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역사에 대한 이해 과정에서 비약은 없으리라. 내마음에 존재하는 균열과 모순, 허무의 심층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인간과 세상에 대해 한단계 진전된 이해로 나아가고 싶다.봄이다. 쉽게 선택한 허무, 안이한 절망을 넘어서 시대의 심연을 통과한 희망을 발견하는 새봄이 되기를 바란다. (p. 22)
역사 자체가 우리의 기대만큼 직선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p.22)
"진정한 허무주의는 자기 자신도 안전지대에 두지 않으며 저항 하는 사람들에 대해 냉소를 보이지도 않는다. ‘진보의 허위’까지 꿰뚫어 보는 감각으로서의 허무주의가 필요하다. 허무주의는 방관주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정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p. 21)
가령 참 순정하고 아름다운 친구가 모진 병 끝에 일찍 세상을 뜨면 모든 게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 몇 년 사이에도 노회찬 의원의 슬픈 죽음을 비롯해 무척이나 경외하고 좋아했던 분들이 서둘러 밤하늘의 별이 되는 걸 지켜보며 허무주의에 경도되는 내 마음을 만나곤 했다. (p. 21))
어느 푸르스름한 저녁에 〈비정성시>를 보며, 문청의 깊은 눈빛, 로렐라이의 청아한 선율, 관미의 단아한 표정을 다시 내 마음에 담고 싶다. (2019) (p.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