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겠어요, 여보! 자식이란 잘라 낸 조각이에요. 날아다니는 매지요. 원하면 날아왔다가 또 원하면 가버려요. 하지만 우리 둘은 나무 구멍에 난 버섯처럼 나란히 앉아 꼼짝하지 않지요. 난 언제까지나 당신 옆에 변함없이 남아 있을 거예요. 당신도 내 옆에 남아 있을 테고요." (p. 206)
「모욕이라고? 대단하군! 날 놀라게 하려고 생각해 낸 말인가? 인간이란 어떤 모욕을 당하는 실제로는 그보다 스무 배쯤 심한 모욕을 당해 마땅한 존재야.」 (p. 196)
제목의 의미를 몰랐으나 아름다운 단어가 포함된 책 결국, 하루만에 다 읽었다. 조금씩 읽으려고 했으나 속도를 조절할 수 없었다. “비정성시를 만나던 푸르스름한 저녁”에서 비정성시는 양조위가 나온 대만역사 배경의 영화 제목이었다. 당연히 무식한 내가 알았겠는가ㅠㅠ 그래서 영화평론하는 사람들에 물어보니, 메일 불러 보내줄께와 영화하는 사람이라면 필수로 봐야만하는 고전이라고 알려준다(참고로 1달전부터 유튜브 검색하면 영화 볼 수 있다). 그리고 “푸르스름한”이란 단어의 아름다움이 표지 그림에 그대로 표현되어 있다. 최인훈, 김윤식, 김석범, 서경식 등에게 바치는 글이다. 글을 보면, 저자는 고독과 자유를 주무기로 기존 문학판의 관행과 문법에 저항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러면서 비평의 글을 쓰면서도 에세이 형식으로 확장하여 사유의 힘과 깊은 지성을 갖추면서도 검각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려는 의도가 보였다. 제1부에서는 지식인으로의 고뇌와 삶의 경륜이, 제3부는 문학비평가로서 과거-현재-미래를 보여준다. 특히, 디아스포라문학으로서 재일문인들에게 천착하는 모습이 돋보인다.
나는 "떠들썩한 술자리에서 혼자 빠져나와 이 세상에 없는 이름들을 가만히 되뇌"는 마음이 바로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p.152)
평판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 평판에만 기대어 한 인간을 평가하는 것만금 반 인문적인 행태도 없으리라. (p.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