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내지르는 촘촘한 비명을 너는 듣지 않는다 풀이 잘리며 흘리는 퍼런 물을 보지 않는다 만발한 상사화와 메리골드를 용케 피하고 귀한 야생화들을 보호하며 돌아가는 제초기의 소음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모든 풀은 자르거나 뽑아 죽여야 하나 너는 잡초 같다는 얘길 듣곤 했다애지중지하는 화초와 나무에게 피해만 끼치는 - P73
가을 오후 네 시는 심란하고 황량한 벌판 같다. 가을오후 네 시는 문상 가기 좋은 시간, 산 사람을 만나기에는어중간한 시간. 가을 오후 네 시에는 맨발로 봐도 괜찮은친구를 만나고 싶다.
_ 애프터눈 티 중 - P74
친구들은 내게 말한다 힘내라고 극복할 수 있다고 하지만 친구여 삶은 극복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닌 것 같네 덮쳐오는 불길을 무너지고 쏟아지는 흙더미를 갈라지는 자신의 복부를 마주한다면 배부른 소리 경이로운 미학적 세계나 창조하게나
_ 생활과 시 중 - P106
내일 아침 열 시에 아버지 발인한다. 밤에 장례식장을 나와 반달 보며 서 있었다. 슬픔보다 고단함을 크게 느끼는 내가 한심했다. 작은아버지가 담배 피우고 있었다. 그는 나한테 소복이 잘 어울린다고 했다. 그리고
상주가 꽃 배달 업체에 적당한 화환을 주문하고 리본에 쓸 문구를 알려주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다음에는 꼭 그러라고 했다. 비바람이 찼다.
_ 상주의 지혜 중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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