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아버지는 본인이 잘못한 상황일 때 상대에게 과한 선물을 줘서 그 순간 상대를 피해자가 아닌 부채자로 만들었다. 채운만 해도 아버지에게 받은 비싼 축구화며 유니폼이 셀 수 없이 많았다. - P112
미술은 자기 정화 효과가 있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문제를 설명해주지만 쉽게 고통을 덜어주지는 않는다. - P119
숙소에서 함께 동고동락하던 동료가 부지불식간에 비명을 지르는 그런 현실로. 진짜 세계로, - P126
소리는 궁금했다. 무언가를 시작하고 계속하는 데 필요한 재능은 얼마만큼인지. 그 힘은 언제까지 필요하고 어떻게 이어지는지. 손에 이상을 느낀 뒤로 소리는 그림에 대한 자신감을 더 잃어갔다. 그림이 즐거움을 주는 대상이 아닌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는 수단이 되다보니 그랬다. - P130
어쩌면 누군가 그걸 원해서, 산산조각난 유릿조각 앞에서자신이 통곡하는 모습을 그토록 생생히 그릴 정도로 바라서, 간절히 꿈꿔서, 자기가 이렇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고. - P140
자기 생애 첫 정장이 상복인 것도, 아름다운 꽃 속에 파묻힌 아버지 사진을 보는 것도 그랬다. - P151
아버지를 찌른 사람은 난데 사람들이 나를 위로합니다. 나는 무릎 꿇고 고개 숙여 그들에게 절합니다. 이곳은 내가 벌받는 자리입니다. 위로가 벌이 됩니다. - P163
그즈음 나는 집에서 늘 긴장했는데 그 사람 앞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어. 어느 땐 옆에 있으면 한없이 잠이 쏟아졌지. 며칠이고함께 긴 잠을 자고 싶을 만큼. - P179
어제 강당에서 상담 교육을 받는데, 여기 봉사활동을 온정신의학과 선생님이 그런 말을 하더라. ‘가족과 꼭 잘 지내지 않아도 된다‘고. 그 말을 듣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날 것같았어.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은 처음이었거든. - P1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