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 - 김훈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14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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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가로지를 때, 나는 죽어지기 전까지는 죽음을 생각할 수 없었고 나는 늘 살아 있었다. 삶과 분리된 죽음은 죽음 그 자체만으로 각오되어지지 않았다. - P203

명군 지휘부가 조선 조정을 경유하지 않고 조선 수군에게 군대 해산과 적대행위 종료와 귀향을 명령하고 있는 사태를 시급히 조정에 알려야 했다. 멀리서, 긴 꼬리를 끌며 우는 임금의 통곡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명과 일본이 강화하는 날, 다시 서울 의금부에 끌려가 베어지는 내 머리의 환영이 떠올랐다. 나는 임금의 칼에 죽을 수는 없었다. 나는 나의 자연사로 서적의 칼에 죽기를 원했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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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 김훈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14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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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 우수영에서 따라온 백성들 중 15명이 죽었다. 뗏목이 뒤집혀 물에 빠져 죽고, 병들어 죽고, 얼어 죽고, 굶어 죽고, 나무를 끌어내다가 소달구지 바퀴에 깔려 죽었다. - P151

위관은 집요했으나, 아무것도 묻고 있지 않았다. 아마도 거기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임금뿐이었다. 임글은 나를 죽여서 사직을 보존하고 싶었을 것이고 나를 살려서 사직을 보존하고 싶었을 것이었다. - P165

언어와 울음이 임금의 권력이었고, 언어와 울음 사이에서 임금의 칼은 보이지 않았다. 임금의 전쟁과 나의 전쟁은 크게 달랐다. 임진년에 임금은 자주 울었고, 장려한 교서를 바다로 내려보냈으며 울음과 울음 사이에서 임금의 칼날은 번뜩였다. 임진년에는 갑옷을 벗을 날이 없었다. 그때 나는 임금의 언어와 울음을 깊이 들여다보지 못했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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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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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숨이 끊어진 아전의 몸을 으깨던 매와 보리쌀로 죽을 끓여 먹었을 그의 식솔들을 생각하면서, 나는 혼자 앉아 있었다. 나는밝은 청정수를 들이켜고 싶었다. - P37

크고 확실한 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았으므로, 헛것인지 실체인지 알 수가 없었다. 모든 헛것들은 실체의 옷을 입고, 모든 실체들은 헛것의 옷을 입고 있는 모양이었다. - P41

그 저녁에도 나는 적에 의해 규정되는 나의 위치를 무의미라고여기지는 않았다. 힘든 일이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은 결국 어쩔 수 없다. 그러므로 내가 지는 어느 날, 내 몸이적의 창검에 베어지더라도 나의 죽음은 결국은 자연사일 것이었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지는 풍경처럼, 애도될 일이 아닐 것이었다. - P65

나는 겨우 말했다. 나는 개별적인 죽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온 바다를 송장이 뒤덮어도, 그 많은 죽음들이 개별적인 죽음을 설명하거나 위로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나는 여자가 죽으면 어디가 먼저 썩을 것인지를 생각했다. 나는 그 썩음에 손댈 수 없을 것 같았다. 죽은 자는 나의 편도 아니고 적도 아니었다. 모든 죽은 자는 모든 산 자의 적인 듯도 싶었다. 내 몸은여진의 죽은 몸 앞에서 작게 움츠러들었다. - P105

나는 겨우 알았다. 임금은 수군 통제사를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명량 싸움의 결과가 임금은 두려운 것이다. 수영 안에 혹시라도 배설을 감추어놓고 역모의 군사라도 기르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그것이 임금의 조바심이었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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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 김훈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14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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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야 어디로 갔건 간에 죽은 자는 죽어서 그 자신의 전쟁을 끝낸 것처럼 보였다. 이 끝없는 전쟁은 결국은 무의미한 장난이며, 이 세계도 마침내 무의미한 곳인가. 내 몸의 깊은 곳에서, 아마도 내가 알 수 없는 뼛속의 심연에서, 징징징, 칼이 울어대는 울음이 들리는 듯했다. 나는 등판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캄캄한 바다는 인광으로 뒤채었다.

_ 칼의 울음 중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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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로 숨 쉬는 법 - 철학자 김진영의 아도르노 강의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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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외로우면 자기를 나눠요. 외롭고 싶다, 혼자 있고 싶다는 것은 자기를 확인하는 굉장히 안온한 과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고독도 있습니다. 버려짐의 고독이에요. 우리는 무엇에 의해서 버려지기 마련입니다. 다들 실연의 아픔이 있잖아요? 실연을 당하면 왜 이렇게 아플까요. 근본적으로 보면 버려짐이기 때문입니다. 이 버려짐은 다름 아닌 집 없음이에요. 갈 곳 없음이에요. 저는 실연을 한다음에 밖에 나가면 갈 데가 없었어요. 어딜 가야지 내가 안심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갈 곳 없음이라는 말아세요? ‘당신이 떠나간 이후에 나는 어디에도 갈 수 없네‘라는 유행가도 있잖아요. - P354

인테리어를 마주 보면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우리는 잘 훈련되어서 절망을 이기는 법도 알죠. ‘이딴 절망하느니 더 열심히살자. 아무 생각 말고 잠이나 자자‘ 다음 날 나가서 터 일심히 일하고 또 물건을 사 와서 채울 겁니다. 즉, 내부 공간이 없어진다는 거예요. 쉴 곳이 없어요. 쉴 곳이 없으면 자기를 만날 수가 없습니다. 자기를 만날 수 없으면 타자에 대한 꿈도 안 생겨요. - 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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