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셸터 - 2023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물론 맞는 말이지, 나는 나중에 생각한다. 홈리스에겐 역사가 없다. 그들은...... 어떻게 말해야 할까, 역사 밖 존재, 소속없는 존재다. 가우스틴 역시 어느 정도는 그런 사람이었다. - P123

그런 이들은,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해에 향수를 느껴서 그랬고, 다른 이들은 세상이 돌이킬 수 없이 퇴락하여 미래가 없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랬을거라고 생각된다. 이상한 불안이 공기 중에 감돌았고 숨을 들이쉬면 그 불안의 희미한 향을 맡을 수 있었다. - P147

그러나 인생이나 시간이라는 이 강도는 어느덧 다가와 모든 것 - 기억, 심장, 청력, 생기-을 앗아간다. 심지어 고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손에 넣는다. - P169

모든 집착은 우리를 괴물로 만들고, 그런 의미에서 가우스틴은 괴물이었다. 좀더 신중한 괴물일지는 몰라도 어쨌든 괴물이었다. 그는 여러 병실과 층을 갖춘 클리닉으로 더이상 만족하지 못했고, 십 년 주기의 다양한 시대를 재현한 공동체 단지들이 점점 더 커지고 그 숫자가 늘어나는데도 불충분하다고 여겼다. - P175

알츠하이머병, 기억 상실이나 기억력 저하에 대해 말할 때우리는 중요한 어떤 것을 건너뛴다. 이런 병을 앓는 사람들은 예전의 사실을 잊을 뿐만 아니라 계획을 세우는 능력이 전혀없다. 심지어 가까운 미래에 대한 계획까지도. 사실, 기억을 잃을 때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바로 미래라는 개념이다. - P184

과거 쪽으로 불어닥치는 이 바람은 결국 아무리 멀리 되돌아가게 되더라도 훼손되지 않은 그곳에 도달하려는 시도가 아닐까? 모든 것이 아직 온전한 곳, 풀냄새가 나고 눈앞 가까이에 장미 꽃송이 속 미로가 보이는 곳으로, 나는 장소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건 시간, 즉 시간상의 장소다. 나의 조언은 이렇다. 아이였을 때 떠나온 곳을 다시 찾아가지 말기를. 그곳은 바뀌었고 시간이 사라졌고 버려졌고 으스스하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 - P222

사회가 더 많이 잊을수록 누군가는 더 많은 모조품 기억을 생산하고 판매하며 그것으로 비워진 틈새를 메운다. 기억의 경공업, 경량 소재로 제작한 과거, 3D 프린터로 토해낸 듯한 플라스틱 기억. 필요와 수요에 의거한 기억. 새로운 레고-빈자리에 정확히 맞춰 들어가는 다양한 과거 모듈이 판매된다. - P267

저기에는 ‘동지‘가 있고 여기에는 ‘바초‘가 있었다. 언어는 짐 나르는 짐승처럼 모든 것을 감내하고 반란을 일으키지 않는다. 언어는 우리가 존재하기 전의 시간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혹은 기억이란 게 아예 없기 때문이거나. - P270

그 누가 말했던가, 욕은 불가리아의 득도, 불가리아의 선, 번뜩이는 깨달음, 숭고함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 P274

봉기는 점점 재난으로 변해갔고 이는 역사적 사실과도 일치했다. 그래서 이 행사는 완벽히 실감나는 재현이 되었다. - P28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