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의 조직 구성을 요약하자면 인사는 검찰 출신이 주를 이루는 내부자 집단이, 정책은 기획재정부 전직 관료(경제 분야)나 친분 있는 사람(사회·안보 분야)들이, 자잘한 정무는 국민의힘 출신 정치인이 맡는 구조다. 정무, 홍보, 기획 등에서 필수적인 기능은 외부 전문가를 써서 해결한다. 정무 분야 참모 중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라 불릴 정도로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은 한오섭국정상황실장 정도다. - P155
흔히 고위 공무원들이 특정 정권에서 잘나가는 방법 중 하나는 대통령실이 필요한 정책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이 내놓는 기획은 대통령실이 필요한 정치적 여건을 조성하거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갈등 상황을 해결할 만한 비전을 제시할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 P158
보수정당이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보인 행태는그들이 새로운 정치 질서를 만들어낼 역량이 없음을 보여준다. 정치의 전면에 나섰던 전직 기재부와 검찰 관료들은 이 문제를해결할 수 없다. 지지 기반이 취약한 문제를 극복하는 것도 난망하다. 보수정당이 문재인 정부 시기 민주당과 같은 포퓰리즘 정당의 경로를 취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그들에게 출구가 없기 때뭄이다. 정당 내부 정치의 구조도 포풀리즘 정치의 강화를 여기할 가능성이 크다. - P164
고령화의 진짜 문제는 치매, 파킨슨병, 관절염, 복합 만성 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그들에 대한 간병 수요가 폭발한다는 것이다. 간병은 기계로 대체할 수 없고, 사람이 직접 해야한다"고 말한다. - P174
고령자 집단에서 소득·자산의 불평등이 심하고 가난할수록사회복지 수요가 많다는 것은 각종 사회복지제도와 세금·사회보장 기여금 ‘개혁’에 대한 이해관계가 사뭇 다를 것임을 시사한다. 일본은 개호보험 지출이 늘어나자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보험료를 인상하고 본인부담률(최대 30%까지)도 높였다. 한국도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부유한 노인들의 조세 저항도 덩달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 P178
광주·전남 지역신문 <무등일보>의 지역 이슈 여론조사에서 불만 요인으로 ‘부동산 가격 및 전·월세 문제‘를 꼽은 사람의 비중은 30대 (36.6%)와20대(28.6%)가 40대(18.2%)와 50대(17.5%)보다 훨씬 많았다. 호남의 20~30대가 2021년을 기점으로 민주당을 이탈한 데는 사회경제적 이유가 있는 셈이다. - P186
지자체 예산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이에 맞춰 지자체장의 권한도 커지고 있다. 지자체 통합재정지출은 2014년(158.7조)부터 2021년(259.4조)까지 연평균 7.3%씩 늘었다. 지자체가 재량권을갖고 쓸 수 있는 예산 비율인 재정 자주도는 70.8%다. 사회복지를 중심으로 지자체 역할이 확대되고, 중앙정부에서 이관되는 사무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개방형 직위·별정직·정원 대체 계약직 채용을 늘리고 있다. 나아가 출자·출연기관을 비롯해 외곽기구를 설치해왔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한국 지자체의 재정 자율성은 독일 등 연방제 전통이 있는 나라를 제외하고 보면 상당히 높은 편이고, "지자체장이 임명할 수 있는자리 수나 직급도 많다"고 강조했다. - P190
나아가 비수도권 지자체와 수도권 지자체의 대립도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젊고 부유한 수도권 주민들에게서 세금을 거둬서 늙고 가난한 비수도권에 재정을 투입하는 구조가 더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 P191
교외의 공장 지대나 농촌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지만, 부유한 대도시에서는 외국인 반발감정에 기댄 정치 세력이 등장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 P199
고령화와 지방 그리고 외국인 문제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 P199
김도균 제주대 교수는 한국 복지 정책의 특징으로 수익자 부담, 재정 안정, 가족주의‘를 꼽는다. 주소득자인 남성 명의로 연금이나 건강보험 등의 제도가 운영되고그 수혜는 ‘낸 만큼‘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탈상품화‘라는기준에서 한국의 공공재 공급은 굉장히 ‘상품화‘ 되어 있다. - P202
한국의 공기업과 공공기관 수(363개)는 다른 나라에 비해압도적으로 많다. 미국(67개)이나 스웨덴(43개)은 물론이고 일본(120개)에 비해서도 3배 이상 많다. 그나마 영국(256개) 정도가한국에 비견할 수준이다. 한국처럼 사회간접자본, 에너지, 금융,문화체육·국민생활, 고용복지, 산업정보 · 정보화, 환경 연구·교육, 보건 등 전방위에 걸쳐 공기업·공공기관이 있는 곳은 드물다. 다른 선진국의 공기업이 적은 이유는 미국처럼 아예 시장에 맡기거나 아니면 스웨덴처럼 정부가 직접 나서기 때문이다. - P206
그리고 최소한 보수정당이 복지 문제를 다루는 기본적 입장이 ‘복지 확대‘에서 ‘제도 개편과 축소‘로 전환되고있음을 시사한다. - P217
좌파 정부가 선호하는 복지국가 확대는 예산 형편상 불가능한데, 또 우파 정부가 흔히 내걸곤 하는 복지국가 축소는 연금을 받는 고령자 등 지지자들 때문에 정치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1980년대 성장률 하락과 고령화 속에 연금 개혁이 쟁점이 되었지만, 좀처럼 해결되지 못했다. 1990년대에는 이른바 ‘독일병‘의 핵심 문제로 거론되곤 했다. - P221
정치적으로 소외되었던 ‘뒤처진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욱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여러 선진국이 보여주듯, 정치에서 배제된이들이 급격히 늘어날 경우 나타나는 결과는 포퓰리즘이다. 한국정치도 선진국 정치의 보편적 경향에서 예외가 아닐 것이다. - P231
진짜 민주주의의 대변자라고 주장하는 ‘지도자‘들이 인민들과 격의 없이 직접 소통하는 건 포퓰리즘 정치 세력에게 당연한 덕목이다. - P237
이 대표는 정치적 출구를 찾을 수 없었던 2021년 민주당의 거의 유일한 해결책에 가까웠다. 하지만 민주당의 포퓰리즘적 정치방식은 안정적인 집권 연합을 구축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를해결하기는커녕 더 악화시켰다. - P240
서울에 아파트 1~2채가 있고, 대기업 정규직이나 전문직으로 일하는 부모를 둔 상위 중산층이 공정을 외치게 되는 이유다. 특히 서울 강남 3구가 아니라 ‘능력’ 외엔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한 노원구 상계동이나 양천구 목동 학원가를 무대로 성장한 사람에게는 공정이야말로 최고의 가치다. - P245
문제는 이들을 ‘기득권‘으로 규정하는 서사가 얼마나 ‘순수한 우리‘를 만들어낼 수 있겠냐는 것이다. 가령 보수 일각에서는 "(진보 좌파들은 상위 10% 조직 노동자, 40~50대 정규직의 기득권을 부추기며 산다"라며 "연봉 1억 원대의 민노총 소속 대기업 노동자, 전교조, 전공노, 공기업, 은행 종사자 같은 현대판 양반들"을 ‘적’으로 규정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이 새로운 보수 정치의주체로 상정하는 20~30대는 대개 저 ‘현대판 양반‘의 자녀들이다. 이들이 새로운 보수 포퓰리즘 정치가 상정하는 ‘평범한 청년‘이 되기에는 너무나 가진 것이 많다. 상계동과 목동에서 자라난 이들의 생각에는 강남 3구 같은 ‘기득권‘을 가지지 못한, 자신의 능력 빼면 아무것도 기댈 곳이 없는 이들이겠지만 말이다. - P247
한국의 포퓰리즘 정치는 팬덤 정치의 형태를 취한다. 먼저 특정 개인을 인민의 의지가 반영된 인물로 만들기 위해서 그를 추앙하는 커뮤니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포퓰리즘 지도자는 개인적인 특성과 행적을 통해 만들어지는 비범함, 막스 베버가 이야기하는 카리스마가 필요하다. 그런데 지도자의 카리스마는인이 무언가를 주장한다고 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 P255
지금까지 여러 차례 보았듯이 정치가 자신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비당파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언제든지 투표용지라는 ‘종이 짱돌paper stone로 무능한 기성 정치인을 심판할 준비가 되어 있다. 정치인이 정당에 의존하지 않고 유권자들을 동원하고 조직해내는 대중정치의 방식도 우호적이다. SNS와 팟캐스트·유튜브 등이 주류가 된 정치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직접 소통을 통한 동원과 조직화를 쉽게 하는 기술적 토대다. - P263
한국 정치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중산층이라는 사회계약이 깨어졌다고 모두가 인식한다는 데 있다. 그리고 사회계약의 붕괴는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나 마찬가지다. 2000년대 진행된 한국 기업의 고부가가치화는 대규모로 자본과 노동을 투입하는 공격적인 양적 확대 전략과의 결별을의미했다. 그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은 효율적으로 노동력 등 자원을 관리하고, 소수의 고급 인력을 채용하고 그들에게 이전보다 훨씬 높은 임금을 줬다. - P268
‘뒤처진 사람들‘의 분노와 불만이 혁명적으로 터져 나오는 순간 기존 정치제도의 붕괴는 가속화될 것이다. 이탈리아가 그랬듯이 말이다. - P276
지금의 정치가 의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위기에 빠져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겉보기에 그럴듯한 민주주의에 머물러 있을 뿐, 사람들의 정치적 욕구를 반영하는 조직(즉 정당과 정당 간 경쟁 방식)들이 제대로 구성·운영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가 만성적 위기로 미끄러져 가는 국면에서 정치의 근본적인 재구성이 필요한 이유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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