잘 보여준다. 열린민주당 당원들은 일반적인 민주당 지지자들보다 더 ‘강성‘이면서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검찰·언론 개혁이나 적폐 청산 등의 의제를 선호한다. 민주당의 여론 주도 그룹인 셈이다. - P121
민주당 정부에서 약자를 위한 재정을 늘릴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들 지지층의 이해관계를 정면으로 거스른다는 데 있다. - P123
미국의 정치분석가 에즈라 클라인은 "지지하는 당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반대하는 당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에서 기인하는 당파적 행동"인 "부정적 당파성"48이 오늘날 미국 정치를 관통하는 키워드라고 지적했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논리는 민주당에서 부정적 당파성을 생산하는 데 핵심 메커니즘이었다. - P126
민주당이 이전과 같이 반독재·반기득권 슬로건을 내걸고 이른바 ‘민주개혁’ 세력을 결집시키는 방식이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다. - P130
윤 대통령이 취약한 지지기반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 P138
한마디로 말하면 박정희, 반공·반북, 영남으로 요약할 수 있는 전통적 보수가 퇴조한 가운데 경제 문제에 집중하는새로운 보수가 좀처럼 자리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 P141
시장 보수의 지지율이 낮은 근본적인 원인은 보수의 주된 지지 기반이 기실 사회경제적 약자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졸 화이트칼라 유권자 비율이 높은 수도권에서는 그러하다. 하지만 요즘 보수는 이전보다 훨씬 고소득자나 자산 보유자 위주 정책을내놓고 있다. 보수 진영을 이끌어가는 집단과 투표장에서 숫자 ‘로 힘을 발휘하는 집단 간의 괴리가 심해지는 모습이다. - P143
보수정당 지지층을 아주 단순화시켜 표현하자면 서울 강남3구(서초구·강남구·송파구)에 사는 자산가들이 주가 되고 60대 이상고령층과 영남 지역 거주자들이 결합한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자영업자, 주부,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지지층의 외연을 구성한다. 여기에 20~30대, 특히 남성들이 2022년 선거에서 새로 지지층에 편입됐다. 20~30대를 제외한 나머지 집단을 묶어주던 것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했던 전통적인 엘리트 집단에 대한 믿음과 반공•반북 이데올로기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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