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 도시의 저녁나절은 그저 어두워지는 도시와 달리 훨씬 더불온하고 뭔가 수상쩍다. 보이지 않는 커다란 대걸레 형태의 공기가 산기슭에서 해면으로 내려와 마을의 열기를 진정시킨다. 잠들기 힘든 도쿄보다 훨씬 시원하다. - P16
가오루의 아버지, 고이치는 가네사다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늘 쓴웃음을 띤다. 선생인 고이치가 볼 때 가네사다가 교육적인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게 된아들을 맡길 곳으로 고려할 때, 어쩌면 회복의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엷은 기대를 품은 것은 가네사다가 교육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 P19
잠이 깨서 여기가 어딘지 깨닫기까지의 잠시 동안, 가네사다는 심장이 두근거린다. 여기가 사리하마의 자기 집이라는 것을깨달으면 바로 긴장이 풀린다. 그때 가네사다의 눈동자는 투명해진다. 사람 그림자 없는 광활한 사막이나 광야를 지금 혼자보고 있는 것 같은 눈빛. 그 눈동자의 엷은 빛을 볼 자는 여기없다. - P20
원래 가네사다는 특정한 인간에게 매달린 적이 없었다. 남자든 여자든 그것은 똑같았다. - P26
오 년 동안 함께 ‘오부브‘에서 일하면서 두 사람의 대화 내용과 분량은 최소한인 채, 변함없는 일상이 되풀이되었다. 그러나 같은 장소에서 일을 계속하면 말이 아닌 신뢰가 자란다. 물론신뢰만 자란다고는 할 수 없다. 너무 가까워서 불신의 씨가 떨어지고 이윽고 싹을 틔울 수도 있다. 가네사다와 오카다 사이에는 그런 씨가 파종되고 싹이 틀 기척이 없다. 서로를 신뢰하면서 여전히 거리를 둔 채 그저 시간만이 지나간다. - P34
화장은방역, 위생상의 이점도 있지만 그보다도 생사를 경계로 무엇인가를 청산해버리려는 인간의 과감한 지혜인 것이다. 가네사다는 그렇게 생각했다. 땅에 그대로 묻혀서는 정화가 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남겨진 채가 된다. 그 두려움을 불로 바꿔서 죽은자를 재가 될 때까지 태우기로 한 것이 아닐까? - P43
가네사다의 발을 끌어당기고 먹어버리려는 바다는 이제 여기까지 밀려오지 않는다. 그래도 젖은 모래를 밟으면 발 형태 그대로 부드럽게 가라앉고, 밀려갔을 터인 바닷물이 스민다. 위태로운 밸런스 위에 있는 평온. - P47
사람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묻는다면 "어느 틈에"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젊을 때의 충족되지 않는 욕망은 도대체 얼마만큼이었을까? 자신의 일로 되새겨보기에는 너무 나이를 먹었다. 아니, 그렇게 말하면 거짓말이 될지도 모른다. 가네사다 같은 나이가 되어도 냉장고 깊숙이 있는 잊힌 건어물 정도의 괴로움은 있다. 연륜이나 경험으로 쉽게 사물을 단순화하는 것은 노인의 나쁜 버릇이다. "실컷 놀면서 면역력을 키우면 돼."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이 통용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뭐, 나머지는 자기가 알아서 어떻게든 하는 수밖에 없지.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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