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는 프랜시스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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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요석을 손에 들고 얘기하는 가즈히코 안에 삼만 년 전에 살았던 기술자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게이코는 반은 진지하게 생각했다. 이런 곳에서 혼자 무엇인가로부터 숨듯이 살고, 게다가 약삭빠르게 여자를 찾아내고 자기 팔에 품고, 평상시에는 숨겨두었던 능력을 은밀하고 대담하게 발휘한다. - P112

누가 안내한 것도 아닌데 게이코의 장갑 위에 떨어진 눈은우연찮게 이렇게 긴 시간 응시되지만, 대부분의 결정체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 갑자기 시작된 되돌릴 수 없는 여행의 앞길은 불확실하다. 그러나 영구히 착지하지 않는 눈은 한 조각도 없다. 분명한 것은 그 사실뿐이다. - P125

있었던 일이 없던 일이 되지는 않는 법이다. - P133

가즈히코와의 관계는 끝나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왜 이어지는지 진지하게 생각하려고 하면 게이코는 늘 스위치를 켠 것처럼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자기 집에서는 물론, 가즈히코네집에서도 부엌에 서서 요리를 만드는 것이다. 부엌칼을 쓰고 불을 쓰고 기름을 쓰는 것은 눈앞의 식자재에 커다란 변화를 주는 일이다. 식자재는 원래의 형태를 바꾸고 새로운 냄새를 풍긴다. - P157

그러나 사람은 그런 흔한 이야기 때문에 고민하고, 흔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쉽게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지도 모른다. 게이코는 오랫동안 혼자 끌어안아온 가즈히코 안의 고요하게 쌓여 있는 시간을 생각했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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