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하지만 피터슨에게 설명할 수 없는 것,
피터슨에게 설명하고 싶지 않은 것은 그날 밤, 차를 몰고 도시를가로질러 병원까지 가는 동안 그녀는 두려움으로 거의 마비될 지경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지금 엘슨을 잃는다는 생각, 그 모든 일을 겪고 난 지금 그를 잃는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그에게 했던 어떤 말, 어떤 행동에 대해 후회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그를 어떤 식으로 대했는지, 그와 어떤 식으로 싸웠는지 떠올리며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녀는피터슨에게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것이었는데 자신에 대해, 이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에게 좀더 잘해줬다 해도, 그를 용서했다 해도, 서로 조금만 더 노력했다 해도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까 의문이 들었다. - P61
그리고 지금, 진저맨 펍에 앉아 친구 데이브 밀하우저가 화장실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 그는 가족들이 자신을 지나치게 밀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큰아이 리처드마저도 아까 좀 만나자고 전화를 했더니 싫다고 했다. 도대체 뭘 잘못한 걸까, 그는 자문한다. 도대체 뭘 잘못했기에 이런 식의 푸대접을, 이런 식의 경멸을 받아야 하는 걸까? - P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